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8-06 13:09:56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집트/팀별 리뷰

1. 조별 라운드 탈락

1.1. 탄자니아

세네갈과의 첫 경기야 그렇다 칠 수 있었지만, 케냐와의 경기에서의 역전패가 결정적인 원인이 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24개국 중 가장 먼저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일단 전반 6분 만에 선취골로 앞서 나갔다. 그러다가 39분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불과 1분 만에 다시 골을 터뜨리며 다시 앞서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내주며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앞선 경기에서 자신을 이겼던 세네갈마저 알제리에게 패했기 때문에 탄자니아는 마지막 알제리 전을 이기고 승점 3점이 되어도 탈락하는 이번 대회에 나온 24개국 중 유일하게 단 두 경기 만에 탈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1].

1.2. 부룬디

이번 대회가 첫 네이션스컵 출전인 부룬디는 예선을 2승 4무, 즉 무패로 마치며 조 2위로 본선에 올랐다. 부룬디 때문에 현 아프리카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뛰는 가봉이 이번 대회에 나오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부룬디 팬들은 많은 관심을 보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룬디는 예선과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본선에 등장했다. 조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고 평가받은 나이지리아에게 0-1로 패할 때만 하더라도 졌잘싸라는 말을 들을 만했지만, 곧이은 마다가스카르 전에서도 0-1로 패하며 16강 직행이 딱 두 경기 만에 무산되었다. 최종전에서 기니를 반드시 이겨야 3위라도 갈 수 있는 부룬디였지만,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도 0-2로 패하며 3전 전패, 그것도 무득점 4실점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예선에서 보여준 상대의 진을 빼놓는 전술은 본선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골을 터뜨리는 역할을 맡은 사이도 베라히노는 끝내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면서 본의 아니게 자국의 광탈에 일조한 격이 되고 말았다.

1.3. 짐바브웨

짐바브웨는 A조 최하위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력의 차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집트와의 개막전에서 패배했지만, 우간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조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콩고 민주 공화국에게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최하위로 광탈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2].

그러나 그 경기에서 무려 0-4로 대패하며 짐바브웨의 16강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전 두 경기에서 무득점 2연패를 달리던 콩고 민주 공화국에게 경기 시작 4분 만에 골키퍼의 캐칭 미스로 선취골을 내주고 말았고, 결국 90분 내내 저항 한 번 못해보고 3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사실 짐바브웨와 콩고 민주 공화국은 이번 네이션스컵 예선에서도 같은 조였던 사이였다. 그 때는 짐바브웨가 1승 1무를 가져갔지만, 본선에서는 콩고 민주 공화국이 예선에서의 빚을 완전히 갚으며 3위로 올라섰다.

1.4. 나미비아

나미비아는 이번 대회 조 편성부터 제대로 꼬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코트디부아르 축구 국가대표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축구 국가대표팀 모두 FIFA 월드컵 경험도 있는 아프리카 강국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미비아로써는 전패만 피하더라도 성공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지만, 결국은 전패를 피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모로코를 상대로 90분 내내 잘 싸우고도 경기 막판 자책골로 패한 게 컸다. 무승부라도 할 수 있었던 경기에서 패하자 나미비아는 멘탈이 나가버렸고, 다음 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하며 전패로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5. 기니비사우

기니비사우는 지난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가봉에서 처음으로 네이션스컵에 나왔던, 사실상 첫 진출국들과 다를 게 없는 나라였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 부족이 결국 이번 대회마저 망치고 말았다.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메룬에게 0-2로 졌고, 마지막 경기 역시 가나에게 0-2로 패했다. 상대들이 하나같이 너무 강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기니비사우와 다르게 베냉은 그들을 상대로 끝내 무승부라도 따냈다. 이것이 결국 베냉과 기니비사우의 순위를 갈랐다.

