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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0 19:51:28

대모음 추이


역사비교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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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의의3. 역사와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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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모음 추이(, Great vowel shift)는 중세 영어 근대 영어로 이행하면서 수백 년에 걸쳐 모음 변화를 일으킨 언어학적 현상을 말한다. 특히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몇 가지 특징적인 영어의 모음 음운은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2. 의의

대모음 추이는 현대 영어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매우 깊은 표기 심도를 형성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표기와 발음상의 괴리가 너무 심하여, 청자와 화자 사이에 어휘의 철자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을 경우 발음을 듣고 철자를 그대로 전사(transcript)하기 어려우며, 화자가 직접 철자를 불러 주어야 한다. 언어 사용자가 방대하고 라틴어 및 유럽계 제어에서 수입하는 어휘가 많은 영어의 특성상, 자주 쓰이지 않거나 표기가 괴이한 단어는 원어민들조차 제대로 적거나 읽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실 어느 언어나 긴 세월이 흐르면 철자법과 발음의 괴리가 심해진다.[1] 라틴어 같은 사어 로지반 같은 일부 통제되는 인공어를 제외하면 모든 언어는 변화하기 때문에 철자와 실제 발음의 일치도가 얼마든지 변동할 수 있다.[2] 이런 경우 대체로 학자와 관료들이 어문 규범을 제정하고 철자법을 발음에 맞게 크게 개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와 같이 국가적으로 철자법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없었고, 영미법의 불문법주의 풍조상 제도를 통해 관례를 바꾸려는 태도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들의 언어생활에 심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영어 철자 개혁은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철자법이 크게 바뀌지 않은 채 표기 심도를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물론 이런 언어가 영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영어에서 특별히 부각되는 이유는 세계 공용어의 위치에 있는 영어의 특성상 학습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처음 '대모음 추이'라 표현한 학자는 덴마크의 오토 예스페르센(Otto Jespersen, 1860 ~ 1943)이다. 다만, 비교언어학적으로 영어의 사례만 특별히 꼽아 '대(great)'모음 추이라 부를 만한 이유는 없었다. 음운변화는 어느 언어에서나 보고되고( 언어 변화 문서 참조), 영어의 대모음추이가 다른 언어에 비해 지나치게 극적이거나 주목할 만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용어가 정형화된 탓에, 오늘날 근대 영어의 모음 변화를 가리키는 용어는 '대모음 추이'로 굳어졌다.

오늘날 대모음 추이는 영어 학습자들에게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으로, 특히 영어 학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학습자에게 영어 발음(포닉스)의 종류와 구분 등을 이해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영어 발음을 모두 학습했더라도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깊은 표기 심도에 따른 비효율성은 방해가 된다.

3. 역사와 전개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800px-Great_Vowel_Shift.svg.png
영어의 15세기부터 지금까지의 모음 변화표.
영국식 영어 기준으로, 미국식 영어에서는 fox에 해당되는 최종 모음이 /ɒ/가 아닌 /ɑ/고 /oʊ/가 그대로 유지된다.

대모음추이는 15세기에 급격하게 이루어졌는데, 오늘날 이것을 알 수 있는 건 특히 문헌에서 나타나는 철자상의 혼란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는 대략적으로 쓰이는 관습적인 철자는 있었지만 공식 철자법으로 확립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표기가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발음에 변화가 생기니 기존 철자로 쓰는 경우와 새 발음에 맞춰 변형된 표기가 이 시기 문헌에서 공존했다. 물론 이후 인위적으로 확립된 영어 철자법은 바뀐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는 예전의 관행을 따라 정리돼서 표음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후술하겠지만 바뀐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의 메리트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 한몫했다.

한편 이 대격변이 특정 시기에 일어난 건 철자 혼란으로 확인이 되지만, 대체 왜 이런 일이 급격하게 일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헤이스팅스 전투로 인해 프랑스어 어휘가 다량으로 침투되면서 생겨난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 하지만 정작 대모음추이가 일어나기 이전에도 백년전쟁의 종전을 통해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영어가 이미 중세 프랑스어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을 뿐더러 발생시점상으로도 1500년대에 근대 영어가 생성되면서 일어났기에 반론의 여지도 있다. 흑사병이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사람들이 흑사병을 피해서 도망다니게 되면서 다양한 지역의 방언 사용자들 사이에 접촉이 늘어났고 그것이 급격한 어음 변화를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추정이 맞다면 흑사병은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유행했는데 왜 영어에서 다른 언어보다 두드러지게 급격한 모음 추이가 일어났는지 의문이라 역시 확실한 답을 주진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영어뿐만이 아닌 다른 게르만어파 언어들에서도 다른 언어들과 비교해 모음파괴 현상이 심한 경향이 있는데 서구권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그 이유가 게르만어 특유의 강세 때문에 모음이 불안정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게르만어파 언어인 독일어도 영어에 버금가는 모음추이 현상이 있었는데 그 현상이 영어보다도 수백년 일찍 일어났고,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쓸 시점에 이미 모음추이가 끝났기에 철자와 발음이 일치하게 되었지만 영어는 발음이 변하는 도중에 철자법이 확립되는 중이었고 각 지방마다 중세시대에서 이어진 철자법을 지역방언에 맞게 중구난방으로 표기했는데다, 당시 런던은 잉글랜드 전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이스트 미들랜즈·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방언을 기반으로 온갖 지역 방언이 뒤섞인 괴상한 형태의 언어가 통용됐었고 이러한 형태의 영어를 표준으로 정하면서 결국 현대 영어는 철자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one의 발음은 웨식스(잉글랜드 남서부) 방언에서 유래했고, busy의 철자는 원래 철자법이었던 bisy(비지)가 아닌 웨스트 미들랜즈 방언인 busy(뷰지)의 철자법으로 표기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

