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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3 15:02:26

디노미네이션

리디노미네이션에서 넘어옴
1962년에 한국이 실시한 디노미네이션에 관한 뉴스.
환화를 10대 1의 원화로 바꾸었다.

1. 개요2. 명칭3. 원리와 진행4. 한국 원화의 디노미네이션 논의5. 디노미네이션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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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화폐개혁()이란 경제적인 효용성이 떨어지는 구(舊)화폐의 유통을 정지시키고 거래에 사용하는 것에 제약을 둔 뒤에, 효용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신(新)화폐를 발행하여 구화폐를 강제로 대체시키는 것이다.

현대에 화폐개혁을 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화폐의 액면가를 하향(디노미네이션, denomination)하여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이지만, 개인이 금고에 묵혀둔 화폐를 시장으로 빼기 위하여 화페개혁을 하거나[1], 국민들이 들고 있는 화폐가치를 고의로 줄이기 위하여 화폐개혁을 하는 경우[2][3]도 있으며, 화폐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하여 화폐개혁을 하는 경우[4]도 있다. 전근대에는 화폐체계가 너무 구식이어서 신식 화폐체계를 도입하기 위하여 화폐개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의 예외적인 경우[5]를 제외하면 현대에 화폐개혁이라고 하면 액면가를 하향하는 개혁인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의미하며, 본 문서도 디노미네이션을 중점으로 서술한다. 디노미네이션이란 인위적으로 액면단위(額面單位)를 낮추기 위하여 단위당 액면가가 낮은 화폐로 기존화폐를 하향 교체하는 화폐개혁의 일종이다.

2. 명칭

영어 어휘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의 어원은 라틴어 'denominatio'로, 이는 '분리(apart)'를 나타내는 접두사 'de-'와 '이름(name)'을 뜻하는 어근 'nominatus'가 결합한 파생어이다. 일반적으로 이 어휘는 '단위', '파벌', '(종교의) 교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학에서는 ' 유가증권 액면가', '통화 단위' 등을 가리킨다.

명사 디노미네이션은 동사 '디노미네이트(denominate)'의 명사꼴로서, 마찬가지로 라틴어 동사인 'denominare'가 명사 'denominatio'보다 오래된 형태이다. 때문에 '액면가' 뿐만 아니라 '액면가를 지정하는 일'을 뜻하기도 하며, 곧 화폐개혁(貨幣改革)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특히 영미권이 아닌 나라에서 이 어휘를 그대로 쓸 경우 대부분 화폐개혁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약칭으로는 비공식적으로 '디노미'라고도 불리며, 기존에 풀려 있는 화폐를 다시(re-) 설정할 때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시행되는 디노미네이션 정책의 절대 다수는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단위를 갈아엎고 자릿수를 깎아내는 방향의 화폐개혁이며, 이 때 기존 단위의 100분의 1 혹은 10분의 1로 액면가를 절하한다. 은행권이나 경화를 교체하면서 화폐 단위의 호칭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3. 원리와 진행

일반적으로는 경제규모가 커지면 중앙은행에서 보유정화(正貨)가 그대로라도 유동적으로 쓰라고 돈을 더 풀어주는 경향이 있기에 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띄므로[6][7]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폐의 단위 역시 점점 증가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국가에서도 고액권 화폐를 발행하게 되는데 그 단위가 증가할수록 통화팽창이 일어나[8]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또한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액면상 가치가 실제 가치에 비해 높아져서 계산을 하는데 불편함이 생기고 그러다 더 이상 고액권으로 땜빵하기 힘들어지면 국가차원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서 화폐단위를 한 번 싹 밀어버리는데 이를 (리)디노미네이션이라 부른다.

