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4-29 20:54:34

길채현/평가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길채현
1. 개요2. 긍정적인 평가3. 부정적인 평가4. 총평5. 설이 작가의 희생양?

1. 개요

뷰티풀 군바리의 등장인물 길채현의 평가를 정리한 문서.

2. 긍정적인 평가

그래도... 그 모든것이 허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를 위한 것들이었다는걸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알게 됐지.

쉽게 만날수 없는... 좋은 사람이었어. 특히 군대에선 말이지.
장채원
X같은 곳에서 길채현 같은 X 나왔으면 감지덕지해야지.
라시현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을 전역 이후에도 유지시킨 개혁가. 한소이, 마리아, 박상미 등 단순히 성격이 좋은 선임들은 여러 명 있었지만, 길채현이 그들보다 더 고평가를 받는 부분은 초인적인 인내심 때문이다. 사람한테 싫은 소리 할 줄 모르던 한소이도 나주리 때문에 잠시 흑화한 적이 있고, 마리아도 검열 기간에 찔을 부리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길채현은 위로 엄미선이 두들겨 패고[1] 밑으로는 간미효 오로라가 먹으려고 기어 오르는데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고, 짜증을 내거나 구타를 하지 않았다.[2] 심지어 피시방 AM 사건 때 3소대 부관 김길연이 뺨을 때리고 기합을 줬는데도 내리갈굼을 시전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FM으로 근무하라는 한 마디만 하고 끝내버렸다.[3]또한 맞후임인 오로라가 전출 갈 때도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쌍욕을 할 때도 표정이 굳긴 했지만 참았고, 전역 에피소드에서 받데기인 간미효가 자신의 말을 어기고 그것을 지적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말대답까지 하는데도 별 말 하지 않고 넘어갔다.[4] 길채현의 나이가 20대 초반인 점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정도의 침착함과 인내심을 가졌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공승화와 같이 유이하게 자신의 신념에 대해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외부의 평가에 대한 자체 피드백을 한다는 뜻인데, 대표적으로 라시현의 말을 듣고 군대문화 개선에 대한 해외 사례를 찾아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능한 후임으로 인정 받는 장지희 류다희와 상담하며 의견을 주고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길채현이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는 있지만 독선적이진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유연한 사고와 빠른 상황 대처 능력 역시 길채현의 장점 중 하나다. 첫 댄스 신고식에서 당시 3소대 신병이던 박소림 정수아와의 위치를 헷갈려 길채현을 붙잡고 춤을 추는 사고를 일으키자 재빨리 같이 춤을 추어 사태를 무마시켰다.[5] 여기에 박소림을 보호해주기 위해 이 일 때문에 깨스를 걸지 말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등 빠른 판단력과 변수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수아가 2소대에 불려가 구타 당하고 오정화가 김가을에게 괴롭힘을 받았을 때도 라시현마냥 곧바로 쳐들어가서 후임들 보는데서 깽판을 친 게 아니라 책임자인 공승화와 당사자인 김가을만 따로 불러내 경고했고, 172화에서 구타와 부조리 금지를 선언할 때도 상경들에게 강압적으로 자기 지시를 따라오라고 명령하는 대신 우리가 많은 것을 이루어 보자면서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176화에서 자신의 후임으로 중수가 된 류다희를 불러 민지선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구타 방지 흐름이 유지되도록 사후 조치를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6]

시기상으로도 그렇고 작중에서도 길채현은 결국 본인이 원하던 구타와 악습 폐지를 이루어 내지는 못했으나,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경부터 허용되던 매점 방문을 일경까지 허락해준 조치는 길채현이 전역한 이후로도 유지가 됐고, 구타와 악습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 내무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다.[7] 이 기조는 3부에서 중대장이 직접 명령하고 당대 중수인 허정인이 받아들여 구타를 다시 부활시키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따라서 그녀의 개혁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오히려 그 자신부터가 완전한 개혁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8]

장채원은 때리고 욕하고 갈구는 선임들과 달리 좋게 좋게 가는 길채현에게 묘한 반항심도 생겼고 다들 악마이니 천사역을 맡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연기가 아니라 진심임을 알게 된후 많이 배우고 의지했다.

