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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9 17:45:52

아군

1. 개념2. 아군 오사3. 아군과 적군4. 창작물에서5. 기타6. 관련 문서

1. 개념

아군()은 사전적 정의로는 같은 편인 군대를 일컫는 말이다. 반의어로는 적군이 있다. 상징적 의미로 볼 때, 아군보다는 덜 같은 편인 관계 우군이라 칭한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군대에서 자신과 동맹을 하고 함께 적과 싸우는 주변 인물을 칭한다. 꼭 군대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특히 게임, 스포츠 등에서 자주 사용되며, 그 밖에도 자신과 함께 활동하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등 하나의 목표를 두고 협동하는 사람들을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극도의 전투 속에서도 등을 기댈 수 있는 아군의 존재는 불안감을 크게 낮추므로, "얘는 확실히 우리 편" 이라는 인식은 심리적으로 몹시 중요한 셈이다.

2. 아군 오사

잘 훈련된 적보다 더 위험한 것은 훈련되지 않는 아군이다.
아군을 실수로 공격하는 것을 아군 오사(我軍 誤謝, friendly fire), 속칭 팀킬이라고 한다. 서구의 전사 연구가들은 핵 공격을 비롯한 화생방 무기의 사용 다음으로 병사들을 패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불안요소로 아군 오사를 꼽을 정도이며, 적군으로 하여금 자기네들끼리 아군 오사를 일으키게 하여 전투에서 승리한 사례도 있다.

전투를 할 때 깊은 밤이나 안개가 자욱한 날에 기습을 해서 적이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게 만드는 것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열세에 있는 쪽이 우세한 상대에게 맞서는 흔한 전략이다. 구약성경 삼국지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고대에서부터 유용하게 활용하던 유서 깊은 전법이라고 할 수 있다.

3. 아군과 적군

설령 아군이라 해서 최종적 목표까지 같은 건 아니다. 최종목표가 다를 경우 이 아군은 언제든 잠재적인 적이 될 수 있다. 적과의 동침, 동상이몽, 하라구로, 흑막, 배신, 뒤통수, 적의 적은 나의 친구 등의 용어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기에, 향후 배신이 우려되는 상대방에게 어디까지 협조할 것인가의 문제는 게임 이론 등에서 이미 많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에는 백 퍼센트 아군도 적도 없게 마련이지만, 세상 만사를 아군과 적군으로 깔끔하게 무 자르듯이 나누는 사고방식도 있다. 즉 (우리 - 아군 - 선함 - 도덕적 - 합리적 - 인간적) vs. (그들 - 적군 - 악함 - 부도덕 - 비합리 - 인간 이하) 의 심리적 구도를 만드는 것. 이러한 이분법(二分法, dichotomy)은 주로 깊게 생각하고 복잡하게 따져 볼 심리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심리적으로 고민이 많고 욕구가 불충족되거나 했을 때 마일드한 방식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런 사고방식이 만성화된 사람들은 애초에 이만큼 단순한 세계가 아니면 받아들일 힘조차 없는 것.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미 사회심리학 및 정치심리학에서 마르고 닳도록 논의되어 왔다.

조금 씁쓸하지만 이처럼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나누어 보여주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로서도 아주 그만이다.[1]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도 이런 구호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물론 근본주의 종교 집단 역시 빠질 수 없다. 이런 메시지들은 모두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비록 남들의 눈에는 심각하게 엇나갔을지언정) 일종의 피아식별띠가 되어주는 것이다.

반대로 정치판에서는 일명 그 개새끼는 우리 개새끼 논리, 즉 뜻을 같이 하는 아군이라면 아무리 물의를 빚고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보듬어주고 못본 체 해주어야 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는 단지 우리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집단의 썩어있는 환부를 제때 도려내지 못하게 해서 다같이 실권을 잃고 굴욕을 겪는 등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군이니까 실드쳐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이니까 그만큼 엄격하게 통제하고 기강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독일의 헌법학자 카를 슈미트는, 그의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정치적인 것의 본질은 피아식별(彼我識別, Freund-Feind-Unterscheidung)에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까지 주장하기도 하였다.[2]

크게 보자면 결국 인간관계라는 것은 적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내 생존에 필요한) 아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때 아군이라 함은 "필요할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의 격언에 해당될 정도까지는 되어야 한다. 타고난 성격 등의 이유로 일부는 "저 사람은 적이 없는 사람이야" 같은 평판을 얻게 되기도 하지만, 다른 일부는 사회적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언제라도 자신을 물고뜯을 준비가 된 적들이 사방에 우글거리기도 한다.

