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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05 13:38:14

DOS/V

1. 개요2. 상세3. 한국의 경우
3.1. 일본 DOS/V 게임3.2. 한글 DOS/V

1. 개요

1990년 일본 IBM이 발표한 IBM PC 호환기종 운영 체제. 한마디로 일본어 버전 IBM PC DOS로, 정확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서 MS-DOS를 라이선스 받아 PC에 탑재하던 IBM PC DOS에 일본어 입출력 체계를 내장한 것이다. MS-DOS 4.0을 기반으로 만들어 PS/2 모델 55용으로 내놓았던 'IBM DOS J4.0'에 일본어 입출력 체계를 추가해 IBM DOS J4.0/V라는 명칭으로 내놓은 것이 DOS/V의 기원이다. 1991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이 시스템을 정식으로 채용하여 MS-DOS 5.0/V가 나오면서 MS-DOS 라인으로도 DOS/V가 나왔다. 당초 IBM 내부에서는 '스라브이'(スラブイ)[1] 등으로 불렀고 DOS/V라는 명칭은 당시 일본의 PC 통신망이었던 NIFTY 등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명칭이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2. 상세

/V의 의미는 ' VGA 전용 DOS'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일본어 구현을 텍스트 모드가 아닌 그래픽 모드에서 VGA 그래픽 카드의 기능을 활용하여 화면에 그리는 방식으로 출력했기 때문. DOS/V 지원 게임이 모두 VGA 전용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IBM의 인터뷰 자료 등을 보면 XGA 호환의 DOS/X나 모바일 단말용 CGA 호환의 DOS/C 등의 표현도 보였다고 하는데, IBM은 'DOS/V는 등록된 상표가 아니니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여 DOS/V라는 표현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일본 IBM에서 DOS/V 개발을 주도했던 호리타 카즈후(堀田一芙)는 인터뷰에서 'V는 Variable 등으로 해석해 달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당연히 나중에 갖다붙인 해석(...)이며 원래는 VGA의 V에서 딴 것이다.

한편으로 일본에서 'DOS/V'는 일본어 지원 MS-DOS라는 원래의 의미 외에도 의미가 확대되어 IBM PC 호환기종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래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일본어 사용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NEC PC-9801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NEC는 PC-9801의 운영 체제로 MS-DOS를 일본어로 번역 및 이식해 채용했다. 애초에 CPU가 같은 8086 계열이며 등장 초기부터 VGA급의 고해상도 그래픽 성능(640×400/16색)을 가지고 있어 자형이 복잡한 일본어와 한자 표현이 용이했다. IBM PC 호환 기종은 비슷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일본어 지원의 미비로 인해 보급이 비교적 저조한 편이었는데, DOS/V의 발매를 기점으로 많이 보급되었다. 'DOS/V 머신' 같은 표현이 표현이 일반에 퍼지면서 'IBM PC 호환 기종=DOS/V'라는 인식이 생긴 탓에 'DOS/V'라는 표현이 운영 체제의 이름을 넘어 그것을 구동하는 컴퓨터까지 가리키게 되었다. 심지어는 MS-DOS를 사용하지 않게 된 오늘날에도 'DOS/V'라는 표현은 PC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살아있기 때문에 일본 쪽 웹 페이지 등에서 'DOS용'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DOS를 운영 체제로 사용했던 다른 기종들, 특히 보급율이 매우 높았던 PC-9801을 가리키며, IBM PC 호환 기종을 가리킬 때는 반드시 'DOS/V'라고 표기했다. Windows 머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담으로 일본에서는 'PC'라는 표현 역시 PC-9801, 혹은 개인용 컴퓨터 전반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PC(IBM PC 호환 기종)를 가리킬 때는 'PC/AT'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IBM PC AT만을 가리키지 않고 x86 아키텍처 컴퓨터 전반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DOS/V의 출시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IBM PC 호환 기종에서 일본어 사용 환경이 마련되자 보급률도 차츰 늘어나 PC-9800 시리즈의 독주를 위협하게 되었고 PC-9800 시리즈에 소프트웨어를 내놓던 일본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차츰 DOS/V 이식판을 동시에 발매하는 것이 추세가 되었다. 단, 실제로 역전하여 PC-9800 시리즈의 관뚜껑에 못을 박은 것은 Windows 95 발매 이후이다. 하드웨어의 유사성 덕에 이식에 큰 어려움도 없었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 무렵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일본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병행 발매했는데, 여기에는 삼국지 시리즈, 동급생과 같은 크게 성공한 게임도 있었다.