종합하자면 길채현은 위로는 선임의 집중적인 구타가 가해지고 아래로는 유능한 후임들이 먹으려고 암약하는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 이 모든 것을 견뎌내고 본인 스스로 먼저 구타와 가혹행위를 금지하였다. 이후 중수에 올라 내부 부조리를 청산하고 구타를 근절하려는 개혁을 시도했으며 충분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일부 개혁안을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후임자인 류다희를 설득하여 정책 방향과 중대의 분위기가 자신이 전역한 이후에도 지속되도록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병사로서 이 정도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기적에 가까우며, 애초에 본인부터가 자신의 개혁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한 점을 생각하면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9]

3. 부정적인 평가

하아... 몽상가를 위에 두고 모시려니 너무 답답하니까. 민씨가 그리울때도 다 있네.[10]
라시현
애들 위에 있는 녀석들은 애들을 휘어잡을 줄 알아야 해. 무서워해야 한다구. 지선이 봐봐. 무슨 큰일난 거 없었잖아?
방순대장[11]
현실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이상주의자. 길채현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징집병인 본인의 입장으로는 실현시키기에 너무 벅찬 목적의식을 지녔다는 것이다. 군대 문화를 바꾸고 후임들에게 구타와 부조리를 넘겨주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이 길채현 이전에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군대가 악습과 똥군기에 찌들어 있었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길채현이 아무리 능력 좋고 병 중에 최고라는 중대 수인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군대와 같은 폐쇄적인 집단의 내부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12] 현실에서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는데, 전의경은 2011년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서 개혁하기 전까진 악습이 유지되고 있었고, 그마저도 간부들부터 보직해임에 구속 수사, 가해 선임들도 마찬가지로 구속수사에 신고된 전의경 부대는 가차없이 해체해버리는 초강수를 둔 후에야 가능했다. 따라서 개혁을 완성하지 못한 책임을 길채현에게 묻는 것은 온당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작중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목적의식과 현실 상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결국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최고의 에이스이자 보살과도 같은 인성을 가진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후임들을 지나치게 챙기려고 한 나머지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13] 대표적인 예가 오로라의 하극상 에피소드와 PC방 AM 사건이다. 신병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길채현이 보안 교양을 모를리가 없는데 박가연에게 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냐고 묻는 장면은, 설정파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길채현이 자신의 이상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설명될 수 있다.[14] 그 이전에 발생했던 주희린 조미주의 PC방 사건을 생각해보면 더욱 더 이 연출이 후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 팀 중에 2팀이 걸렸다는 사실은 길채현의 말처럼 AM 근무자들이 줄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라시현말마따나 운이 안 좋아서 2팀만 걸렸을 뿐인 것이다. 굳이 엘리트에 중수가 아니어도 추측할 수 있는 것을 길채현이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얼만큼 길채현이 자신의 이상에 빠져 있었는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라시현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민지선이 그리울때도 다있다며 한탄을 했을 정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전임 민지선이나 후임 류다희에 비해 중수로서의 활약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무능력한 모습도 자주 보여줬는데,[15] 이는 연출상의 한계와 스토리 텔링의 오류라고 봐야 하겠지만 어찌됐든 작중 드러난 길채현의 행적인 만큼 캐릭터 평가에서 빠질 수가 없다. 예를 들어보면 구타를 방지하고 악습을 없애겠다면서 고효원이 신병으로 들어온 직후 있었던 점호 시간에 악습 중 하나인 댄스 신고식을 시키는가 하면, 라시현의 명령으로 정수아가 2소대에 올라가 구타를 당할 때도 알고 있었다는 암시가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에 가서 몇 마디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설유라가 분노했을 당시에도 제대로 제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물론 군대는 보직보다 짬순위가 더 중요하며 당시 설유라는 군생활에도 문제가 없었고 중대 내 유일한 수경인지라 어쩔 수 없었긴 했어도 중대 수인으로서 너무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16][17]

마지막으로 길채현은 훈련소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에 대해 끝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위의 다른 문제점과도 연결되며 사실상 그녀의 근본적인 한계점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길채현은 목적의식과 신념은 꿋꿋히 지켜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목표설정에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자대 배치 이후 후임 관리에 실패한 것이 그 증거다. 길채현은 구타 방지와 악습 폐지를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상경 이상부터 갈 수 있었던 PX를 일경까지도 허락하고 구타 분위기를 완화하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구타를 대체할 후임 관리 방법을 제시하는데는 결국 실패했으며, 본인 역시 오로라 간미효를 통제하는데 실패하여 그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 둘은 류다희 라시현의 관계나 우지영 정수아의 관계처럼 단순히 서로 안 맞는 선 후임 관계가 아니다. 오로라는 길채현의 한계점을 상징하는 인물[18]이며, 간미효는 길채현의 방식이 얼마나 좋았든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음을 증명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길채현의 목적이 성공할 수 없음을 알리는 것과 같다.