1.6. 케냐

케냐 역시 같은 조에 세네갈과 알제리라는 강국이 둘이나 있었기에, 어려운 조에 배정된 건 사실이었다. 첫 경기에서 알제리에게 0-2로 패하며 이번에도 조별 라운드 통과에 실패하는 듯 했다. 그러나 탄자니아와의 2차전에서 마침내 3-2 역전승을 가져가며 탄자니아를 4위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최소 3위는 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상황의 케냐였지만, 끝내 마지막 경기에서 세네갈에게 0-3으로 대패하면서 16강 진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다른 조 3위들과 승점을 경쟁했을 때 결국 득실차로 순위가 갈리고 말았다. 앞선 다섯 번의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3위까지 16강에 오를 수 있었는데도 결국 득실차 관리에 실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1.7. 앙골라

앙골라는 E조의 4번 시드였다. 즉, 가장 약체였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앞 두 경기만큼은 제법 잘 치러냈다. 첫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이기도 한 튀니지를 상대로 무를 캤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모리타니를 상대로도 무를 캤다. 물론 모리타니는 이길 만한 나라이기는 했지만, 최하위 기준에서는 결과적으로 패하지 않았다는 데에 의의를 둘만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결국 말리에게 0-1로 패하며 승점 2점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어찌어찌 모리타니를 4위로 밀어내고 3위에 오른 건 좋았지만, 이미 3위간 승점 경쟁에서 케냐가 승점 3점을 가지고도 탈락한 와중에 2점이라는 승점은 경쟁 자체가 되지 못했다.

1.8. 모리타니

모리타니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처음으로 나섰지만, 첫 경기부터 말리에게 1-4로 패하며 대회에 나선 것만으로 의의를 둬야 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1승이라도 따냈어야 했지만, 모두 무승부에 그치며 2무 1패, 앙골라에게 득실차까지 밀리며 결국 조 최하위로 탈락하고 말았다.

2. 16강 진출

2.1. 모로코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는 이집트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유벤투스 출신이자 주전 수비수인 메드히 베나티아, 아약스의 주전 공격수 하킴 지예흐, 도르트문트의 수비수 아슈라프 하키미 등 해외파 스타들이 즐비했기에 우승을 기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로코는 베냉과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패하며 16강에서 짐을 싸고 말았다. 후반 8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모이즈 아딜레후에게 선취골을 빼앗기며 무실점 기록이 깨진 모로코는 그 뒤로 수많은 슈팅을 가져가고 난 덕에 유세프 엔네시리가 동점골을 터뜨리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모로코는 페널티 킥을 얻어내지만, 에이스 하킴 지예흐가 골 포스트를 때리며 경기를 끝내는데 실패하고 만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연장전에서도 모로코는 한 명이 덜 뛰는 베냉을 거의 두드려 패다시피 했지만 결정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연장전에서도 골을 못 터뜨린 두 나라는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고, 베냉의 선축으로 승부차기가 시작되었다. 두 나라 모두 첫 번째 키커가 성공한 가운데, 베냉은 두 번째 키커까지 성공하며 선축의 유리함을 내주지 않았다. 반면, 모로코는 두 번째 키커였던 소피앙 부팔이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고, 세 번째 키커였던 동점골의 주인공 엔네시리 역시 골키퍼에게 읽히며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베냉의 네 번째 키커가 성공시키면서 네 명 모두 성공한 베냉이 8강에 오르게 되었다.

사실 이번 대회 모로코는 우승 후보라는 타이틀과 달리 그리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죽음의 조를 무실점 전승으로 뚫었다지만 모두 1-0 승리였고, 아니 이건 우리 2015 AFC 아시안컵 호주 2019 AFC 아시안컵 아랍 에미리트에서 2연속 보여준 메타였는데... 그 중 코트디부아르 전을 빼면 모두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극장골 또는 상대의 자책골 덕이었다. 골 결정력이 너무도 끔찍했던 탓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부분은 이번 16강을 통해 터지고 만 것이다. 지예흐의 페널티 킥까지 총 네 번의 페널티 킥을 차고도 한 골 밖에 넣지 못했으니 말 다 했다.

2.2. 우간다

우간다는 한 수 위 콩고 민주 공화국을 상대로 한 첫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41년 만의 네이션스컵 승리에 성공했고, 이 덕에 최종적으로 A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16강에서는 하필 사디오 마네의 세네갈을 만나 마네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탈락했지만, 세네갈을 상대로 슈팅 개수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등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간다의 이번 네이션스컵은 41년 만에 조별 라운드를 뚫은 것만으로도 나름 성공이었다.

