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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17 01:19:57

파베르제의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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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의 발행인 말콤 포브스가 수집한 9개의 파베르제 달걀.

1. 개요2. 역사3. 목록
3.1. 암탉3.2. 사파이어 펜던트가 달린 암탉3.3. 세번째 황실3.4. 전차를 탄 케루빔3.5. 네서서리3.6. 덴마크 궁전3.7. 아조프의 기억3.8. 다이아몬드 격자3.9. 코카서스3.10. 르네상스3.11. 장미 꽃봉오리3.12. 푸른 뱀 시계3.13. 수정3.14. 12개의 모노그램3.15. 황실 대관식3.16. 자줏빛3.17. 은방울꽃3.18. 펠리컨3.19. 백합 부케 시계3.20. 팬지3.21. 시베리아 횡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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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러시아 제국의 보석 세공사 '피터 칼 파베르제(Петер Карл Фаберже, 1846~1920)'가 만든, 보석으로 장식된 달걀 모양의 장식품. 69개의 달걀들이 만들어졌고 개중 57개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2. 역사

파베르제 가문(House of Fabergé)은 1842년에 세워져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석 세공업을 전문으로 하던 회사였다. 피터 칼 파베르제의 아버지인 구스타브 파베르제가 세웠다.

당시 러시아를 다스리던 사람은 알렉산드르 3세였다. 그는 덴마크의 공주인 마리야 표도로브나[1]와 결혼했는데 처음에는 정략결혼이었지만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사랑꾼이던 알렉산드르 3세는 자유분방했던 기존의 러시아 황실과는 달리 정부도 두지 않고 아내에게만 충실했다. 오죽 아내를 사랑했으면 마리야 황후가 고향 덴마크에 가서 궁전을 잠시 비웠을 때도 아내의 빈방을 돌아보며 기다렸을 정도.

마리야 황후는 고국 덴마크를 그리워했다. 이를 지켜보던 알렉산드르 3세는 아내가 부활절 달걀을 좋아했던 걸 기억하여, 보석 세공사 피터 파베르제를 불러 약혼 20주년을 기념해 달걀 모양의 보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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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베르제와 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암탉 달걀
파베르제가 만든 달걀은 금으로 세공됐고, 황손과 제국을 품은 어머니로서의 황후를 표현하기 위해 황금 암탉을 그 안에 조각해넣었다. 황후는 선물을 받고 완전히 감격했고, 좋아하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기뻐한 황제는 해마다 부활절이면 파베르제에게 보석 달걀을 의뢰하게 됐다. 이 의뢰가 무려 30년 동안 쭉 이어지면서 황실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후 이 화려하고 정교한 보석 달걀은 '파베르제의 달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러시아 황실은 물론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사랑받는 수집품으로 떠올랐다.

파베르제는 황실 전용 금세공사로 임명되어 매년마다 황실에 보석 달걀을 납품했는데 매년 디자인이 색다르게 바뀌었다. 심지어 황제마저도 어떤 모습의 보석 달걀이 만들어질지 몰랐다. 알렉산드르 3세가 1894년 죽은 후에도 달걀 납품은 계속됐다. 새로 즉위한 니콜라이 2세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와 마리야 황태후에게 계속 달걀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니콜라이 2세는 황후에게 달걀 총 20개, 황태후에게는 달걀 총 30개를 선물했다. 러일전쟁 당시인 1904년과 190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달걀을 제작해서 선물로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파베르제의 달걀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대가 끊긴다. 황실을 뒤엎고자 일어난 볼셰비키들이 호화로움의 극치인 이 달걀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다. 혁명이 일어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작업장이 국유화당하자 파베르제 가문은 러시아를 떠났다. 피터 파베르제는 독일을 거쳐 스위스에 정착했지만 작업장을 잃어버린 것에 너무나도 상심해서 결국 1920년 사망했다.[2]

파베르제의 달걀은 총 69개가 만들어졌고 개중 57개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안 그래도 하나하나가 대단한 보물로 간주되지만, 개중에서도 황실 전용 선물로 따로 제작된 달걀 52개는 특별히 가치가 높다. 이 52개의 달걀은 거의 모두가 피터 파베르제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달걀로, 개중 46개가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러시아 혁명을 거치며 러시아 국외로 유출되는 바람에 현재 러시아에 남아있는 건 오직 10여개에 불과하다.[3] 지금도 경매에 나오면 수백만 파운드를 가뿐히 호가하는 최고급 수집품인데, 포브스의 발행인이자 정치인인 말콤 포브스는 무려 9개의 파베르제 달걀을 수집한 걸로 유명하다.