4. 창작물에서

전통적으로 아군은 파란색, 적군은 빨간색, 중립군은 흰색 또는 회색으로 식별되는 일이 많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아군을 초록색으로 식별한다. 현실에서의 한 방법으로는 육안으로 피아식별띠를 어떻게 두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있다.

적 보스가 자기 부하들을 마구 죽이는 클리셰는 보스의 무자비함, 무개념함, 압도적인 위세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적이 된 아군 보정, 아군이 된 적 보정처럼 몇 가지 보정을 해야만 피아간 밸런스가 맞고 긴장감이 유지되기도 한다. 전투광 속성 캐릭터는 피아개념이 희박해서, 전투 그 자체에 몰입하기 위해 아군에게 불리하고 적군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짓도 태연하게 저지른다.

일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내용이 진행됨에 따라 상대방이 배신을 때리는 트리거가 존재하는데, 배신 타이밍 이전에 상대방의 주요 거점들에다 병력을 꾸역꾸역 밀어넣어 두면 동맹이 풀리자마자 처절하게 궤멸당하는 개그를 감상할 수 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를 비롯한 작품들은 외교관계를 설정할 수도 있으며, 공물 시스템과 그에 연동되는 우호도도 나름 갖추어져 있다. 컴퓨터를 상대할 때에는 종종 이런저런 자원구걸을 생각없이 받아주다 보니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자 서로 동맹이 되어 있다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문명 시리즈에서도 외교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서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도 있고, 우방이었던 나라가 플레이어의 몇 가지 결정만으로 최악의 적으로 돌변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태도 및 표정 변화가 압권.

스타크래프트 2에서 부관 대사 중 "아군이 공격받고 있습니다"가 있는데, 해당 영어 대사가 저그는 ""Our forces are under attack."인 반면, 테란은 "Your forces are under attack."이다. 이는 하이브 마인드 체계로 된 저그와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테란 간의 특성 차이가 반영된 것이다.

FPS 장르에서는 보통 혼자 놀거나 아니면 같이 무작정 전장을 휘젓거나 하지만, 아군(내지는 용병, 고용인, 안내인, 조수 등)이라는 개념에 좀 더 신경쓴 경우 아군이 다쳤을 때 치료해 주거나, 아이템을 상호 교환하거나, 상대방을 불신하거나 반대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등의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까지도 일어난다. 아군 오사 역시 일부 게임은 상정을 안 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정말로 눈먼 총탄에 아군을 떠나보낼 수도 있고, 다치지는 않지만 욕을 한 바가지 거하게 퍼붓는 경우도 있다.

둠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마들은 자기들끼리 아군이라는 개념이 어지간히 없어서 몬스터 내분이라는 특이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5. 기타

축구에서 피아구분을 헷갈려서 벌어지는 대참사로 자책골이 있다. 물론 무진장 억울한 자책골도 많지만.

인터넷상에서 이것이 들어간 유행어로는 ' 사격중지! 아군이다!'가 있다. 주로 솔로가 연애담을 빙자하여 쓴 글이 올라올 때 솔로부대 대원이 하는 대사로 활용된다.

6. 관련 문서



[1] 예시: 지금 미국의 편에 서지 않으면 악의 축이다. [2] 쉽게 말해서, 종교적인 것의 본질이 성속(聖俗)의 구별에 있고, 도덕적인 것의 본질이 선악의 구별에 있듯이, 정치적인 것의 본질은 동지(Freund)와 적(Feind)의 구별에 있다는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