2.3. 카메룬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는 월드컵 징크스 중 가장 유명한 징크스인데, 이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유행하는 징크스이다. 2010년 우승국 이집트가 2012년에 예선 탈락한 것을 시작으로, 네 나라가 조별 라운드도 뚫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러나 24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부터는 3위도 16강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이 정말 막장이 아닌 이상 16강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고, 실제로 카메룬은 무패로 16강에 가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역시 오래 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하필이면 우승 후보 나이지리아였다. 카메룬은 조별 라운드에서 가나에게 다득점에서 밀려 2위가 되었는데, 나이지리아 역시 마다가스카르에게 밀려 2위가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 카메룬은 선취골을 나이지리아에 내주고도 역전에 성공한 채로 후반에 돌입했지만, 끝내 오디온 이갈로 알렉스 이워비의 두 방에 패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 일찍 대회를 마감하고 말았다. 요컨대 조별 라운드도 뚫지 못한다는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는 뚫었지만 뚫자마자 바로 탈락하고 만 카메룬이었다.

2.4. 이집트

지난 대회만 해도 준우승까지 차지했고,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예선마저도 뚫고 28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 게다가 모하메드 살라라는 월드클래스 선수까지 등장하는 등 최근 이집트의 축구계는 매우 뜨거웠다. 이 열기에 이번 대회는 호스트 자격까지 더해졌고[3], 조별 라운드 역시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우승 후보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7만 4천명에 이르는 평균 관중이 올 정도로 이집트에서 관심도 엄청났다.

16강 상대는 죽음의 D조에서 3위로 간신히 올라온 남아공. 이집트는 남아공을 상대로 점유율, 패스 성공률, 슈팅 수 등에서 압도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지만, 이상하리만치 골이 조별 라운드처럼 쉽사리 터지지 않았다. 물론 남아공이 마냥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 내용만큼은 이집트가 뭔가 하나를 해 줄 법 했다. 그러던 후반 40분, 남아공의 선취골이 경기 막판에 터지며 경기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몇몇 남아공 팬들만이 부부젤라를 불며 기뻐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이집트의 붉은 물결은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 차가워졌다.

이집트는 남은 시간 동안 다시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경기를 가져오려 했지만, 결국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다. 남아공 역시 아프리카에서는 나름대로 강국 중 하나라고 봐도 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3위 순위 경쟁 끝에 턱걸이로 16강에 올라온 팀이자 이집트 본인들보다는 몇 수 정도는 아래인 그들에게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패배한 건 너무도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이래서 축구라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스포츠이자, 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했다.

모하메드 살라는 경기 끝나고 눈물을 흘렸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경기 끝나고 이집트 국대 감독 취임 1년도 안 돼 해임됐다.

2.5. 콩고 민주 공화국

아주 오래 전인데다 결과도 끔찍했지만 월드컵에 진출했던 적도 있어 아프리카 내에서 나름 통뼈로 통하는 콩고 민주 공화국이지만, 이제는 그런 위상도 많이 사라졌다. 첫 경기부터 우간다에게 0-2로 패했고, 이집트에게도 0-2로 패하며 2연패로 까딱하면 16강에도 오르지 못할 뻔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짐바브웨를 4-0으로 도륙내며 간신히 16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16강에서는 나이지리아를 밀어내고 B조 1위로 올라온 돌풍의 마다가스카르를 만났다. 마다가스카르에게 선취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치던 콩고 민주 공화국은 경기 막판 샹셀 음벰바의 동점골로 겨우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승부차기에서도 두 선수가 실축을 하며 결국 16강에서 짐을 싸고 말았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던 콩고 민주 공화국이,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 네이션스컵에 나선 마다가스카르의 8강 돌풍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6. 기니

나비 케이타야 말할 것도 없고, 이브라히마 시세 아마두 디아와라 등 나름 건강한 중원을 가지고 있는데다, 예선에서는 코트디부아르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본선에 오른 기니였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나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도리어 다른 돌풍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첫 경기에서는 마다가스카르를 만나 2-2 무승부를 따내는데 그쳤고, 나이지리아전에서는 0-1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를 이긴 덕에 16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16강에서는 알제리에게 0-3으로 대패하며 기니는 조금의 존재감도 없이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나이지리아 등 강국을 상대로도 용맹히 싸울 줄 알았던 기니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기니는 강국을 상대로 한없이 약했고, 약한 나라에게도 한없이 끙끙대기만 하면서 시종일관 기대에 못 미쳤다.