불필요하게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나라의 화폐 및 금융시장,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막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자주 시행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리디노미네이션 실행 방식은 2가지가 있다. 보통은 화폐 단위에서 0을 몇 개 지우는 식이다.[9] 순전히 통화팽창으로 인해 풀린 돈이 많아지면 거래시 편의를 위한 고액권 선호에 밀려서 저액권이 등한시되어 본의 아니게 묻혀버리는 어둠의 돈이 되는고로, 이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는 100원이었는데, 오늘부터는 1원이 되는 식이며 이 경우는 구권의 사용기한 및 교환기간을 지정하며 단순한 신권발행[10]과는 차별된다. 물론 정치성을 띠고 의도적으로 벌이는 경우도 있고, 멋모르고 시행했다가 교체비용 때문에 되려 압박을 받는 주객전도현상도 간간히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단위를 아예 바꿔버리는 것. 국내에서는 일제강점기 엔→미군정 원(1차개혁)→대한민국 환(2차개혁)→대한민국 원(3차개혁)의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 최근 사례라고 한다면 유로가 있는데, 이때는 굳이 인플레이션 해소만이 목적은 아니므로 1:1교환이나 오묘한 교환값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11] 하지만 교체비용과 사회적 파장은 단순히 0을 지우는 것보다 훨씬 크니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구권과 신권이 전혀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로 막장 초인플레이션 경우엔 몇 차례를 거쳐야 겨우 해소되는 것이 보통이다. 브라질, 페루 등의 남미 국가가 대표적으로 단순히 0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디노미네이션은 어디까지나 국고가 얼마나 남았나를 재검토하는 수단으로 쓰이므로[12] 인플레를 해결하려면 디노미네이션으로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에서 동반되는 경제개혁 정책이 필요하다. 이 순환반복이 장기화되면 계속 털리기만 하는 국민들은… 매우 불쌍해진다.

하지만 폴란드, 튀르키예처럼 강력한 디노미네이션 한 번으로 인플레이션을 때려잡는 경우도 있다.

만일 디노미네이션으로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아예 화폐를 갈아치우기도 한다. 예시로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짐바브웨 달러가 있는데, 구매력 하락 속도가 디노미네이션 규모를 뛰어넘었던 탓에 아예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 등의 외국 화폐에 의존하는 예시가 되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점점 더러워져서 날잡아서 대청소를 해봤더니 아예 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 결국 버리고 셋방 살이를 선택한 꼴. 사실 이런 경우는 중남미 페루는 두차례, 베네수엘라는 화폐개혁을 세번씩이나 단행해야 겨우 화폐가치가 정상화되었고, 브라질도 1980년대와 90년대 초에 걸쳐 주기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물가상승은 진정되지 못하고 헤알 플랜이 시행되어야 화폐가치가 안정화된예가 있다.

화폐개혁에도 큰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화폐 시스템 교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원과 생활 불편, 경제 불확실성 증가 문제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물가 상승이 대표적이다.[13]

한편으로 화폐 단위를 교체하지 않고 특정 권종의 지폐를 사용 중지시키는 방식의 화폐개혁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지하경제를 손보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2016년도에 화폐개혁을 시행한 인도 루피 베네수엘라 볼리바르가 그 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개혁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만큼 부작용이 크기에 지하경제가 아무리 큰 나라라도 시행하기 쉽지 않다. 이 방식을 선택한 인도나 베네수엘라의 화폐개혁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이 주 평인데 가장 큰 원인은 신규 화폐의 발행량이 수요에 못 미쳐서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500볼리바르, 1만 볼리바르, 2만 볼리바르 등의 고액권을 발행하는 김에 지하 암시장을 손을 보겠다고 100볼리바르 지폐의 사용을 중지했는데 고액권의 발행량이 수요에 못 미치는 바람에 현금부족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져서 정부에서 100볼리바르화의 사용기한을 부랴부랴 연장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인도는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의 사용을 중지시키고 500루피와 2000루피 지폐를 새로 발행했는데 위낙 현금거래의 비중이 큰 데다가 신규지폐의 발행량이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와 사회 전반적으로 현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4. 한국 원화의 디노미네이션 논의

한 단위(1원)의 지나치게 낮은 가치 때문에 2006년 신권발행 논의 당시 대한민국에서도 신권 대신 디노미네이션(제4차 통화개혁)을 하자는 논의가 오갔었으며, 김정렴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전직 경제관료 출신 원로들이 이런 주장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시기상조 및 교체비용의 압박의 이유를 대며 시행하지 않았다.