3. 목록

3.1.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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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만들어진 파베르제 달걀. 1885년 러시아의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해 제작됐다. 황후가 이 보석 달걀을 어찌 좋아했던지 이후 부활절마다 보석 달걀을 만들어 선물하는 전통이 생겼을 정도다.

높이는 64mm, 너비는 35mm 정도이며 당시 제작하는 데에 4,151루블이 들어갔다.

이 달걀은 파베르제의 작업장에서 일하던 '에릭 콜린'이 디자인했는데, 금으로 만들고 백색 안료로 겉을 칠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실제 달걀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계란이 열리는 중간의 홈 부분에는 금띠를 둘러놨다. 이 달걀을 비틀어서 열면 무광택 마감된 순금 '노른자'가 드러난다. 노른자를 또 비틀어 열면 루비 눈이 달린 황금 암탉이 나온다. 암탉을 열면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러시아 제국 황제관의 조그마한 레플리카와 금사슬 달린 루비 펜던트가 들어있었는데 이건 현재는 사라졌다.

황후가 1885년에 선물을 받은 이후 1917년 혁명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아니치코프 궁전에 보관됐다. 혁명이 일어나자 다른 파베르제 달걀들과 함께 압수돼서 크렘린 무기 박물관으로 잠시 옮겨졌다가 1920년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이후 여러 수집가들에게 이리저리 팔려나가기를 반복하다가 2004년 러시아로 돌아와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파베르제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3.2. 사파이어 펜던트가 달린 암탉

1886년 알렉산드르 3세가 자기 아내 마리아 표도르브나 황후를 위해 만들었다. 현재 사라진 6개의 황실 계란들 중 하나다.

계란을 찍어놓은 사진도 없고 삽화도 없으며, 심지어 외양에 대한 설명조차도 서로 충돌하는 내용이 많아서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대강 '금과 로즈컷 다이아몬드로 만든 암탉이 둥지에서 사파이어 계란을 꺼내는 모습'으로 암탉 부리에 느슨하게 사파이어 계란이 걸려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암탉과 둥지 모두다 수백개의 로즈컷 다이아몬드들이 빼곡하게 박힌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1886년 4월 5일 작업장에서 출하되어 그해 4월 13일에 황후에게 선물됐다. 이후 아니치코프 궁전에서 보관됐으나 혁명 이후 크렘린 무기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록은 1920년 크렘린 무기고 궁전에 보관된 보물 목록에서 등장하는데, 그 이후에는 행방이 묘연하다. 아마 혼란기를 틈타 부패한 관리들이 몰래 팔아치웠을 가능성이 크다.

3.3. 세번째 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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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제작된 세번째 황실 달걀. 특별한 이름이 붙어있지 않아서 그냥 'Third Imperial' 즉 '세번째 황실 달걀'이라고 부른다.

역시 마리아 표도르브나 황후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루이 16세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3개의 사자발 모양 다리들이 떠받치는 몸통 위에는 18K 금으로 빚은 달걀이 올라가 있다. 받침대에는 물결 무늬가 조각되어 있고 황금 합금으로 만든 장미와 잎사귀 장식들이 붙어있다. 받침대 링의 중심에는 캐보션으로 깎은 사파이어가 박혔고, 사파이어가 끼워진 황금 틀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달걀에 붙은 다이아몬드를 꾹 누르면 달걀이 덜컥 하고 열린다. 뚜껑이 열리면 백색 에나멜과 14K 황금으로 만든 Vacheron Constantin 사 시계가 나온다.

이 달걀은 혁명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가, 2012년 거의 100년만에 재발견됐다. 현재는 익명의 개인 수집가가 소장 중이다.

3.4. 전차를 탄 케루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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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제작된 네 번째 황실 달걀이자 현재는 사라진 6개의 황실 달걀들 중 하나.

