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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입스(yips)란 압박감이 느껴지는 시합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하술한 바와 같이 본래 골프를 통해 유명해진 용어이지만, 최근에는 야구와 같은 타 스포츠에서도 자주 쓰인다.모터스포츠 선수들도 입스를 겪는다. 오토바이 레이서가 코너링 중 전복 사고를 일으키면 이후 한동안 코너링을 이전만큼 공격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카레이서는 서킷에서 충돌 등 큰 사고를 경험한 후 한동안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자기도 모르게 감속을 한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등 음악가들 역시 입스를 빈번하게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용례
본래 입스(yips) 혹은 '국소성 이긴장증'이라는 용어는 신경의학계에서만 사용되었고,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졌다. 용어의 유래 역시 다양한 가설만 있을 뿐,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이다.[1]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골퍼인 토미 아머(Tommy Armour)[2]가 1927년 쇼니 오픈(Shawnee Open) 첫 홀에서 23타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둔 뒤 "입스가 온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그 덕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야구 선수가 뭔가 날아오는 것에 입스를 느껴 공을 치거나 던지거나 받을 수 없게 된다든가, 미식축구 선수가 부딪치는 것에 입스를 느껴 돌진을 못한다든가, 체조 선수가 덤블링 실수로 부상을 당해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든가 하는 증상을 보인다. 피아니스트나 기타리스트는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연주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된다.
단순한 슬럼프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데 슬럼프는 어떠한 이유로든 '성적이 제대로 안나오는 현상'을 통칭하는 것이라면 입스는 그보다는 지엽적이다. 슬럼프에 빠지는 원인으로는 신체적, 환경적, 정신적 요인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입스는 그러한 슬럼프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보통 입스를 슬럼프의 정신적인 원인으로 보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복합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적인 문제로 슬럼프가 올 때는 사전에 심장이 지나치게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평정심을 잃고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흔히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입스는 정신적 요인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근육'의 문제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입스의 원인이 되었던 불안이나 압박 등의 요인이 해소된 상황에서도 몸이 마치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지거나 정신은 멀쩡한데 자기 뜻대로 근육이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입스로 인한 슬럼프는 입스를 유발하게 되는 정신적인 요인과 그로 인해 근육에 문제가 생긴 신체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야구의 투수 한정으로는 입스라는 표현 대신 블래스 신드롬이라는 명칭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KBO 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는 쪼당(일부 선수는 발음이 비슷해 마이클 조던이라고도 한다)[3], 닭발이라는 은어로 부른다. 여담이지만 MLB에서는 입스에 걸린 선수가 있다면 선수들끼리 서로 전염될까봐 입스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어 '그것'이라던가 '괴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3. 원리
입스는 선수들이 시합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끼며 불안이 커질 때 주로 나타나기에 입스에 대한 연구는 불안 이해에 중점이 놓여져 왔다. 증가된 불안이 어떻게 입스를 일으키는지 그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둘째, 자기초점화(self-focus) 이론에서는 불안과 압박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정확하게 기술수행을 해 보려고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절차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이미 숙련되어 있는 동작의 자동화 과정이 깨지면서 입스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방해이론과 자기초점화 이론에서는 불안이 증가하면서 주의집중 문제가 발생해 입스가 일어난다고 설명해 주지만 이런 주의집중 문제를 촉발하는 불안이 왜 증폭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방해 이론이나 자기초점화 이론 외 제 3의 이론도 있다. 예컨데 자기-제시(self-presentation) 이론에서는 불안에 취약한 성격적 특성을 가진 선수들이 입스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자기-제시(self-presentation)란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동을 뜻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지에 민감해질수록 자기-제시의 영향을 더 받게 된다고 한다.