2015년 9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현재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가 크고, 달러 대비 환율이 네 자리수인 나라가 거의 없으며[14], 시중에서 이젠 5,000원도 5.0 단위로 표현[15]한다' 등의 이유로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고,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한은 총재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인만큼 이 발언이 이슈화되며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결국 한국은행에서 공식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의사를 표명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참고로 한국은행법 제47조의2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전"이라는 하위단위가 엄연히 존재한다. 1원=100전으로 정의되는, 달러 센트와 똑같은 개념. 다만 전 단위의 화폐가 발행된 것은 가장 최근 디노미네이션(3차개혁)이 있었던 196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사실상 없는거나 마찬가지이며 환율 계산할 때나 언급되는 수준이다.[16] 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이 적응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막대한 비용과 혼란을 감수해가며 화폐개혁을 감행해야 할지 의문을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액수의 단위가 선진국치고는 상당히 큰 편인데, OECD/중위 가처분 소득 문서의 표를 보면 대한민국 원화의 단위가 유일하게 천만 단위까지 있어서 제일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17] 일단 단위가 크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사실로 특히 서구권 외국인들이 단위가 너무 커서 읽기가 힘들다고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상 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디노미네이션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경우도 있으며, 지하경제 양성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요즘은 실제 화폐를 쓰는 대신 온라인 화폐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단위가 큰 게 사실상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달러-센트같은 이중 단위를 피하는 장점도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지하 경제 양성화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한국조폐공사는 오래 전부터 100:1 혹은 1000:1의 디노미네이션을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다. 최초로 디노미네이션이 언급된 것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때이다.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에 발맞춰서 100:1 화폐개혁을 검토했다. 해외 사례 조사, 절차적 법률적 정책적 경제적 검토, 손익계산과 필요한 추진 스케줄 등 실제로 실시하겠다는 결심 빼놓고 큰 돈 안 들이고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완료되어 있고 이는 비밀도 아니고 금융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안은 현재 1000원을 1 신화폐 단위로 하고 100분의 1 가치의 보조 화폐 단위로 도입하는 안을 가지고 있다. 마치 미국 1달러 = 100 센트 같은 관계. 신 화폐의 단위는 (KRH) 또는 (KRN) 아니면 아예 한국 달러(KRD) 세가지 정도를 후보로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화폐단위인 문(文)이나 전(錢)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국내 화폐 가치를 꼭 외국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000대 1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USD, EUR, GBP, AUD, CAD, CHF, NZD, SGD 등 대다수의 선진국 화폐의 1단위(800~1,600원 선)와 가치가 비슷해진다는 점에서 국제감각에 맞는다는 것은 장점이 된다.