지금은 사라졌기 때문에 정확한 디자인은 불확실하다. 이 계란을 찍은 사진 딱 한 장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문제는 다른 계란에 가려져있기 때문에 다른 계란에 흐릿하게 반사되어 비치는 상으로만 겨우겨우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달걀의 겉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위에 나온 사진이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가장 비슷하게 3D로 재현한 모습이다. 기록에 따르면 계란이 담긴 마차를 이끄는 케루빔이 하나있고, 계란 속 시계를 들고 있는 케루빔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1888년 4월 24일 정교회 부활절에 황후에게 선물로 주어졌고 이후 황궁에서 보관되다가 혁명 이후 크렘린 무기고로 보내졌다. 1922년 소브나르콤으로 보내졌다는 기록을 끝으로 행방불명됐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3.5. 네서서리

파일:Fabergé_Nécessaire_egg.jpg

1889년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한 부활절 선물로 만들어진 다섯 번째 황실 계란.

원래는 여성용 화장실 용품이 담긴 장식용 상자로 만들어졌다. 계란의 정확한 모습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색상의 보석들과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및 사파이어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가치나 궁전에 보관되어 있다가 1917년 혁명 이후 크렘린 무기고로 보내졌다. 1922년에 소브나르콤으로 보내졌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영국의 보석 전문 회사인 와트스키 사의 기록이다. 1949년 유럽의 파베르제 컬렉션 전시회에 한 차례 전시됐고 1952년 6월에 한 '익명의 수집가'에게 1250 파운드에 팔려나갔다. 아마 지금은 어느 부유한 수집가의 개인 컬렉션에 들어있을 것이다.

3.6. 덴마크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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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한 부활절 선물로 만들어진 여섯 번째 황실 계란.

이 계란의 겉면은 12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진 분홍빛 에나멜과 금으로 덮여있다. 높이는 102mm, 너비는 67mm다. 로즈컷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6줄의 세로선과 3줄의 가로선이 계란의 겉면을 가로지르고 있다. 세로선과 가로선들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에는 에메랄드가 박혀있다. 맨 위에는 캐보션 스타 사파이어가 떡하니 박혀있으며 그 주위에 금박 잎사귀들이 감싸고 있다.

달걀을 열면 자개에 수채화가 그려진 다색 금으로 만든 10면의 패널 병풍이 나온다. 패널은 금빛 꽃 장식이 새겨진 틀 안에 들어있다. 그림은 콘스탄틴 크리짓스키가 1889년에 그린 것들이다. 황실 소유의 요트, 코펜하겐의 궁전, 황제의 별장 등을 그려놨다.

알렉산드르 3세는 4,260 루블을 내고 이 달걀을 사가서 황후에게 선물로 줬다. 1917년 혁명 직전까지는 가치나 궁전에 소장되어 있다가 이후 크렘린 무기고 박물관으로 보내졌다. 이후 1930년 다른 11개의 보석 댤걀들과 함께 팔려나갔는데, 개중 덴마크 궁전 달걀은 저멀리 뉴욕의 한 갤러리로 1500루블에 팔려나갔다. 그 후로 계속 뉴욕의 수집가들 사이를 전전하다가 지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3.7. 아조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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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한 부활절 선물로 만들어진 일곱 번째 황실 달걀.

혈석 하나를 통째로 깎아서 만들었다. 루이 16세 스타일로 깎아놨는데, 그 위에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금박 소용돌이 금 꽃장식을 붙여놨다. 넓은 황금 소용돌이띠 장식 위에는 드롭 루비와 다이아몬드들이 세팅되어 있다. 달걀 내부에는 초록색 벨벳으로 안감을 대놨다.

이 달걀의 하이라이트는 달걀을 열면 나오는 러시아 제국 해군 소속의 기함 '아조프 함'의 미니어처다. 붉은색과 황금색의 정교한 미니어처로 백금으로 만들어졌고 배의 창문은 다이아몬드로 조각해 붙여넣었다. 물은 아쿠아마린을 깎아서 표현했고 배의 선미에는 '아조프'라고 새겨놨다. 바닥에는 황금 링이 붙어있어서 이 링을 붙잡고 미니어처를 계란에서 꺼내면 된다.

이 달걀은 당시 황태자였던 니콜라이 2세가 아조프 함을 타고 극동으로 여행을 떠났던 걸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알렉산드르 3세와 표도로브나 황후는 두 아들 니콜라이 2세와 게오르기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극동으로 둘을 여행보냈는데, 아들들이 2년간 부모를 떠나있자 황후의 그리움을 달래주기 위해 그들이 타고간 아조프 함을 본따 계란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하일로비치 대공은 이 여행 때문에 지병인 결핵이 더욱 악화됐고, 특히 니콜라이 2세가 일본 순방 도중 오쓰 사건에 휘말려 심각한 부상을 입고야 말았다. 아들들의 극동 여행에 대한 기억이 썩 좋지 않았던 표도로브나 황후는 이 달걀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재는 크렘린의 무기고 박물관에서 고이 소장 중이다.

