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묵 요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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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도토리로 만든 묵이다.청포묵 등 녹두전분으로 만든 묵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도토리묵은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역사
산이 많은 한국은 특히 떡갈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가을에 도토리가 많이 나와 이걸 이용해 만들어 먹었다.도토리묵에 대해 있는 최초의 공식적 기록은 임진왜란 시기이다. 당시 피란을 가던 선조가 토리나무의 도토리로 만든 묵을 먹고 별미라고 느껴, 이를 궁궐에서도 찾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원래 토리나무의 이름이 상수리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 일본으로는 EBS 다큐프라임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고치현으로 끌려온 조선인 포로들이 두부 제조업을 하면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팔았고, 현재도 일본에서 유일하게 도토리묵을 만드는 지역이 고치 현이라고 한다. 일본어로는 도토리 두부라는 뜻의 카시토후(樫豆腐)라고 부른다. 단, 한국에서는 간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이는데 반해 고치에서는 유자와 미소(일본 된장)로 만든 소스를 쓴다.
현대에는 전국적으론 충남 서천군의 판교 도토리묵이 유명하다.
3. 맛
식감이 푸딩처럼 부드러운 것이 특징으로 맛은 다소 쌉쌀하고 적당히 고소한 편이다. 보통 양념간장으로 간을 한다. 또한 얇게 썰어 말리면 묵말랭이가 되는데,[1] 푸딩 같은 느낌이 사라진 대신 더 쫄깃쫄깃한 맛이 나서 무쳐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2]다만 지역적으로 맛이 제법 차이가 나는 편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통되는 모습은 아니다. 예로 강원도의 도토리묵은 쓴맛이 거의 없고 매콤하게 먹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원래부터 식감이 좋은데다 보통 냉장고에서 차갑게 해서 먹기 때문에 여름에 특히 별미로 수요가 높고, 냉국처럼 먹는 묵사발은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면 다른 밑반찬은 남더라도 도토리묵이 남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좋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예 묵사발만 따로 식사 메뉴로 판매하기도 한다.
상수리와 도토리는 모양도 다르지만 맛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묵으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상수리와 도토리의 비율에 따라 맛이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외국인 중 몇몇은 양념을 치지 않은 도토리묵을 먹고 말하길 "코르크맛"이 난다고 한다. 그도 그럴게 코르크나 도토리묵이나 참나무과 나무들에게 얻는거라 향이 비슷할 수 있긴 하다.
4. 만드는 방법
도토리묵을 만드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설명해 보자면... 먼저 도토리를 물로 잘 걸러내[3] 햇빛에 말린 후 껍질을 쪼개서 알맹이를 확인한다. 의외로 도토리에는 벌레나 상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4] 그리고 맷돌이나 믹서기를 이용해 갈아준다. 그리고 베로 걸러낸 후 물에 담가 몇 시간을 놔둔다. 그러면 아래 위로 층이 분리되는데 윗층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붓는 식으로 3~4번 반복한다. 도토리묵용 가루를 파는데 그걸 사다 쓰면 이 과정까지는 생략이 가능하다. 그러면 색이 점점 맑아지는데 여기에 물과 소금을 추가하고 끓인다. 끓기 시작한 후로는 약한불로 줄이고 저어줘야 타지 않는다. 이 부분부터가 정말로 중노동이다.[5] 짧게는 1시간부터 길게는 몇 시간까지, 걸죽한 상태가 됐다면 이걸 용기에 붓고 식히고 굳힌다. 걸죽해질 무렵부터 툭툭 튀는데 피부에 닿으면 정말 뜨거우므로 조심하자.사실 만드는 방법이 쉽지 않은데다 오래 걸리고 번거로우므로 사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개 직접 만들어 먹는 도토리묵이 잘만 만든다면 색과 맛이 더 진하고 풍부하다. 그리고 식감은 덜 부드럽다. 도토리묵은 대체로 원가절감을 위해 도토리가 적게 들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다가 부드럽게 만드는 성분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만든 도토리묵은 젓가락으로도 쉽게 집는 것이 가능하지만, 가게에서 파는 도토리묵은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숟가락이 아니면 젓가락으로 집기가 힘들다.
도토리묵은 메밀묵과 마찬가지로 무침으로 먹을 수도 있고[6] 양념장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 혹은 육수를 붓고 갖은 고명을 얹어 묵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서 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야채와 함께 먹는다.
