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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20 15:57:02

헤르모드

북유럽 신화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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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발드르를 되찾기 위한 여정
2.1. 헬헤임으로2.2. 헬과의 거래, 그리고 실패
3. 그에게서 따온 이름들4. 각종 매체에서

1. 개요

파일:Treated_NKS_hermodr.jpg
파일:Hermod_before_Hela.jpg
왼쪽의 을 탄 인물. 오른쪽 위의 태연한 듯한 인물은 발드르, 오른쪽 아래의 놀라고 있는 인물은 헬이다.[1] 옥좌에 앉은 노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전사. 그의 앞에 저승의 여왕과 그녀의 망자들이 놓여있다.[2]

Hermóðr

북유럽 신화의 등장인물. 이름의 의미는 전쟁의 정신(war-spirit).

오딘의 아들이자 발드르의 동생이다.[3] 전령의 신이기도 하며 티르와 함께 신들 중 가장 용감했다고도 전해진다. 로키의 계략에 의해 죽은 발드르를 되살리기 위해 9일동안 슬레이프니르를 타고 저승까지 갔다 온 일화로 유명하다.

2. 발드르를 되찾기 위한 여정

2.1. 헬헤임으로

신 에다 중 <길피의 속임수>에서 그의 상세한 일화가 나온다. 발드르가 죽자 슬픔과 혼란에 빠진 신들 사이에서 프리그누가 발드르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와서 나의 호의와 사랑을 사겠느냐며 외쳤으나, 대다수의 신들은 아무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것은 저승으로 직접 말을 몰아 죽은 자들의 여신 을 대면하는 것도 모자라, 발드르를 되살리는 대가로 인질로 잡히거나 터무니 없을 몸값을 내야만 하는 미친 짓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신들의 왕비이자 발드르의 어미가 애원해도 무리한 일이었다.

이에 유일하게 자진해서 나선 자가 담대한 헤르모드(Hermódr the Bold)였다.[4] 그러자 신들은 발드르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오딘은 아들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한편 헤르모드에게 자신의 애마인 슬레이프니르를 빌려주었다. 이 다리 여덟 달린 준마만이 지상은 물론이고 하늘과 바다, 심지어 명계까지 거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애시르 신족 대사로서 길을 나선 헤르모드는 발드르의 장례식을 뒤로 하고 박차를 가해 헬헤임으로 길을 떠났다. 깊고 어두운 계곡을 아흐레 밤낮동안 꼬박 달려 도착한 끝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초가지붕이 얹어진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걀라르브루[5]로, 저승으로 흐르는 굘[6] 강에 놓인 것이었다. 죽은 자들이 마침 이걸 건너고 있었으므로,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 싶은 헤르모드 또한 이 다리를 건너갔다.
파일:RagRokEnBil-1929-UVic-018-01.jpg
다리를 지키는 모드구드. 1929년 루이스 모
다리의 끝에 막 왔을 무렵, 모드구드[7]라는 여인이자 다리의 수문장이 그를 멈춰세워 헤르모드의 이름과 종족을 물었다. 그리고는 모드구드와 헤르모드의 문답이 오가게 된다.
너 하나 때문에 일전에 다섯 명[8]이 이 다리를 건너갔을 때보다 더 심하게 다리가 삐걱이는군.
게다가 너는 죽은 자의 색을 띠지도 않았다. 어째서 헬로 가는 길에 올랐는가, 산 자여?

발드르를 되찾기 위해 여기 왔다. 혹시 이 다리 인근에서 그를 봤는가?

그는 이미 다리를 건넌지 오래다. 쫓아가려거든 아래로 내려가 북쪽을 향해 가도록 하라.

헤르모드는 그 말을 귀담아 듣고 그대로 헬의 궁전을 향해 달려나갔다. 결국 궁전의 거대한 성문 앞까지 당도한 헤르모드는 큰일을 앞두고 느슨해지지 않으려는 양 슬레이프니르에서 내려 안장을 더욱 졸라매고, 다시 올라타 박차를 더욱 세게 가했다. 그러자 슬레이프니르는 그에 답하듯 아예 성문과 성벽을 날아가듯이 뛰어넘어 헬의 궁전 안쪽에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다.

드디어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된 헤르모드는 슬레이프니르에게서 내려와 궁전의 문을 열어젖혔고, 그 안에서 한 신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의 여신 헬이 아니라, 제일 고귀한 상석에 앉아있는 발드르였다. 오랫동안 쉬지않고 달려온 탓인지 지쳐있던 그는 피로한 몸을 끌고 궁전에서 하룻밤동안 휴식을 취하게 된다.