3.8. 다이아몬드 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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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알렉산드르 3세가 아내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해 제작한 황실 달걀이다.

경옥, 금, 로즈컷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졌고, 흰색 새틴으로 안감을 덧댔다. 거대한 백녹색 옥을 파내어서 몸통을 깎았고 로즈컷 다이아몬드들을 위에 세팅한 금격자줄을 표면에 아름답게 둘러놨다. 달걀 양 끝에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얹어놨다. 원래는 니콜라이 황태자, 게오르기 왕자, 미하일 왕자를 상징하는 3명의 천사들이 손으로 떠받치는 형태의 은제 받침대 위에 얹혀져 있었다. 이 받침대는 60년대까지만 해도 보존되어있었지만 지금은 행방불명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상아 코끼리 자동인형이 유명하다. 파베르제 달걀 시리즈에 등장한 최초의 자동인형으로[4] 당시로서는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상아로 만든 코끼리에 열쇠를 꽃고 돌리면 코끼리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상아 코끼리 등에는 황금 탑이 하나 얹혀있고 작은 로즈컷 다이아몬드들로 장식해놨다. 코끼리 옆구리는 금과 5개의 다이아몬드로, 코끼리의 상아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머리에는 검은색 코끼리몰이꾼이 1명 앉아있다. 전체적인 디자인 모티브는 표도로브나 황후의 고향 덴마크의 최고 훈장이었던 코끼리 훈장에서 따온 걸로 보인다.

소련 당국이 자금 마련을 위해 팔아치웠는데, 이후 영국 수집가들의 손을 떠돌아다니다가 현재는 화학석유재벌인 도로시 맥페린 소유다.

3.9. 코카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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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제작된 황실 달걀. 알렉산드르 3세가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다양한 색상의 금, 은, 루비 에나멜, 로즈컷 다이아몬드, 백금, 상아, 진주, 수정, 수채화 등 온갖 귀중한 것들이 다 들어갔다. 달걀 옆면의 덮개를 열면 내부에 황실 구성원들의 초상화와 풍경 수채화가 나온다.

게오르기 왕자가 결핵 진단을 받고나서 여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코카서스의 작은 마을 '아바스투마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달걀이다. 크리짓스키가 그린 아바스투마니의 풍경 수채화가 안에 들어있어서 진주로 장식된 문 4개를 열면 볼 수 있다. 상단의 경첩 덮개 뒤에는 해군 제복을 입은 게오르기 왕자의 초상화가 그려져있다.

붉은색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몇안되는 달걀인데, 이는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즉위한 니콜라이 2세의 아들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황태자가 심각한 혈우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황실이 본능적으로 피와 비슷한 붉은색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 코카서스 달걀 이후로 붉은빛 달걀은 그다지 많이 제작되지 않았다.

3.10.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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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알렉산드르 3세가 아내 표도로브나 황후에게 선물한 달걀. 알렉산드르 3세가 아내에게 준 마지막 파베르제 달걀이다.

기록에는 달걀 안에 서프라이즈가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정작 사람들이 달걀을 열어봤을 때는 달걀 안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혁명을 거치며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사라진 것 아닌가 의심하곤 했다.

그러던 중, 한 학자가 '부활' 계란이 르네상스 계란 안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부활 계란이 르네상스 내부에 들어있던 서프라이즈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부활 계란은 예수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표현한 달걀로, 원래는 별도의 파베르제 달걀로 여겨졌으나 르네상스 달걀의 부속품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한 세트로 묶이게 된다.

알렉산드르 3세는 무려 4,750루피를 주고 이 르네상스 달걀을 사들였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임시정부가 이 달걀을 압수했고 이후 1500루블에 미국으로 팔려나갔다. 이후 미국 수집가들 사이를 떠돌다가 1965년에는 말콤 포브스가 사들였고, 2004년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빅토르 베켈베르크가 개인 콜렉션으로 사들였다. 베켈베르크는 이 르네상스 달걀 말고도 무려 9개의 달걀을 포브스에게서 구입했는데 무려 그 값어치가 1억 달러였다고.

3.11. 장미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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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2세가 자기 아내이자 황후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에게 선물한 첫 번째 달걀이다.