한편, 나비 케이타의 기니마저 탈락하며 리버풀 FC의 아프리카 4인방인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 나비 케이타, 조엘 마티프사디오 마네만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2.7. 말리

첫 경기에서 모리타니를 4-1로 도륙낼 때만 하더라도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준 말리였다. 다음 경기에서도 튀니지랑 무를 캐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앙골라까지 때려잡으며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서 이번 대회만큼은 제대로 복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16강 상대는 코트디부아르였다. 예전 같지 않은 코트디부아르였던 탓에 말리는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모두 앞서며 코트디부아르를 위협했지만, 한 골을 넣지 못해 앞서나가지 못했다. 그러던 후반 31분, 두드려 맞기만 하던 코트디부아르가 윌프리드 자하의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조별 라운드를 호기롭게 통과했지만, 16강에 오르자마자 나가 떨어지며 결국 이번 대회의 결말도 용두사미가 되면서 다른 대회들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어졌다.

2.8. 가나

디펜딩 챔피언 카메룬과 함께 한 조별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강국 특유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16강 상대가 만만치 않은 튀니지이기는 했지만, 튀니지 역시 조별 라운드조차 쉽지 않게 뚫었기 때문에 가나 입장에서는 해볼만 한 경기였다. 그러나 늦은 시간 선취골을 내주고 말았고, 경기 막판 상대의 자책골로 겨우겨우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자,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가나의 마지막 승부차기 승리는 198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리비아전이었다. 그 뒤로도 네이션스컵에서만 3번, 월드컵에서도 1번 승부차기를 했지만 전패했다. 승부차기라면 아픈 기억만 가득한 가나였는데, 이번 대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3번 키커 칼렙 에쿠반이 찬 공이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고, 튀니지는 다섯 명의 키커들이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이번에도 4-5로 패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튀니지의 두 배 가까운 슈팅을 날리고도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면서 이번에도 승부차기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한 가나였다.

3. 8강 진출

3.1. 베냉

베냉은 조별 라운드를 3무, 3위로 뚫었다. 카메룬, 가나 등이 상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대단한 경기력이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16강부터 결승까지 다 승부차기로 이길 게 아니라면 승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그럼에도 베냉은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 후보 모로코를 탈락시키며 8강까지 오르고야 말았다. 비록 8강에서는 세네갈에게 0-1로 패해 탈락하고 말았지만, 단 하나의 승리도 없이 8강까지 오르면서 무재배만으로도 아프리카를 놀라게 한 베냉이었다.

3.2. 남아프리카 공화국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호스트였지만, 월드컵 역사상 유일하게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한 호스트가 되고 만 남아공은 자국 월드컵 뒤로 내리막길만을 걸었다.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서도 모두 예선 탈락하고 말았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떨어져 갔다. 그 탓에 피파 랭킹도 계속 내려가 이번 대회 조 편성에서 3번 시드를 배정받았는데, 불운하게도 조별 라운드부터 모로코, 코트디부아르를 만나야 하는 죽음의 조에 들어가고 말았다.

조별 라운드에서도 남아공은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코트디부아르와 모로코에게 패배, 나미비아에게만 1승을 따내면서 승점 3점, 득실차 -1로 조에서는 3위, 순위 경쟁에서 4위, 턱걸이로 16강에 겨우 오르는데 성공한다. 16강 상대는 3전 전승으로 조별 라운드를 뚫은 강호이자 개최국 이집트. 하지만 남아공은 이집트의 쉼없는 공격을 모두 막아냈고, 경기 막판 터진 카운터 펀치로 1-0 승리를 따내며 호스트 이집트를 16강에서 탈락시켜 버렸다. 남아공의 결승골은 한순간에 카이로 국립 스타디움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며 8강까지 오른다. 비록 8강에서는 예선에서 만났던 나이지리아를 다시 만나 1-2로 패하며 탈락하고 말았지만, 이 정도만 봐도 남아공의 모습은 실로 대단하였다. 하지만 5년 후..

