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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ncrypted Journal Fragments2017년 12월 22일부터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구울 바운티를 수행하면 보상으로 "해독된 일지 조각"을 얻을 수 있다. 이 조각을 얻을 경우 랜덤하게 그림의 1/4씩이 개방된다. 구울 조각들에 사용된 그림은 컨셉 아트들과 워프레임 코믹스의 장면들이다.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일지 조각은 코퍼스의 과학자인 시고어 사바가 기록한 것으로, 사바가 콘주에게 맡긴 물건이다.
2. 구울 조각
디바우러 Devour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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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은 벽을 타고 닥쳐왔어. 기억나는 거라곤 그 울부짖는 소리와 크게 벌린 입. 그리고 코를 찌르는, 더럽기 짝이 없는, 악취 나는 입김... 축 늘어진 혀, 그리고... 우리 곡물 저장탑을 등 뒤에 둔 내 친구 두 명에게 덮쳐들던 그 끔찍한 모습... 그 녀석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찢어발기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하던 그 모양새..." -현장 인터뷰, 아이돌론 평원, 시고어 사바에 의해 녹취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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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개수 | 4 |
어거 Augu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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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팔이 앞으로 뻗어져 나가더니, 드릴이 무섭게 회전하면서 튕겨나오는 거여... 그리고는 호바스의 몸을 마치 별 것도 아닌 것마냥 뚫고 나와선... 아직도 그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그 놈이 미친듯이 이 가는 소리가... 호바스의 비명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어..." -현장 인터뷰, 아이돌론 평원, 시고어 사바에 의해 녹취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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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익스파이어드 The Expir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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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마치 길 잃고 울며 소리지르는 어린 것마냥, 울며 불며 나한테 다가왔지. 그리고 나한테 그 진흙마냥 차가운 팔을 두르더니... 결국은 이 꼴이지. 남은 팔다리도 거의 없이 병상에 누워선, 그나마 나불댈 이야기만 좀 있을 뿐... 그리고 생생히 기억나는 놈의 얼굴도 말이야, 마치, 갓 태어난 아기 같은 그 얼굴." -현장 인터뷰, 아이돌론 평원, 시고어 사바에 의해 녹취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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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릭터스 Rict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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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주가 우리에게 항상 지키라 명령한 게 있지. 톱 든 놈부터 항상 먼저 쏘라고 말이야. 놈들이 우리 형제자매에게 한 짓을 우린 숱하게 봐 왔거든. 우리라고 같은 짓을 당할까보냐." -현장 인터뷰, 아이돌론 평원, 시고어 사바에 의해 녹취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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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구울 Ghou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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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돌론 평원에 오게 된 것은 어떤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고자 함이지, 공포에 대한 탐험을 하러 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포 그 자체 또한 내게 들려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던 듯 했다. 구울. 적의 발밑에 숨겨진 어둠 속에서 자라, 싸우고 죽이며... 죽이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 공포가 깃들 수 있는 그 어떤 것 가운데서도, 참으로 그들에게 가장 걸맞은 근원이란 바로 사람의 상상 속이라 할 수 있겠다.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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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압도적인 숫자 Overwhelming Num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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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들의 제작 철학은 단순하다. 압도적인 숫자와 기습 요소를 이용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한 승리를 거머쥘 것.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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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살점과 발톱의 쇄도 A Tide of Claws and Fle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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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공포... 기습과 놀라움의 요소... 모두 싸구려로 이루어진 성과들. 구울이란, 재활용된 그리니어 유전자 찌꺼기에서 배양되어, 휴면용 자루 안에서 설익혀진 기습용 부대다. 승리의 열쇠는 질보다 양. 그 무리 앞에 서는 어떤 어리석은 적이라도 부숴버릴 수 있을 만한, 무수한 양의 발톱과 살점.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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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텐구스 박사 Doctor Teng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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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본인의 설계는 아님에도, 보어는 이 구울들을 효과적으로 써먹고 있다. 