3. 한국의 경우

3.1. 일본 DOS/V 게임

위에 설명한 게임들 덕에 DOS/V가 한국에까지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본래라면 한국에서 DOS/V를 쓸 일이 없지만 영문판 MS-DOS나 한글 MS-DOS에서 DOS/V 게임을 실행시킬 경우 글자만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실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일본 게임을 플레이할 때 한국에서도 DOS/V가 필수품이었다. DOS/V용 게임은 DOS/V에 내장된 일본어 입출력 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DOS/V가 아니면 글자가 깨졌다.

1990년대 중후반 무렵에 DOS-J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白髪武広国押稚日本根子라는 닉네임을 쓴 사람이 처음 개발해 어셈블리 코드와 함께 공개하였으나 한국에서 유명해진 것은 저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겪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덕호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당시 PC 통신 키텔과 나우누리의 자료실을 통해 배포했다. 거추장스럽게 별도의 DOS/V로 컴퓨터를 시작할 필요 없이 간단히 MS-DOS 상에서 DOSJ.COM이라는 파일 하나만 실행시켜 램에 상주시켜 두면 DOS/V 전용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게 해주던 요술상자 같던 프로그램. DOS/V는 일본어 입출력 부분의 추가적인 로딩 때문에 MS-DOS보다 부팅이 느렸던 데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 메시지도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소였기 때문에 기존의 익숙한 영문/한글 DOS를 사용하면서 DOS/V 게임을 할 수 있는 DOS-J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매우 각광받았다. 거기에 기본 메모리 640KB의 제한이 걸려있던 상황에서 DOS/V를 직접 올리는 것보다 메모리도 적게 먹는 점은 더욱 DOS-J를 각광받게 한 요소.

아키코/골드, 쾌락의 정, 투신도시Ⅱ는 실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DOS-J Plus를 실행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한패팀 사과나무 팀의 최정범 씨가 개량해 어셈블리 코드와 같이 공개했다. DOS-J와 마찬가지로 명령 프롬프트에서 간단히 DOSJP.COM 파일을 실행시켜 램에 상주시킨 후 DOS/V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된다. 램에 상주한 상태에서 DOSJP.COM을 다시 실행하면 램에서 상주하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제거한다.

3.2. 한글 DOS/V

IBM이 DOS/V를 만든 목적은 VGA 환경에서 DBCS(Double-Byte Character Set, 2바이트 문자 집합)의 표현이다. 한국어, 중국어, 대만어, 일본어 넷이 이런 문자 집합이었다. 코드페이지로 따지면 DOS/V에서는 일본어는 CP932, 한글은 CP934, 중국어 CP936, 대만어 CP938로 애초에 동아시아 언어 전체를 표현하려고 동시에 개발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 IBM에서도 한글 DOS/V를 개발했으나, 한국은 1980년대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의 그래픽 모드를 이용해 도깨비 소프트웨어 같은 것으로 자체적으로 한글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들의 조합형, 완성형 한글 BIOS 소프트웨어가 한국의 IBM PC 호환 기종 사용 환경을 이미 지배하고 있었고, 다만 완성형 대 조합형 등 한글 구현 방식을 두고 많은 충돌이 있었던 한국에서는 DOS/V가 나올 무렵에는 프로그램마다 자체적으로 한글 입출력을 지원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리고 1987년 한국 상공부에서도 2바이트 완성형을 국가 표준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한글 DOS/V는 이들과 호환성이 없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 PC 시장을 지배했던 MS-DOS가 아닌 한글 IBM PC DOS에서만 들어 있었다. MS-DOS를 주력으로 쓰는 한국 환경에 인지도가 부족한 IBM PC DOS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것도 1992년 IBM이 사양을 개정하면서 코드페이지 CP949를 제정해 완성형 한글을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부터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해 한글 MS-DOS 2.11 때 조합형을, 한글 MS-DOS 3.2부터 완성형 한글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1993년에 MSHBIOS를 개발해 한글 Windows 3.1과 한글 MS-DOS 6.0에 포함해 내놓았다. IBM이 주도한 DOS/V의 CP932가 Shift JIS로 표준화된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이유들로 코드페이지 CP934를 쓰는 IBM DOS/V (Korean)가 사용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파일:PCDOSH50V.jpg

한글로 개발된 IBM PC DOS H5.0/V의 구동화면. 화면 구성과 글꼴이 일본어판 DOS/V와 매우 비슷하다. 내장된 한글 바이오스는 CP934와 CP949를 원할 때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slash) V의 일본식 축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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