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7-14 23:32:12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



1. 개요2. 진실: 질식사
2.1. 참고 & 유사 사고 사례2.2. 대중 매체에서 표현된 사례
3. 유사설: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얼어 죽는다
3.1. 창작물에서의 사례

1. 개요

파일:attachment/space.jpg
진공 상태에서는 몸이 팽창하여 터져서 죽는다는 낭설. 몇몇 영화에서 이런 개념을 차용하는 장면이 있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 피터 하이암스 감독, 숀 코너리 주연의 1981년작 아웃랜드.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몸이 터지는 묘사가 나온다. 토탈 리콜에서도 터지기 직전까지 가는 장면이 나왔다.

2. 진실: 질식사

상당히 유서 깊은 도시전설인데, 사람들의 우주 공간에 대한 무지와 진공 상태에서는 풍선이 부풀다가 터진다는 단편적인 과학 지식, 그리고 일부 창작물에서의 묘사 때문에 이러한 낭설이 확대 생산된 경향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반례는 실제로 신체에 음압[1]이 가해졌던 사례들이 될 것이다. 아래의 경우들에서 볼 수 있듯이 진공 또는 그보다 더 강한 음압에 노출되어도 신체가 터지는 일은 없었다.

우주 공간에 노출되었을 때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이다. 호흡기가 진공에 노출되면 폐에서 혈액 속 산소가 뽑혀나와 빨려나가고[2] 이렇게 산소가 제거된 혈액이 뇌에 닿으면 바로 의식을 잃은 뒤 곧 질식사하게 된다. 미군과 나사의 고고도 노출 사고 연구[3]에 따르면 폐에서 산소가 모두 뽑혀 나간 혈액이 뇌에 도달하기까지 최대 15초의 시간이 있으며[4] 그 이후로는 사람이 기절하여 대처가 불가능하게 된다.[5] 진공에 의한 기절 후에도 1~2분 안에 압력을 복구하고 산소를 공급해 주면 아직 뇌에 손상이 생기지는 않아 회복될 수 있지만, 진공 노출 시간이 그 이상으로 길어지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므로 뇌손상으로 인해 살아남기 어렵다.[6]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진공에 노출되었을 때 숨을 참으면 영구적인 폐 손상을 입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물실험이나 사람의 사고사례에서 동일하게 얻어진 결론이다. 즉 진공에 노출됐을 때 숨을 참으면 안 된다.

숨을 참지 않으면 폐 안에 있던 기체가 코, 입으로 그냥 빠져나가지만 숨을 참으면(성문이 닫혀 있으면) 빠져나가지 못한 기체의 압력이 폐를 과도하게 부풀려서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이 과정은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0.5~2초) 진공에 노출되는 순간에 숨을 참고 있었다면 폐손상이 일어난다. 진공 노출후 압력을 복구해 깨어난 사람들 중 장기간 계속 기침을 하고 숨을 깊이 들이쉬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이들은 진공 노출 순간 숨을 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숨을 끝까지 들이쉬어서 폐가 최대로 부풀어 올랐을 때는 0.065기압(50 mmHg)의 압력 차이만으로도 폐가 손상되고 일반적으로는 0.1기압(80 mmHg)을 폐에 손상이 오는 압력 차이로 판단한다. 동물실험에서는 늘어나지 않는 꽉 끼는 옷이나 석고 틀로 흉곽을 감싸 고정해 놓으면 0.24기압(180 mmHg)까지도 폐에 손상이 없었다.

또한 진공 노출 시 기절과 동시에 심정지가 일어나서 곧바로 압력을 복구하고 CPR을 해도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발견되는데, 이는 잠수병 증상으로 혈관 내에 다량의 기포가 생기면서 심혈관을 막아 심정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1. 참고 & 유사 사고 사례

사실 우주 공간 노출을 스쿠버 다이빙과 비교해서 '몸은 짜부러지지 않으니까 터지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하기에는, 인장 강도와 압축 강도가 엄연히 다른 성질이므로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체내외의 기압 차가 1기압이더라도 체내가 1기압, 외부가 0기압인 경우 신체의 인장 강도로 버티는 것이고, 체내가 1기압, 외부가 2기압인 경우 신체의 압축 강도로 버티는 것이니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다만, 이를 역이용해서 우주 공간과 유사한 상황을 만든다면 올바르게 비유할 수 있다. 10미터(2기압)[7] 정도 잠수해서 일정 시간 머무르며 몸을 적응시킨 후 단숨에 수면까지 부상하면, 신체 내부의 압력이 2기압에 적응한 상태에서 1기압인 공간에 나오는 것이므로 맨몸으로 진공에 나간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역시나 몸이 터져 죽는 일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하라는 건 아니다. 몸이 터져 죽지 않는다고 했지 잠수병 안 생긴다고는 안 했으니...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몸 자체가 터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고막이나 모세혈관, 폐포처럼 압력에 취약한 부분은 터질 수 있다.[8]

