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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08 03:13:43

유구무언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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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유래3. 용례

1. 개요

'은 있으되, 할 이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가 있다.

2. 유래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맹자 위혜왕에게 백성들에게 지워진 세금을 줄여 달라 말하니, 위혜왕은 "세금이 많은 것은 알고 있으나, 갑자기 세금을 줄이면 무리가 따르니, 조금씩 줄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하였다. 이에 맹자는 "만약 어떤 도둑이 닭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걸리자, 훔치는 닭의 수를 차츰 줄여 나가겠다고 하면, 그 사람은 닭 도둑이 아닙니까?" 라고 반문했고, 위혜왕은 "훔치는 것이 한 마리든 두 마리든 도둑은 도둑이다"라 답하였다. 이때 맹자는 "맞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정치인 줄 알면 즉시 고쳐야 합니다" 라며 위혜왕에게 간하였고, 위혜왕은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3. 용례

1997년 15대 대선를 앞두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훗날 새천년민주당)과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이 연립정부를 이룰 것을 골자로 DJP 연합이 성사되었고,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자, 자유민주연합에 소속된 인사들이 국민의 정부에 대거 참여하였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 햇볕정책 등의 의견 차이로 연립정부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연립정부가 해체되기도 하였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의석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김대중은 자민련에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이 일환으로 자민련의 총재였던 이한동 국무총리에 임명하였고, 그 결과 2001년 1월 8일에 자민련이 다시 연정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연합을 하더라도 개헌저지선을 넘기지 못 했기 때문에 개헌은 물건너가게 되었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열의를 가지고 추진하던 햇볕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좁히지 못 하였다. 결국 자민련 측에서는 임동원 당시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안에 가담하면서 연정은 최종적으로 해체되었다.

연정이 해체되었기 때문에 자민련 소속인 이한동 당시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었으나, 이한동 국무총리가 내각에 잔류하는 것을 택하면서, 자민련은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였다.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2001년 9월 3일로부터 3일이 지난 9월 6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종필에게 기자들이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김종필은 "(이한동의 내각 잔류 결정이) 이해가 안 가. 유구무언이다"라고 답했다.

본디 유구무언은 변명할 여지가 없을 때 쓰는 말이었으나, 김종필은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당시 이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았고, 이는 ' 자의 반 타의 반'이나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같이 김종필의 유명한 어록이 되었다. 또한 이때문에 워낙 어이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에도 "유구무언이다"라고 쓰는 경우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