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경전철 차량 중 노면전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전철 체계를 의미한다.LRT는 Light Rail Transit의 줄임말로, 의미상으로는 경전철 교통이라는 말이지만, 한국에서 법령상, 그리고 언중에서 쓰이는 경전철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LRT뿐만 아니라 인천 도시철도 2호선처럼 기존 철도에서 규모가 작아진 시스템도 모두 포함한다.
LRT라는 말은 기술적으로는 트램-트레인(tram-train)의 동의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독일어권에서는 슈타트반(Stadtbahn)이라는 단어가 LRT에 일반적으로 대응된다. 의미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론 Stadtbahn이 영어 LRT나 Light rail의 번역어로 선택된다.
2.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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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차륜
상술했듯이 LRT는 노면전차에 기원을 두고 있으므로 철차륜이다. 서구권에선 다른 규격들이 아무리 LRT 규격이라고 해도 고무차륜이면 LRT로 취급되지 않는다. 다만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처럼 기존 철차륜 철도보다 축중이 가볍거나 수송량이 적으면 다 Light Rail Transit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싱가포르 LRT처럼 고무차륜인데도 LRT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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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노면전차보다 큰 차량 규격
LRT라는 개념이 20세기 후반에야 등장한 꽤 새로운 개념이기에 일반 노면전차와 달리 도로교통과의 분리를 주로 염두에 두어 차량을 작게 만들 필요가 적었고, 그래서 20세기 전반까지 유행했던 일반 노면전차들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독일 같은 나라를 보면 일반 노면전차와 LRT가 딱 봐도 폭이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서구권은 중전철도 규격이 꽤 작은 경우가 많아, LRT가 중전철보다 폭이 넓은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기존 노면전차 인프라를 전부 때려부쉈다가 재건한 나라들은 굳이 노면전차를 LRT보다 작게 만들지 않고 그냥 똑같은 규격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한 예로, 솔트레이크 시티의 경전철 TRAX와 노면전차 S-LINE은 그냥 똑같은 지멘스 S70을 채택했다. 사실 미국은 땅 크기 때문에 도로 폭도 꽤 넓어서, 노면전차 좀 크게 만든다고 전차가 옆 차선 자동차를 치고 지나갈 걱정도 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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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간
LRT는 기존 철도 인프라를 어느 정도 재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어서 궤간은 주변의 간선철도나 도시철도와 동일하게 맞추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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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에 일반 차량 진입 불가
LRT를 일반 노면전차와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존 차로 위에 선로를 짓는 경우가 많으나, 그 경우에도 일반 차량은 절대로 노면전차 선로에서 달릴 수 없다. 이를 위해 턱이나 분리대로 선로와 차로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경우가 대부분. LRT가 일반 노면전차보다 빠른 것은 대부분 여기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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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T 전용 트램 차량(일부 제작사 한정)
슈타들러 레일 같은 일부 제작사는 아예 고속 주행 능력이 있는 LRT용 차량과 저속 주행 능력만 있는 일반 노면전차 차량 모델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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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전차선
서구권의 중전철들이 제3궤조를 쓰는 것과 달리 LRT들은 가공전차선을 채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 문제가 큰데, 평면교차가 많은 LRT 특성상 제3궤조를 깔면 보행자 감전사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3. 역사 및 지역별 특징
3.1. 북아메리카
LRT의 선구자격으로 인터어반이라는 근교 교통 체계가 존재했으나, 대공황으로 한번 타격을 받고, 뒤이어 들이닥친 미국 전차 스캔들까지 덮치면서 인터어반은 시내의 일반 노면전차와 함께 멸종하고 만다. 인터어반의 흔적으로 시카고와 인디애나 북부를 잇는 통근열차 사우스 쇼어 라인이 있으나 지금은 LRT보다는 병용궤도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인터어반으로써 살아남았다 보기엔 무리가 많다. 실제로 인터어반이 그대로 현대 LRT로 이어져 내려온 사례는 SEPTA의 트롤리 노선 몇개가 전부라고 봐도 좋다.북아메리카 LRT의 실질적인 첫 등장은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이루어졌다. 1978년 개통한 에드먼턴 경전철이 바로 그것. 기존 철도와의 궤간 공유, 노면전차 기술 기반이되 일반 노면전차보다 큰 차량 등등 북미식 LRT의 특징은 사실상 이미 여기서 정립되었다고 봐도 좋다.