한국의 경제는 현재 국내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 우려도 있는 만큼 실시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은 이미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치적 파장을 감당하기 어려워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디노미네이션은 금전등록기나 자판기 등 여러 새로운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작업으로 인해 상당한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므로 부진한 국내 수요를 자극하는 좋은 경기 진작책이기도 하므로 가까운 미래에는 실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유로화의 도입처럼 3-5년에 걸친 단계적 도입으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다. 유럽의 유로 전환도 초창기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부에서는 1,000: 1로 디노미네이션을 하면 상인들이 가격이 물건의 가격을 현재보다 높은 정수 가격으로 올려 물가를 자극한다는 반대론 주장도 있지만 현재 마트 등에서 4,599원 같은 '99원 가격 붙이기'가 일반화 되어 있고 지불도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 주류인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할 위험은 적다. 미국도 $5.0보다는 $4.99가 많다. 당장 미국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만 열어봐도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원단위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따로 현재 10,000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화폐 단위 예를 들어 1문 (KRM) 만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의 원 단위 동전 등은 그대로 통용하고 1만원에 해당하는 '문'이라는 신화폐 단위만 도입하자는 것. 즉 1만원권과 5만원권 지폐만 점진적으로 신화폐 단위로 교체하자는 주장이다. 이러면 1 만원 → 1 문, 1 억원 → 1 만문, 1 조원 → 1억 문 식으로 이해하기 쉬워진다. 또는 실제 화폐는 발행하거나 법으로 바꾸지 말고 단지 언론 보도나 재무제표 문서 등 에서만 그런 문 단위를 쓸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1억2천3백4십5만6천7백원 (123,456,700원) 이면 1만2천3백4십5 문 6천7백 원 (12,345문 6,700원) 으로 부르면 된다. 쩗게는 "(KRM 기호) 12,345 (KRW 기호) 6700" 또는 "(KRM 기호) 12,345.67" 식으로 표시하는 것.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1천 달러를 1 grand 라고 부르거나 인도에서 1천만 인도 루피는 1 crore (1천만 (10^7^)을 나타내는 인도식 십진표기 흔히 cr.) 로 부르는 식.