운동선수는 경쟁상황에서 실패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면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걱정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불안이 커지면서 입스에 취약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4. 치료
입스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방법은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첫째, 암묵적 학습법이다. 암묵적 학습법은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 초점화를 통해 동작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도록 동작을 처음 배울 때부터 암묵적인 지식으로 학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이미 기술 습득을 마친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
둘째, 적절한 불안감을 유지한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입스 예방효과가 있다는 일부의 연구 보고가 있었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해결 중심 접근이 있다. 해결 중심 접근은 인지 재구성 기법, 이미지 트레이닝, 그리고 루틴 연습 등의 다양한 인지행동치료 전략을 적용해 선수 개개인의 상황과 요구에 맞추어 개별적 접근을 하는 치료법이다. 2011년 영국 웨일즈 대학 연구팀에서 진행한 해결중심 접근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입스가 완화되었다는 고무적인 결과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증상 완화에만 1년 가까이 소요되었고 치료를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70% 가까이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최면 접근이 있다. 스포츠 최면 접근은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을 위협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성격적 취약성의 무의식 원인을 탐색하고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국내 가톨릭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스포츠 최면을 적용한지 2주만에 참여자의 불안과 입스 증상이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의미한 증상 개선을 보고한 선수들의 비율도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KCI등재 학술지인 한국스포츠학회지 제16권 제4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예시
5.1. 실존 인물
- 구자욱 - 본래 투수였으나 고등학생 때 찾아온 입스 때문에 야구를 그만둔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야수로 전향해 프로 데뷔까지 하게 되었다.
- 김경문 - 야신야덕 유튜브에서 홍성흔이 언급하기를 본인도 걸려본적 있다고 지명타자를 전향을 제의한 바 있다.
- 김성훈 - 2017시즌 데뷔 후 입스가 와서 포수에게 공을 못 던졌다고 한다.[4]
-
김정준 -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뒤 이 증상 때문에 고작 5경기 만에 은퇴한다.
그리고 야생마도 못해본 은퇴식까지 했다. - 김주찬 - 유격수 유망주였으나, 송구 실책으로 인한 트라우마 이후 외야나 1루로 전향하게 된다.
- 김지찬 - 2023년까지는 주전 2루수로 활동했지만, 계속되는 송구 실책으로 중견수로 전향하였다. 명백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중견수 전향 후에는 송구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어 거의 입스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 데이비드 라이트 -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해 2017년 스프링캠프때 송구조차 못 할 지경이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때문에 시범경기에서도 4타석 들어선게 전부였고 경기 출장도 못한 채 4월 20일에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팀이 리빌딩을 끝낸 시점부터 부상으로 골골대고 있는 상황이라 팬들 입장에선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 마르켈 펄츠 - NBA 선수, 2017년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필라델피아 76ers에 지명된 유망주였지만, 어깨 부상 이후로 슈팅 폼이 망가져서 갖은 노력에도 헤매고 있다.
- 마쓰자카 다이스케 - 입스로 인해 3년 동안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 박건우 - 아마추어 시절 3루수였으나, 프로에서는 외야수로 나선다.
- 박세리 - 2004년 LPGA 명예의 전당 헌액 기준을 충족한 후 약 2년간 입스가 와서 고생했다.
- 박해민 - 원래 고등학교 때 2루수였는데 대학 입학 후 입스 때문에 송구를 아예 못 해서 외야로 전향했다.
- 서상우 - 대표적인 수비고자로서 상무 시절 입스를 얻었다고 한다.
- 심수창 - 라디오 스타 출연 당시, 고등학교 시절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제의가 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마지막 테스트인 캐치볼에서 입스가 와 결국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해 메이저 리그 진출이 좌절되었다고 한다.
- 염종석 - 스트라이크는 잘 던지는데 번트 수비시에 머리가 백지가 되면서 1루에 던지는 걸 잘 하지 못했다고 본인이 밝혔다. 계기가 좀 안타까운데, 고교 시절 뛰었던 경기에서 1루에 견제하다 공이 관중석에 들어갔는데, 그게 그 날 경기의 패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 윤동희
- 이범호 - 2011년 입은 햄스트링 부상이 2012년 시즌 초 잠시 재발했는데, 후반기에 햄스트링 부상이 또 재발할 것 같아서 뛰기 힘들다는 전형적인 입스 증세를 보였다. 어찌저찌 입스를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지만, 완벽히 극복하지는 못해서 그 전까진 도루도 5~10개 내외로 해주는 나름 호타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루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 이승엽 - 해설위원으로 전직한 후 선수 시절 1루수로 뛸 때 투수가 던진 견제구를 잡고 송구를 하는 것에 대해 한 때 입스를 겪은 적이 있었다고 중계 도중[5] 밝혔다.