이 끔직한 참상들을 개발해낸 자는 다름 아닌 그 불안정하기로 악명 높은 그러스트래그 3총사의 아버지, 텐구스 박사로, 보어의 뜻을 거역하고, 어떤 불운한 의원의 자금을 양분 삼아 그의 연구실에서 개발된 이 구울들은... 텐구스의 최대 성과이다. 이 성과로 박사는 그리니어 여왕들의 관심 속에 자신의 입지를 굳혔으니까.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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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머릿수의 강점 Strength in Num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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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들을 정예 그리니어 부대라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부족한 그들의 전투 실력은 온전히 그 끔찍한 수의 숫자만으로 메울 수 있을 정도다.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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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기습 부대 Shock Troop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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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들은 일반 그리니어 부대에 앞서 먼저 파견된다. 그 전까지 일반 부대는 구울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들이 소홀한 관리자들에게 덮쳐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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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죽기 위해 태어날 뿐 Born to D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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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열화가 심한 구울 표본들은 자살 부대로써 이용된다.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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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거침없음 Unstopp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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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공포를 느낄 줄 모른다. 그렇기에 끈질기다.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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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새로운 국면 A New Ph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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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결집되어 거침 없이 전진해오는 구울들은 대규모의 사상자를 낼 수도 있다. 지금, 근원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그리니어의 군사 작전에 있어 새로운 국면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 성계에 살고 있는 모든 지성체의 부담금을 증가시킬, 그런 위기. -시고어 사바, 형태학자 겸 고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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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 구울 바운티 | 필요 조각 수 | 4 |
3. 해독된 일지 조각의 숨겨진 메세지
콘주에 따르면 시고어 사바라는 이름의 과거 코퍼스 소속 과학자가 평원에서 구울들을 연구하며 남긴 일지로 의뢰를 수행해준 보상으로 보여준다고 한다. 해당 일지에도 숨겨진 메세지가 있는데 코라와 시고어 사바가 찾아낸 그녀가 소환하는 카밧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은 완전해지기를 바란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은 죽음을 이겨내기를 갈망한다.
만약 당신이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왔지만,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은 되찾지 못했다면...
어찌할 것인가?
나의 이름은 시고어 사바, 네프 엔요가 이끄는 금성 테라포밍 원정대의 형태학 전문가다.
이 기록에서 나는 생물체 VK-7과의 조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며, 이 기록에서의 VK-7이란 다소...
이례적인 행동 특성을 지닌, 평균보다 큰 카밧 종 표본을 의미한다.
이 곳에서 내가 맡은 일은 옛날 사냥용 구역이었던 곳의 오로킨 유전자 기록을 해독하고, 엄선된 표본을
소생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다른 표본들과는 달리, 표본 VK-7은 유전자 기록을 통해 소생된 개체가 아니었다.
그녀는 환경 컨트롤 스테이션 근처의 봉인된 저장고, 몇 천년이나 잠들어 있었을지 모를 그 초라한 무덤 속에서
냉동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야말로 온전한, 오로킨 시대의 동물상 샘플, 나는 코퍼스의 일원으로서, 과학자로서의 의식보다도
사업가로서의 의식이 더 앞서는 사람이었다.
VK-7 - 특이한 크기와 무늬를 지닌, 오로킨 혈통의 카밧...
이런 물건에 막대한 거액을 지불할 귀족의 일원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맘에 드는 미행성 한 덩어리 정도를 살 금액은 되겠지.
시체를 해부대에 누이고, 전면적인 외과 조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마치 깊이 잠들어 꿈꾸는 여느 동물들처럼, VK-7의 발이...
꿈틀거렸다. 나는 무슨 변칙성 전기 반응으로 이 고대의 근육에 수축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스캐너를 쳐다보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살아서 뛰고 있는 심장.
나는 표본 VK-7을 소생시킨 적이 없었다. 이 표본은, 내 눈 앞에서 저 혼자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그 광경은...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누군가는 자신보다도 초월적이고 위대한 존재와의 유대에 대해 논하곤 했지.
올바른 정신의 코퍼스라면 누구나 그렇듯, 옛날의 나는 그 말에 코웃음칠 뿐이었다.
수익이 곧 생명이듯, 생명조차도 수익 그 자체일 뿐. 허나 그 순간...
그 짐승이 까마득한 죽음의 낭떠러지에서 기어코 살아 올라오는 것을 본 순간, 스스로 인정하기는 힘들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우리 안에서의,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그녀의 시선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방문할 때마다, VK-7이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정기적인 방문자들을 예상하고 그들의 일정을 외울 정도가 되었다.