다만 10,000대 1 디노미네이션을 하면 1 신단위는 9달러, 7.5유로 정도가 되며, 세계 최고액권인 쿠웨이트 디나르보다도 2배 가까이 비싸 가치가 너무 높다는 우려도 있다. 19~20세기 초중반의 달러, 파운드 가치를 예로 들면서 우려할 점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그건 백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이야기이고, 2020년대 현재의 경제 감각으로 현재의 원화가 너무 낮다면, 10,000대 1의 신단위는 지나치게 높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1만원은 시간당 최저임금 정도인데 20세기 초에는 미국 1달러는 금화였고 미국 노동자의 1일 임금 정도였다. 그래서 그 당시엔 1센트도 충분히 유효한 거래단위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0달러이고 25센트인 쿼터도 자판기 외는 안쓰일 정도로 가치가 하락했다. 거래의 최소 단위로 1만원은 2024년 현재로는 한국에선 다소 큰 금액인 건 맞지만 현재 원의 사용과 병행해서 고액거래 전용의 고액 단위로서 1만원 단위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디노미네이션은 자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30-50년간의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하기 때문에 이미 1천원으로는 붕어빵 한 개나 메로나 한 개도 사먹지 못해 가치를 잃어가는 1천원으로 디노미네이션을 하는 것은 앞으로 30-50년간 연간 3% 가량의 완만한 인플레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너무 근시안적인 조치이다. 조선시대에도 1냥은 쌀 2-4 가마니로 오늘날 100만원 가치에 가깝고 일상거래에는 1/100 냥인 푼을 사용했다. 즉 조선시대 1푼은 오늘날 1천원 보다는 1만원에 가깝다. 조선시대 주막이나 요즘은 서민들이 끼니를 때우는 가성비 음식의 대표인 뜨끈한 국밥도 2024년 현재 8천 원-1만 원정도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연구중인 1,000대 1 보다는 한국어의 숫자체계와 호환되는 10,000대 1 디노미네이션이 더 직관적이기는 하다. 한국은 숫자를 4자리 단위로 끊어 부르므로 (조, 억, 만) 이런 10,000대 1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즉 과거 1조원이 1억 문이 되고, 1억은 1만 문, 1만원이 1문이 되므로 매우 이해하거나 환산하기 쉽다. 한국의 1년 국가예산이 400억 문정도가 되고 아파트 1채가 수만 문대, 근로자 월급은 수백 문 정도가 된다. 이를 적용한다면 현 234,500원은 23 문 4,500원이 된다. 기존 원단위 가격이나 회계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나 그만큼 신화폐 단위가 원 단위 기반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현실 생활에서도 시간당 10,000원의 최저 임금이 현실화 된 2020년대에는 1,000원은 가치가 크지 않고 소액 동전 취급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개인간 금전 거래에서 1만원을 거래의 기본 단위로 여기고 있다. 이미 1천원 이하의 소액 거래도 동전 대신 카드나 각종 페이 등 전자적 거래가 일반화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1,000원을 1 환으로 기본으로 하면 그 아래 1/100 환 단위인 (10원 가치) 소액단위는 전혀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 단지 100 그램 당 얼마 식으로 가격을 표현할 때 소숫점을 피하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도 현재는 일상 거래에서 25센트 (= 한화 286원 가치) 인 쿼터가 사실상 실용적으로 주고받는 최소액 동전 단위로 여겨지고 있고 10센트 다임이나 5센트 니켈은 가치없는 푼돈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또 1만원을 새로운 화폐단위로 하면 현재 지폐나 동전 등 실물 화폐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새로운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신 화폐를 발행 한다면 1만원, 5만원이 주대상인데 현금 사용 비중이 줄고 있어서 그냥 현재의 원화 화폐를 써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500원 이하의 동전은 한국은행에서도 주화 퇴출을 추진 중일 정도로 용도가 떨어지고 있고. 그래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한 물리적인 화폐 교체는 하지 않되 리디노미네이션을 한 것처럼 금액 표기를 하게끔 법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단순히 1,000원을 1k원 등의 방식으로 축약해 쓰는 방식을 표준화시키면 된다는 것. 실제로 위에서도 언급했듯 음식점이나 카페 등지에서는 1.0, 3.0 식으로 적어놓고 메뉴판 구석탱이에 1.0 = 1,000원 식으로 표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한 공문서에서도 이러한 표기방법을 표준화해서 규정하고 있는데, 표를 작성할 때 범례나 맨 윗칸의 금액 뒤에 (만원) 또는 (천원)을 적어놓고 3억원은 30,000 식으로 적어두는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보통 이런 식으로 쓴다. 즉 10,000원을 1문으로 물리적인 화폐개혁을 통해 교환하는 대신에 단지 10.5문, 5.20문 등의 표기를 더욱 널리 사용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라는 것. 어차피 달러도 실제로 "5 dollars and 80 cents" 라고 표기하기보다는 "$5.80" 내지는 "USD 5.80"과 같은 표기가 압도적이다. 원 단위를 유지시키면서 이런 식으로 축약 표기를 하는 경우 "5문8천원"이나 5.80문, KRM 5.80 정도가 될 수 있겠다. 현재 이것을 금융거래 등 공식적인 거래에서 통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 표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원단위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새로 현재 10,000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화폐 단위만 도입하자는 의견"이 더 나아간 유형("새로운 화폐 단위를 도입하면 어쨌건 고액권은 교체 절차를 거쳐야 하니 원 단위를 쓰면서 축약단위를 표준화시키자")으로 볼 수 있다. 이러면 법을 고칠 필요도 없고 신화폐를 발행하거나 교환하거나 구회폐를 퇴장시킬 필요도 없다. 단지 충분히 신화폐단위 명칭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되었을 때 법을 바꿔 새로운 지폐를 발행해 통용시키면 된다.

그리고 만약 이를 실시한다면 고려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원 단위 표기 컴퓨터 코드. ₩(U+20A9)과 ₩(U+FFE6)는 원래 KRW 원 단위에 쓰이는 코드이므로 새로운 신화폐 단위 표기 유니코드 포인트를 할당받아야 한다. 그리고 MS의 DOS 및 윈도우 CP-949 한글코드에서 현재 0x5C 코드를 원단위 기호 ₩ 로 쓰고 있어 파일 경로가 "C:₩Program Files₩"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데 이것도 시급하게 원래의 backslash \\ 로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 신대만 달러 홍콩 달러같이 한국 "달러"(KRD)로 바꾸면 굳이 유니코드를 받을 필요 없이 KR$나 KR$로 표기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긴 하다.

