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로토락스

게로토락스 Gerrothorax

학명	*Gerrothorax pulcherrimus* Nilsson, 1934
분류
<colbgcolor=#FC6> 계	동물계^Animalia
문	척삭동물문^Chordata
강	양서강^Amphibia
목	†분추목^{Temnospondyli}
상과	†플라기오사우루스상과^{Plagiosauroidea}
과	†플라기오사우루스과^{Plagiosauridae}
속	†게로토락스속^Gerrothorax
종
†게로토락스 풀케르리무스(G. pulcherrimus)^모식종

복원도

1. 개요2. 상세3. 등장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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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 유럽과 그린란드에 서식한 분추목 양서류의 일종. 속명은 과거 페르시아 보병들의 주요 방어구 중 하나로 고리버들로 짠 뼈대 위에 무두질한 쇠가죽을 덮어 만들어서 가벼우면서도 튼튼했다는 직사각형의 방패를 지칭하는 그리스어 '게론(γέρρον, gerron)'과 가슴 또는 흉갑을 뜻하는 '토락스(θώραξ, thorax)'를 합친 '튼튼한 가슴'이라는 뜻으로, 이 녀석 특유의 흉곽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붙여진 것이다.

2. 상세

페름기 무렵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먼 친척뻘 양서류인 디플로카울루스처럼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하게 두개골 좌우 측면이 각각의 방향을 향해 뻗어나가면서 전체적으로 반원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는 넓적한 두개골이 특징인 이 녀석의 화석 표본 중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고생물학자 에버하르트 프라스(Eberhard Fraas)는 이 화석 표본이 플라기오스테르눔(Plagiosternum)이라는 다른 플라기오사우루스류 양서류의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1913년에 플라기오스테르눔속의 풀케리뭄종(P. pulcherrimum)이라는 신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종의 모식표본으로 동정하였다. 정작 게로토락스라는 속명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이후 스웨덴 스코네 주의 회가네스층(Höganäs Formation)에서 발굴된 화석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라이티쿠스종(G. rhaeticus)이라는 종명과 함께 학계에 선보인 1934년의 일이었다.

그 뒤 한동안 게로토락스속의 모식종은 라이티쿠스종이었으며 2003년에는 과거 플라기오사우루스(Plagiosaurus)속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던 프랑코니쿠스종(P. franconicus)이 게로토락스속으로 옮겨가는 등[1] 한때 산하에 여러 종을 거느리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에 그간 서로 다른 속 또는 종으로 여겨졌던 여러 플라기오사우루스류 양서류들의 화석 표본들이 사실은 다양한 성장 단계에 있던 동종 개체들이었다는 논문이 발표됨에 따라 전반적인 계통분류학적 재동정이 이루어지면서 게로토락스속은 그야말로 대격변을 겪게 되었다. 과거 플라기오스테르눔속의 풀케리뭄종이 게로토락스속의 풀케리무스종(G. pulcherrimus)으로 수정되었고, 별도의 속 산하에 있던 몇몇 플라기오사우루스류 양서류들은 물론 기존에 게로토락스속을 구성하던 종들까지 전부 풀케리무스종의 동물이명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두개골의 좌우 폭이 최대 34cm 정도에 전체 몸길이는 1m 정도 되었던 이 녀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체형이 매우 납작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학자들은 이러한 외형이 이 녀석이 살아있었을 당시 주로 강이나 호수 등지의 밑바닥에 파고들어서 먹잇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급습해 잡아먹는 방식으로 사냥했음을 보여주는 해부학적 증거라고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녀석의 두개골 화석을 살펴보면 수면 아래나 깊은 물 속 진흙뻘 속에 몸을 숨긴 채로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머리 위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크고 둥근 안와가 나 있다는 점이나,[2] 두개골과 경추가 맞물리는 구조를 분석한 결과 윗턱 및 두개골을 위로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대략 50도 가량 입을 벌릴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아랫턱을 내리는 방식으로 입을 벌리느라 땅바닥에 아랫턱을 마찰시킬 필요가 없었으리라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좌) 2011년 이전의 통념에 따라 제작된 복원도. 아가미가 외부로 돌출된 생김새로 묘사되었다.	우) 2011년 이후의 새로운 학설에 따라 제작된 복원도. 아가미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형태로 수정되었다.