내 네 번째 근무일 아침, 연구실에 들어서자 내 눈에 보인 광경은 활짝 열려 있는 VK-7의 우리 문과,
사라지고 없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살아 숨쉬는 생물을 현재 세계에 다시 되살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생명체나
바이러스를 의도치 않게 되살려낼 수 있다는 점으로, 감염체는 이 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리고, 일부 하이브 현장이 파괴되고, 다른 현장에서는 커다란 짐승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코퍼스들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 반응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진 동물.
몇몇은 그 짐승이 탄환 소모를 가늠하는 방법을 습득해 목표물이 가장 취약할 때를 노려 공격하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짐승을 공격하고서 살아남은 자 따위 거의 없었다.
분명, 표본 VK-7의 짓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근처의 하이브에 이미 파견된 화염방사 팀과 합류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내가 도착했을 무렵
화염방사 팀과 하이브는 모두 죽은 채 - 이빨과 발톱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나는 자리를 뜨려 했지만, 떠나는 나를 붙잡는 듯한 나즈막한 그림자에 가로막혔다.
바로, 표본 VK-7이었다. 박살난 채 눈으로 뒤덮인 하이브의 그림자로부터 기어나오는 그녀의 발자국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지원 요청을 위해 내가 통신 채널을 열려는 찰나, VK-7이 낮은 소리로 그르렁거리더니...
맹세컨대 정말로...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결국 나는 지원 요청을 그만두었다.
VK-7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옆구리에 난 상처가 보였고, 그녀는 상처가 난 쪽의 옆구리를 내게 내밀어 보였다.
신뢰의 표시...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몸짓. 나는 야전 키트를 열고 조심스럽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표본 VK-7에 대한 실험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왜 그랬는지 나 자신조차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짓을 했다간 그녀의 신뢰를 져버리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의 나란, 코퍼스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형태학 전문가가, 전혀 논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유로
야생 동물 한 마리와의 신의를 내 인생의 서약보다도 위에,
그리고 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항상 중시하라 배워온 모든 교리보다도
이런 '자선' 행위를 우선시한 꼴이었다.
허나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선택이야말로 VK-7이 내게 그 손을 내민 이유였을 테니까.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어느 새 기지에 잠입해, 서로 다른 구조를 갖춘 두 개의 보안 시스템을 돌파해
경보 시스템도, 심지어 나조차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 연구실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VK-7의 입에는 잘려진 손 하나가 물려 있었다. 검게, 화석화된 손.
그녀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며, 그 손을 내 앞에 살며시 내려놓더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손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날 밤 내가 연구실에서 홀로 알아낸 것은,
내게 남은 인생 모두를 걸고 쫓아야 할 목표가 되었다.
그 손은 오로킨 기술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오로킨의 산물이다.
본래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손은 모체에게서 태어난 손이 아니었다.
예전 알라드 V가 워프레임에 대해 쓴 논문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던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틀림없었다. 내가 지금 손에 든 것은, 그 생물 중 하나의 손...
심지어 엔요 주식회사에조차 전혀 기록이 없는 종류였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먼저 그 샘플의 세포 구조로부터
가능한 한 제대로 된 설계도를 추출해내야만 했다.
단 하나의 단어, 한때 그녀의 이름이었던 그 단어만이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코라. 코라.
표본 VK-7이 원하는 것은 코라의 부활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녀가 이 손을 가져올 이유가 달리 어디 있겠는가?
무얼 믿고, 사라져버린 오로킨 전사가 남긴 단 하나의 유해인 이것을 내게 맡겼겠는가?
한 마리의 동물에게, 이런 풍부하고도 섬세한 인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
그 사실이야말로 지금 정말 귀중한 것 - 허나 내 상사들의 손에 들어갔다간 빛을 보지 못할 터였다.
잘 해봐야 생포 후 실험에 써먹히거나, 최악의 경우엔...
뭐, 그러니 그들에겐 입을 다물었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표본 VK-7은 대기 처리 스테이션의 남남서쪽으로 4.3 클릭 가량 떨어진 깊은 협곡까지 추적당했다.
그녀의 존재가 알려지자마자, 하이브의 공포를 연구할 가치 따위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직 그녀를 그 굴 안에 가둔 채 처치하는 것이 우선된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보금자리 삼은 동굴 앞에 버티고 서서, 망상 숭배... 따위의 죄목으로 파멸할 순간만을 기다렸다.