니콜라이 2세의 아내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는 독일 헤센 대공국 출신이었다. 그녀는 러시아로 시집온 이래로 다름슈타트의 장미 정원을 그리워했는데, 이를 눈치챈 니콜라이 2세가 그녀를 위해 장미 꽃봉오리 모양의 달걀을 선물한 것이었다. 황제는 이 달걀에 3,250 루블을 지불했다.

잘 보면 장미 꽃봉오리가 친숙한 붉은색이 아니라 노란색인 걸 볼 수 있다. 당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졌던 장미가 노란색 장미였기 때문이다. 이 품종은 1824년에 청나라에서 수입해왔는데, 흔한 붉은색 장미보다도 훨씬 귀하게 여겨졌고 독일 귀족 정원의 필수품이었기에 일부러 노란색 장미를 택해서 달걀을 만든 것이다.

1917년에 임시정부가 달걀을 압수해갔고 1927년 영국의 수집가가 사갔다. 말콤 포브스가 1985년에 영국 런던의 미술협회에서 사들여갔는데 2004년에 올리가르히 빅토르 베켈베르크가 포브스 가에서 사들였다.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파베르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달걀을 비틀어서 돌리면 노란색 에나멜 꽃봉오리가 들어있다. 이 꽃봉오리를 또 열면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만든 러시아 제국 황제관의 작은 미니어처가 들어있다. 황제관을 조각해서 넣은 것은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가 새롭게 황후직을 맡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의도다. 이 황제관은 혁명 시기에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2021년에 재발견됐다. 다만 달걀과 함께 전시중인 것은 아니고 미국의 클리블랜드 미술 박물관에서 따로 전시 중이다.

3.12. 푸른 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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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니콜라이 2세가 표도로브나 황태후에게 선물한 달걀이다. 1917년 혁명 때 크렘린의 무기고 궁전으로 옮겨졌고 1922년에 소브나르콤으로 다시 옮겨졌다. 1900년대 초중반에 영국으로 팔려나갔고, 197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리스의 해운왕 스타브로스 니아코스가 6만 4천 파운드에 사들였다. 1974년에는 소유권이 다시 모나코의 레니에 3세에게 옮겨갔고 레니에 3세가 죽자 지금은 알베르 2세가 보관 중이다.

이 달걀은 금색, 푸른색, 유백색의 에나멜 받침대 위에 고이 올려져 있다. 받침대는 3면인데, 각각 예술과 과학을 상징하는 양각 금 형상을 양각으로 새겨놓았다.

이 달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계다. 받침대에는 위로 올라가는 형상의 은제 뱀이 하나 붙어있는데, 뱀의 머리와 혀가 흰색 띠에 로마 숫자로 표시된 시간을 나타낸다. 이 달걀의 특별한 점은 실제로 작동하는 시계라는 점이다. 파베르제 달걀들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계 달걀이다.

달걀은 반투명한 푸른색 에나멜로 만들어졌는데,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띠가 달걀 상단 하단에 하나씩 둘러있다. 달걀의 각 측면에는 C자 모양의 은제 손잡이가 붙어있다. 높이는 약 183mm 정도다.

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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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2세가 1896년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해 선물한 달걀.

달걀의 높이는 248mm, 직경 98mm다. 달걀의 투명한 껍질은 수정으로 깎았고 다이아몬드를 박은 금테로 둘러놨다. 달걀 맨꼭대기에는 27캐럿 (5.4g) 짜리 시베리아산 에메랄드가 떡하니 붙어있다. 이 정도 크기의 보석이 쓰인건 수많은 파베르제 달걀들 중에서도 몇 안되는 사례다.

달걀은 수정으로 깎은 받침대 위에 얹혀있고, 베이스에 로즈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금띠가 두 번 둘러졌다. 여기에는 헤센-다름슈타트의 알릭스 공주, 즉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의 결혼 이전 이름이 모노그램으로 새겨졌다. 각 모노그램에는 러시아 제국 황제관이 씌워져 있다.

달걀 안에는 12개의 미니어처 수채화가 그려진 황금 지지대가 들어있다. 황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들을 가려뽑아 그려놨는데 각각 공주가 태어난 다름슈타트 궁전, 황후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던 헤센의 사냥 궁전, 알렉산드라 황후가 어릴 적 즐겨찾았던 영국의 밸모럴 성,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가 결혼을 약속한 코부르크 궁전, 알렉산드라의 가족들이 어릴 때 찾았던 볼프가르텐, 알렉산드라 황후가 어릴 적 방문한 윈저 성,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 따위가 그려져있다.

