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어느 취미에든 빌런이 존재하듯, 역사 동호인 중에도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동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편집증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으며 게임 및 대중매체들이 역사 고증에 충실하길 원하며, 대중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것이 비판의 논지이다.다른 동호인들이 그렇듯, 오프라인에서는 타협과 양보와 관용 덕분에 비판점이 거의 생기지 않으며, 만일 비판받을 만한 사건이 생겨도 법의 처분이 기다리고 있어 팬덤 전체에 대한 비판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해당 문서에서는 온라인 상의 올바르지 못한 역사 동호 활동의 비판점을 중점적으로 탐구한다.
2. 비판의 논지
2.1. 비전문성
인터넷에서는 논의 주제에 대해 지식이 일천한 이른바 '○ 알못'과, 그 분야를 평생 연구하고 통설 형성에 큰 기여를 한 학계 권위자가 완전히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다. 일반인들은 (특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아무리 전문가가 말하는 것이라도 자기 맘에 안들면 감정적으로 배척하기 때문에 딱히 후자의 의견이 더 큰 영향력을 갖지도 않는다.자신이 근래에 습득한 학설이나 자신의 구미에 맞는 기록을 '진실'로 확정짓는 경우가 많다. 사학에서 이는 굉장히 경계되는 사고방식이다. 애초에 고대와 중세 같은 기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한정되고 단편화된 증거들을 가지고 전체 상황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추정으로 채워지는 부분이 많고, 따라서 학계에서는 어떤 가설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예시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있다. 일부 역덕후들이 나름 자료를 섭렵하고 잔뜩 양념을 쳐서 역사 관련 글을 써 내면, 역사에 완전히 무지한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고루하고 어려워 보이는 학자들의 글보다 그러한 저작물들을 훨씬 쉽게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옛날 식으로 말하자면 야사에 불과하다. 학계의 검증된 정설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역덕후들이 인터넷에 쓰는 글은 역사적 사실에다 학계 통설을 비교적 충실하게 요약한 것, 학계의 다양한 논의 중 본인 취향에 맞는 설만을 취사선택한 것, 학계 설을 잘못 이해한 것, 학술적 근거가 없는 본인 혼자만의 생각, 하고 싶은 말(주로 논의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나 원색적인 비난), 허위/날조 등을 덧붙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저 중에 객관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 자체와 학계 통설의 요약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더라도, 자신이 보고 싶은 좋은 점/나쁜 점만을 중점적으로 편집해서 강조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 넓은 의미에서 역사왜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식으로 왜곡, 편향된 글들을 작성 배포하고 있으며, 그러한 글들은 역사학자의 연구물 이상의 신뢰성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글들은 덕후조차 못되는 완전한 문외한, 초심자들의 손에 들어가 사실(史實)은 줄어들고 감정, 상상은 증폭된 글로 재생산되며, 그러한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담론의 수준이 점점 열화되고, 학계 논의와 너무 멀어져서 실제 학계의 제설, 통설을 소개할 경우 오히려 '사파'쯤으로 취급받기가 일쑤다. 이런 부류들은 어떠한 증거를 제시해도 그것이 듣기 싫은 얘기면, 그 설의 타당성 자체는 물론이고 그것이 다수설, 정설이라는 객관적 사실조차 한사코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또 아무리 전문가라도 자신이 찬양하는 대상을 비판하거나 반대로 자신이 증오하는 대상을 고평가하면 "믿을 수 없다"며 역시 사파 취급을 하곤 한다. 거창한 '역사 커뮤니티'라고 딱히 그런 성향이 약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심한 편이다.