머릿속에서 '무슨 짓이야?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라고 외치는 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때,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의 나라면, 이익 한 푼을 위해 이 짐승을 얼마든지 팔아넘길 인간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추위 속에 서서, 누군가는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 말할 그 무언가를 위해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는 거였다.
허나 내게 있어선... 헷, 나 자신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라 해야 할까.
가득 쌓인 눈을 헤치고, 머리를 숙인 채, 살을 에는 칼바람을 뚫고 그들이 다가왔고,
나는 그 칼바람에 내 목소리를 실어, 그 자리에 멈춰, VK-7에게 선처를 내려달라 애원하며...
손에 든 폭탄 하나를 꼭 쥐었다. 그 뒤의 전개는, 누구나 예상했으리라.
전혀 먹힐 리가 없었다. 넘솔은 예로부터 보통 동물 마취제로 사용되곤 하는 물건이지만... 연막의 형태로도 곧잘 변환되곤 한다.
협곡 안, 추격자들을 향해 던져진 내 깡통은 내 손을 미끄러져, 4인치쯤 쌓인 서리를 뚫고 연기를 뿜어올리더니,
곧 폭발해 황갈색의 가스로 가득한 간헐천이 되어, 그들을 온통 감쌌다.
허나 나는 공작원이 아니라 과학자다.
그들이 쓴 호흡기 마스크는 여느 오염물질을 거르듯 쉽사리 넘솔을 걸러버렸고, 나는 즉각 체포되었다.
허나, 적어도 VK-7은 도망쳤다. 적어도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대기 처리 스테이션은 구금이나 심문 등의 목적으로 설계되진 않았지만,
시설이 부족하다고 그들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유지 보수용 벽장 A-5에 묶여 흠씬 두들겨 맞은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그 내용은 그대로 내게 파멸로 다가왔다.
교화 3부서에서 나온 산소 기술자 질. 그는 이전 군의 무슨 병과에서 진행된 심리전에 경력이 있는 자였고,
그 경력으로 나의 '관리' - 즉 나를 심문하고, 마지막엔 처형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 이마에 총구를 들이댄 질은 마지막 순간 내가 자신을 보지 않는 쪽이 편하다 말했고, 그 말에 나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예리한 파열음이 들렸고, 그 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 질은 내 발치에 축 늘어진 채 죽어 있었고, 그 목은 VK-7의 앞발에 쥐여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코퍼스가 아니다. 금성에 있다간 우리 둘 모두 죽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도망쳐야만 했다.
우리는 정지 궤도의 솔라리스 레일 트랙터에 몰래 타, 금성을 벗어나기 위해 함께 자동 화물 릴레이로 향했다.
정기 순찰을 도는 경비들과 보안 카메라를 피해 그녀가 어찌나 솜씨 좋게 나를 이끌던지.
하지만 내 옛 동지들이 우리의 예상 목적지를 계산해내 곧바로 덮쳐드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양쪽 행거로부터 플라즈마 폭발이 공기를 가르며 터져나왔고,
나는 몸을 웅크리며 궤도로 향하는 근처의 열린 컨베이어에 몸을 숨겼지만, 어차피 시간낭비란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탈출 수단에는 도달했지만, 탈출할 희망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트루퍼들과 모아들이 전형적인 협공 태세로 다가오고, 스파크와 지근탄이 내 얼굴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곧 눈 깜짝할 사이에 컨베이어와 함께 우리도 산산조각나겠지 -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그녀를 크게 실망시켰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VK-7은 내 한평생 절대 잊혀지지 않을 행동을 했던 것이다.
내 쪽으로, 우리에게 있어 최후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한번 던진 그녀는 - 분연히 몸을 일으켜 컨베이어를 작동시켰다.
내 포드의 문이 소리내어 닫히고, 창문 밖에서 그녀가 적들에게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탈출 버튼을 눌러 벗어나기도 전에 자기장 레일은 작동했고, 내가 탄 포드는 건물을 벗어나 하늘로,
궤도상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살아난 것이다. 그녀를 버려두고서.
그게 벌써... 뭐, 몇 년도 전 얘기구만, 그 뒤로 나는 내 일생을 바쳐 코라의 유해를 찾아다녔다.
