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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5-07 04:08:37

부기맨(사일런트 힐: 다운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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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Bogeyman_Downpour_부기맨_사일런트_힐_다운포어.png
Bogeyman
1. 개요2. 상징 및 해석3. 또 다른 해석
3.1. 희생양=네이피어3.2. 기타

1. 개요

사일런트 힐: 다운포어에 등장하는 메인 크리처. 주인공과의 관계성이나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본편에서 2편 삼각두급에 해당하는 크리처다. 역대 사일런트 힐 크리쳐 중에서도 가장 인간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역으로 가장 이질적이라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사일런트 힐: 홈커밍에 등장하는 교단병를 연상시킨다.[1] 다만 디자인의 모티브 자체는 부기맨 전설의 여러 변용 중 하나인, 지중해쪽의 "Babau"로 추정되고 있다. Babau는 검은 헤비 코트와 후드, 또는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린 거한으로 묘사된다.[2] 컨셉이나 이름을 부기맨으로 설정한 이유는 한국의 망태기 할아버지처럼 부기맨은 서양 쪽에서 아이들을 해친다고 전해져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가장 대표적인 괴물 중 하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3]

2. 상징 및 해석

상술한 대로 피라미드 헤드와 비슷한 역할이지만, 삼각두와 이 크리처는 유사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상반되는 부분을 여럿 보인다. 일단 둘 다 죄에서 태어난 크리처고, 해당 시리즈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적대 캐릭터다. 그러나 자신을 벌하고 싶은 마음으로서 죄를 상기시키는 존재인 레드 피라미드 씽과는 달리, 부기맨은 '자신의 죄에서 눈을 돌리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만들어낸 크리처'다. 즉 죄의 전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자신의 죄 대신에 타인을 증오하는 복수심이 반영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부기맨은 주인공에게 죄를 떠올리게 해 다시 짊어지도록 하는 존재가 아니라 죄를 떠넘겨 받는 대상, 즉 주인공이 복수해야 할 존재로서 나타나는 크리처라는 것.[4]

둘의 차이점은, 삼각두가 등장할 때마다 제임스 일행을 위협하고 덤벼들어 공격하는 반면에, 부기맨은 등장하면 길을 끊어 놓거나 멀찍이 떨어진 채로 공격하는 등 머피가 다가올 수 없게 한다는 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인공들이 두 크리처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상황을 대조해 봤을 때도, 삼각두는 제임스가 있는 방향을 노려보고 있으나 복도가 막혀 잡을 수 없는 상태고 제임스는 그런 삼각두를 피해 다른 방으로 도망가는 형국이었다. 반면 부기맨은 달려오는 머피를 등진 채 앞서 가고 있고 머피가 이를 따라잡으려는 상황이라 반대로 자신을 잡으려는 머피를 피해 부기맨이 달아나는 형국이었다. 머피는 그런 부기맨과 닿을 뻔하나 바닥이 꺼져서 결국 놓치고 만다.[5]

특히 두 크리처는 작중에서 주인공에게 중요한 인물들을 죽이는데 여기서 큰 대조점이 나타난다. 삼각두가 마리아를 죽였을 때 도망치고 있던 건 제임스였지만, 부기맨이 아이를 죽였을 때 도망치던 건 부기맨이었다. 복수심과 죄의 전가와 같이 누군가에게 죄책감과 분노를 떠넘기려는 마음의 상징인 부기맨은, 이렇듯 거듭 머피의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는 행위를 벌이고 그 행위와 단죄로부터 달아나며 머피를 시험하는 역할인 것이다. 또한 삼각두가 끊임없이 마리아를 살해하는 상황은 아내가 이미 죽었으며 아내를 죽인 건 자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부기맨이 수도원에서 아이를 죽이는 상황은 찰리가 살해당하는 순간에 지켜주지 못했던 상황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 후회감의 반복이다. 자신이 망각한 죄를 떠올리게 만드느냐, 자신의 복수심을 되돌아보게 만드느냐의 차이가 엿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6]