종합하자면 길채현은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본인이 희망하던 방식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피치못할 사정과 여러가지 변수가 있긴 했지만 그 또한 개혁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본인이 감내해야 할 장애물들이었다. 애초에 병사로서 군대라는 환경을 일부분이나마 바꾸겠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욕심이다. 거기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본인의 이상에 너무 빠진 나머지 봐야 할 것들을 못 보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한 마디로 길채현은 의도도 좋았고 본인의 능력도 있었으나 현실과 목적 사이의 괴리를 제대로 고찰해내지 못한 철없는 이상주의자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현실 군대에서도 길채현 처럼 인성이 제대로 박혀있고 군대를 바꿔보겠다고 여러가지 소대의 부조리를 풀었던 병사가 전역 이후 밑에 병사에 의해 부조리가 되살아났다는 썰이나 혹은 본인이 아무리 바로 잡으려고 해도 구태에 젖어버린 간부들에 의해 아무것도 못하는 케이스는 실제로도 존재한다. 즉 길채현도 징집병의 한계를 보여주는것이며 애시당초 징집병이 분대장이나 중수를 한다고 해서 개혁을 한다는건 무리다. 특히나 길채현 같이 성격이 유순하고 모두를 잘 챙기려는 마인드를 가진 병사는 그것을 지지해줄수 있는 힘 있는 간부의 뒷받침이 필수인 유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길채현에게는 그런 간부 운조차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게 불행. 4부의 정수아는 337화에서 서서히 새로운 경찰대 출신 방순대장인 서희주가 정수아 편에 설 가능성이 있으므로 길채현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을 플래그가 일단은 섰으며 정수아는 엄연히 길채현과 다른 행동력과 강단의 소유자라 길채현이 원했던 개혁을 이뤄줄 희망이 생겼다.[19]

4. 총평

이러니 저러니 해도 뷰티풀 군바리의 캐릭터 중에선 상당히 이질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뷰티풀 군바리 세계관 내의 최고 보살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이러한 군인은 2000년대 중반 뿐만 아니라 병영 문화가 조금은 개선된 2021년 현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착한 인물이다. 마리아, 오덕희, 서서희, 송미남 이상 가는 천사 고참으로 여겨지고 있다. 뷰군의 최고 천사라고 평가받는 마리아도 폭력에 순응한다는 것과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지만, 이쪽은 그런 결점도 보여준 적이 없고 대체로 착하고 좋은 모습만 나오고 있기 때문. 쓰레기 같은 맞선임을 모시면서 그동안 수없이 받아왔을 구타와 스트레스를 조금도 후임들에게 발산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거의 천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 또한 동기에게 묻어가는 경향이 있는 마리아 오덕희와는 다르게 이쪽은 능력마저도 좋으니, 결점이 거의 없다.[20]

엄미선에게 구타를 당했음에도 이를 내리갈굼하지 않고, 홍덕에게 "후임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며 자기 선에서 끊어버린다. 특히나 구타 3소대 소속인 걸 보면 더더욱. 이제 곧 중수가 될 테니, 군대 부조리라는 악습을 끊어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있는 캐릭터다.

뷰군팬들은 길채현이 중대 간부들이 유능하고 엄격하지만 사명감 있으며 대원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간부[21]와 함께 했더라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수 있는 인물이지만, 당시 2011년 이전 부조리에 찌들대로 찌든 전의경 부대 간부들과는 너무도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전의경이건 육해공해병이건 간부들이 무능하고 권위적이고 꼰대스러우면 아무리 해당병사가 유능하고 정의롭다해도 결국 일개 병사일 뿐이라는거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2011년에 전국의 전의경 부대를 족칠때 괜히 부조리 고참을 일단 제껴두고 전의경 부대 간부들을 최우선으로 족친게 아니다.