정보통에 따르면 오로킨의 테라포밍 시설 내부에 융착된 상태지만 온전한 코라의 몸체가 발견되었고,
악명 높은 솔라리스 레일의 요원에 의해 행성 밖으로 이송되었으나...
그 요원은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의 유해가 아이돌론 평원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을 위해 이 암호화된 로그를 오랜 친구인 콘주에게 맡기고, 나는 이제 그 곳으로 떠나려 한다.
그 곳에서 평생을 헤매었던 이 숨바꼭질에 끝장을 내리라.
나는 그 날 금성에서 VK-7이 살아남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언젠가 내가 이 삶을 완전히 끝맺기 전, 어느 날 내 저서에서 고개를 들면
현관문에 서 있는 익숙한 그림자와...
그녀의 카밧을 보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1] 나는 시고어 사바, 적어도 과학자보다는.
제법 괜찮은 남자였다.
만약 당신이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왔지만,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은 되찾지 못했다면...
어찌할 것인가?
나의 이름은 시고어 사바, 네프 엔요가 이끄는 금성 테라포밍 원정대의 형태학 전문가다.
이 기록에서 나는 생물체 VK-7과의 조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며, 이 기록에서의 VK-7이란 다소...
이례적인 행동 특성을 지닌, 평균보다 큰 카밧 종 표본을 의미한다.
이 곳에서 내가 맡은 일은 옛날 사냥용 구역이었던 곳의 오로킨 유전자 기록을 해독하고, 엄선된 표본을
소생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다른 표본들과는 달리, 표본 VK-7은 유전자 기록을 통해 소생된 개체가 아니었다.
그녀는 환경 컨트롤 스테이션 근처의 봉인된 저장고, 몇 천년이나 잠들어 있었을지 모를 그 초라한 무덤 속에서
냉동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야말로 온전한, 오로킨 시대의 동물상 샘플, 나는 코퍼스의 일원으로서, 과학자로서의 의식보다도
사업가로서의 의식이 더 앞서는 사람이었다.
VK-7 - 특이한 크기와 무늬를 지닌, 오로킨 혈통의 카밧...
이런 물건에 막대한 거액을 지불할 귀족의 일원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맘에 드는 미행성 한 덩어리 정도를 살 금액은 되겠지.
시체를 해부대에 누이고, 전면적인 외과 조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마치 깊이 잠들어 꿈꾸는 여느 동물들처럼, VK-7의 발이...
꿈틀거렸다. 나는 무슨 변칙성 전기 반응으로 이 고대의 근육에 수축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스캐너를 쳐다보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살아서 뛰고 있는 심장.
나는 표본 VK-7을 소생시킨 적이 없었다. 이 표본은, 내 눈 앞에서 저 혼자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그 광경은...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누군가는 자신보다도 초월적이고 위대한 존재와의 유대에 대해 논하곤 했지.
올바른 정신의 코퍼스라면 누구나 그렇듯, 옛날의 나는 그 말에 코웃음칠 뿐이었다.
수익이 곧 생명이듯, 생명조차도 수익 그 자체일 뿐. 허나 그 순간...
그 짐승이 까마득한 죽음의 낭떠러지에서 기어코 살아 올라오는 것을 본 순간, 스스로 인정하기는 힘들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우리 안에서의,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그녀의 시선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방문할 때마다, VK-7이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정기적인 방문자들을 예상하고 그들의 일정을 외울 정도가 되었다.
내 네 번째 근무일 아침, 연구실에 들어서자 내 눈에 보인 광경은 활짝 열려 있는 VK-7의 우리 문과,
사라지고 없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살아 숨쉬는 생물을 현재 세계에 다시 되살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생명체나
바이러스를 의도치 않게 되살려낼 수 있다는 점으로, 감염체는 이 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리고, 일부 하이브 현장이 파괴되고, 다른 현장에서는 커다란 짐승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코퍼스들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 반응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진 동물.
몇몇은 그 짐승이 탄환 소모를 가늠하는 방법을 습득해 목표물이 가장 취약할 때를 노려 공격하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짐승을 공격하고서 살아남은 자 따위 거의 없었다.
분명, 표본 VK-7의 짓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근처의 하이브에 이미 파견된 화염방사 팀과 합류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내가 도착했을 무렵
화염방사 팀과 하이브는 모두 죽은 채 - 이빨과 발톱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나는 자리를 뜨려 했지만, 떠나는 나를 붙잡는 듯한 나즈막한 그림자에 가로막혔다.
