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의 경지 | |
<colbgcolor=black><colcolor=white> 경지 | 삼류 → 이류 → 일류 → 절정 → 초절정 → 화경 → 현경 → 생사경 |
검도 | 검기 → 검사 → 검강/ 신검합일 → 검환 → 이기어검술 → 무형검/ 심검 |
관련 문서 | 무협 용어 틀/ 분류 · 무림의 세력 · 무공 |
1. 개요
萬 | 毒 | 不 | 侵 |
만 만 | 독 독 | 아닐 불 | 침노할 침 |
무협소설의 용어로 독극물에 해를 입지 않는 경지, 혹은 그러한 신체를 뜻한다.
2. 무협물에서
그대로 직역하면 '만 가지 독'에 면역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원래 이런 표현에서 사용하는 ‘ 만’은 단순한 숫자 10,000이 아니라 ‘많은’ 혹은 ’모든‘을 뜻하므로 정확히는 ‘모든 독이 침범하지 못한다‘ 쪽에 가깝다.신무협 류에서는 ‘백독불침‘, ’천독불침‘, ’만독불침‘ 같이 더 세세하게 경지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위의 만과 같이 백, 천 또한 동일한 용례로 사용되므로 원래는 같은 경지를 뜻해야 하지만, 가상의 개념에서 비롯된 피상적인 단계를 직관적으로 나누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며 가끔 작가가 한자에 일천하여 이러한 표현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어째됐든 이런 용례에서는 백 - 천 - 만 수준으로 갈 수록 더 많은 독에 면역이 된다거나, 혹은 더 적은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무협물 자체가 원래 없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작품별로 강함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독을 먹어도 배탈이 나거나 하는 식으로 컨디션이 나빠지는 수준으로 묘사하는 것도 있는 반면, 독을 페트병 단위로 마시거나 독으로 목욕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무적의 신체로 묘사하는 경우도 많다.
면역인 독의 종류에 대해서도 작품별로 취급하는 부류가 다른데, 몸에 미치는 모든 해악을 무효화해 버리는 일종의 금강불괴처럼 묘사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평범한 독에는 당하지 않지만 무형지독 같은 최상위 독에는 해를 입는다거나 하는 묘사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술, 몽혼약, 춘약(미약, 최음제), 산공독(散功毒. 내공을 흩뜨려버리는 약물) 같은 독에는 중독된다는 묘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쯤 되면 대체 어디가 만독불침이라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술(음식)의 섭취(식욕)와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독이 아니고, 산공독은 다른 곳에는 타격이 없지만 내공만 흩어버릴 용도로 만들어진 대 무림인 용 독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작가가 원하는 편의주의적인 전개를 넣기 위해서임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절세의 무공을 가진 노고수라도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쉽게 당한다는 식이다. 이 중독(?)의 피해자가 주인공이라면, 어디선가 나타난 은거기인이나 절세고수가 도움을 주어 힘을 회복하거나 혹은 공청석유 등의 기연을 얻어 내공을 회복한다는 식의 전개가 일종의 클리셰이다.
개나소나 만독불침이라면 작품 내 파워밸런스가 망가지기 쉬우므로 원래는 전설적인 경지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것도 작가마다 달라서 그냥 천 년 묵은 독사나 두꺼비 등의 영물이 가진 내단을 먹으면 즉시 만독불침이 되는 등 일종의 날먹이 가능하다고 서술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주인공 보정을 해주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 나아가서는 환골탈태나 금강불괴를 껴주기도 하며 아예 독을 먹으면 되려 강해진다는 만독해(萬毒解) 같은 설정을 붙이기도 한다.
후술하듯 현실에서는 약과 독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에,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은 독도 듣지 않지만 동시에 약도 제대로 듣지 않는 식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외부의 기운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식으로 취급되어 무협소설에는 흔히 나오는 금창약 하나도 제대로 듣지 않아 작은 상처가 목숨을 위협한다든가 혹은 남이 내공을 전해줘도 받지 못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서술되기도 한다.
번외편으로 한서불침(寒暑不侵)이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덥든 춥든 신경쓰지 않는 경지. 온혈동물의 경지를 넘어서 그 어떤 기온에서도 체온이 고정되거나, 드래곤 라자의 엘프처럼 그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해서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거나 하는 등의 메커니즘이라는 듯하다.
3. 현실
픽션에서 재미를 위해 내놓은 설정일 뿐이라 현실성을 따지는게 무의미하고, 독극물에 광범위한 내성을 얻는 것은 과학적으로 따져볼 때에도 당연히 성립이 불가능하다. 다만 일부 독성 물질에 대해 제한적인 내성을 기르는 것 자체는 가능하며 위험하지만 실제로 시도한 사례들도 있다.일단 뭉뚱그려 독이라고 통칭하는 물질들의 종류부터가 천차만별이다.
- 생물독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독 중 하나인 테트로도톡신은 체내 나트륨 대사를 차단하여 근육의 움직임을 정지시켜 결국 호흡 곤란으로 죽게 하는 독이다.
- 개에게 매우 위험한 포도처럼, 다른 동물들에게는 별 위협이 되지 않으나 특정 대사나 기전 때문에 극독으로 작용하는 종류도 있다.
- 흔히 광물독이라고 칭해지는 독들은 카드뮴, 납, 수은 같이 우리 몸에 한 번 쌓이면 대사되지 않아 독으로 작용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을 흡수하면 급성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중금속들이다.
- 불산 같이 약산성이라도 신체에 치명적인 물질도 있으며, 왕수(화학)이나 마법산 같이 강염기나 강산성을 띄고 있어 신체를 아예 녹여버리는 물질들도 당연히 독이다.
