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콘트라 시리즈의 가정용 작품이 90년대 초 유럽 지역에 발매될 때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탄생한 개념으로, 유럽판 게임의 제목이자 게임의 주인공 역할을 맡는 로봇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의 유래는 'Protector'와 'Robot'을 합친 것으로, 이름의 유래대로 외계의 침략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로봇이다.
본래는 로컬라이징의 결과물이므로 기존에 일본에서 전개되던 콘트라 시리즈의 세계관과는 별개의 존재였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 이들을 세계관에 편입시키려는 여러 시도가 이루어져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한편 콘트라 시리즈의 유럽판으로 또 한가지 알려져 있는 것으로 'Gryzor'가 있는데, 이것은 아케이드용 초대 콘트라 및 그 이식작에 국한된 것으로 프로보텍터와는 달리 제목 및 일부 이름 설정 등만 변경한 경우이다.
2. 상세
패밀리컴퓨터판 콘트라는 일본 및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유럽 지역에도 발매가 결정되었으나, 맨몸의 인간들이 총을 난사하며 적들을 사살하는 내용이 심의를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에 따라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를 모두 로봇으로 변경해서 현대 전쟁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희석시키고 가상의 미래 전쟁[1]을 표현한 것처럼 변경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이유가 발표된 바는 없으나, 당시 폭력 및 유혈 표현 및 전쟁을 미화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매우 엄격했던 독일 연방행정기관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2]그런 과정을 거친 결과 빌 라이저는 RD008, 랜스 빈은 RC011이라는 이름의 전투 로봇으로 변경되었고 레드팔콘 소속의 적들도 대놓고 에일리언의 모습을 한 것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한 적들은 모두 로봇의 모습으로 변경되었다. 조금이라도 트집이 잡힐 것 같은 것은 모두 변경해 놓았기 때문에 체형이 인간형일 뿐이지 누가 봐도 인간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두귀거신병 골데아까지도 각진 로봇의 모습으로 변경해 놓았을 정도이다.[3] 로봇들이 활약하는 미래의 전투를 그린 것으로 스토리가 변경됨에 따라 배경 년도는 일본판에서의 원래 설정 그대로 서기 2633년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유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괜히 배경을 현대로 바꿨다가 시대 설정이 꼬여 버린 북미판과는 달리 원작에 가까운 스토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보텍터 시리즈의 매뉴얼에는 이름을 제외하면 상세한 스펙은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강의 로봇'이라는 점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나 'His' 'Him' 등의 남성형 명사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남성형 로봇인 것으로 보이며, 게임 내의 묘사를 보면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인간처럼 말을 하고 엄지를 들어올리거나 과격하게 공격하자고 하는 등 감정 표현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사실 빌과 랜스에서 외형만 변경하고 대사 등은 그대로 놔두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컬라이징은 게임보이용 콘트라 스피리츠까지만 이어졌으며 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콘트라 시리즈가 원래 모습 그대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도 맨몸의 인간이 등장하는 콘트라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콘트라 대신 프로보텍터를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갖고 자란 사람들 및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유럽에서는 콘트라 시리즈가 이렇게 전개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 프로보텍터의 존재는 계속 기억되었고, 그 결과 2007년의 콘트라 4부터는 로컬라이징과 관계없이 모든 세계관에서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19년 발매된 합본 소프트 Contra Anniversary Collection에는 콘트라 스피리츠 및 콘트라 더 하드 코어 한정이지만 프로보텍터 버전도 즐길 수 있도록 함께 수록되어 있어 전 세계에서 프로보텍터 버전을 정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3. 프로보텍터로 발매된 작품들
원작의 제목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독자적인 제목을 붙여 놓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게임들이지만 제목이 똑같은 게임들이 매우 많다. 패미컴판 콘트라, 게임보이판 콘트라, 콘트라 더 하드 코어가 모두 똑같은 '프로보텍터'이며 슈퍼 콘트라와 게임보이판 콘트라 스피리츠도 '프로보텍터 투'로 똑같기 때문에 부제와 제목의 표기로 구분해야 한다.-