바로, 표본 VK-7이었다. 박살난 채 눈으로 뒤덮인 하이브의 그림자로부터 기어나오는 그녀의 발자국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지원 요청을 위해 내가 통신 채널을 열려는 찰나, VK-7이 낮은 소리로 그르렁거리더니...
맹세컨대 정말로...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결국 나는 지원 요청을 그만두었다.
VK-7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옆구리에 난 상처가 보였고, 그녀는 상처가 난 쪽의 옆구리를 내게 내밀어 보였다.
신뢰의 표시...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몸짓. 나는 야전 키트를 열고 조심스럽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표본 VK-7에 대한 실험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왜 그랬는지 나 자신조차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짓을 했다간 그녀의 신뢰를 져버리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의 나란, 코퍼스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형태학 전문가가, 전혀 논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유로
야생 동물 한 마리와의 신의를 내 인생의 서약보다도 위에,
그리고 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항상 중시하라 배워온 모든 교리보다도
이런 '자선' 행위를 우선시한 꼴이었다.
허나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선택이야말로 VK-7이 내게 그 손을 내민 이유였을 테니까.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어느 새 기지에 잠입해, 서로 다른 구조를 갖춘 두 개의 보안 시스템을 돌파해
경보 시스템도, 심지어 나조차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 연구실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VK-7의 입에는 잘려진 손 하나가 물려 있었다. 검게, 화석화된 손.
그녀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며, 그 손을 내 앞에 살며시 내려놓더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손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날 밤 내가 연구실에서 홀로 알아낸 것은,
내게 남은 인생 모두를 걸고 쫓아야 할 목표가 되었다.
그 손은 오로킨 기술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오로킨의 산물이다.
본래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손은 모체에게서 태어난 손이 아니었다.
예전 알라드 V가 워프레임에 대해 쓴 논문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던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틀림없었다. 내가 지금 손에 든 것은, 그 생물 중 하나의 손...
심지어 엔요 주식회사에조차 전혀 기록이 없는 종류였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먼저 그 샘플의 세포 구조로부터
가능한 한 제대로 된 설계도를 추출해내야만 했다.
단 하나의 단어, 한때 그녀의 이름이었던 그 단어만이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코라. 코라.
표본 VK-7이 원하는 것은 코라의 부활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녀가 이 손을 가져올 이유가 달리 어디 있겠는가?
무얼 믿고, 사라져버린 오로킨 전사가 남긴 단 하나의 유해인 이것을 내게 맡겼겠는가?
한 마리의 동물에게, 이런 풍부하고도 섬세한 인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
그 사실이야말로 지금 정말 귀중한 것 - 허나 내 상사들의 손에 들어갔다간 빛을 보지 못할 터였다.
잘 해봐야 생포 후 실험에 써먹히거나, 최악의 경우엔...
뭐, 그러니 그들에겐 입을 다물었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표본 VK-7은 대기 처리 스테이션의 남남서쪽으로 4.3 클릭 가량 떨어진 깊은 협곡까지 추적당했다.
그녀의 존재가 알려지자마자, 하이브의 공포를 연구할 가치 따위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직 그녀를 그 굴 안에 가둔 채 처치하는 것이 우선된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보금자리 삼은 동굴 앞에 버티고 서서, 망상 숭배... 따위의 죄목으로 파멸할 순간만을 기다렸다.
머릿속에서 '무슨 짓이야?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라고 외치는 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때,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의 나라면, 이익 한 푼을 위해 이 짐승을 얼마든지 팔아넘길 인간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추위 속에 서서, 누군가는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 말할 그 무언가를 위해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는 거였다.
허나 내게 있어선... 헷, 나 자신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라 해야 할까.
가득 쌓인 눈을 헤치고, 머리를 숙인 채, 살을 에는 칼바람을 뚫고 그들이 다가왔고,
나는 그 칼바람에 내 목소리를 실어, 그 자리에 멈춰, VK-7에게 선처를 내려달라 애원하며...
손에 든 폭탄 하나를 꼭 쥐었다. 그 뒤의 전개는, 누구나 예상했으리라.