실제로 머피가 자신의 분노나 복수심, 타인의 죄를 물어 매달리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부기맨의 눈을 감겨줄 때 그 맨얼굴이 드러나는데, 조명이 비출 때마다 '네이피어'와 ' 머피'의 얼굴로 번갈아 변한다. 그리고 시체가 사라지며 "자유(freedom)"라는 이름의 열쇠만 남게 된다. 이는 진정 죄를 물어 벌하거나 아니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자책감을 가진 자신인지 죄를 전가한 대상인지의 물음에서, 그 답은 누군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물음으로부터 벗어나 복수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라 볼 수 있다. 자신 때문에 결과적으로 죽게 된 네이피어의 얼굴로 변하는 순간에, 오히려 아들을 죽인 그에게 사과하며 눈을 감겨주는 머피의 태도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7]

또한 이 존재는 삼각두와 달리 주인공인 머피에게만 나타나는 크리쳐가 아니다. 머피와 마찬가지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고 그 죄를 떠넘겨 물으려 하는 앤 커닝엄에게도 이 크리처가 보인다. 심지어 앤에게는 무려 머피가 이 크리처로 보이며 최종전도 머피가 부기맨으로 변해 앤과 대치하는 것이다. 이는 아예 자신의 복수의 대상이 바로 눈 앞에 있기에 그 존재에게 이미지가 덧씌워진 걸로 보이며, 부기맨은 복수심과 죄의 전가 등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서로 공유하게 되는 하나의 크리쳐일지도 모른다.

일단 부기맨은 삼각두 오리진의 부처처럼 개개인의 서로 다른 내면의 산물로서 비인간적이고 독창적으로 생긴 괴물의 이미지보다는 훨씬 인간답게 생겼다. 전신을 가린 거구로부터 압박감은 느껴지나 괴물이라기보단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정한 괴한, 살인자 같은 이미지로서, 보다 누구나 일반적인 범주 내에서 연상할 수 있을 만한 모습에 가깝다. 애초에 삼각두나 부처는 머리에 달린 게 가면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 그 자체"지만, 부기맨은 그 가면을 벗길 수 있으며 그 안의 사람이나 얼굴이 불특정다수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즉 삼각두나 부처는 디자인을 이루는 하나 하나가 자신들의 신체 일부분에 가까운 형태지만, 부기맨은 거대한 풍채만 제외하면 본래 모습을 철저히 감춘 복장을 하고 그 안에 정체 모를 진짜 모습을 숨긴 괴한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앤이나 머피처럼 각기 다른 대상에게 복수심과 분노를 품고 죄를 떠넘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개 사람들이 범죄자나 살인자하면 비슷하게 연상할 만한 디자인으로 그 형태가 공유되는 걸로 보인다. 이렇듯 그 모습 속의 감춰진 정체에 저마다의 증오하는 대상을 투영하는 식으로 크리처가 나타나거나, 증오하는 상대가 그러한 괴물로 보이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보통 팬덤에선 마지막에 머피가 부기맨으로 변한 걸 앤(증오하는 사람)에 의해 머피(증오받는 대상)가 악의적으로 몰아붙여진 것(demonize)으로 해석한다.

3. 또 다른 해석

3.1. 희생양=네이피어

ネイピアって誰? (20:20)
네이피어가 누구야?

ミニカー少年は、幼少のネイピア (20:21)
미니카 소년은 어린 네이피어

ネイピアも別のブギーマンに襲われてああなってしまったのだとすれば もはや誰が悪いのか・・・ (20:25)
네이피어도 다른 부기맨에게 습격당해 저렇게 되어버린 거라면 이제 누가 나쁜 걸까...

息子にとってネイピア、ネイピアにとってはマーフィー、どちらもブギーマン (20:45)
아들에게 네이피어, 네이피어에게는 머피, 둘 다 부기맨

チャーリー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はネイピア (20:57)
찰리의 부기맨은 네이피어

あの少年ネイピアなんか (21:06)
그 소년 네이피어인가

ネイピア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はマーフィー (21:07)
네이피어의 부기맨은 머피

お薬飲んだらゲェーするのってのは幼少時のネイピアだったのか (21:12)
약 먹으면 게아악하던것은 어릴때의 네이피어였던가.