니콜라이 2세가 1896년 3월 24일 황후에게 선물했고, 1909년에는 겨울 궁전에 있는 황후의 서재에 전시했다. 이후 크렘린의 무기고로 옮겨졌다가 1930년 다른 달걀 10개와 함께 뉴욕으로 팔려나갔다. 지금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버지니아 미술관에 기증되어 거기서 전시 중이다.

3.14. 12개의 모노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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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2세가 1896년 어머니 마리야 표도로브나 황태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니콜라이 2세가 황태후에게 선물한 2번째 달걀 보석으로 알렉산드르 3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4개의 황실 달걀들 중 하나다.

전체적인 몸통은 짙은 푸른 에나멜에다가 붉은 금, 로즈컷 다이아몬드 등을 세팅해서 만들었고, 그 위에 달걀의 각 패널에는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태후, 알렉산드르 3세의 모노그램이 키릴 문자로 새겨져 있다. 총 6개의 패널이 붙어있으며 패널마다 러시아 황제관과 황태후, 황제의 모노그램인 'MF(Maria Fydorovna)'와 'AIII(Alexander III)'가 각각 새겨져 있다. 잘 살펴보면 패널 위쪽에는 MF가, 아래쪽에 AIII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안에 상아색 바탕에 사파이어로 장식된 6개의 알렉산드르 3세 미니어처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사라졌다.

지금은 워싱턴 D.C.의 힐우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3.15. 황실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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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니콜라이 2세가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를 위해 선물한 달걀. 가장 유명한 파베르제 달걀들 중 하나다.

몸통은 노란 에나멜과 황금으로 제작했고, 특히 기요셰 기법[5]으로 별처럼 뻗어나가는 듯한 노란 선들을 새겨넣은 것이 특징이다. 순금 월계수 이파리들이 달걀을 감싸고 있고, 교차점마다 가슴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 쌍두독수리가 새겨져 있다. 이 패턴은 러시아 황후가 황후 책봉식 때 입었던 황후 드레스의 디자인에서 따왔다고 한다.

달걀 양 끝에는 큼지막한 포트레이트 컷 다이아몬드가 하나씩 붙어있으며 그 주위에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10개가 세팅되어있다. 포트레이트컷 다이아몬드가 투명하기 때문에 이 다이아몬드 안쪽으로 황후의 모노그램이 새겨진 걸 확인 가능하다. 반대쪽에도 역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20개의 황금 꽃잎이 달린 로즈 다이아몬드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안에 1897년이라는 연도가 새겨졌다. 이 달걀을 받칠 경옥 받침대까지 포함해서 총 5,650루블이라는 비용이 들었다고.

이 달걀 안에는 조그마한 18세기 황실 마차가 들어있었다. 정확히는 표도로브나 황후가 황후 책봉식 때 탔던 마차를 재현한 것인데, 그 길이가 10cm도 안될 정도로 작지만 지극히 정교하다. 마차의 붉은색 몸통은 딸기빛 반투명 에나멜로 만들었고, 마차 위에는 장밋빛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황제관과 쌍두독수리 6마리를 올렸다. 창문은 수정으로 깎았고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금 격자로 장식된 백금 바퀴를 달았다. 마차의 문에도 역시 쌍두독수리를 새겼다. 크기는 작지만 있을건 다있어서 실제로 굴러가는 바퀴, 여닫을 수 있는 문, 실제 스프링 충격 흡수장치, 작은 접이식 계단까지 있다. 내부까지 완벽히 재현해놔서 내부에 에메랄드 펜던트까지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 달걀은 특별히 여겨졌기에 황후의 겨울 궁전 아파트 안에 따로 보관되어 있다가, 혁명 이후 1927년에 영국으로 팔려나갔다. 달걀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70년대에 말콤 포브스의 손에 들어갔고 2004년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빅토르 베켈베르크가 사들였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파베르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3.16. 자줏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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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2세가 1897년 어머니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태후를 위해 선물한 달걀. '3개의 미니어처가 들어있는 연보랏빛의 달걀'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달걀은 사라졌고 지금은 그 안에 들어있던 조그마한 클로버 모양 사진대만 남아있다.