Probotector (1990/12/28,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프로보텍터의 기원으로 패미컴판 콘트라의 유럽판이다. 캐릭터들을 로봇으로 바꾸면서 타이틀 화면에 나와 있는 빌과 랜스까지 바꿀 여력은 없었는지, 타이틀 화면에 주인공들의 모습이 없고 타이틀 로고만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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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otector II: Return of the Evil Forces (1992,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슈퍼 콘트라의 유럽판. 전작에서 거인마저도 로봇의 모습으로 바꾸는 집요한 검열을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7스테이지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적이 그대로 나오거나, 최종보스 음수 킴코우에게 사람 얼굴이 달려 있는 것은 수정하지 않는 등 검열의 정도가 전작보다는 약해졌다. 물론 7스테이지의 배경은 에일리언의 소굴이고 음수 킴코우는 체형부터가 인간과는 거리가 먼 괴물이라서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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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Probotector: Alien Rebels (1992/04/06,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콘트라 스피리츠의 유럽판. 북미판은 콘트라와 슈퍼 콘트라의 배경을 현대로 했다가 이 작품부터 부랴부랴 일본판에 맞추느라 주인공들을 먼 후손이라는 설정으로 바꿔야 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대로 RD008과 RC011이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외형은 크게 변경되어 이전까지는 흰색과 빨간색 조합이었었던 RD008이 파란색 기체로, 흰색과 파란색 조합이었던 RC011은 빨간색 기체로 변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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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otector (1992/05/21,
Game Boy)
콘트라(게임보이)의 유럽판. 커버 일러스트에는 빌 라이저를 그려 놓고 스토리 설명에는 Scorpion이 활약했다고 써 버린 미국판 'Operation C'와는 달리 커버 일러스트대로 주인공은 빌 라이저에 해당하는 RD008이며, 대항하는 적은 Operation C와 동일하게 에일리언 블랙 바이퍼인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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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otector (1994/10/14,
Mega Drive)
콘트라 더 하드 코어의 유럽판. 하드 코어 부대원들 및 사령관이 모두 로봇으로 교체되었다. 레이 파워드는 CX-1이라는 이름의 남성형 파란색 로봇, 쉬나 에트랑제는 CX-2라는 이름의 남성형 빨간색 로봇[5], 브래드 팽은 CX-3라는 이름의 수인형 로봇으로 변경되었다. 브라우니는 원래 로봇이라 모습은 유지했지만 CX-4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이들의 이름이 CX-로 시작되는 것은 브라우니의 원래 설정상 정식 명칭이 CX-1-DA300이었던 것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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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otector 2 (1995,
Game Boy,
Super Game Boy)
게임보이판 콘트라 스피리츠의 유럽판. 이식작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Super Probotector'와는 스토리 텍스트가 다른데, 에일리언의 재침공에 프로보텍터가 맞선다는 대략적인 내용은 같지만 주인공은 딱히 특정 모델의 언급이 없이 그냥 '프로보텍터'라고만 되어 있다. '살아남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세대의 로봇 프로보텍터를 개발했다'고 되어 있고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진 것을 보면 RD008/RC011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모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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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ami GB Collection Vol.1 (2000/02,
Game Boy Color)
일본에서는 흑백 게임보이용으로 1997년에 발매되었던 '코나미 GB 콜렉션 Vol.1'을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요소를 삭제하고 컬러화하여 유럽 지역에 발매한 것인데, 수록 게임 중 게임보이용 콘트라가 있다. 이 때는 더 이상 심의 때문에 캐릭터들을 로봇으로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일본판이나 북미판과 마찬가지로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게임이 'Probotector'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는 것은 이제 와서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제목은 여전히 'Probotector'로 되어 있다.