3.3.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는 이번 대회 예선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내의 하위 6개국만 참여하는 예비 예선부터 치러야 했다. 그 정도로 아프리카 내에서 축구로 입지도 존재감도 거의 없었던 나라가 마다가스카르였고, 결국 예비 예선에서 상투메 프린시페를 탈락시키고 나서야 조별 예선에 올랐다. 조별 예선에서는 세네갈, 적도 기니, 수단과 함께 묶였는데, 여기서부터 마다가스카르의 축구 영화가 시작되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세네갈과의 경기만 비기고 나머지 세 경기에서 승리하며 네 경기 만에 3승 1무로 세네갈과 함께 본선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본선 24개국 중 가장 빠른 본선 진출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별 라운드에서는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나비 케이타의 기니, 사이도 베라히노의 부룬디를 만났는데 이 조에서도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해 버린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이미 2승을 한 나이지리아를 2-0으로 때려잡고 조 1위로 올라서는 건 경악 그 자체였다.

16강에서는 콩고 민주 공화국을 만났다. 난타전 끝에 2-2 무승부로 승부차기까지 가게 된 마다가스카르는 콩고 민주 공화국이 두 명의 키커가 킥을 날려버린데에 반해 모든 키커들이 성공하며 4-2로 승리, 첫 출전에 8강까지 오르게 된다. 8강에서는 튀니지를 만나 0-3으로 대패, 더 이상의 영화를 찍을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로 하여금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축구계에 있어서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강국으로써 입지를 다졌고, 애니메이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하였다.

3.4. 코트디부아르

전쟁을 멈춘 축구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의 은퇴가 있었지만, 야야 투레, 제르비뉴, 윌프리드 보니, 세르주 오리에, 에릭 바이 등의 선수들이 뭉친 코트디부아르는 201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적도 기니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국이었다. 그러나 야야 투레마저 대회가 끝나자마자 국가대표를 은퇴했고, 이를 기점으로 코트디부아르는 점점 내리막길에 들기 시작했다.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가봉에서 조별 라운드 탈락,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본선 진출 실패 등 실패만을 연이어 거듭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 라운드를 2승 1패, 2위로 뚫었다. 못한 건 결코 아니지만, 모로코에 밀린 코트디부아르는 더 이상 최강국이 아니었다. 16강에서는 말리를 이기고 8강에 올랐지만, 모든 승리가 1-0, 한 골차 승리였다. 더 이상 예전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무늬만 강국 코트디부아르였다. 결국 8강에서는 알제리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배, 이름값과 전력을 봤을 때 딱 맞는 위치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점점 강국으로써의 입지가 좁아지고만 있다. 그러나...

4. BEST 4

4.1. 4위: 튀니지

사실 이번 대회 튀니지는 조별 라운드에서 초반 두 경기를 모두 비기는 등 매우 헤멨다. 마지막 경기에서 모리타니를 잡고 나서야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고, 16강에서는 가나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잡았다. 8강에 한해서는 그동안 터지지 않던 무언가가 터진 덕에 마다가스카르를 3-0으로 대파했고, 이 경기로 하여금 튀니지가 폼을 되찾은 것으로 보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세네갈을 만났는데, 두 나라는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해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 나라 모두 정규 시간 동안 페널티킥을 한 번씩 얻었는데, 두 나라 모두 실패한 것이 결국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그러던 연장 전반, 튀니지의 수비수 딜런 브론의 자책골이 터졌고 결국 이 골이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나이지리아와의 3위 결정전에서 역시 튀니지는 수비에서의 미숙함으로 3분 만에 나이지리아에게 한 골을 내주고 말았고, 뒤집지 못해 4위에 머무르게 되었다. 무려 일곱 경기를 치렀지만, 모리타니전과 마다가스카르전만 잘한 튀니지였다.

4.2. 3위: 나이지리아

축구계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은 독일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아프리카 축구에 범위를 줄인다면 독일은 나이지리아로 대체된다. 그만큼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내에서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기복 없이 언제나 꾸준히 강호의 면모를 드러내는 나라이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조별 라운드에서 초반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며 일찌감치 16강에 올랐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마다가스카르에게 패하는 바람에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메룬을 만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는 어린 선수들로 노련한 경기를 펼친 끝에 카메룬을 3-2로 이기며 8강에 올랐고, 8강에서는 남아공을 만나 2-1로 잡았다. 준결승에서는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알제리를 만났는데, 수비수의 자책골과 경기 막판 터진 리야드 마레즈의 프리킥 골로 1-2로 패하고 만다. 그래도 3위 결정전에서는 승리해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4.3. 준우승: 세네갈