디노미네이션의 중요한 문제는 이론과 체감 가격이 일시에 격차가 벌어져 많은 혼란을 준다는 점 말고도 현물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돈 보다는 부동산이나 기타 현물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큰 득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물의 가치는 화폐의 가치로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디노미네이션의 영향을 한 단계 거쳐 받는 부동산 등이 그 가치가 적게 흔들리고, 그런 만큼 안정적인 자산인 부동산과 현물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간다. 거기에 심리적인 문제까지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1,000 : 1의 디노미네이션을 거쳤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기존 10억원의 가치를 지녔던 아파트는 디노미네이션 이후 100만원이 된다. 이때 아파트 보유자는 110만원으로 가격을 올려도 과거 금액으로 1억원을 올린 셈이 되나 체감상 10만원을 올린 것이 되니 이 사이에서 심리적 괴리가 발생하고 따라서 가격상승이 단위가 컸을 때보다 쉽게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부동산 등의 현물을 쥔 사람이 큰 득을 보는 구조가 되기 쉽다. 그래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디노미네이션은 부유층의 재산을 늘리는 방향이 되기 쉽다. 그리고 지하에 잠들어 있는 구화폐를 단기간에 신화폐로 교환해야 하므로 묻혀 있던 통화들이 나와서 통화유통속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통화유통속도가 상승한다는 표현은 "통화승수"가 커진다는 것이고, 통화승수가 커지면 같은 본원통화에 대비하여 통화량이 증가하므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하지만 유럽연합 유로 통화 도입도 1999년 부터 2002년 완전대체 까지 3년간 점진적 대체를 추진한 결과 원화 디노미네이션 보다 훨씬 복잡하고 일상의 영향도 큰 디노미네이션 이었음에도 위에 나열한 잠재적 문제없이 도입되었던 것을 보면 지나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유로화 사태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경제력이 약한 국가가 독일같은 강한 나라와 같은 통화를 쓰다보니 경제격차로 환율조절이 안되는 문제였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 2019년에 들어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떠오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은 총재도 현재의 대한민국은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이는 논의로만 그칠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확정이 아닌 구상이다.

적절한 시기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게 된다면 위와 같은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1,000원 권은 미국 1달러화같이 액면가가 1로 크게 낮아지게 되며, 현재 1000원 미만의 가치를 가지는 주화는 미국의 센트와 같이 <환>으로 치환된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가령 기존 1,600원을 1원 60환이라 읽고 1.60원으로 쓰도록 바꾸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미 대한민국의 화폐 액면가는 꾸준한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실제 가치와 대비해 높아진 상태이고, 때문에 화폐개혁 단행의 필요성이 정부 차원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화폐개혁이 이루어지면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임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에 돌고있지 않는 숨은 돈들을 양지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조언을 구하거나 권고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반응도 있다. 대한민국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얘기는 국내에서는 많이 오갔지만 국제기구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말이 없으니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등 일부에서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북한의 화폐를 통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이상 힘들 것이며 유로화와 그리스 사태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오히려 북한 경제에 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화폐가치변동으로 주민들에게 이득을 얻던 북한 정부가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5. 디노미네이션의 사례

시간 순서로 정렬.

100,000:1 이상의 비로 교환된 경우나 그 외 중요한 경우에는 볼드체로 표시.