少女が婦警でマーフィーが犯人(ブギーマン)ってことか。車椅子の男は父親か。 (21:12)
소녀가 여경이고 머피가 범인(부기맨)이란 말인가? 휠체어를 탄 남자는 아버지인가.

少年時代のネイピアは孤児院での虐待にあっていた。 (21:13)
소년 시절의 네이피어는 고아원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その為性癖が歪み小児性愛を発症。それによる被害にあった少年たち(マーフィーの息子チャーリーも含め)が 恐れているのはもちろん自分を殺したネイピア。 (21:13)
그로 인해 성벽이 뒤틀려 소아성애가 발병.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한 소년들(머피의 아들 찰리도 포함)이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죽인 네이피어.

息子を殺されたマーフィーが恐れるべきなのもネイピア。 (21:13)
아들을 살해당한 머피가 두려워해야 할 것도 네이피어.

しかしネイピアにとっては自分を殺したマーフィーが恐怖の対象 (21:13)
하지만 네이피어에게는 자신을 죽인 머피가 공포의 대상

そしてマーフィー自身にとっても息子を救えなかったマーフィーがマイナスの感情の対象でもある。 (21:13)
그리고 머피 자신에게도 아들을 구하지 못한 머피가 부정적인 감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要するに、『恐怖の対象=ブギーマン』であるため マーフィー・チャーリー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ネイピア マーフィー・ネイピア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マーフィー となる。 だからマーフィー視点のブギーマンの正体(顔)がコロコロかわる。 (21:13)
요컨대 "공포의 대상=부기맨"이기 때문에 머피・찰리에게 "부기맨=네이피어," 머피・네이피어에게 "부기맨=머피"가 된다. 그래서 머피 시점에서 부기맨의 정체(얼굴)가 이리저리 변한다.

相手から見た恐怖心ことか説明ありがとう (21:13)
상대로부터 보게 된 공포심인 걸까, 설명 고마워

マーフィとネイピアは同い年であり、名前を消したアーカイブは 該当者がどちらとも思えるように出来ている。 (21:15)
머피와 네이피어는 동갑이고, 이름을 지운 아카이브는 어느 쪽이라도 해당자로 여겨질 수 있게 되어 있다.

マーフィも教団系の孤児院出身とのアーカイブがある。(21:16)
머피도 교단 쪽 고아원 출신이라는 아카이브가 존재한다.

ルートによってどちらにもなり得るように出来ている (21:16)
루트에 따라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도록 나와 있다.

ネイピアを殺した自分と息子を殺した自分を重ねて見てたってことか (21:21)
네이피어를 죽인 자신과 아들을 죽인 자신을 겹쳐 봤다는 것인가.

殺して憎む対象がいなくなったから憎しみから自責の念が強まってしまった (21:21)
죽이고 미워하는 대상이 사라졌으니 증오에서 자책감(양심의 가책)이 강해져 버렸다.

とマーフィーは捉えているということだな、マーフィーの心の中なんだから (21:22)
라고 머피는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군, 머피의 마음속이니까

息子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はネイピア、ネイピアにとってのブギーマンはマーフィ。なのでブギーマンは2人いるってこと (21:23)
아들에게 있어서 부기맨은 네이피어, 네이피어에게 있어서 부기맨은 머피. 그러니까 부기맨은 2명이 있다는 것.

自分が憎んでた犯人と同じ存在になってしまったわけか (21:23)
자신이 미워했던 범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셈인가.

マーフィーとネイピアは表裏一体だったんだな (21:24)
머피와 네이피어가 표리일체였구나

マーフィーは子供をブギーマンに殺されたから自分もブギーマンになって復讐したってこと? (21:24)
머피는 부기맨에게 아이가 죽었기 때문에 자신도 부기맨이 되어 복수했다는 거야?

출처: 키린 「訛り実況(사투리 실황)」에 달린 코멘트들 / 관련 캡처: 1 2 3 4 5 6 7 8 9 10
부기맨이 아이들의 공포심을 통해 형상화된다는 본래의 모티브에서 착안해 "공포"를 상징한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심지어 이 연장선상에서 수도원에서 살해 당한 아이는 찰리가 아니라 네이피어를 상징한다는 과감한 해석이 제시되기도 한다.