- 방사능 홍차에 쓰였다던 폴로늄 같은 방사성 물질은 체내에서 고에너지를 방사하며 DNA 구조를 붕괴시켜 사람을 죽인다.[1]
사실 만독은 커녕 몇 가지의 독에라도 완벽한 내성을 기르는 것 조차도 불가능하다. 반수치사량이라는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특정 화합물에 독성이 있는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화합물이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소도 많이 마시면 호흡 과다로 사망할 수 있으며, 고농도 산소는 독가스나 다름이 없다.[2]마찬가지로 인간 생명에 필수적인 물도 단숨에 5L 정도를 들이키면 체액의 농도가 과도하게 낮아져 쇼크가 오고 끝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약물학의 아버지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독과 약을 결정하는 건 결국 얼마나 많이 먹느냐의 문제이다. 바꿔 말하면 일견 아주 무해해보이는 물질이라도, 일정 정도를 넘으면 무조건 독성을 나타낸단 뜻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사람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영양소도 그 양이 과해지면 몸을 무너뜨린다.
개개인마다 독에 대한 내성이 크게 다른데, 그 이유는 외래 물질(xenobiotics)을 대사, 해독하는 유전적인 능력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 이 대사능력이 엄청나게 좋거나 혹은 이를 계발할 수 있다면 ‘이론상’으로는 몇 가지의 독들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약도 계속 먹다보면 내성이 생겨 잘 안 듣듯이, 독도 계속 먹다보면 어느 정도는 내성이 길러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티브 러드윈이라는 사람이 뱀의 독을 자신에게 주사해 항체를 길렀다고 한다. # 뱀독에 대한 35가지 항체가 있다고.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례가 전해지기는 한다. 예를 들어 로마의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패한 폰토스 국왕 미트리다테스 6세의 관련 야사로는 그가 독에 의한 암살을 두려워한 나머지 매일 비소와 같은 독을 조금씩 먹어서 내성을 길렀다고 한다. 그런데 반란으로 곱게 죽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대량의 독을 먹었는데 정말로 내성이 생긴것인지 치사량 이상의 비소를 먹었음에도 멀쩡했다고 한다. 결국 내성은 내성대로 쌓았지만 정작 반란군의 칼에 맞아 죽는(...) 아이러니한 최후를 맞이했다. 또한 독을 버텼다고 주장하는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나 마이클 맬로이 같은 사례가 있긴 하나[3]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혹시나 이런 방법으로 설령 내성을 기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섭취한 특정 물질에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내성을 기르는 것도 광의의 독이 아닌 알코올 같이 신체 내부에서 독성을 나타내나 대사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이나 소수의 무기물에서만 가능하며, 우리가 독이라고 칭하는 광의의 범위에서는 대부분 물리적 혹은 화학적으로 인간이 유의미한 수준의 내성을 기르는 게 불가능하다. 늘어난다고 해봐야 버틸 수 있는 양이 조금 늘어날 뿐이지, 아예 해당 물질에 대한 면역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특히 당장 위에서 언급된 강염기/산성 물질이나 방사능을 내뿜는 여러 물질들은 인간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내성을 기를 수 없으므로 혹여라도 절대로 시도하지 말자. 또한 흔히 광물독이라고 부르는 중금속들은 체내에 축적된 양이 중요하므로,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 먹는 행위 자체가 하등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자살하는 것에 더 가깝다.
결국 독이라는 것도 인체가 해당 물질과 물리/화학적으로 반응할 때 생기는 현상을 분류한 것이기 때문에, 바꿔말하면 만독불침은 이 세상 그 어떤 물질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인간이 호흡하고, 먹고 마시고 하는 모든 생체 활동이 결국 외부와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다시 말하면 그 어떠한 생명 활동도 하지 않으면 만독불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약과 독이 ‘인간의 건강(생존)에 이롭냐/아니냐’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기에 이미 죽어있는 사람이라면 독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앞서 언급됐듯 무협지에서 나오는 가상의 개념이라 해결책도 그 물질에 담긴 ‘기운’, 즉 독성을 내공으로 녹여낸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서 말했듯 인간 몸에 안 좋으면 다 독이라고 하는거라 ‘독기’라는 것 자체도 존재할 수 없는 가상의 개념이지만, 어차피 내공 또한 가상의 개념이다.
그 외에도 일부 동물종들은 자신이 먹는 특정 먹이에 함유된 특정 독성 물질에 면역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가령 독충들을 먹고 독성을 키우는 독화살개구리라든지. 물론 이 생물들이 조금씩 독을 먹어 독 내성을 후천적으로 기른 것이라거나 하는건 아니고, 그냥 진화 과정에서 해당 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생체 기전을 갖게 된 생물들이 그 독을 가진 먹이를 먹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디까지나 독이 쌓이는 것은 그 부산물일 뿐이다. 당장 복어 같은 경우에도 스스로 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축적되어 있는 미세한 테트로도톡신을 축적시켜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와 차단된 양식장에서 통제된 먹이만 먹여 키우면 독성이 없거나 매우 적다.[4]
참고로 판타지에서도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네레바린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간간이 취급된다.
4. 관련 문서
[1]
이 쪽 내성들은 보통
수화불침이라고 설명하기는 하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같은 것인데다가 이 쪽도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이므로 별 의미는 없다.
[2]
본디 모든 생명체에게 산소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호흡하는 생물들이 나타나면서 산소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3]
특히 라스푸틴 쪽은 애초에 독 보관을 잘못해서 변질되어 독성이 많이 감소했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4]
이론상으로는 없어야 하지만 외부에서 혼입되는 미생물들 때문에 양식 복어도 독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독이 있는지 없는지는 외관으로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 요리사들은 무조건 독이 있는 복어라고 가정하고 복어를 취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