한마디로 길채현 본인의 능력은 A급인데, 난이도가 S급이라서 상대적으로 무능해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중수라는 자리는 병에서 가장 높은 직책이지만 중대 전체로 봤을 때 중간관리직 역할에 불과하다. 소수를 관리하고 간부의 명령을 내리면 통제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지라 힘들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소대 부원들이 이미 가혹행위가 일상이며 위에 간부들 조차 도움을 주지 못하니 당연히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보안이라는 이유로 소대의 내부조차 알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개혁하기 싶지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아무리 길채현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간부진들 맘에 길채현이 못나보일 경우 자르고 새 중수를 교채하면 그만인지라 길채현의 권력은 사실상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귀가 얇은데다가 아랫간부들이 자기 대신 군기잡아주는걸 좋아하고 기강해이는 절대 못 참는 중대장이 그녀의 상관이니 결국 망한 셈.[22][23]

결국 길채현은 자신이 제어하지 못한 3소대 핵폭탄이 제대로 터진 결과 중대 수인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으며, 일주일 내에 개혁을 성공시키거나 차기 중수를 류다희를 감화시키지 못하는 이상 개혁 그 자체가 물건너가게 생겼다.[24][25] 결국 류다희를 민지선이라는 미끼로 낚아올리는 데 성공해서 당분간은 류다희가 "구타 금지" 노선을 이어갈 수 있는 내적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후 류다희가 중수를 맡은 시기까지는 그럭저럭 길채현의 의지가 이어져 구타가 적어도 공공연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허정인이 중수를 이어받고 3부의 시작인 239화에서 심한 구타가 이루어지는 묘사가 등장하였다.[26] 이렇게 길채현의 '개혁' 이전 분위기로 완전히 돌아가버렸음이 드러나, 결국 길채현의 노력은 미완으로 마무리짓게 되었다.

그리고 283화에서 채현이 원했던 진정한 선진병영은 아이러니하게도 1소대가 달성했다. 정민의 체제하에서 고참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도 없고, 막내들이 숨도 제대로 못쉬는 살벌함도 없고, 훈련 성과는 더 올라가고, 기강은 흐트러지지 않은, 채현이 원하고 바랐던 선진병영의 모습은 1소대가 보여주었다. 물론 이는 1소대에 초특급 엘리트들이 연이어 들어와서 가능한거고[27] 이 기조가 언제까지 갈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채현의 소망이 전역후에 한개 소대에서나마 이루어졌으니 다행일지도. 그리고 채현의 출신 소대 3소대도 여전히 살벌하기 짝이 없지만 구타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 별명이 구타에서 군기로 교체되어 채현의 노력이 작게나마 빛을 발했다.

그리고 길채현으로 시작된 개혁의 분위기는 정수아가 이어받았고 타이밍 좋게 들어온 새 중대장 서희주가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면서 마침내 387화에서 자신이 중수일때도 어쩌지 못했던 김길연을 부대원 전원이 투서를 하고 서희주가 행동에 들어가서 한큐에 날려버리기까지 했으니 길채현이 만약 이것을 직접 봤더라면 광장히 놀라워했을것이며 부대원들이 조금씩이나마 간부에게 저항을 하는 마음을 가진것도 길채현의 노력이 첫 출발이었다는걸 보면 길게 보면 길채현의 노력도 실패가 아니었다고 볼수 있다.

5. 설이 작가의 희생양?

스토리의 전개 때문에 이리저리 희생 당하기 때문에 캐붕이 심한 편이다. 따라서 불쌍한 캐릭터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라며 밀어붙인다. 이 장면은 길채현이 유약하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유능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녀가 중대 엘리트로서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내뿜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작중 이 정도로 라시현의 입을 닫게 만든 인물은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민지선같은 경우는 본인의 계급과 힘으로 억눌렀을 뿐이지 단셋과의 패싸움 사건이나 정수아 구타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라시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엿 먹일 수 있는 상대였다.

