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 |
사건명 |
웨스트버지니아주 대 환경보호청 West Virginia v.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
문서번호 | 20-1530 |
판례번호 | |
선고일 | 2022년 6월 30일 |
재판관 | 연방 대법원장 존 로버츠 및 8인 |
판결 | 미국 연방의회가 제정한 「청정대기법」은 미국 환경보호청으로 하여금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광범위한 정책을 독자적으로 설정할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
다수의견 | 로버츠, 토머스, 알리토, 고서치, 캐버노, 배럿 |
보충의견 | 고서치 |
반대의견 | 케이건, 브라이어, 소토마요르 |
1. 개요
2022년 선고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대기오염 규제 문제로 웨스트버지니아 주와 연방정부의 행정청인 환경보호청이 다툰 결과, 결국 연방대법원이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행정법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판례이기도 한데, 법률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입법을 제정하는 행정청이 해당 법률을 해석하는 경우, 그 해석의 범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관한 심사척도인 중요문제원칙(Major question Doctrine) 법리가 뚜렷하게 드러난 판결이기 때문이다.
2. 배경
미국 연방의회가 제정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은 환경보호청으로 하여금 대기오염원이 배출하는 유해물질의 기준치(상한선) 설정 및 그러한 기준치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배출량 감소 시스템(best system of emission reduction; BSER) 설정을 포함한 각종 환경 규제를 하도록 규율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률규정에 근거하여 2015년 환경보호청은 화력발전소로 하여금 발전량을 크게 감축하고 나아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광범위한 연료전환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정발전계획(Clean Power Plan)을 공포하였다. 이에 에너지 기업 및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법률(청정대기법)은 환경보호청에게 고작 배출량 감소 시스템에 관해서만 위임했을 뿐인데, 환경보호청이 '배출량 감소 시스템'을 넘어 '연료 전환'이라는 거대 규모의 정책까지 광범위하게 규율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청정발전계획이 공포되자 마자 분노한 기업들에 의해 해당 계획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직후인 2016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환경정책 기조가 크게 변하면서 2019년 마침내 환경보호청은 청정발전계획을 폐기하였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다. 트럼프 행정부 산하 환경보호청은 2018년 청정발전계획보다 훨씬 낮은 강도의 환경 규제인 적절한 청정에너지 계획(Affordable CleanEnergy; ACE)을 공포하였고, 그것이 너무나도 불충분한 규제라고 주장하는 환경 단체들은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ACE 공포 및 기존 청정발전계획 폐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환경 규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웨스트버지니아 주를 비롯한 많은 주(州)가 피고 환경보호청 측에 소송참가 하였다.
항소심은 환경보호청(그리고 소송참가한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패배였다. 항소심 법원은 청정발전계획의 폐기와 관련하여 환경보호청이 의회의 입법의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즉, 의회는 환경 규제에 관해 환경보호청에 포괄적 위임을 한 것이고, 환경보호청은 이러한 위임을 바탕으로 '청정발전계획' 같은 광범위한 연료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스스로의 권한을 축소 해석하여 청정발전계획을 폐지하였으니 이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항소심 판결 직후 2020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며 상황은 다시 한번 반전된다. 바이든 행정부 산하 환경보호청은 다시 청정발전계획 복원에 적극적이 되었고,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한다.
3. 판결 내용
결론은 환경보호청이 제정한 청정발전계획은 모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고, 따라서 효력이 없다는 것.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로버츠 대법원장이 집필하고 다른 5명의 대법관이 동조한 다수의견은 중요문제원칙(Major Question Doctrine)을 내세워 청정발전계획이 「청정대기법」의 위임을 넘은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판시하였다. 중요문제원칙이란 행정청의 행정입법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아 월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 중 하나로,[1] 쉽게 말해 행정청의 행정입법이 사회경제적 파급효가 큰 중요문제(Major Question)에 관해 규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명시적 위임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회의 입법자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중요문제를 다룰 권한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행정청은 중요문제를 규율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만약 법률이 행정청에 행정입법 권한을 부여하고는 있으나 그러한 권한 부여의 범위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수준에 불과하다면 행정청은 결코 사회경제적 파급효가 큰 사항에 관해 규율할 수 없고, 파급효가 작은 자잘한 사항에 관해서만 규율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다수의견은 환경보호청이 당초 공포한 청정발전계획(Clean Power Plan) 규칙이 전국에 걸처 막대한 사회경제적 파급효를 초래하는 연료전환정책을 강제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해당 규칙이 '중요문제'를 규율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청정발전계획 규칙의 모(母)법률인 「청정대기법」은 환경보호청에게 오직 '배출량 감소 시스템 설정'에 관해서만 위임했을 뿐, 연료 전환 등의 중요문제까지 위임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환경보호청의 청정발전계획 규칙은 「청정대기법」의 위임범위를 넘은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결정하였다.
반면 케이건 대법관이 집필하고 다른 2명의 대법관이 동조한 소수의견은 모(母)법률의 위임 범위 및 내용이 모호할지라도 의회가 행정청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에까지 폭넓은 위임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으며, 본 사안의 경우가 그러하므로 설령 환경보호청의 청정발전계획이 거대한 파급효를 가져온다 한들 이를 위임범위를 넘은 위헌적 행정입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4. 결과
결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친환경 정책은 연방대법원의 동 위헌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판결을 통해 그동안 예외적 법리에 불과했던 중요문제원칙이 행정입법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됨으로써 향후 수많은 행정부의 정책들이 연방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5. 관련 문서
[1]
중요문제원칙은 이 판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법리는 아니고,
2000년 당시 FDA v. Brown & Williamson Tobacco Corp 사건에서 처음 등장한 법리이다. 다만, 중요문제원칙이 행정입법의 합헌성 판단에 있어 원칙적 법리가 된 것은 이번 판결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