세잎 클로버 모양의 사진대만이 남아있다. 각 잎마다 니콜라이 2세, 그의 아내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 둘 사이의 첫 아이인 올가 니콜라예브나 여대공의 초상화가 붙어있다. 로즈컷 다이아몬드, 진주, 상아 따위로 장식해놨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베르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3.17.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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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니콜라이 2세가 아내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달걀은 은방울꽃 모양으로 세공한 진주로 뒤덮여있다. 달걀의 몸통은 기요셰 패턴을 새긴 분홍빛 로즈핑크 에나멜로 만들었다. 몸통 아래부분에는 초록색 에나멜 잎사귀들과 루비, 진주,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붙어서 은방울꽃 덤불을 나타냈다. 달걀을 떠받치는 받침대는 카브리올레 양식 다리 4개가 달려있는데, 받침대 다리를 잘보면 초록빛이 도는 황금으로 잎사귀를 표현했고 다이아몬드로 그 위에 맺힌 이슬을 표현했다.

이 달걀의 특별한 점은 맨 위에 왕관에 달려있는 금세공 진주를 비틀어 올리면 3개의 미니어처 초상화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맨위에는 차르 니콜라이 2세, 그 아래쪽에는 올가 니콜라예브나 여대공과 타티야나 니콜라예브나 여대공의 초상화가 붙어있다. 이 초상화가 붙은 패널은 금으로 만들었고 로즈 다이아몬드로 테를 둘러 장식했다.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베르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3.18. 펠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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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니콜라이 2세가 어머니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태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붉은 금, 다이아몬드, 진주, 회색이나 분홍빛, 푸른색, 유백색 에나멜로 만들어졌다. 달걀 받침대 자체는 황금으로 주조했고 달걀을 열면 상아로 깎은 8면의 병풍이 펼쳐진다.

겉면에 에나멜이 칠해지지 않은 몇 안되는 파베르제 달걀들 중 하나로, 겉면이 통째로 금속성 광택이 나는 붉은빛 황금으로 되어있어 번쩍번쩍하다. 맨 위에는 에나멜로 만든 암컷 펠리컨이 자기 새끼한테 먹이를 먹여주는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6]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태후의 모성애를 상징한다고. 달걀에는 달걀을 선물한 날짜인 1898년을 상징하는 고전적인 모티브가 새겨져 있으며 '주님, 우리 포도원을 방문하시어 우리가 주님 안에 거하겠나이다 '라는 비문이 새겨졌다.

이 계란의 서프라이즈는 황후가 후원하는 자선기관의 모습을 담은 8면의 병풍이다. 크세닌스키 연구소, 니콜라이 고아원, 애국 연구소, 스몰니 연구소, 예카테리나 연구소, 파벨 연구소,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콜라이 고아원, 엘리자베스 연구소 등이 바로 그것. 이 기관들의 모습이 진주로 테두리를 친 상아 판넬 안에 그려져있다.

이 달걀은 1930년대에 미국의 사업가에게 팔려나갔고, 이후 미국 전역의 백화점에서 전시되다가 1937년 즈음 부유한 사업가의 아내가 구입해갔다. 1947년 아내가 죽자 이 달걀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버지니아 미술관에 기증됐고 현재까지도 거기서 전시 중이다.

3.19. 백합 부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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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니콜라이 2세가 아내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상당히 크기가 크다. 직사각형 받침대 위에 올라간 달걀은 시계를 겸하고 있는데, 기요셰 배경에다가 반투명 에나멜로 장식해놨다. 계란 본체는 다이아몬드를 박아 12개의 구획으로 나누어놨다. 계란 둘레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다이얼 벨트는 하얀 에나멜로 만들었고 다이아몬드로 12개의 로마 숫자를 세팅해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활이 그려진 화살촉 모양의 다이아몬드 시계 바늘로 시간을 표시하는 식이다. 시계 매커니즘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작은 황금열쇠를 꽃고 돌리면 된다.

달걀이 올려진 받침대에는 덩굴무늬가 새겨졌고 금으로 만들었다. 제작 연도인 1899 숫자를 찾아볼 수도 있다. 달걀 양 옆에는 붉은빛을 띠는 금이 스크롤처럼 조각되어 계란을 양 옆에서 받치고 있다.

달걀 위에는 오닉스로 만든 백합 꽃다발이 장식되어 있다. 꽃의 암술에는 3개의 작은 로즈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었고 잎과 줄기는 황금으로 조각했다. 장미는 사랑의 상징이고 백합은 순수함의 상징이었다.