하지만 도토리는 영양성분상 대다수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고 이걸 분말로 내어 묵으로 개어 먹다보니 흡수속도는 빨라져 혈당스파이크가 올 가능성이 있다. 체중감량에 최대의 적은 혈당스파이크이므로 다이어트 음식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5. 기타
- 보통 도토리 채집처가 야산이다 보니, 도토리묵을 해먹으려고 도토리를 무분별하게 주워가서 야생동물들의 먹잇감이 줄어드는 현상을 초래할 때가 있다. 도토리는 특히 멧돼지의 주된 먹잇감이라, 이 현상은 필연적으로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나 농가 습격 사건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도토리 줍다가 멧돼지와 조우하여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으니, 되도록 정해진 등산로를 이탈하지 않는 게 좋다.
- 예전엔 미국에 이민 간 한국 사람들이 아무런 용도 없이 길바닥에 돌아다니는 도토리를 보고 좋다고 묵 만들러 주우러 갔다가 사유 재산 개념이 명확한 미국인지라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고 한다. 도토리뿐만 아니라 쑥이나 기타 산나물 때문에 사유지 침입으로 경찰서 좀 다녀왔다는 얘기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 외국인들은 원재료가 도토리라는 걸 알고 대개 꺼리는데, 원래 돼지 사료로 쓰이던 감자의 식용에 성공한 유럽에서도 맛 자체가 떫고 쓴 도토리는 꾸준히 돼지의 사료로만 쓰여왔기 때문이다.[7] 거기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참나무는 아시아에서 나는 참나무와 달라서 도토리로 묵을 해도 제 맛이 안난다고 한다.
- 일본에서도 원래는 사람이 먹지 않았지만 따로 금기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일부 지방에서는 한국 영향을 받아 요리 재료로 쓰기도 한다.
- 집에서 묵을 직접 쑤어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때는 높은 확률로 누룽지처럼 솥 바닥에 눌어붙어 생기는 '묵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 얇고 바삭하며 입에서 씹는 동안 쫀득해지는 것이 오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 도토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밤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일명 밤묵이다.
- 한국의 전통적인 요리지만 묵 자체가 연약하다보니 젓가락으로 잡기가 힘든 편이다.[8] 이럴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양 식기인 포크로 찍으면 굉장히 잘 집힌다.
[1]
일반 묵에 비해 값이 좀 더 나간다. 그리고 은근 일반 매장에서 바로 보기 힘들다. 쉽게 구할거면 인터넷에 검색하는게 더 빠르다.
[2]
묵말랭이는 잘 불려야 나중에 쫄깃쫄깃하고 잘 씹힌다. 대충 불렸다가 끓이거나 혹은 불림 작업 없이 바로 끓인다면 딱딱한 심이 남아 있어서 식감이 좀 나빠진다. 꽤 오래 끓여도 이 심은 남아있을 수 있다. 여유롭게 작업할 경우 하루 정도 불렸다가 잘라거나 하나 먹어보고 심이 없어진 게 확인될 때까지 끓이면 된다. 심이 없어진 걸 확인하려면 하나 건져서 먹어보는게 제일 빠르다. 칼이나 집게, 가위로 끓인 묵말랭이를 자를 땐 잘 잘리는 것 같아도 씹어보면 미묘하게 딱딱한 심의 감촉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
[3]
썩거나 벌레먹은 도토리는 속이 비어있어 물에 둥둥 뜨며 질이 떨어지는 도토리는 물 중간쯤에 뜬다.
[4]
원래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숲이 소나무 위주의 숲에 비해 벌레들이 득시글 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토리 하나만 보고 사람이 야산에 농약을 치면서 도토리 관리를 하지는 않으니까 벌레 천지인게 당연하다. 야산에 농약을 쳐대면 수지타산이 안맞는다. 심지어 참나무의 기둥, 잎, 가지, 열매까지 온갖 벌레들이 노리다보니 겉으론 별 흠도 없는데 속은 다 파먹혀서 텅 빈 도토리도 더러 있다.
[5]
요새는 가마솥 안에 교반기를 넣고 기계로 슬슬 돌린다.
[6]
특이하게도 도토리묵을 건조시켜 무침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다.
[7]
중세 시대 생활상을 보면 참나무에 맺힌 도토리가 떨어질 시기에 농민들이 돼지를 숲에 방목해서 도토리를 먹여 살을 찌운 다음 도축해서 겨울 식량을 비축했다.
[8]
그래서 종종 숟가락으로 퍼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