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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01 00:39:59

칵테일 요법

1. 개요2. 역사3. 기타 질병에서

1. 개요

칵테일 요법은 명확한 치료제가 밝혀지지 않거나 밝혀지더라도 잦은 변이로 인해 한가지 치료제만 쓰기 곤란한 경우 시중의 항바이러스제 여러 가지를 칵테일 만들듯 복합적으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이다.

원래는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의 약물 치료 방식을 가리키는 단어였으나, 지금은 의미가 확장되어 고칼륨혈증을 위한 칵테일 요법, 항암제 칵테일 요법, 결핵 치료를 위한 항생제 칵테일 등 여러 약품을 병용 투여하는 것을 칵테일 요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별도의 설명 없이 칵테일 요법이라고만 하면 AIDS에 대한 요법을 말한다.

이 분야의 1인자로 히틀러의 주치의였던 테오도어 모렐이 있다 카더라 반 농담에 가깝지만, 해당 인물이 히틀러에게 어떤 처방을 했는지 문서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이게 악감정을 품고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위해 한 처방이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힌 처방들이 한 가득이다. 심지어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식습관도, 생활습관도 개판에 늘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던 히틀러에게 온갖 독한 약물을 때려박았는데도 몇년이나 살려는 놨다는 점에서, 아직 의학이 현대에 비해 덜 발달했던 당시 시점에서 보면 정말로 약물의 마술사라 불려도 인정해줄 만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

2. 역사

1980년대 초반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래 10년 정도의 기간은 그야말로 AIDS가 인간에 대한 천벌 그 자체였다. 1984년에 원인 바이러스가 특정되면서 본격적인 치료제 연구가 이뤄져 여러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개발되거나 재발견되며 치료에 동원되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는데, 효과가 기대 이하였거나 당장 효과가 있어도 곧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 그 사이에 프레디 머큐리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AIDS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적인 공포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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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6년 대만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호[1]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기존 AZT에 새로 개발된 프로테아제 억제제(사퀴나비르)를 함께 투여하면 각각의 약을 쓰는 것 보다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칵테일 요법, 공식적으로 HAART(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로 불리는 요법의 시작이었다. 기전이 서로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병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여러 칵테일 요법이 개발되었고, 이 요법이 대중화된 3년 뒤에는 그 전보다 AIDS로 인한 사망자가 1/3 수준까지 줄어들었으며 병의 진행을 늦추고 생존 기간을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초기 칵테일 요법은 그렇지 않아도 독한 약을 있는대로 퍼붓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양을, 자주 복용해야 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매우 심했다. 즉 살려만 놓는 것에 가까웠으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2000년대 이후로는 독성도 보다 낮고 복용 역시 하루 한 번으로 충분한 약품이 개발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비슷한 만성 질환 관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환자의 복용 부담이 줄어들었다. 효과 역시 뛰어나 일찍 검사하여 칵테일 요법을 시작하고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일반인의 기대 수명과 전혀 다르지 않은 수준의 기대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HIV에 감염된 젊은이가 40살 넘게 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80대 이상까지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칵테일 요법으로 인하여 여전히 AIDS에 대한 예방 백신의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며, 골수 이식을 제외한 완치 사례가 없음에도 이 질병이 현대판 페스트에서 이제는 딱히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고 더 이상 감염 사실이 뉴스가 되지도 않는 만성 질환 취급을 받게 되었다.

3. 기타 질병에서

치사율이 낮고 일반적인 호흡기/소화기/순환기 관련 질병의 경우에는 치료제 개발이 아직 미완 상태일 경우 칵테일 요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다. 대표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환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을 때 일단 관련 증상에 효과가 있는 약물만을 선별해 투여 하는 등이 있다.

밀워키 프로토콜은 마취제로 광견병 환자를 혼수상태로 만든 뒤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칵테일 요법으로 투여하는 실험적인 치료법이다.

또한 특정한 약이 비싸서 쓰기 힘들거나, 있어도 양이 적거나 등의 상황, 혹은 필요한 약물을 구하기 어려울 때, 몇가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섞어서 처방하는 경우에도 쓰인다. A약이 필요한데 마침 없다면, 유사한 효과를 내거나 비슷한 성분의 B약과 C약을 섞어서 처방하는 식이다. 이러면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지만, 일단 당장의 효과는 나고, 무엇보다 (군대 등) 몸은 아픈데도 마침 약이 없어서 응급하게 조치가 필요할 때 이렇게라도 하는 경우가 있다.


[1] 이로 인해 1996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선정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