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교차 검증( 交 叉 檢 證 / cross-check, cross-validation)[1]은 하나의 문제 또는 사건, 주장 같은 것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또는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행해지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 방법이다. 즉, 다른 자료[2]와는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언론 기사 등의 팩트 체크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가 교차 검증이다.
2. 사례
2.1. 역사학
교차 검증을 통해서 신뢰도가 없을 만한 자료도 신뢰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사기나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개인의 일기로 취급됐는데 일본과 중국과의 교차 검증을 통해 난중일기의 기록이 정확하다는 것이 인정되자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갑골문이나 유물, 비슷한 시대의 기록들에서 서술이 매우 정확하다는 것이 교차 검증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도 역시 상당히 높아졌다. 다만 이와 같이 어떤 사료가 신뢰성을 얻으려면 그만큼 교차 검증도 많이 해야 한다. 단순히 한두 개 교차 검증하고 신뢰도를 이만큼 획득할 수는 없다.반면 교차 검증이 되지 않아서 신뢰성을 잃는 사례로는 청산리 전투에 관한 기록들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에 사이버 공간에서 한국의 네티즌들과 일본의 네티즌들이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격론을 벌였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는 청산리 전투에 대한 일본 측 관련 사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많은 일본인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쫓겨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다시 말해 일본 측 내부 문건에 청산리에서의 전투로 패퇴했다는 기록, 부상자를 후송했다는 기록, 사상자를 신사에 안치했다는 기록, 병력이나 물자를 충원했다는 기록 등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이다.[3]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고할 것.
반면 임진왜란 역시 일본의 기록만을 살피면 명군이나 조선군의 피해가 매우 커서 곧 패배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력이나 전선은 별로 변화가 없었으며 특히 보병끼리의 싸움이라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명과 조선의 교차 검증으로도 패배한 전투의 병력 역시 멀쩡하게 살아서 전쟁을 지속한다. 이런 것이 딱히 동양만의 일은 아니었으며 서양에서도 특히 인구가 적은 유목민을 기준으로 하면 이들도 상대방에 의해 모두 전멸될 정도의 대패를 자주 당하나 실제로는 당연히 잘만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훈족의 경우에도 로마의 적일 때는 그렇게까지 강해 보이지 않으나 그들이 동로마 밑에 들어가자 인간병기급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역사학이란 분야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역사학이 맨 처음 성립되었던 시기들의 고대 사서들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가 ~에 가서 ~라고 들었다"라는 식으로 되어있는 서적들이 굉장히 많은데 교차 검증이란 기술이야말로 역사학의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뿐만 아니라 근현대도 대한해협 해전 같은 서로 말이 다른 역사가 의외로 많다.
국사학계에서 조선사를 전공하는 이들의 수가 압도적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워낙 상세하여 일반인이 접근하기도 편하고[4] 그 외에도 남아있는 기록이 워낙 많아 교차 검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사에서 고대사 전공자 수는 상대적으로는 적다. 고대사는 기록이 워낙 적어 교차검증이 어려운데, 예를 들어 고조선은 존재 자체는 교차 검증으로 입증되어 있으나 단군의 실재와 같은 것은 교차 검증하기 어렵다. 때문에 한국 고대사 기록은 삼국지, 구당서, 일본서기 같은 해외 중국, 일본 기록이나 고고학과의 교차 검증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한문 문체가 현대와의 차이로 인해 해석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 이유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논쟁이 벌어지는 점도 한몫한다.
2.2. 군사
행정력과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현대에도 '아프간 구 정부군이 가지고 있다는 30만 군대는 사실은 대부분 유령이다'처럼 일방적인 주장은 믿기 힘들 수도 있다. 탈레반에게 대패하지만 않았어도 아프간 구 정부나 미국이나 공식적으로는 아프간 구 정부가 30만 대군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2.3. 기타 분야
사실 교차 검증은 비단 역사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있어 필요한 검증법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사건사고와 관련된 증언이 있는데, 사건이 발생하여 조사하는 쪽이 증언들을 교차 검증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릴 때 쓰는 것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증언에는 고의적인 은폐나 왜곡이 들어갈 수 있고 심하면 증인 본인에게 기억의 혼선이 와서[5] 잘못된 증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교차 검증이 정말 중요시되는 직업으로는 대표적으로 기자가 있다. 특정 사건을 기사화하기 전에 세간의 여러 방면에서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가 부족해서 자기도 모르게 가짜 뉴스가 되어 버릴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한국에는 특히 교차 검증이 중요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북한 등의 닫힌 사회다. 북한이 워낙 폐쇄적일 뿐더러 북한 주민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 통행의 자유가 없다 보니 북한이탈주민도 자신이 살던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기억이 항상 정확하지도 않아서 여러 사람이 얘기하는 부분만 신뢰도가 높고 나머지는 해당 탈북자의 얘기가 사실인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6] 탈북자의 말이라고 해서 신뢰도가 그다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탈북자 출신 인사가 이런 식으로 잘못된 내용을 말했다가 거짓으로 들통난 사례들이 있어서 탈북자들 스스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 탈북자들 전체가 불신을 당할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교차 검증으로 쓴 대표적인 책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의뢰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하여 루스 베네딕트가 저술한 국화와 칼이 있다. 루스 베네딕트는 단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과 일본과 접촉해본 미국인들의 증언을 교차 검증하여 책을 펴냈다.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창작물 중에서도 세계관이 이어지는 장기 시리즈는 교차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후속 설정을 난립시키면 여러 가지 모순에 휘말리게 된다. 이 쪽으로 가장 악명높은 것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MSV이다.
나무위키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위키에서도
위서 항목에 교차 검증의 여러 기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대한민국 기상청의 오보 때문에 날씨를 알기 위해 대한민국 기상청뿐만 아니라 타국 기상청의 발표도 참고하며 교차 검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3. 관련 문서
[1]
사실 이 용어는 대한민국에서 후술할
인문학적인 의미로 통용되지만 중국 또는 일본에서는 "통계분석학에서 두 개 이상의 집단에서의 데이터들이 일관성을 가지는 정도"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영어 단어로는 Cross-validation, 한국에서는 "교차타당도"라는 단어로 불린다. 한편 해외에서 이 문서의 내용와 비슷한 의미로는 이 교차 검증이라는 단어보다 크로스체크 혹은 "정확도 검토"라는 단어가 더욱 빈번히 쓰인다.
[2]
이때 자신의 자료 말고 교차 검증에 사용하는 자료는 당연히 신뢰도가 있는 자료여야 한다. 만약 없다면 둘 다 신뢰도가 없는데 어떻게 검증을 하겠는가?
[3]
패전 사실 자체는 숨기려고 했다고 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숨길 뿐이지, 직속상관이나 책임자를 따라 올라가는 군사보고서에서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4]
다만 이로 인해 현대에도 특정 언론의 기록만 가지고 하나의 사건을 판단할 수 없듯이, 다양한 관점에서 상세하게 판단을 해야할만한 해석조차도 실록의 기록을 마치 바이블처럼 맹신할 수 있는 단점도 있긴 하다. 사실 그래서 교차 검증이 중요한 것이다.
[5]
예컨대 증인 자신도 피해자 중 한사람일 경우 충격을 받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6]
이는 비단 탈북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망명자, 피해자, 고발자 등도 사람이고 잘못된 기억이나 주관적인 감정을 앞세워서 거짓되거나 과장된 폭로, 증언 등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이들을 절대 선으로 간주하여 이들의 주장을 검증 없이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