[1] 1962년 박정희 정권 초에 했던 화폐개혁이 이러한 성격의 화폐개혁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개혁자금을 모으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화폐개혁을 했으나 박정희 정부의 생각보다도 국민들이 가난하여 별 효용이 없었다. [2] 북한이 2009년에 진향한 화폐개혁이 이러한 화폐개혁이었다. 화폐의 가치를 낮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화폐개악이긴 한데,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개혁이긴 했다. [3] 1904년 일본제국 대한제국의 화폐체계를 망가뜨리기 위하여 진행한 화폐정리사업도 이러한 경우였다. 이 화폐정리사업으로 민족자본가들이 대거 몰락했고, 대한제국의 경제는 그대로 붕괴했다. [4] 과거에는 지폐를 제조하는 기술이 고급용지를 만드는 기술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조지폐가 흔했고, 타국의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하여 위조지폐를 일부러 뿌리는 경우도 많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 영국 파운드화를 위조한 일이나, 일본제국 중일전쟁을 하면서 중화민국의 화폐를 위조한 일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커서 화폐개혁을 하지 않았으나, 당시 중화민국은 화폐를 전량 다 갈아야했다. [5] 북한의 화폐개혁같은 국민을 못 살게 하기 위한 고의적인 악행은 사실 많을 수가 없다. 자국의 경제를 확실하게 망가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6] 웃긴건 경제규모가 작아져도 돌아가는 양상이 비슷하다. 이때는 돈은 풀지 않지만 보유정화값이 작아져서 생기는 현상. [7] 물론 만성 디플레에 시달리는 예외도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스위스가 있는데,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면 30년 전과 지금의 물가가 거의 비슷하다. 여기서 미국은 많이 애매한 입장이다. [8] 조금만 발행해도 발행액수가 갑절로 커진다. [9] 거의 대부분은 1/1,000, 가끔 1/10,000을 선호한다. 아주 막장일 경우 1/1,000,000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후술. [10] 주로 위조방지를 위한 용도 [11] 예시로 1유로=7 프랑스 프랑=14 오스트리아 실링=1,936 이탈리아 리라 등으로 교환되었다. 자세한 건 해당 문서 참조. [12] 쉽게 말하자면 집안에 뭐가 있나 알아보기 위한 집안 대청소. [13] 쉽게 말하면 화폐개혁을 시행한 정부의 예상 물가 통제보다, 상인계층의 자본에 대한 욕심이 정부의 통제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즉 제 아무리 철저한 계획으로 화폐개혁을 해도, 돈을 더 벌고싶은 인간의 욕심을 통제 못하면 결국 화폐개혁은 망할수밖에 없다. [14] 선진국 중에서는 과거에 이탈리아 리라가 한국 원보다 단위가치가 낮았으나 21세기 들어 유로로 갈아탔다. [15] 실제로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이런 식의 표기가 종종 쓰이고 있다. [16] 환율 표기는 공식적으로 '전' 단위까지 표기한다. 다만 과거에는 이를 X원 Y전으로 읽어줬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거의 사어화되어 그냥 소수점으로 읽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1달러=1350.75원이라면 과거엔 이를 '천삼백오십원 칠십오전'으로 읽었지만, 현재는 '천삼백오십쩜칠오원'으로 읽는다. [17] 당장 미국 달러,유로,파운드 등만 해도 지폐가 백 단위까지만 있다. 선진국 중에서 한국 처럼 백 단위 넘는 화폐가 있는 나라가 일본 정도다. 그러나 그 일본도 한국보단 액수가 적은 편. [18] 얼마나 큰 수 인지 감이 잘 안오는 관계로 40양을 자주 쓰는 조 단위와 비교해보면, 1조는 10의 12제곱이고 1양은 10의 28제곱 이니까 40양은 1조의 제곱에 40만을 곱한 수 이다. 그러니까 1조를 1조번 더한 다음 거기에 또 40만을 곱하는 어마어마한 수다. [19] 그러니까, 2년 만에 13조배의 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한 것이다. [20] 일반적인 개념과 반대로 오히려 신화폐인 유로의 가치가 낮아 결과적으로 역 디노미네이션이 된 나라도 있다. 아일랜드, 몰타, 키프로스, 라트비아 4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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