설유라는 라시현의 표현대로 쉽게 가지기 힘든 사람이었을 뿐이지 딱히 적대한 적은 없었고, 라시현이 장난감 취급하는 류다희는 말할 것도 없다. 오정화가 그나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전출가는 자신의 상황과 양심으로 라시현에게 한방 먹인 것이라 중대 내부의 역학관계를 가지고 라시현의 기를 꺾은 길채현과는 조금 다르다. 이런 길채현이 중수가 되고 나니 덮어놓고 후임들만 싸고돌지 않나, 중대 내에서 모든 소식을 듣는 입장에 있어도 항상 나중에 가서야 듣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굉장히 수동적으로 무능력한 캐릭터로 변해버렸다.
종합해서 보자면 길채현은 설이의 맥가이버 칼 이라는 멸칭을 듣는 라시현이나 비공식 최애캐로 꼽히는 류다희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뒤바뀌는 기능적인 면모가 강한 캐릭터였다. 길채현의 캐릭터 붕괴는 설이작가의 역량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한데, 길채현같이 올바르고 선량한 캐릭터는 입체적인 인물에 비해 평면적인 성격이 강하다. 쉽게 말하면 재미 없고 매력도 없는 캐릭터가 될 위험이 굉장히 높은 부류인데, 길채현의 모습을 보면 설이 작가는 이 지점에서 독자들의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캐릭터가 갖고 있는 비중에 비해 주어진 분량이 너무 적어 독자들로 하여금 말만 많고 정작 행동하는 건 없는 이상주의자 라는 혹평을 듣게 되었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인물.