그리고 고문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박정희 정부 시기 고문 방법으로 진공실 고문이 있었는데 방법은 진공실에 고문대상자를 집어 넣고 진공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피부는 찢어질 듯 부풀어오르며, 폐, 내장 등은 터질 것 같다고 한다.

2.2. 대중 매체에서 표현된 사례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때는 상식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사실이 아니라는 게 조금씩 알려지면서 대중 매체에서도 오류를 고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개봉했던 그래비티로, 첫 번째 우주 잔해들이 휩쓸고 간 우주 왕복선으로 간신히 복귀한 두 주인공이 우주선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우주 비행사의 사체(잔해가 우주선을 휩쓰는 순간 유리창은 물론이고 조종실 벽면까지 파괴되면서 순간적으로 우주 공간에 노출되어 사망한)를 보고 기겁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부의 모세혈관이 두드러지고 눈이 좀 충혈된 것 이외에는 시신의 상태는 꽤나 양호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환각이라지만 우주복을 입고 있지 않을 때 우주선의 문이 열려서 공기가 다 빠져나갔는데도 터지거나 하지 않았다.

맨몸으로 우주에 나가 터져 죽는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 창작물들의 트렌드는 대체로 얼어 죽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스타워즈 등 우주가 등장하는 매체에서는 맨몸으로 우주에 던져지면 급속도로 얼어버리는 묘사들이 있다. 다만 연출상 몇 초 정도는 멀쩡하다. 물론 위에서 설명했듯이 우주는 진공이라 열이 잘 전달되지 않으므로 얼어 죽는 것보다 숨이 막혀 죽는 게 월등히 더 빠르다.

3. 유사설: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얼어 죽는다

파일:제임스 웹 온도.png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태양빛을 받는 부분과 그림자 부분의 온도 차이
말 그대로 우주는 절대영도 직전[16]의 공간이기 때문에 우주에 노출되는 즉시 동사한다는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잘못되지는 않았고, 상술한 터져 죽는 묘사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나, 매체에서는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많다.

우주 공간은 진공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변이 차갑다고 해도 열을 급격하게 뺏기지 않는다. 즉 차가운 공기나 물이 직접 피부에 닿는 것과 다르다. 진공이라서 몸에 닿을 차가울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진공 상태에서는 열이 오로지 복사열의 형태로만 방출되고, 인체는 자체적으로 발열하며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단열도 되는 재질이라 온도가 그리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 보온병이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원리는 벽면을 진공으로 만들어 열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이 우주공간에서의 열 전달과 유사한 상황이다. 좀 더 직관적인 비교로는 건식 사우나와 뜨거운 물을 비교해봐도 된다. 똑같이 70~100도의 온도이더라도, 입자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공기를 매질로 삼는 사우나에서는 수 분 버틸 수 있지만, 입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물을 매질로 삼는 후자에서는 약간만 닿아도 화상이다.

물론 급하게 열을 뺏기지 않는다는 거지 복사를 통해서 언젠가는 우주 온도만큼 낮아지기는 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산소통 등 호흡 수단이 보장되었다면, 즉 숨 막혀 죽는다는 상황이 배제된다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될 수는 있다. 헌데 이러면 맨몸으로 우주에 나간다는 전제가 깨어지기 때문에 완벽한 답은 되지 못한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으로 우주 공간에는 초고열을 방출하는 항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주 공간에서 항성이 방출하는 태양광을 쬐는 경우 당연히 행성 내부에서 빛을 쬐는 것처럼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대기권이 없으므로 더 뜨거운 열을 받게 된다. EVA가 가능한 선외 활동용 우주복이 두꺼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착용자의 체온 유지를 위해서이지만, 이 체온 유지라는 것은 단순히 우주 공간의 극저온으로부터 탑승자의 체온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백 도 이상의 태양광으로부터 탑승자의 체온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하얀색 색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태양이 방출하는 열을 최대한 반사시켜서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어서가 아니라 태양 복사열에 익어서 죽을 수도 있다.

