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Dust Bowl황진지대
더스트 볼 당시의 피해지역 |
미국 중부 그레이트플레인스(Great Plains, 대평원)의 일부분으로 남서부 하이플레인스로도 알려진 지역. 대략 콜로라도 남동부, 캔자스 남서부,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주의 좁고 긴 돌출 지역들, 그리고 뉴멕시코의 북동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 더스트 볼의 피해지역은 비옥도가 가장 높은 미국의 곡창지대이다.
2. 모래폭풍 발생 구역
더스트 볼(Dust Bowl)이라는 말은 과거 한국판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단행본[1] 등에서는 '황진지대'라고도 의역하기도 했는데, 1930년대 초 이 지역을 강타했던 기후 재앙에서 비롯되었다. 영어위키백과. 한국에서는 1920년대의 미국의 번영과 곧이어 닥친 대공황, 그리고 뉴딜 정책 등 굵직한 사건에 가려져 비교적 인지도가 덜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IMF가 그랬듯)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 20세기 초중반 미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다.1935년, 텍사스 |
거대한 모래폭풍이 미국 중서부를 휩쓸었고 이로 인해 2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들중 다수는 캘리포니아나 기타 대도시로 이동해서 서민층을 형성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이들 이주민들을 두고 그들이 원래 어디에서 왔건 무조건 '오키(Oki)'라고 불렀는데, 오클라호마 출신 뜨내기들이란 뜻. 또한 해당지역 거주민들 중에 상당수가 호흡기 질환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또는 모래폭풍 자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3. 원인
1936년 텍사스 |
1933년부터 4년간 지속된 가뭄도 원인이고, 20세기 초반 당시의 미숙한 건조농법으로 수십년간 토양을 황폐화시킨 것도 한 몫을 했다. 바로 직전 시기인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식량증산을 위해 난개발에 가깝게 경작을 늘렸던 것이다.
대공황 타개책으로 가축 방목을 늘리고 식량을 증산했으나 이 시기의 토지관리는 대체로 허술했기 때문에 지력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들 중서부 농지의 대부분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에 걸쳐 이민자들이 개간한 것이었는데, 이들은 거의 화전에 가까운 마구잡이식 경작을 했다. 이 당시 경작이 어느 정도였냐면, 몇 년 단위로 엄청나게 발생하여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던 로키산메뚜기들이 불과 20여 년만에 멸종해버릴 정도였다. 주요 산란지인 미시시피의 습지대가 죄다 개간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2]
그리고 하필이면 이 시기의 뒤를 이어 1933년부터 1935년까지 연 평균 강우량이 500㎜에도 못 미치는 심한 가뭄이 계속되었다. 그러자 이 초원의 토착 식물들 ㅡ 특히 뿌리에 수분을 간직하여 흙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쇼트그래스(short grass)'들이 거의 다 사라져버리고, 결국 겉으로 드러난 표토는 강한 바람에 모두 날려갔다. 이로 인해 형성된 '먼지 눈보라'는 태양을 가릴 정도가 되었으며, 바람에 날린 먼지들이 실내로 들어오는 등 온갖 피해를 주기에 이른다. 한 마디로 사막화의 진행. 결국 이 지역에 뿌리를 박고 살던 수천 세대가 이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이후 농사법의 개량과 함께 1937년부터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 모래 폭풍은 다소 멎었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 버틴 사람들은 연방정부의 지속적 지원을 통해 토양의 풍화를 점차 줄여나갔고, 방풍림을 심고 초원의 많은 부분이 복구되었다. 밭고랑을 바람이 주로 불어오는 방향과 직각으로 파는 것만으로도, 바람에 의하여 기름진 표토가 날아가는 것을 상당수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잡초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과수원에서는 잡초가 어느 정도 자라게 내버려두어 표토가 마르지 않게 했다.
이로써 1940년대초에 이르러서는 원래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 그러나 지금도 황폐화에 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USDA ARS(미국 국립농업연구소)도 이곳을 집중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3]
즉 말하자면 인간에 의해 진행되던 사막화를 미국 정부가 멱살잡고 되돌린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점이 일명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던 메소포타미아-레반트 지역, 그리고 중국에서 '중원'. '관중'이라 불리던 장안~낙양 곡창지대와의 차이. 후자 두 곳은 현재는 토양의 염화와 사막화가 진행되어 과거에 비해 생산량이 형편없이 줄어들었고 사막화가 현재진행형이다.
유전자 조작식품 같은 것도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비책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이 시기에 한 농업 회사가 새로운 옥수수 품종을 이 지역에 권장하면서 비료도 함께 지원했는데, 그 회사가 바로 카길이다.
4. 기타
-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당시 자연재해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보자.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Black Sunday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또한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인류가 겪은 대재앙"(The Great Disasters)에도 "황진지대"라는 항목으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발간되어 있다.
-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를 다룬 1980년대 소설 전쟁, 그날에서도 미-소 핵전쟁의 여파로 더스트 볼이 일어나 미국의 농업이 망한 상황이 묘사된다.
- 영화 인터스텔라의 황폐해져가는 지구의 모습이 이 더스트 볼에서 영감을 얻어왔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내에서 재앙에 대한 생생한 효과를 얻기 위해, 2012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인 The Dust Bowl[4]의 감독인 Ken Burns와 프로듀서인 Dayton Duncan의 협조를 얻어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이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그 장면들을 영화 안에 넣었다. # 즉, 해당 영화에서는 더스트 보울을 통해 지구황폐화의 책임이 인류에게 있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 그러나, 실제 미국 역사에서 더스트 볼은 인터스텔라 내의 설정처럼 직접적인 인구폭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1929년 대공황 시기 전후로 유의미한 인구 총량폭의 변동은 없다. 여기에는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의 난민들을 비교적 풍요롭던 캘리포니아 등에서 수용이 가능했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러다보니 분노의 포도가 처음 발간되었을 때, 미국의 보수주의 높으신 양반들은 "캘리포니아는 오클라호마의 이웃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는 프로파간다성 유인물이나 소설 등을 발간해서 맞불을 놓기도 했고 실제로 구호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분노의 포도가 그리는 현실이 그렇다고 완전히 가려지는 건 아니지만.
-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멀티플레이 맵 중에서 Dust Bowl이란 맵이 있다.
- 스팀에 인디게임으로 'Dust Bowl' 이라는 게임이 발매됐다. 레트로 스타일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RPG 게임으로, 핵전쟁 후 황무지가 된 근미래 미국 중서부를 배경으로 한다. 다만 지금은 검색해도 안 나온다. 비슷한 'All Is Dust' 란 게임이 있다.
[1]
'인류가 겪은 대재앙'(The Great Disasters)
[2]
이들 메뚜기떼는 1870년대에 한 군집단의 개체수가 12조 5천억 마리로 추정되며 이 군집단은 199,000평방마일을 덮어 버릴 정도였다. 이는 콜로라도 주 전체 크기의 2배에 달한다. 심지어 선로를 덮은 메뚜기떼가 너무 많아 기차의 차륜이 메뚜기 시체 때문에 미끌거리고 헛돌았고, 철도원과 기관사들은 선로에 모래를 부어 움직여야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굴러다니는 미제 디젤전기기관차도 모래 뿌리는 기계가 달려있다.
EMD제의
EMD GT26인데 한국도 자연지형이 험하다 보니 도유기와 모래살포기가 제 기능을 하는 것.) 이 시기의 경작은 그렇게 위세높던 로키산메뚜기도 불과 한 세대만에 멸종시킬 정도였던 것이다.
[3]
참고로 미국 국립농업연구소는
NASA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예산을 먹는 기관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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