4. 본가 세계관으로의 편입
로컬라이징 전략으로서의 프로보텍터는 사장되었지만, 로봇 전사 캐릭터로서의 프로보텍터의 존재는 그대로 버리기 아깝다고 판단되었는지 세계관에 정식으로 편입시키는 시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정사 세계관
콘트라 4가 발매되면서 프로보텍터는 인간이 투입되기에는 너무 위험한 환경을 지닌 장소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된 무장 로봇이라는 설정이 붙었으며, 게임 중 선택할 수 있는 숨겨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도 등장한다. 다만 프로보텍터가 블랙 바이퍼와의 전투에 실제로 참여했는지까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이 게임의 적들 중에는 블랙 바이퍼가 프로보텍터들 중 일부 기체를 접수하여 개조했다는 설정의 '프로보테러'가 나오는데, 격파해도 모습을 바꾸어 재조립되어 부활하는지라 총 3번이나 격파해야 완전히 없앨 수 있는짜증나는위협적인 적으로 악명을 떨쳤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콘트라 4가 유럽 출신인 프로보텍터를 부활시킨 작품이면서도 정작 유럽에는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2년에 발매된 콘트라 더 보드 게임은 콘트라 스피리츠와 콘트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여기서도 '프로보텍터 RD008'과 '프로보텍터 RC011'이 서포트 카드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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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코어: 업라이징 -
콘트라 리턴즈 세계관
직접적으로 프로보텍터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프로보텍터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CX-1-DA-1000 公牛(Bull), CX-1-DA-2000 战痕(Scar)라는 전투 로봇들이 플레이어블로 등장했다.
이 세계관의 쉬나 에트랑제는 'CX-2'라는 이름의 소형 전투 로봇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럽판에서 쉬나의 역할을 대체했던 로봇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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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 오퍼레이션 갈루가 세계관
콘트라 부대에서 운용하는 훈련용 자율행동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했으며, 이 중 M4D-0G, SC0RP1이라는 개체가 플레이어블로 등장했다. 개발된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는지 나이가 2살이라고 설정되어 있으며, 빌 라이저의 과거 북미판 이름이었던 'Mad Dog'에서 이름을 따온 M4D-0G는 파란색으로, 랜스 빈의 과거 북미판 이름이었던 'Scorpion'에서 이름을 따온 SC0RP1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지만, 과거의 프로보텍터들이 감정 표현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된 것과는 달리 낮은 톤으로 무감정하고 기계적인 언어만을 구사한다.
스토리상에서는 헬기를 조종하는 역할만을 맡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모습과 목소리만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정식 설정상으로 빌 라이저 및 랜스 빈과 같은 작전에 참가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직접 묘사된 작품이 되었다. 스토리 모드 이외의 다른 게임 모드에서는 처음부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성능은 캐릭터의 유래답게 전용 특전을 제외하면 빌 & 랜스와 동일하다.
콘트라 4에 등장했던 프로보테러 역시 재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에일리언의 병기가 아닌 갈루가 유적을 지키는 고대의 전투 병기로서 등장한다.
[1]
물론 설정상 콘트라는 이미 미래의 서기 2633년에 일어나는 가상의 전쟁이지만, 모티브가 된 영화가
람보,
코만도 같은 것이다 보니 생긴 것만 보면 충분히 현대의 전쟁을 연상시킬 수 있었다.
[2]
이 당시 유럽 지역에 게임을 발매할 때는 각 국가별로 따로 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유럽 버전' 한 개를 만들어서 모든 국가에 발매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문제가 된다고 나머지 나라들도 모두 사람 대신 로봇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포함된 사용설명서를 보면 영어 뿐만 아니라 3~5개의 언어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써 놓았으며, 텍스트의 비중이 큰 게임일 경우 게임 시작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서 발매했다.
[3]
특히 이녀석은 리부트에서도 각진 로봇형태로 외형이 고정되었다.
[4]
그나마도 실제 게임 내에서는 RD008의 색은 거의 전신 회색처럼 그려진다. 과거 게임들이 종종 그러했듯 패키지 일러스트와 게임 내 그래픽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5]
모습이 CX-1에서 색만 바꿔 놓은 것인데다 스토리 텍스트상으로도 Him이라고 언급된다. 그런데 정작 음성은 쉬나의 음성이 그대로 유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