지구 대기권의 복사열이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우주복 없이 맨몸으로 노출되는 경우를 가정할 경우, 지구 표면에 닿는 것보다 훨씬 강한 태양 빛을 온몸으로 쬐고 있게 되므로 태양광이 직접 닿는 부위는 얼기는 커녕 반대로 고열로 인한 화상을 입을 것이다. 지구보다 더 태양에 가까운 곳(수성, 금성 궤도권)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항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반대일 것이다.

3.1. 창작물에서의 사례


[1] 신체 외부보다 내부의 압력이 더 높은 상태 [2]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분압이 높은 대기 중 산소가 폐에서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혈액 속으로 들어가지만, 진공상태에서는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더 높으므로 반대로 혈액속 산소가 헤모글로빈과 분리되어 뽑혀나간다. [3] 높은 고도는 저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고고도를 비행하는 비행기 내부는 밀폐되어 가압되고 있으며 사고 등으로 압력이 풀리면 우주에서의 진공 노출 사고와 거의 같은 상황이 된다 [4] 격투기에서 목의 경동맥을 막는 초크기술을 사용했을 때 사람이 기절하기까지 10초 내외 걸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폐에서 뇌로 가는 산소공급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진공상태에서는 폐에서 뇌로 가는 혈류는 있으나 그 피 속에 산소가 없는 것이고, 초크가 걸리면 폐에서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는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5] 출처: Kanas N, Mansey D. “Basic Issues of Human Adaptation to Space Flight.” Space Psychology and Psychiatry, Dordrecht,: Springer Netherlands, 2008. 15-30. Print. [6] 출처: Roth EM (1968). Rapid (Explosive) Decompression Emergencies in Pressure-Suited Subjects. NASA CR-1223.NASA Contract Rep NASA CR., Nov: 1-125. [7] 수압은 보통 10미터마다 1기압 정도씩 강해진다 [8] 60~70년대 특수 부대 등에서 충분한 안전 교육 없이 마구잡이로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던 시대에 잠수 훈련이 끝난 뒤 기침하면 피 맛이 난다는 병사들이 많았다. 이게 폐포가 터져서 생긴 일이다. [9] 화성의 대기는 0.006기압으로 정의상 진공 상태가 맞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고작해야 희박한 산소량으로 인해 질식사하거나 영하 150도까지 내려가는 극저온의 추위에 얼어 죽을 뿐이다. [10] 어쩌면 토탈리콜의 사건들 대부분이 가상현실이고 주인공의 꿈이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실마리 중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11] 애초에 사실적인 묘사 자체를 신경 안 썼다는 게 분명한 연출로, 대기가 없는 화성에 노출된 남녀 주인공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다가 타이밍 좋게 화성이 테라포밍되어 대기가 생기자 얼굴이 원상복귀된다. 기압 차로 인해 망가지기 시작한 신체가 기압이 회복된다고 해서 갑자기 치료될 리가 없다는 건 별다른 과학 지식이 없어도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애초에 현실적으로 그릴 의도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12] 스테프는 터지고, 공백은 진공이 되기 전에 몸속의 공기를 빼고, 지브릴은 버틴다. [13] 사실 이쪽은 진공이니 기압이니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지구 쪽에서 우주공간으로 날아드는 돌풍과 위험물로 가득한 실험실의 물건(파편)들을 맨몸으로 다 받아내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케이블에 연결된 물체를 붙잡아 버티고 있던 점이 훨씬 위험했다. [14] Zucker 형제가 주축으로 된 영화 감독/제작자 집단. 국내에서는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로 유명하다. [15] 사실 내용 자체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패러디이다. [16] 아무리 항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이라고 해도 절대영도인 경우는 없다. 2.7 켈빈은 -270도이고 절대영도는 -273도인데, 배경복사 덕에 어디든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메랑 성운처럼 특정한 가스의 존재 등 각종 추가적인 온도 하락 조건이 충족되어 열복사를 차단하여 온도를 더욱 떨어뜨린다는 조건으로 1K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17] 한편, 스타워즈와 MCU 모두 디즈니 산하의 작품이기 때문에, 디즈니 작품에서 우주에서의 죽음은 얼어 죽는 연출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질식으로 죽는 것보다는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편하고 터져 죽는 것보다 덜 자극적이라 그런 듯. [18] 상상도 못한 곳에서 시체가 튀어나오니 놀란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