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기묘한 인연이라는 개념. 주로 무협소설에 씌이며 이것을 거치고 나면 주인공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게 된다.가장 흔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개가 있다.
- 악당에게 쫓긴다.
- 절벽에서 떨어진다.
- 절벽 아래 동굴에 무공 비급/사부/영약이 있다.
-
습득하고 무공이
졸라강해진다.
2. 내용
무협을 대표하는 김용소설의 많은 주인공은 대부분이 기연으로 인해 강해진다.- 김용 소설 속의 기연
동양적 수퍼히어로물로서 무협과 서양적 수퍼히어로물인 마블, dc와 비교해 볼 때, 무협에서는 연공을 중요시하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무협소설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도교적 세계관, 혹은 전통사회의 노인의 지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관념과 관련될 수 있다. 무공 수련은 오랜 시간을 들이는 심신 수행이고, 나이테와 같이 연륜과 함께 끝없이 강해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중 최강자는 나이를 많이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연 정도의 장치가 없으면 결코 초수인 주인공은 고수나 서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주인공이 작중 강자가 되기 위해서 나이를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이는 젊고 아름다운 주인공에게 큰 힘을 주기 위한 장치이다. '주인공의 강함'과 '주인공의 젊음' 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포기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약한 주인공이나 수십년간 무공을 수련한 노인 주인공이라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나,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진다.
즉 기연도 결국 주인공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작품에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주로 나오는 주인공 보정의 한 형태일 뿐이다. 도리어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서 역할하기 위하여 작중 세계의 강자들과 대등한 관계로서 극을 진행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설정이다. 즉 작중 세계의 기존 최강자는 주인공과 대적하여 주인공의 강함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약했던 주인공이 강해진 것에 대한 독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설정이다.
물론 주인공이 강해지지 않고 사기와 템빨로 버텨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쓰는건 무공이 뛰어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기보다 힘들고, 무협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카타르시스라는 측면을 채우기도 힘들기 때문에 자주 쓰이지는 않는편. [1] 주인공이 끝까지 약했던 녹정기의 경우, 주인공에게 물리적인 강함을 주는 대신 관직을 계속 주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되었다. 즉 위소보에게는 소현자 자체가 기연인 것이다.
다만 너무 기연이 지나친 나머지, 과도하게 이것저것 퍼다주어 별 다른 노력과 고생없이 주인공을 최강자로 만들거나 고수들조차도 간단하게 이겨버리는 경우라면 명백히 문제가 된다. 카타르시스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주인공 짱짱맨 사이다패스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홍정훈의 흑랑가인에서는 기연을 심하게 깐다.
묵향처럼 일단 주인공을 환갑까지 수련시키고 환골탈태시키는 수단도 있긴 하나 덕분에 무공만 판지라 생각이 일천하여 60살 넘게 수련한 주제에 하는 짓은 중딩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서사/문학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기연은 우연성의 무협적 적용인데, 이러한 우연성은 흔한 고정관념과 다르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연성이 개입되는 것이 왜 나쁜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성, 개연성이 없는 것이 왜 나쁜가를 설명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2] 특정 장르(이를테면 로맨스)에서는 우연성이 개입되는 것이 더 작품을 살려 주기에 일부러 넣는 경우도 있다.
우연성이 나쁘게 되는 것은[3] 어디까지나 그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그 요소가 소설에 잘 어우러지지 못할 경우에 해당한다. 기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연과 같은 우연적 요소를 대체하여 무협소설 주인공이 강해지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천재성', '엄청난 노력'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것들을 원인으로 설정하는 것도 각자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웹소설 시대 이후에는 회빙환 요소를 이용해서 강해지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기연에 해당한다.[4]
따라서 주인공이 기연을 얻기 전에 기연의 존재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암시를 독자에게 주는 것이 개연성을 깨트리지 않는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이 아티펙트의 존재를 언급하거나, 신비한 경험을 통해 강해진 주변인물을 독자에게 보여준 후, 즉 어떤 신묘한 물건, 인물, 책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세계를 독자에게 적절히 소개하고 인식시키고 나서 주인공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기연을 만나도록 한다면, 적당히 기연을 독자에게 설득할 수 있다.
3. 여담
무협소설의 기연과 비슷한 것은 타 장르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무협처럼 극적으로 등장시키는 빈도는 적지만 말이다. 주인공 보정 참고.주인공의 강함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주연들의 우연한 만남도 작품의 목적을 위해 우연성을 작가가 조작하는 것이므로 서사구조상 기연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다. 로맨스 소설에서 두 주인공의 만남, 연애 상대방은 왠지 모르게 다 미남/미녀라는 것이나,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라는 희대의 영웅들이 게시판 앞에서 갑자기 만나서 순식간에 의형제가 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무협소설공모전에 당선된 '무림매니아'라는 단편에서는 이런 무협에서 흔히 사용되는 설정에 대한 패러디로서 이런 기연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기연을 얻을 만한 절벽을 미리 메우기', '정의의 무림고수들에게 영약을 잔뜩 안겨서 우화등선 시키기', '악의 세력에 부모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어린이들을 달래기 위한 좋은 고아원 설립' 등을 직접 실행하는 악의 무리가 나온다(...). 보러가기
4. 종류
- 영약 : 영약을 얻어 내공을 크게 증진시키거나, 만독불침 등의 특수능력을 획득한다. 아무리 그래도 뭐 하나 먹고 너무 강해지는건 납득이 안 되므로 대개 보조적인 수준으로 쓰인다.
- 비급 : 비급의 형태로 잊혀진 절세의 무공을 얻고, 비급에 적힌 무공을 습득하여 강해지게 된다. 이 방법을 쓰려면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기본적인 무공 수준이 필요하다.
- 스승 : 당대 절세 고수의 마음에 들거나, 은거하고 있던 기인 등 특별한 스승을 만나 지도나 시련을 받고 무공의 수준이 크게 올라간다. 그나마 개연성이 가장 농후한 전개이다.
[1]
게다가 사기와 템빨이라는 설정조차 일종의 기연이 되기 쉽다.
[2]
사실성, 개연성, 심지어 핍진성조차 서사물이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할 수는 없다.
[3]
정확하게 말하면, 독자들의 다수파의 취향에 어긋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4]
회빙환을 하는 원인이 우연에 의존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