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본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기이하다고 평가받는 3가지 작품들을 일컫는 명칭. 일본에서는 간단하게 '삼대기서(三大奇書)'라 부르기도 한다.2. 목록
기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야기 속의 이야기, 넘나드는 장르,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나레이션, 난해하고 기괴한 텍스트 등의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기존의 추리소설을 부정하고 뒤트는 안티 미스터리 장르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미스터리 마니아’의 삶에 슬슬 익숙해지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바로 일본의 3대 기서다. ‘
중국의 4대 기서’에서 알 수 있듯 ‘기서(奇書)’란 원래 뛰어나게 재미있는 고전 소설을 뜻한다. 반면 ‘일본 미스터리 3대 기서’는 재미보다 기이함의 의미가 훨씬 강하다. 이들 작품은 매우 읽기 까다롭고 미스터리 장르 자체를 부정하는 안티 미스터리의 성향이 강해, 그야말로 기이한 작품들로 손꼽힌다. ‘일본 미스터리 3대 기서’를 모두 읽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 그리고 장르에 대한 강한 애착이 필요하다. 먼저 오구리 무시타로의 『 흑사관 살인사건(1934)』은 기이한 추문이 끊이지 않는 ‘흑사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다룬 작품으로, 구성 자체는 S. S. 밴 다인의 작풍과 매우 비슷하나 문제는 2중, 3중으로 감싼 현학성이다. 신비주의, 점성술, 신학, 종교학, 약학, 의학, 물리학, 심리학, 암호학 등을 종횡무진 언급하는 통에 어지간한 독자라도 도저히 끝까지 읽기 힘들다. 객체는 주관적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작가의 세계관에 대한 발로라고 작품의 의미를 해석한다지만, 그것도 다 읽어야 판단 가능한 일이다. 다음은 유메노 큐사쿠의 『 도구라마구라(1935)』. 구상에서 탈고까지 10년이 걸렸다는, 작가의 광기 어린 집착과 열정이 서린 작품이다. ‘반드시 한 번쯤 정신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어 있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정신 발작을 일으켜 여동생을 목 졸라 살해한 청년.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나’는 정신병원에서 깨어나고, 옆방에서는 역시 알 수 없는 여성이 무언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뇌와 기억을 소재로 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며, ‘3대 기서’ 중에서는 그나마 국내에서 가장 평가가 좋다. 마지막으로 나카이 히데오의 『 허무에의 제물(1964)』은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장르 자체를 부정하는 ‘안티 미스터리’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끊임없는 불행이 찾아드는 히누마 가문을 둘러싼 연쇄 밀실 살인, 추리 쇼를 펼치는 아마추어 탐정들. 클리셰와 규칙이 겹치고, 추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더욱 모호해지기만 한다.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두 작품과 달리 오래된 번역본만 있어서(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서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에다 다케모토 겐지의 『상자 속의 실락(1978)』을 더해 일본에서는 흔히 ‘4대 기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케모토 겐지의 작품은 아직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 출전: 윤영천 - 미스터리 가이드 |
세 작품 모두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흑사관 살인사건’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판본만 있었다가, 2011년에 북로드에서 츨간하였고, 2019년에 이상미디어에서 출간하였다. 현재 북로드판은 절판되었다. 번역이 까다로운 작품인만큼 앞서 나온 두 판본은 번역 질이 그리 좋지 못하고, 이상미디어 판본이 가장 읽을만 하다.
‘도구라 마구라’는 크롭써클에서 2008년에 출간하였으나 현재는 절판되었고 기서라는 이름값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어 중고가가 높은 절판도서로 악명이 꽤 있는 편.
‘허무에의 제물’은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하였는데, 같은 인물이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거나 같은 고유명사를 다르게 표기하는 등 읽기 힘들 정도로 번역이 별로다.
3. 4대 기서
- 타케모토 켄지 《상자 속의 실락》 (1978)[1]
이것과 합쳐 '사대기서'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사실 삼대기서라는 명칭 자체가 《상자 속의 실락》을 연재한 잡지 《환영성(幻影城)》에서 위의 세 작품들과 견줄만한 작품이라 평가하고 단행본 간행때 평론가 후타가미 히로카즈(二上洋一)가 그 세 작품을 '삼대기서', 《상자 속의 실락》을 '네 번째 기서'라 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2]
출판사 두드림에서 국내 출간을 준비했었는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4. 5대 기서
'사대기서'로는 위의 《상자 속의 실락》이 확고하다보니, 그 뒤를 이어 '오대기서'로 평가받거나 자칭하는 작품들이 생겨났다. 아래는 그중 일부.- 마야 유타카 《여름과 겨울의 소나타》 (1993)[3]
- 세이료인 류스이 《 코즈믹》 (1996)[4]
- 야마구치 마사야 《기우》 (2002)[5]
- 이누이 구루미 《상자 속》 (2006)[6]
- 후루노 마호로 《천제의 상스러운 과실》 (2007)[7]
- 마이조 오타로 《 디스코탐정 수요일》 (2008)
- 아시베 다쿠 《기상궁 살인사건》 (2010)[8]
위 작품 중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만이 국내 출간되었다.
저명한 미스터리 평론가 센가이 아키유키가 마이조 오타로의 디스코탐정 수요일에 대해 ‘현대의 책을 더해 5대 기서를 만든다면 이 책.’ 이라고 평가해, 이후 보통 다섯번째 기서라고 하면 디스코탐정 수요일을 의미하게 되었다.
5. 기타
일본에서는 위의 추리소설 말고도, 가상생물학 장르의 대표작 3가지를 묶어 '생물학 삼대기서' 혹은 '생물계 삼대기서'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쪽보단 인지도도 낮고 출처도 불확실한 편.2023년 일본의 소설 리뷰 웹사이트 '애매한 독서 감상문'이 새로운 삼대기서를 선정하기 위해 X 상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 300여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선정된 '신 일본 삼대기서'는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