가장 악질인 경우, 유사전문성으로 전문성과 학계를 조작하며, 역사 동호인들의 견해를 학계나 전문성으로 날조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점은 존 마크 램지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재일조선인 논문 게재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역사 동호인들을 대표하는 커뮤니티에서부터, 카페 관리자의 선동으로 학계 전문가를 기자로 조작해서 학계 동향을 조작했다가 나무위키 문서의 서술을 통해 이진희 교수에게 직접 발각된 사례가 있다. 역덕들의 관동대지진학살 학계왜곡 심하다고 - 군사 마이너 갤러리, 아카이브 이런식으로 학계 동향을 조작하고 역사 동호인들의 여론을 학계나 전문성으로 위장하는 풍조가 역사 동호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2.2. 흥미 본위의 접근
if 놀이, vs놀이, 줄세우기, 몇대 뭐뭐, 찬양 또는 조롱조의 밈[1]등에 열광하는 발만 담근 수준의 역덕후들도 있다. 지나치게 우열과 흑백을 가리려는 태도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에 방해가 되어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정받는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학계에서 무슨 '악인 감별단'이라도 운영하는 듯이 "누구는 학계에서 '최악의 인물(나라)'으로 판정되었더라"는 식의 황당한 말도 종종 나온다.2.3. 극단적 학설의 추종
역사학계의 정설은 학계 내에서 여러학자들의 가설제기와 반론 그리고 재반론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학계 커뮤니티의 다수가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이것들은 역사학계 커뮤니티 다수가 수용 가능한 최소의 교집합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소 밋밋하거나 혹은 파격적이지 않다. 하지만 일부 역덕들은 학계의 정설과는 거리가 먼 학설들을 마치 새로운 이론인 양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부 학자나 논객들이 제기하는 각종 음모론이나 정치성을 띤 가설들이 역덕 커뮤니티에서는 마치 정설인양 유통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역덕후들은 현재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수정주의[2],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정 반대의 관점이지만, 민중 사관[3] 또는 뉴라이트[4] 혹은 일뽕 사관이나 그 반대인 국수주의 성향의 학설들을 각각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역덕들은 부인하지만, 기본적으로 환빠도 이런 의미에서는 역덕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학설들은 학계의 정설과는 거리가 먼 학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 갤러리등지에서 친일역사관을 신봉하는 역덕들이 많고, 반대로 국수주의 성향과 조선, 대한제국, 성리학등에 대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옹호를 하는 역덕들도 많다.
일부 역덕들이 정사라는 하는 국가 주도로 편찬된 전통 사서들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에서 비롯된 관찬사서라는 것은 당시 왕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찬된 것이고, 현 왕조에 유리한 기사들을 강조하지만, 불리한 기사들은 제대로 기술하지 않거나 아예 누락하는 것이 본질이다. 사실 한국 역사계에서 그러한 사료 비판의 불철저함은 학자들조차 자유롭지 않지만, 이런 성향의 역덕후들은 "정사에 적혀 있는 것은 곧 사실"이라는 식으로 무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당연히 그러한 태도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역덕들은 이런 성향과는 정반대로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공식 사서의 기록을 전면 부정하는 경향도 있다.
두 경향 모두 학문적인 역사 탐구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며, 그저 역사를 흥미활동으로 소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2.4. 역사에 대한 단편적 이해
자극적인 요소만을 추구하다보니 수량적 지표만을 강조하는 역덕후들도 많이 있다. 디씨의 역갤러들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 예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민지 근대화론은 마르크시즘적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를 하던 안병직, 이영훈이 주도하였기 때문에 유물론적인 경향이 매우 강하다.식민지 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보면 경제학의 수량경제사(cliometrics)와 기존 사회경제사학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친일성향 역덕들이 이영훈 등을 옹호하면서 "학계에서도 뚜렷한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으나, 양 분과는 역사를 다루는 방법론 자체가 다르다. 수량경제사는 생산양식의 변화나 생산량의 증가만을 근대성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수치적 기법(회귀분석이나 시계열적 분석 등)을 사용한다.
반면에 역사학계에서는 근대성을 사회구조나 사상적 변화로 판단한다. 그렇기에 기존 역사학계는 이들의 주장을 굳이 일일이 반박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불교학자가 기독교를 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반박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역덕후들의 정신승리이다.