다만 몇 가지 아직도 베일에 싸인 부분이 남아있는데, 우선 외형의 경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 녀석의 아가미가 어떤 생김새였냐는 문제다. 이는 일부 화석 표본에서 두개골 바로 뒤 목 근처에서 아가미 활을 구성하는 각새골과 하새골의 흔적이 좌우 3쌍 가량 보존되었기 때문으로, 이를 근거로 한동안 이 녀석은 현생 아홀로틀이나 올름 등과 마찬가지로 마치 털이 달린 것 같은 아가미가 외부로 돌출된 상태를 유지한 채 성체가 되는 유형성숙의 사례 중 하나라고 추정되었다. 피부로도 호흡을 하는 양서류가 이 정도 크기의 몸집을 유지하면서 최소한 외피의 절반 이상을 진흙뻘 속에 파묻은 채로 버티는 습성을 가지려면 외부로 돌출된 아가미가 훨씬 효율적일 가능성이 있고, 마침 이 녀석의 전체적인 체형이 저서성 생활에 적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애의 거의 대부분을 물 속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아 아가미가 밖으로 나와있어도 별반 무리가 없었으리라는 점은 이러한 추측에 설득력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2011년 게로토락스를 비롯해 아가미를 갖고 있었음이 화석 자료를 통해 증명된 여러 멸종 양서류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각새골의 형태가 현생 양서류들과는 달리 홈이 파여 있는 어류의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이들의 아가미가 현생 양서류들에게서 확인되는 외부로 돌출된 형태가 아니라 어류와 마찬가지로 몸 안에 내장된 형태였으리라는 연구가 제출되었다. 더욱이 이 녀석 정도 크기의 생물이 호흡이라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관을 외부로 노출한 상태일 경우 주변 환경의 변화나 천적의 공격 등에 매우 취약해진다는 점도 보충 근거로 제기되었다. 이 때문에 2019년 현 시점에서 게로토락스의 복원도를 찾아보면 기존 관점에 따른 것들과 새로운 학설에 따른 것들이 혼재되어있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냥 방법이 어떠했는가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현생 악어거북과 비슷하게 윗턱을 들어올린 채로 입 안의 연조직을 일종의 미끼처럼 이용해 먹잇감이 입 속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한 뒤 빠르게 윗턱을 닫아버리는 방식을 썼다거나, 몇몇 어류들이 윗턱과 아랫턱을 빠르게 여는 동시에 입 속으로 들어오는 물은 아가미를 통해 급속도로 방출하는 방식으로 먹잇감을 빨아들여 잡아먹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으리라는 추측 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전자는 이를 입증할 만한 화석상의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며, 후자의 경우 이 녀석은 구개방형골과 뇌실이 단단히 경직된 형태라 이렇게 먹이를 빨아들이는 방식을 활용하는 생물들에게서 발견되는 두개골 운동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확실히 뭐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일단 분명한 것은 둥그스름한 주둥이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입천장에도 뾰족한 이빨이 돋아있어 먹잇감이 쉽사리 도망치지 못하게 생겼다는 점으로 미루어보건대 작은 물고기 등의 미끌거리는 외피를 가진 수중생물을 주로 먹고 살았으리라는 점 정도다.

3. 등장 매체

일본 만화 에덴의 우리에서 칸네메예리아, 리스트로사우루스 등과 함께 출연한 고생물 중 하나로, 새끼 도롱뇽을 연상시키는 외부로 드러난 아가미와 커다랗고 둥글넓적한 눈을 가진 전통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1] 다만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플라기오사우루스와 게로토락스는 서로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 이 둘의 골격을 서로 비교해본 연구에 따르면 후자의 두개골 안쪽에서 상측두골과 후전두골이 결합하는 형태가 확인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하니 말 다한 셈. [2] 바로 이 안와 형태 때문에 이 복원도나 이 복원도처럼 굉장히 커다란 원형의 넓적한 안구를 가진 생물로 묘사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망막과 수정체 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짧아져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2014년 이 녀석의 근연속인 메갈로프탈마(Megalophthalma)를 학계에 소개한 연구자들이 게로토락스를 비롯한 여러 플라기오사우루스류 양서류들이 그간 일반적으로 묘사되던 것과는 달리 여타 현생 양서류들과 비슷한 형태의 안구를 가졌을 것이며, 그 크기는 안와에 비해 훨씬 작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