아프리카 축구에서 세네갈이 갖는 입지와 달리, 의외로 세네갈은 네이션스컵 우승이 없는 나라이다.[4] 2002년 대회 준우승을 한 것이 최고 성적인 그들이기에, 이번 대회만큼은 황금 세대를 앞세워 첫 네이션스컵 우승을 가져가겠다는 동기부여가 엄청났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 사디오 마네는 챔스 우승 메달도 버릴 수 있다며 네이션스컵 우승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알제리가 있었다. 조별 라운드에서도 세네갈은 탄자니아와 케냐를 이기고도 알제리에게만 패해 2위로 16강에 올라야 했다. 16강부터는 우간다, 베냉, 튀니지를 모두 1-0으로 때려잡으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결승에도 알제리가 있었다. 세네갈의 네이션스컵 알제리 전적은 이번 대회 조별 라운드까지 1무 3패로 지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알제리가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알제리는 경기 끝날 때까지 1개의 슈팅도 때리지 못한 반면, 세네갈은 12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결국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사디오 마네 외에도 칼리두 쿨리발리, 케이타 발데, 이드리사 게예 등 황금 세대마저도 알제리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첫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세네갈의 알제리와의 네이션스컵 전적은 1무 4패가 되었다.

4.4. 우승: 알제리

사실 알제리는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라고 평가받지는 않았다. 당장 지난 대회만 하더라도 조별 라운드에서 광탈했고,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역시 예선에서 B조에서 꼴찌로 광탈[5]했기 때문에 알제리는 다시금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6]. 그러던 와중에 네이션스컵이 찾아왔고, 알제리는 세네갈과 케냐, 탄자니아와 함께 C조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알제리는 지난 대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이집트에 입성했다. 호스트 이집트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네갈이 한 조에 있었지만, 그 세네갈마저도 1-0으로 이기며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16강에서는 나름 다크호스라는 기니를 3-0으로 도륙내 버렸고, 8강에서는 한 수 위의 코트디부아르를 승부차기 끝에 이기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대표 최강자 나이지리아를 만났는데, 이번에도 역시 경기 막판 터진 리야드 마레즈의 결승골로 결승까지 오르게 된다. 호스트이자 라이벌 이집트의 16강 광탈과 대비되는 알제리의 경기력이었다.

결승에서는 조별 라운드에서 이겨본 세네갈을 다시 만났다. 그 동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세네갈을 상대로 패하여본 적이 없는 알제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네갈의 전력이 무시무시했는데다가 스타 플레이어들도 알제리보다도 더 많았고, 단판 경기였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일단 대부분은 세네갈의 우승을 예측하였다. 그러나 알제리는 전반 2분 만에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그 뒤로는 세네갈의 맹공을 온몸으로 막아낸 결과 이번에도 1-0으로 승리하며 29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의 최강국으로 거듭났다. 최근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라이벌의 땅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기에 더욱 빛을 발한 트로피였다.

이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도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지가 기대된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카메룬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에 걸려들면서 1무 2패로 조 꼴찌로 광탈해버렸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최종예선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고, 맞붙게 된 상대 카메룬에 패하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징크스가 사라진 20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코트디부아르에서도 동일한 전적으로 2연속 조 꼴찌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심지어 그 1패가 그 이전까지 네이션스컵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모리타니 상대였다.


[1] 탄자니아가 알제리를 이긴다고 하면 탄자니아의 승점은 3점이 되지만, 세네갈과 케냐도 둘 중 최소 한 나라는 승점을 가져가게 된다. 그러면 세네갈과 케냐가 비기지 않았을 경우 탄자니아는 패한 국가와 승점이 같아지지만, 승자승에서 밀려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2] 비겼다면 최하위가 되지는 않겠지만, 승점이 겨우 2점이었기 때문에 16강 진출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상 이겨야 16강 경쟁을 할 수 있었던 짐바브웨였다. [3] 본래 카메룬이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으로 개최권이 이집트로 넘어갔다. [4] 다음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다. [5] 그나마 조가 너무 어려웠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겠지만, 안 통했다. [6]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과는 180도 대조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