[1] 대표적으로 57화에서 타소대원 및 후임들이 보는 앞에서 빠따 친 적이 있다. [2] 단 동기인 라시현과는 가치관의 차이로 언쟁을 벌인 적은 몇 번 있다. [3] 후임인 유예리가 보는데 안경이 날라갈 정도로 세게 맞았다. 작중 첫 등장 때 민지선에게 맞은 것과 더불어 길채현의 안경이 날라간 유이한 장면이다. 엄미선 민지선한테 허구언날 맞을 때도 안경이 날라간 적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맞은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후임 앞에서 맞은 건 둘째 치고 중수인 자신의 말이 완전히 무시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웬만큼 좋은 사람도 충분히 쌍욕이 나올 만 한 상황이었다. [4] 간미효는 받데기인 상경이었고 길채현은 전역을 앞둔 열외 기수이자 중대 최고참이었다. 타군에 비해 말년들의 파워가 전역 직전까지 유지되는 당시의 의경 특성상 길채현이 마음만 먹었으면 간미효를 묻어버릴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5] 당시 중대 분위기는 갑분싸 그 자체였다. 홍덕은 얼이 빠져 어버버대고 있었으며 오로라는 애들 팰 명분이 생겨 좋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옆에 있던 장지희는 멘탈이 바사삭... [6] 거짓말을 해서 류다희를 설득하는 장면을 문제삼는 독자들이 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자신이 가진 정보를 활용하여 상대방을 설득할 줄 안다는 뜻도 된다. [7] 당장 844기 전역 에피소드에서 그 동안 길채현의 방식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심지어 방범근무중 PC방 이용사건때 몽상가라고 부를 정도였던 라시현이 이같은 결과를 긍정하며 길채현을 인정해준다. [8] 마음만 먹었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민지선이나 전임의 방식을 유지했을 뿐인 류다희, 다른 둘보다 더 수동적이고 본인을 내세우는 게 더 중요한 허정인 등 역대 중수들에 비하면 충분히 목적을 이뤘다고 볼 만 하다. [9] 72화에서 라시현과 대화할 때 모든 부조리를 없애는 게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최대한만 하고 싶다고 말한다. [10] 민지선을 인정하지만 그 이상으로 증오하는 라시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길채현이 문제가 있단 소리다. [11] 과거 방순대장 한 경감. [12] 본인부터가 이 점을 모르진 않았다. 다만 작중에서 그러한 점이 제대로 표현이 안 됐을 뿐. [13] 물론 길채현은 비중에 비해 분량이 적은 편이고, 연출에 있어서도 그다지 포커스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4] 물론 지금까지 1소대에서 중대수인이 선발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3소대에서 중대수인이 처음으로 나온 점에서 3소대와의 연락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했지만 문제는 당시 소수였던 오로라의 입지가 생각 이상으로 강했을 수 있다. [15] 이후 길기문, 길무능 등의 멸칭으로 불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16] 다만 스작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다음 화에서 왜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는지 보충 설명을 추가했다. 요약하면 설유라 본인부터가 인망이 있는 중대 최고참이며 또 다른 실세인 라시현이 이를 지지하였으므로 그 밑에 있는 애들도 그런가보다 하고 조용히 넘어갔다는 것. [17] 전의경이 아닌 육해공군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전역 일주일 앞둔 말년이 무슨 힘이 저리 세냐,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전의경 전역자들에 따르면 전의경은 열외 기수를 타게 되면 동기 비슷하게 대우해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반 군대에 비해 말년이라도 그다지 파워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18] 길채현이 안갈구는 사이 그 틈을 타서 입지를 쌓았다. 단순히 실력만 좋았으면 수인까지 달지 못했다. [19] 작중 내내 정수아는 늘 대인배 스러움을 보여주고 소대 후임들의 인망도 높지만 사실 정수아의 감성은 자신이 영 껄끄러워하던 류다희와 가장 닮은면이 있다. [20] 능력이 좋지 않았으면 후임들에게 먹혔을 것이다. 당장 오덕희만 봐도 류다희에게 어느 정도 먹혔으며 마리아는 류다희의 존재 때문에 먹히지는 않았으나 박율과 사이가 껄끄럽다. [21] 예를 들어 1소대 부관. [22] 길채현의 직급이 중대장까지 압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면 일의 난이도가 A급 아래로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일개 중대의 중수라는 상황이 결국 발목을 잡아버린 셈이다. [23] 정수아가 중수를 잡은 뒤 289중대의 개혁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 역시 정수아 혼자의 힘이 아닌, 서희주라는 치트키의 존재를 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 경감과 썩어빠진 간부들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개혁은 결코 불가능했다. [24] 만약 길채현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전역할 경우, 주인공 정수아의 개혁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만약 정말 정수아가 개혁의지가 꺾이지 않고 중수가 된다면 그 사이에 류다희를 빼놓더라도 최소 한 명의 중수가 더 있을 텐데, 그런 의지가 있는 선임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 심지어 방순대장이 김가을을 기율이라는 제2의 중수 자리에 앉혀놓으면서 289의 개혁 가능성은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25] 사실 289중대의 개혁은 현재 썩은물이라 불릴 중대장과 문제 간부들이 치워지지 않는 한 정수아가 아무리 날고 개겨도 매우 힘들다. 누가 중수가 되었던 간에 저 위의 간부진은 입맛에 안 드는 중수를 얼마든지 내치고 새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며 이렇게 뽑힌 중수들은 기본적으로 간부들의 압박을 많이 받기에 결국 간부들의 뜻에 따르거나, 간부들의 눈 밖에 나서는 걸 택해서라도 개혁을 시도했다가 길채현처럼 강퇴조기퇴임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니 정수아가 개혁에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본인이 중수직을 잡는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간부진과 중대장이 물러나고 개혁을 밀어줄 공명정대한 타입의 새 중대장과 간부들이 와주는 상황 역시 필요하다. [26] 해당 장면 자체가 1부 초반 민지선 시절의 구타 장면을 오마쥬했다. 즉 민지선 시절로 회귀했다는 것을 나타낸 장면이다. [27] 이와 대조되는 2소대는 이도저도 아닌 대원+어설픈 평화 기조가 결합되어 암암리에 돌던 나가리 2소대가 공식 별명으로 교체되었다. [28] 당시의 스토리 흐름은 신병인 고효원이 자신이 별 신경쓰지 않았던 정수아가 얼마나 의경 생활에 잘 적응했는지 깨달아 가던 중이었다. [29] 무엇보다도 동기인 라시현이 관심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라시현은 자신의 프라이드가 높은 만큼 타인을 인정하는 것에도 굉장히 깐깐하다. [30] 백번 양보해서 중대 왕고인 설유라가 폭발해서 화를 내는 것은 말리지 못하더라도, 강경옥이 나대는 것은 제지 해야했다. [31] 해당 에피소드 기준으로 설유라는 중대 왕고이자 유일한 수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32] 물론 원칙상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군 생활은 정치질의 연장이기 때문에 능력과 인망 모두 두텁지만 지지 세력은 별로 없는 길채현이 설유라를 말리지 못한 것은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 [33] 길채현 답지 않게 "내가 중수가 될 것이다." 라며 수동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할 것이다" 라며 직접적인 의사를 표명한다. 라시현의 방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