원래는 여기에도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로즈컷 다이아몬드가 박힌 루비 펜던트가 딸려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러시아 혁명이 벌어지고 난 이후에도 러시아 국외로 반출당하지 않은 몇 안되는 파베르제 달걀들 중 하나다. 지금은 크렘린 무기고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3.20.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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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니콜라이 2세가 어머니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태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아르누보 스타일로 만들어진 단 3개밖에 없는 부활절 달걀들 중 하나다.[7]

녹색 연옥으로 만들었고 알의 바닥에는 팬지 가지가 꼬인 형태의 금은 받침대가 있으며 측면에는 에나멜로 만든 팬지 다섯 송이와 잎사귀들이 붙어있다. 알의 뚜껑 역시 연옥을 정교하게 깎아 만들었다.

이 달걀의 서프라이즈는 바로 속에 들어있는 정교하디 정교한 미니어처 이젤이다. 이젤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면 M이 새겨진 작은 에나멜 하트모양 덮개들이 동시에 열리면서 안에 작게 그려진 황실 구성원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젤 위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베들레헴의 별이 조각된 황금 화환이 붙어있다. 이젤에는 금색 꽃무늬와 횃불 모티브가 조각됐고, 보석과 진주들로 장식했다. 은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러시아 제국 황제관 미니어처도 장식되어있다.

1930년 러시아 정부가 팔아치운 달걀들 중 하나로 미국으로 팔려나갔다. 현재까지도 미국인 수집가의 개인 수집품으로 남아있다.

3.21. 시베리아 횡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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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니콜라이 2세가 아내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

1900년에는 유럽 러시아와 저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개통됐다. 물론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야 겨우 완성한 대사업이었지만, 젊은 시절 극동으로 힘들게 여행했던 경험이 있던 니콜라이 2세로서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랬던 니콜라이 2세가 횡단철도 완공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만든 달걀이다.

외부는 오닉스, 금, 은, 석영 따위로 만들었고 유색 유리 에나멜로 장식했다. 녹색 에나멜로 만든 경첩달린 뚜껑은 아칸서스 이파리가 상감되어 장식했다. 뚜껑 위에는 황제의 제관과 머리가 3개 달린 삼두독수리가 있다. 내부는 벨벳으로 안감처리했다.

달걀 위의 문자판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노선도가 은으로 새겨져 있고, 주요 역은 보석으로 따로 표시했다. 삼각형 모양의 달걀 받침대는 백색 줄마노로 깎았고 금도금된 은제 그리핀 3마리가 달걀을 떠받치고 있다.

이 달걀의 서프라이즈는 30cm 짜리의 정교한 횡단열차 미니어처다. 금과 백금으로 세공했고, 다이아로 만든 헤드라이트와 루비로 만든 마커 라이트도 있다. 5개의 객차에는 크리스탈 창문이 달렸고 '우편물', '여성 전용', '흡연', '금연', '채플' 같은 명패까지 붙어있을 정도로 지극히 정교하게 만들었다. 안에는 시계태엽이 들어있어서 황금 열쇠로 태엽을 감으면 실제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현재는 모스크바 크렘린의 무기고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1]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9세의 차녀로 본명은 덴마크의 다우마 공주. [2] '파베르제'라는 브랜드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여러번 다른 회사들에게 팔려나갔다. 그래서 여러 회사들이 이 '파베르제'의 상표를 이용해서 보석 달걀들을 출시하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Victor Mayer' 보석 회사에서 한정판으로 파베르제의 이름을 붙인 달걀들을 판매했다. 하지만 얘네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파베르제 달걀'로 쳐주지 않으며, 오직 피터 파베르제가 러시아 제국 시절에 만든 것들만 '진짜' 파베르제 달걀로 인정한다. [3] 러시아에 남은 것의 대다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파베르제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4] 이후 1900년 만들어진 솔방울 달걀에 2번째로 자동인형장치가 들어간다. [5] 기요셰(guilloche). 금속 표면에 직선 혹은 곡선, 비정형의 선을 정교하게 새기는 기법이자 이로 인해 생긴 텍스처를 폭넓게 일컫는 장식 용어. [6] 지금은 이 펠리컨이 측면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놓여져 있는데 원래는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7] 나머지는 계곡의 백합 달걀과 클로버 잎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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