2.2. 헬과의 거래, 그리고 실패

아침이 되자 헤르모드는 그제서야 궁전의 주인 헬에게 찾아갔다. 애시르의 모든 신들이 그를 위해 울고 있으며, 어서 발드르를 돌려주기를 바란다며 간청했다. 한편, 헬은 헤르모드를 인질로 잡지도, 금을 몸값으로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는 죽은 자를 되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래를 제안했다. 만물의 눈물을 발드르의 몸값으로 건 것이다.
살아있건 죽어있건 간에,[9]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를 위해 울어야만 하느니라.
그렇게 해야만 발드르가 애시르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다.
허나 만일 단 하나라도 그를 비방하거나 울지 않는다면, 그는 이 헬에 남아있어야만 할 것이야.

마치 자신과 애시르 신족의 간청을 비꼬는 것처럼 들려 화가 치민 헤르모드가 꿇었던 무릎을 펴고 일어섰으나, 발드르는 이를 말리고 궁전 밖으로 그를 빼냈다. 애시르의 간절한 심정을 모르는 건지, 불가능 그 자체인 거래에 희망을 일찌감치 접은 것인지 그저 헤르모드에게 추모의 의미를 담았던 드라우프니르를 맡길 뿐이었다. 난나도 뒤를 따라와 프리그에게 줄 아마포 드레스와 선물들, 프리그의 시녀 풀라에게 줄 황금 반지를 맡기며 작별을 고했다.

할 수 없이 헤르모드는 돌아가야만 했고,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신들은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며 이 거래를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온 세계로 전령을 보내며 발드르를 위해 울어줄 것을 간청하니, 세상의 모든 종족들에 이어 땅, 돌, 나무, 쇠붙이,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면 쇠해버리는 눈과 불까지 그를 위해 기꺼이 울어주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토크(Thökk)[10]라는 여성 거인만이 울지 않아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발드르의 재앙을 위하여, 기꺼이 눈물없이 울어주겠다.
살아있건 죽어있건 간에 나는 악독한 이의 아들을 사랑한 적이 없으니.
이제는 헬의 손아귀에 놓인 자이니 이만 내버려 두어라!

라고 악담을 퍼부은 걸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녀는 사실 로키가 변신한 존재였다. 헤르모드의 노력도 헛되게, 기어이 부활까지 방해하고 만 것이다.

3. 그에게서 따온 이름들

헤르모드가 신 에다에서만 비중있게 다뤄지는 신이긴 하지만, 고 에다에서도 등장한 적은 있다. 동명이인, 그것도 인간으로. <힌들라의 시>에서는 오딘의 은총에 의해 투구와 사슬갑옷(helm and mail-coat)을 받은 인간 전사라고 전해진다. 여담으로 이 시에서 시그문드는 칼을 받고 오딘의 추종자들은 금을 받았다나.

이 밖에도 베오울프에서는 덴마크 왕의 이름으로도 쓰였다. 토르만큼은 아니지만, 보기보다 사람들이 많이 써먹은 신의 이름인 듯.

4. 각종 매체에서

데스티니 차일드 헤르모드는 여기서 이름을 딴 것이다.


[1] 자세히 보면 헬의 식기인 허기(그릇)와 기근(나이프)까지 그려져 있다. [2] 원전에서의 묘사는 오히려 이쪽에 가깝다. [3] 양자이거나, 오딘이 총애하던 부하라는 설도 있다. [4] 이 일화로 인해 용기의 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티르 또한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일'인 펜리르의 입 안에 손을 넣는 것을 기꺼이 행하고 본인의 상징인 맹세의 오른손을 잃었기에 용기의 신으로 거듭났다. [5] Gjallarbrú. '굘 강의 다리' 라는 의미가 있다. [6] Gjöll. 시끄러운(Noisy)이라는 뜻이다. 사족으로 펜리르를 결박하는데 쓰인 바위의 이름도 굘이라고. [7] Móðguðr. 분노에 찬 전사(Furious Battler), 전투의 광란(Battle-frenzy), 혹은 싸우다 지친(Battle-tired)이라는 뜻이다. 거인 여전사나 노파로 묘사된다. 갓 오브 워에선 마투그르 헬손이라는 트롤 겸 헬헤임의 문지기로 성전환+각색되었다. [8] 발드르와 난나, 그리고 장례식 때 희생된 세 명을 가리킨다. 이 세 명 중 하나는 리트르라 불리는 드워프 혹은 거인으로, 히로킨의 뚝배기를 주변의 만류로 인해 깨지 못한 토르가 불이 붙은 흐링호르니 속으로 화풀이 겸 제물삼아 그를 던져넣었다. 발로 까서. [9] 길피의 속임수의 영어 역본에서는 이걸 'quick and dead' 라고 번역했다. 당대 사람들은 살아있는 자는 빠르고 죽은 자는 느리다는 인식이 있었던 듯. 마침 저승에서 헬의 시중을 드는 하인과 하녀는 느릿느릿하기로 유명하다. [10] 아이러니하게도 고대 노르드어로 감사(thank)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