부기맨은 살인자로서 공포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머피에게 부기맨은 찰리를 죽인 네이피어다. 반면에 머피 또한 네이피어 입장에선 부기맨으로 비춰지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찰리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관계 속에서 가면이 벗겨진 부기맨의 얼굴은 네이피어로도, 머피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수도원에서 살해 당하는 아이는 머피라는 부기맨에 의해 죽게 된 네이피어를 상징하게 된다.[8]

그럼에도 부기맨(머피)이 아이(네이피어)를 죽이는 것에 머피가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건 복수를 위해서라 해도 자신의 행위에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암시, 또는 자신이 하려던 행위를 돌이켜 봄으로써 그 행위가 근본적으로 아이를 죽인 네이피어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9] "복수는 돌고 돈다"처럼 가해자-피해자 관계는 일방향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참고로 부기맨을 쫓는 시를 보면, 부기맨을 쫓아낸다기보다 설득하고 위로하는 듯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특히 "Take heed, it's not too late. Mistakes needn't haunt you forever. Though you have regret, you can't just forget. You alone decide your fate."라는 구절은 자책감과 후회로 복수를 선택해 자신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아이(네이피어)를 죽이려는 부기맨(머피)에게, 아직 늦지 않았으니 더는 얽매이지 말라는 메세지처럼 보이기도 한다.[10] 그렇다면 결국 부기맨과의 보스전은 자신 안의 부기맨, 즉 복수심, 살의 등을 이겨낸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부기맨을 쓰러뜨리자 찰리가 나타난 것도, 복수심에 매몰되어 찰리를 해쳤던 부기맨과 마찬가지가 되어가던 걸 극복해 비로소 부기맨으로부터 찰리와 자신을 구해냈다는 의미가 된다. 네이피어와 머피로 번갈아 얼굴이 바뀌던 부기맨의 형상이 사라지고 "자유(Freedom)"라는 열쇠가 남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방되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런 해석에서 앤의 경우엔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살인자로서 머피가 증오이자 한편으론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에 부기맨으로 보이는 거라 할 수 있다.[11] 그리고 앤 또한 부기맨(머피)을 향한 복수에 매달리느라 망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담으로 자신을 돌이켜 보란 의미로 본디 네이피어한테 해당할 아이를 해치는 부기맨의 입장에 그에게 복수한 머피를[12] 이입시킨 것처럼,[13] 앤이 복수를 성공한 반전 엔딩에선 앤을 머피와 같은 처지로 만들어 버린다. 즉 해당 해석을 따른다면, 복수를 정말 실행에 옮긴 이들은 복수 대상과 같은 입장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부기맨에게 살해당할 때 머피는 아이를 향해 찰리라 외치고, 죽은 아이의 시체를 안으며 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긴 한다. 그래도 이 해석과 양립한다고 본다면, 일단 아이가 살해 당하는 상황 자체가 어쨌든 찰리의 죽음에 대한 PTSD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머피의 입장에선 아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 자체는 찰리를 지키지 못했던 상황의 반복이라 그 죽음에도 찰리가 떠올라 이름을 연호하며 미안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 더 나아가 그 상황에 "살해 당하는 아이=네이피어," "아이를 살해하는 부기맨=머피"라는 대입이 성립한다면 복수란 명목으로 한 행위는 결국 네이피어가 그랬듯 어떤 아이를 살해하는 짓과 마찬가지이며, 이를 자신이 반복했다는 걸 깨닫고 "아이(=네이피어)"를 끌어안으면서 면목이 없어 찰리에게 사죄했다는 접근도 될 수 있다.

3.2. 기타

수도원에서 부기맨에게 살해당하는 아이는 찰리나 네이피어가 아니라 네이피어에게 살해당한 "다니엘 스티븐스(Daniel Stephens)"를 상징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14] 네이피어의 희생양이 또다시 살해당한다는 점에서, 머피에게 있어 부기맨은 일관되게 네이피어를 의미한다는 기본 해석과 일맥상통한다.

