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botomy Corporation/모드/환상체/TETH 등급

(직원이 머뭇거리며 내면의 얼굴 쪽으로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T-04-620. 오늘도 면담하러 왔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할 거구요, 저번 보다는 질문이 적을 거예요.
금방 마무리 될 거라 생각해요."
"돌아와주셔서 기뻐요. 대화를 가질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거든요. 그리고 당신은 저번보다 덜 긴장하시는 거 같군요.
그래서 정말 기뻐요. 제 외관 때문에 사람들이 절 다소 잔인하게 대하거든요.
그럼에도, 전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고 싶어요. 음, 그럼, 이번엔 어떤 질문을 하실 건가요?"
"여기에 오시기 전까지의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전생에 대한 기억이라던가 말이죠."
(내면는 눈을 지긋이 감았고, 깊게 생각했다. 몇 분 후, 눈을 다시 떴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몇몇 희미한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다만 명료하지는 않아요."
"희미하더라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게 무엇이든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이 보고서를 빈 칸으로 제출하고 싶진 않아서요."
"…제가 기억하는 건…, 제 주변에 사람들이 있고…, 아마 정장을 입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실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어떤 실험이었죠?"
"흠…, 당시 진행 중이던 실험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건 아니었을 거예요.
제 생각엔…, 일반적인 실험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억 속에선…, 어느 축축한 곳에 있었어요.”
“어…, 축축한 곳이요?”
“아마 터널이었을 거예요. 비좁지만, 깊이가 끝이 없었어요. 아마도…, 아마도 제가 거기에 갇혔었나 봐요? 사람들이 저를 끄집어내려 했어요.”
(내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당신을 끄집어냈다고요?”
“네, 그 사람들이 저를 그 터널에 집어넣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 애초에 사람이 맞나 잘 모르겠어요.
분명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저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그들은…, 그들은…, 뭔갈 했어요…. 그들의 특이점을 이용해서…."
(격리실엔 침묵이 흘렀다. #### 직원은 내면의 대답을 듣고 메모를 했다.)
"...죄송해요. 다른 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요.
기억이 날 것만 같았는데…, 잘 안 되네요."
"괜찮아요. 저번의 메모를 봤거든요. ‘잊는 것도 좋을 때가 있다.’ 라고 적혀있네요.
그렇게 나쁜 조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 작업 시간이 거의 끝나가네요.
아직 질문을 덜 했는데…. 뭐,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얘기해서 즐거웠어요. 상사 분들이랑 문제 생기지 마시고, 안부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