대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 오늘날 보고 들을 수 있는 영어의 철자와 발음에 대한 법칙은 이 대모음추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에 장모음이었던 음가가 대부분 이중모음으로 바뀌었으며, [eː]와 [oː]는 혀 위치가 높아져서 고모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선지 영어 원어민은 [e]와 [o]를 단독으로 잘 발음하지 못하는 편이다.[4]

대모음추이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대였다. 일단 시작 시점에는 구텐베르크 활자의 도입 및 15세기 윌리엄 캑스턴(William Caxton) 등 인쇄업자들의 활약으로 인쇄술이 발달해서 결과적으로는 철자가 고정되어 버렸고, 당시 영국은 여기저기에 식민지 세우기 시작했었다. 후술한 영어 철자 개혁이 실패한 이유가 이 개혁의 수정안이 어느 한 영어 구사권의 발음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girl은 미국식 발음만을 따지자고 하면 'gurl'로 써야하지만 영국식 발음으론 'gel'에 가깝고, 아일랜드에선 'gull'로 발음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gill'로 발음하는 등,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발음에 맞게 철자를 쓰려면 같은 단어인 girl의 표기가 지역마다 달라질 텐데 그것을 좋은 표기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영어의 철자가 원 발음에서는 좀 멀어지더라도 영어 화자가 'girl'이라는 철자를 보는 순간 단어의 의미를 바로 떠올릴 수 있게 일관된 표기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표기가 단순해질수록 같은 발음을 가진 단어들의 의미 구별이 힘들어지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reign'과 'rain', 'so'와 'sow' 등등. 철자가 다르면 글을 읽을 때 의미 구별이 한눈에 되지만 철자법을 발음에 맞게 개정할 경우 그러한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비꼬는 유머로 EuroEnglish가 있다. 끝에 가서는 이게 영어인지 독일어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 되는 것이 압권. 오래된 유머로 적어도 2000년대에는 이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언어는 끊임없이 꾸준히 변화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에 들어서는 발음이 난해한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일례로 독일어 한국어 사전은 특별히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을 제외한 단어에 음성기호가 병기되지 않은 것도 있고, 스페인어 사전은 아예 음성기호가 병기되지 않은 것도 있다.[5] 발음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 그러나 영어 사전 가운데에서 국제음성기호나 기타 다른 발음 표기가 안 붙은 사전이 없다. 다만 국제음성기호는 영국과 프랑스 정도에서나 잘 사용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일반인 대상 사전에서는 다른 발음 표기법을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ace'는 국제음성기호로 /eɪs/로 적히지만, 미국의 영어사전에서 흔히 쓰는 발음기호로는 /ās/로 적힌다. 그래서 언어학을 배우지 않은 미국 일반인한테 국제음성기호를 보여주면 이게 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또 언어학자라도 미국의 언어학자는 국제음성기호 대신 영어, 독일어, 체코어 등의 실제 철자를 반영한 관행적 표기(이걸 일명 'Americanist phonetic notation'이라 한다)를 대신 쓰는 경우도 많아서 언어학 논문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한다. 국제음성기호 [j]에 해당하는 발음을 미국의 몇몇 언어학자들이 영어 철자처럼 [y]로, 국제음성기호 [ø]를 독일어 철자처럼 [ö]로, 국제음성기호 [t͡ʃ]를 체코어 철자처럼 [č]로 쓰는 게 그 예.

영어 철자 개혁 제안들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왔지만 이 쪽은 극히 일부[6]가 미국식 영어 철자에 조금 영향을 끼친 것밖에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1] 말소리야 한 번 발음하면 사라지므로 녹음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보존하기 어려웠지만, 문자 기록은 세대를 넘어서 보존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철자법을 만들어 놓지 않았어도 대략적인 철자 규칙이 형성되면 발음이 변해도 그것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흔히 '표기의 보수성'이라고 한다. [2] 라틴어는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학술언어나 종교언어로만 남아 신조어도 적게 생기고, 발음의 변화 또한 발생하지 않아 오래 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였다. [3] 이것 역시 영국 영어 기준으로, 미국 영어에서는 [oʊ\]로 발음된다. 사실 20세기 초만 해도 용인발음으로도 [oʊ\]로 발음했는데 이후 발음이 변해 [əʊ\]가 됐다고 한다. 참고로 영어사전에서는 이 음운의 발음을 표기할 때 미국식과 영국식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한 쪽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동일한 기저 음운이 방언에 따라 다른 변이음으로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영어 화자들은 단어 끝에서 [e\] 발음을 하지 못하며, 영어에서 외래어를 받아들일 때 단어 끝의 [e\]는 보통 [eɪ\]로 대체된다. E 문서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할 것. [5] 대표적으로 네이버 스페인어 사전 [6] 노아 웹스터가 제안한 철자 개정안. 웹스터의 개정안도 전부 받아들여진 건 아니다. 기존 철자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별로 안 헷갈릴 만한 몇 가지 사소한 것들만 수용되었다. 그나마 웹스터의 철자 개정안이 극히 일부라도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들이 영국과 구분되길 원하는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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