이후 20세기 후반~21세기 초반을 거치며 미국에 대중교통 부흥 시대가 열리면서 LRT는 크게 각광받는다. 미국의 철도는 사철 난립 시대와 미국 전차 스캔들 같은 다사다난한 역사를 보냈고, 버려진 철도 인프라도 많았으니만큼 이걸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BRT는 석유 로비 집단의 활동 때문에 BRT creep이라고 불리는 시설 수준 저하 현상이 매우 자주 벌어져서 BRT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나쁘고, 따라서 고밀도 간선 대중교통을 원할 경우 LRT가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열악한 여객철도 환경 때문에 미국의 철도차량 제조업체들은 여객용 및 통근용 차량 기술력이 낮고, 그나마 있던 Budd같은 업체도 파산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북미의 LRT 차량 시장은 환경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독일의 지멘스가 사실상 점령했다고 봐도 좋다. 북미 LRT 중에 지멘스 S70 안 굴리는 곳이 더 드물다.
독일의 슈타트반과 굳이 한 가지 차이를 든다면, 독일식 슈타트반이 대부분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는 반면, 북미권의 LRT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나라 답게 도심 구간이 지하화된 경우가 드물고 기존 도심 도로를 LRT 선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메트로링크의 경우 기존에 지하 폐선이 있었기 때문에 지하로 노선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3.2. 독일
한편 서독은 북미보다 조금 이른 1960년도에 슈타트반의 개념이 정의되게 된다. 당시 중전철 도시철도가 이미 건설된 곳은 베를린과 함부르크가 전부였고, 슈타트반이 중전철보다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으면서도 수송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도시들은 너도나도 슈타트반을 대중교통으로 채택하게 된다. 유일한 예외가 뉘른베르크와 뮌헨의 U반이다. 이 개념에 따라 1968년 독일 최초의 슈타트반인 프랑크푸르트 지하철과 쾰른 슈타트반이 등장하게 된다.[2]독일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도시철도로는 슈타트반을, 통근열차 역할을 하는 S반으로는 도이체반 레기오의 S반 규격을 그대로 따른 중전철을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카를스루에는 카를스루에 슈타트반이 도시철도와 S반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게 했으며, 이 개념이 '카를스루에 모델'로 정립되어 LRT로 광역 대중교통을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전 세계 도시들의 모범 사례가 된다.
냉전 시대에는 슈타트반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서독만의 개념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는 기존 노면전차를 굳이 슈타트반으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동독 역시 슈타트반이라는 개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베를린 슈타트반은 슈타트반이라는 개념과 관계가 없다. 슈타트반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에 지어진 시설이다. 베를린 슈타트반은 말 그대로 베를린 시내를 관통하는 노선이라 이렇게 이름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4. 한국
한국에서는 철차륜 노면전차 방식으로 건설되는 서울 경전철 위례선이 구미권의 LRT 방식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한국에서 북미 LRT나 독일 슈타트반의 특징을 모두 따르는 경전철은 없다고 봐도 좋다. 한국 경전철 노선들은 고무차륜을 채택하거나, 가공전차선이 아닌 제3궤조를 채택하거나, 등등으로 LRT와 공통분모는 있어도 LRT의 특징을 완벽하게 보존한 시스템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
사실 LRT라는 개념이 버려지거나 사용이 뜸해진 기존 간선철도 인프라를 재활용하는데 적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철도 건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잉여 철도 인프라가 적은 한국에 LRT가 잘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
문제는 대중교통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 지하철 실버 라인이 대표적이다.
[2]
프랑크푸르트 지하철의 개통은 그 해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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