또 이런 성향의 역덕후들은 역사의 주요 국면에서 결정권자의 순간적인 '선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곧잘 하며, 그런 가정은 십중팔구 다른 선택을 했으면 역사가 전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형적인 문외한의 역사관으로서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2.5. 온라인에서의 폐쇄적인 친목 문화
역덕후들은 일반적인 유형의 오타쿠, 팬덤들과는 달리 90년대 PC 통신 시절 친목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 본인의 지식을 어필하기 좋아하는 역덕후들의 특성상 온라인에서 꾸준히 한 닉네임을 사용하며 그 닉네임을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서 쓰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근래 디시인사이드 등 대형 커뮤니티들은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반해서, 이들 대다수는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동시에 자신들의 풍부한(?) 역사 지식을 존중해주지 않는 그러한 공간들보다는 네이버 블로그, 이글루스, 트위터 등 개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활동을 선호한다. 또 그런 짬 되고 서로를 리스펙트해주는 역덕후들끼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거나 단톡방을 만들어 자주 대화를 하는 등의 이른바 ' 친목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진다.
문제는 그러한 코어(?) 역덕후들의 친목질로 인해 이들이 중심이 된 커뮤니티는 표면적으로 볼 때에는 열려 있더라도 실상 폐쇄된 작은 사회에 가까운 특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민의식에 젖어 "일반인들은 오류투성이인 대중매체가 진실인 줄 안다"며 일반 대중에 대한 경멸을 쏟아내거나, (주로 자신들이 증오하는 대상을 자신만큼 무턱대고 깔아뭉개지 않는다거나 자신들이 찬양하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는 이유로) "역사 교육이 잘못되었다"며 역사 교육을 비판하는 떡밥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이와 같은 외부 비판에 대한 반응도 "우리한테 원한 가진 자들의 모함이다"라는 식의 딱 폐쇄적 커뮤니티의 구성원다운 감정적 반발에 그치고 있다.
이 친목질의 더 큰 문제는 학계와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썰을 만들고 이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의 항목에도 그럴듯하게 퍼트려서 마치 정설인양 호도한다는 점이다. 이런 자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도는 이야기를 가지고 나무위키나 커뮤니티에서 기존의 설들을 부정하면서 "논파되었다", "정설이 아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들이 말하는 논파나 논박은 그들 커뮤니티만의 사정임을 잘 알필요가 있다.
위에서 열거한 역덕후들의 문제점들은 이들 코어 역덕후들의 성향과 정확히 일치하며, 이는 이들이 각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장악하고 서로 똘똘 뭉쳐서 성향이 다른 유저들을 철저히 배격한 결과다. 그 결과 다수 일반 대중은 공감하기 힘들고 학계와도 유리된 역덕후들만의 학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부류는 역덕 커뮤니티 안에서도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다니기에 대중성을 중시하는 성향의 역덕들에게는 멸시받는다.[5]
이들의 행태는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자랑해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지적 허영심, 즉 스노비즘과 관련이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는 못 듣는다. 수호신이라는 조선 시대 배경 게임을 만든 프랑스 제작진을 다중 계정까지 악용하여 괴롭혀 제작진이 피해를 호소한 사례가 있다.
[1]
대표적으로
혐성국,
엘랑스,
살려만 다오 등이 있다. 심지어 살려만 다오의 경우 패독갤에서 장난식으로 만든
콘스탄티노스 11세의 최후에 대한 날조 밈인데도 저걸 진짜로 알고있는 부류가 은근 존재한다. 애초에 인터넷 밈만으로 특정 국가나 역사를 판단하는 행동은 지양하는 것이 마땅하다.
[2]
역사학계에서 수정주의란 현재의 정설과 다른 학설을 말한다.
[3]
하워드 진 같은 사람의 책도 이 부류라고 할 수 있다.
[4]
주로 이영훈과 같은 낙성대 학파가 내놓는 책들인데, 이들은 역사학계의 주류가 아니다.
[5]
예를 들어
대체역사 갤러리 같은 경우 역스퍼거들은 반쯤 탄압 대상 취급이나, 심심하면 튀어나온다. 그 와중에도 '네임드'라는 이유로 차단당하지 않는 유저들이 존재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