부기맨이 복수심을 상징하는 크리쳐인 건 확실해 보이나 보다 정확히는 부당하거나 맹목적인 복수심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앤의 경우 머피가 정말로 프랭크를 죽인 걸로 나오는 풀 써클 엔딩을 제외하면 이에 부합하며,[15] 머피의 입장에서 부기맨에 대응되던 네이피어에 대해서도 사실 '정말로 찰리 살해범인가?'하는 의문이 있다.

일단 부기맨의 디자인은 살인범이 쓴 익명의 가면 속에는 누구라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상징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가면을 들추기 전에는 그 진짜 얼굴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온몸을 감싸는 복장과 마스크로 철저히 정체를 감추고 있어 한번도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같은 차림새라도 그 안에는 다른 존재일 수 있는데 무작정 보복하겠다며 쫓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즉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알려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복수심과 분노를 쏟아낼 대상으로서 나타나는 게 부기맨이라는 의미다.[16]

실제로 머피가 아들을 죽인 살해범이라며 증오하는 네이피어는 사실 찰리와 관련된 혐의가 밝혀진 것이 없다. 돌이켜보면 오직 머피의 확신이나 주장으로만 네이피어가 아들을 살해했다고 언급된다. 네이피어가 복역 중인 이유는 다른 아이를 살해했기 때문이며 이는 문서로도 확실하게 나오는 반면, 머피나 스웰이 말하는 찰리 살해 건을 확정지을 명확한 단서나 진실은 나온 적이 없다.[17] 결국 머피는 이전에도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던 네이피어가 다른 아이를 살해해서 잡혀 들어 갔으니, 이웃이던 자기 아들도 마찬가지로 살해했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머피는 본인의 선택으로 프랭크의 비극과 죽음에 일조했다는 죄가 분명 있지만, 복수의 부질없음을 주제로 내세운다고 어린 친아들이 강간 살해당해서 복수하려던 것마저 사일런트 힐에 갇혀야 할 죄로 여기는 건 너무 가혹하거나 억지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18] 그러나 상술한 부분에 집중한다면 머피가 의심이나 분노의 화살을 네이피어에게 돌리는 게 이해는 가도 그 복수나 동기가 정당하다고 보긴 힘들게 된다.

물론 정황이나 게임 전개상 네이피어가 찰리를 죽였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고 그럴 가능성도 높으나, 문제는 네이피어가 실은 무고하든 아니든 그저 의심만으로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규정하고 응징하려 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머피의 복수 자체에도 따질 만한 잘못이 생긴다.[19] 저지르지 않은 잘못을 이유로 해쳐 놓고선 어차피 죽어 마땅한 악인이니 괜찮다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또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복수심을 품고 있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던 캐릭터가 바로 앤인데, 둘이 공유하던 핵심 크리쳐가 부기맨이란 점에서 이러한 공통점은 의미심장하다.

그저 자신의 갈 곳 없는 원한과 증오를 쏟아내고픈 행위일 뿐, 진실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살인과 폭행을 행하려 한 점에서 죄는 명백해진다. 부기맨은 바로 그 죄의 상징이자 본인들을 돌이켜 보게 하는 크리쳐로, '실제 정체(=진실)'가 일절 드러나지 않는 모습으로 앤과 머피에게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20] 그래선지 각자의 부기맨을 극복하는 것도 머피는 부기맨의 가면을 벗겨내 비로소 그 정체를 깨달았을 때이며,[21] 앤은 무작정 부기맨(=머피)을 살해하지 않았을 때[22] 비로소 진실을 깨달아서였다.