전혀 먹힐 리가 없었다. 넘솔은 예로부터 보통 동물 마취제로 사용되곤 하는 물건이지만... 연막의 형태로도 곧잘 변환되곤 한다.
협곡 안, 추격자들을 향해 던져진 내 깡통은 내 손을 미끄러져, 4인치쯤 쌓인 서리를 뚫고 연기를 뿜어올리더니,
곧 폭발해 황갈색의 가스로 가득한 간헐천이 되어, 그들을 온통 감쌌다.
허나 나는 공작원이 아니라 과학자다.
그들이 쓴 호흡기 마스크는 여느 오염물질을 거르듯 쉽사리 넘솔을 걸러버렸고, 나는 즉각 체포되었다.
허나, 적어도 VK-7은 도망쳤다. 적어도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대기 처리 스테이션은 구금이나 심문 등의 목적으로 설계되진 않았지만,
시설이 부족하다고 그들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유지 보수용 벽장 A-5에 묶여 흠씬 두들겨 맞은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그 내용은 그대로 내게 파멸로 다가왔다.
교화 3부서에서 나온 산소 기술자 질. 그는 이전 군의 무슨 병과에서 진행된 심리전에 경력이 있는 자였고,
그 경력으로 나의 '관리' - 즉 나를 심문하고, 마지막엔 처형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 이마에 총구를 들이댄 질은 마지막 순간 내가 자신을 보지 않는 쪽이 편하다 말했고, 그 말에 나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예리한 파열음이 들렸고, 그 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 질은 내 발치에 축 늘어진 채 죽어 있었고, 그 목은 VK-7의 앞발에 쥐여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코퍼스가 아니다. 금성에 있다간 우리 둘 모두 죽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도망쳐야만 했다.
우리는 정지 궤도의 솔라리스 레일 트랙터에 몰래 타, 금성을 벗어나기 위해 함께 자동 화물 릴레이로 향했다.
정기 순찰을 도는 경비들과 보안 카메라를 피해 그녀가 어찌나 솜씨 좋게 나를 이끌던지.
하지만 내 옛 동지들이 우리의 예상 목적지를 계산해내 곧바로 덮쳐드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양쪽 행거로부터 플라즈마 폭발이 공기를 가르며 터져나왔고,
나는 몸을 웅크리며 궤도로 향하는 근처의 열린 컨베이어에 몸을 숨겼지만, 어차피 시간낭비란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탈출 수단에는 도달했지만, 탈출할 희망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트루퍼들과 모아들이 전형적인 협공 태세로 다가오고, 스파크와 지근탄이 내 얼굴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곧 눈 깜짝할 사이에 컨베이어와 함께 우리도 산산조각나겠지 -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그녀를 크게 실망시켰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VK-7은 내 한평생 절대 잊혀지지 않을 행동을 했던 것이다.
내 쪽으로, 우리에게 있어 최후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한번 던진 그녀는 - 분연히 몸을 일으켜 컨베이어를 작동시켰다.
내 포드의 문이 소리내어 닫히고, 창문 밖에서 그녀가 적들에게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탈출 버튼을 눌러 벗어나기도 전에 자기장 레일은 작동했고, 내가 탄 포드는 건물을 벗어나 하늘로,
궤도상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살아난 것이다. 그녀를 버려두고서.
그게 벌써... 뭐, 몇 년도 전 얘기구만, 그 뒤로 나는 내 일생을 바쳐 코라의 유해를 찾아다녔다.
정보통에 따르면 오로킨의 테라포밍 시설 내부에 융착된 상태지만 온전한 코라의 몸체가 발견되었고,
악명 높은 솔라리스 레일의 요원에 의해 행성 밖으로 이송되었으나...
그 요원은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의 유해가 아이돌론 평원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을 위해 이 암호화된 로그를 오랜 친구인 콘주에게 맡기고, 나는 이제 그 곳으로 떠나려 한다.
그 곳에서 평생을 헤매었던 이 숨바꼭질에 끝장을 내리라.
나는 그 날 금성에서 VK-7이 살아남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언젠가 내가 이 삶을 완전히 끝맺기 전, 어느 날 내 저서에서 고개를 들면
현관문에 서 있는 익숙한 그림자와...
그녀의 카밧을 보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1] 나는 시고어 사바, 적어도 과학자보다는.
제법 괜찮은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