- 이재율(이왕기) - 신인 시절 반짝 활약 이후로 증발한 원인이다. 이후 기아에 입단하고 고양 원더스에도 입단했지만 고치는데 실패했고 심지어 은퇴 후에도 고치지 못했다고 한다.
- 장기하 - 본래 드러머였으나 심해진 입스로 인해 결국 보컬리스트로 반 강제 전향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활동 당시 1집에서는 보컬 겸 기타를 맡았지만 2집부터는 보컬만 맡은 것도 입스의 악화 때문이었다고 한다.
- 정근우 - SK입단 초기에 타구를 잡은 후 베이스로 송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여 결국 KBO 올타임 넘버원 2루수로 언급될 정도의 업적을 쌓았다. 입스를 극복한 흔치 않은 사례.
- 정선아(배구선수) - 1라운드 1순위 선수였으나 일찍이 찾아온 입스로, 데뷔 4년 만에 은퇴했다.
- 조윤준 - 투수에게 송구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 존 레스터 - 피칭에는 문제가 없으나, 송구 입스가 있어서 견제구는 못 던진다.
- 주성원 - 본 포지션이었던 포수에서 입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외야로 전향했다.
- 지시완 - 2017년 시즌에 1군에 아예 올라오질 못해 많은 팬들이 의문을 가졌으나,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되면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시즌에 입스를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1년 만에 극복했으며, 당시 팀 선배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22년 입스가 재발했다. 이번에는 2루로 도루를 하는 주자 견제는 무난하게 가능한데 포구 후 투수에게 공을 넘겨줄때 입스가 와서 굉장히 어정쩡하게 날아오는 공을 받느라 투수들이 고생하는 중. 그렇게 시즌 초중반부터 투수에게 리턴을 매우 불안하게 주는 등 입스의 조짐이 보였고, 얼마 안 가 2군으로 말소되었다. 이후 1군으로 복귀했을 때도 3루 송구를 아예 패대기 송구로 할 만큼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입스의 이유는 송구과정에서 심판과 부딪히면서 공이 잘못 날아간 이후 불안감이 쌓인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 콘도 켄스케 - 송구와 포수 리드는 괜찮았으나, 입스가 오는 바람에 외야로 전향했다.
- 홍성흔 - 본인 말에 의하면, 공을 잡고 투수에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한다[6]. 그래서 한때 정말 야구를 그만둘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왔다는 말을 했다. 결국 그토록 본인이 좋아했던 포지션인 포수를 포기하고 사실상 지명타자로 전향한 덕분에 야구 인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고,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이홍구 - 최강야구에서 입스 증세를 보이며 1루수로 나설 때가 많아졌다.
5.2. 창작물
- 직접적으로 '입스'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인 만큼, 스포츠 소재 창작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 고전 애니메이션인 달려라 번개호(1967년작)에서, 주인공은 카 레이서인데 어떤 계기로 고속 주행 중 사고에 대한 공포심을 품게 되어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게 된다. 그 공포심을 이겨내는 것이 해당 에피소드의 결말이었다.
- 그 외 다수
[1]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증상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나, 이 역시 가설 중 하나일 뿐이다.
[2]
골프용품 브랜드명으로 잘 알려진 그 선수이다
[3]
물론 실제 조던은 입스와 거리가 가장 먼, 역대급 강심장 선수였다.
[4]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김성근 감독 시절 불펜 피칭장에서 투구할 때 투구한 공이 천장에 맞고 다시 본인에게 돌아오자 김성근이 "넌 혼자 피칭해도 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셀프 피칭이 가능한 오모시로이한 투수
[5]
2020년 8월 26일 SK vs 롯데 10차전 해설
[6]
이후
나원탁도 같은 이유로 투수로 전향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