어찌 보면 복수 자체보다 이 '진실'과 '정의'가 핵심일 수 있는 게, 엔딩 중 하나는 대놓고 명칭이 "진실과 정의(Truth and Justice)"다. 이 엔딩에서 앤은 여전히 복수심을 놓지 않았는데도 아버지의 원수가 실은 머피가 아니라 스웰이었다는 진실을 깨닫고 마을의 시험을 통과하여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즉 진실에 입각해 정의롭게 복수를 행하려 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1] 비옷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있다. [2] 초기 원안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교단병과는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3] 머피는 아들인 찰리를 아동 성범죄자인 네이피어에게 잃었다. [4] 삼각두자신의 죄를 벌해줄 존재로서 나타나는 거라면, 부기맨은 타인의 죄를 벌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거라 볼 수 있다. [5] '아무리 기억이 없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따라붙는 과거와 그 죄,' '허무한 복수를 계속 좆는 것'의 차이점으로 보인다. [6] 실제로 수도원 파트 마지막의 보스전은 이번에야말로 도움을 요청하는 찰리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도착한 머피가 부기맨을 무찌르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머피가 부기맨을 무찌르자 비록 환상이긴 해도 찰리가 살아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끝까지 삼각두로부터 마리아를 구해내지 못했던 제임스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7] 부기맨을 무찌르면 나오는 트로피도 "Broken Cycle(부서진 순환)"이다. 즉 "반복되는 복수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의미. 그래서인지 삼각두가 최종 보스전 바로 직전까지 나오는 것과 달리, 이후 게임 플레이에선 더이상 머피 "개인"에겐 부기맨은 나타나지 않는다. [8] 이런 가설에 따르면 센트럴 빌딩의 지하 주차장 구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요소인, 네이피어로 추정되는 인물을 부기맨이 린치하는 실루엣의 의미가 설명된다. 머피 또한 네이피어에겐 자신을 해치는 공포스런 부기맨이라는 것. [9] 아이가 죽자 찰리에게 사과한 것도 죽은 아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다는 것과, 아들을 죽게 한 일과 마찬가지인 짓을 자신이 되풀이했다는 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0] 의미심장한 건 시를 읊으며 부기맨을 설득해 말리려는 게 바로 머피 본인이라는 점이다. 즉 머피는 복수에 매달리면서도 이를 멈추고 싶었거나 멈춰주었으면 했던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아이(네이피어)를 죽인 부기맨=머피"설대로라면 시의 내용은 결국 머피가 스스로를 달래고 내면의 평화를 갈구하는 내용이라 볼 수 있다. [11] 앤의 분신이라 여겨지는 여자아이는 실제로 머피를 살인자로 여기며 두려워하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필수는 아니지만 여자아이와 대면할 때쯤엔 게임 진행상 도끼를 들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서 정말로 도끼를 들고 접근해오는 괴한 꼴이 되고 만다. 그런 모습으로 도망가는 애를 쫓으며 해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은근 네타거리. 심지어 해머를 든 부기맨의 자세가 도끼를 들었을 때 머피의 모션과 유사하다는 감상도 존재한다. [12] 끝장을 냈든, 안 냈든 간에 [13] 앞의 해석과 더불어 가면을 벗은 부기맨의 얼굴이 네이피어와 머피로 번갈아 바뀌던 장면. [14] 네이피어는 8세 아동을 강간 살해한 죄목으로 복역 중인데 그 피해자가 다니엘 스티븐스이다. [15] 사형 엔딩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 애매하다. [16]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이 겪은 상실과 비극에 대한 분풀이일 뿐이라는 건데 이런 부분은 상술한 해석들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17] 이마저도 스웰은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그저 머피의 주장에 말을 맞춰 줬을 뿐으로 추정된다. [18] 사실 2편 안젤라의 사례에서도 보다시피 사일런트 힐은 마땅한 분노나 참작할 이유로 저지른 짓이라도 살인 또는 복수에 가차없긴 했다. [19] 튜토리얼에서 머피가 이웃 사이라 설명했음에도 네이피어는 머피가 누구인지도, 자신을 왜 죽이려 드는지도 전혀 이해를 못하는 듯한 눈치였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 볼 만하다. [20] 실제로 둘이 부기맨을 대하는 태도는 그 정체를 밝혀내기보다 부기맨이 저지른 행위에만 분노해 쫓거나 처단하려고만 하는 듯한 구도로 그려진다. [21] 다만 이 시점에도 네이피어가 찰리를 정말 죽였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부기맨의 얼굴도 네이피어와 머피로 번갈아 바뀐다. 이로 보아 자신이 파멸시키려 한 대상이 네이피어이자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진실을 확실히 하지 않은 채 타인을 향한 복수심에만 이끌리느라 스스로 문제를 키웠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22] 정확히 말하면 실패해서 못한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