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성경이나 기타 종교의 경전, 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든 서사적인 대규모 악곡이다. 오라토리오라는 이름은 교회의 부속 예배당 또는 기도실을 뜻하는 오라토리움(oratorium)에서 유래하였다. 이름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오라토리오는 원래 종교적인 음악이었으나 세속적인 내용을 가진 오라토리오도 상당히 많이 작곡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작곡되고 있는 음악장르 중 하나이다.2. 특징
오라토리오는 중세시대부터 창작된 음악극(특히 성극)과 모테트, 마드리갈 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본격적인 오라토리오는 바로크 시대부터 활발하게 작곡되었다. 오라토리오는 모테트나 마드리갈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서사가 있고 기악반주와 합창이 동반되는 등 좀더 규모가 큰 악곡형태를 갖고 있다. 연주시간은 짧은 경우에 30~40분 정도이고 길면 2시간을 훌쩍 넘어간다.현존하는 최초의 오라토리오는 대체로 1600년경 작곡된 에밀리오 데 카발리에리(Emilio de' Cavalieri, 1550년경~1602)의 Rappresentatione di anima et di corpo(영혼과 육체의 표현)로 보는 견해가 많다.
카발리에리의 Rappresentatione di anima et di corpo |
이 '영혼과 육체의 표현'에는 현재에 정립된 오라토리오의 특징이 이미 대부분 드러나고 있는데, 오페라처럼 나름의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있어서 독창자들이 각 등장인물의 배역을 담당하고 대규모의 기악반주(당시 기준)와 합창이 동반되고 있으며 연주시간도 꽤 길다. 또한 많은 경우에 별도의 대본작가가 오라토리오의 대본을 만들어서 작곡가에게 제공한다는 점도 오페라와 같다. 이처럼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지만, 오페라처럼 가수들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지는 않고, 노래와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똑같이 서사를 갖춘 음악이면서도 이와 같은 공연방식의 차이 때문에, 오라토리오와 오페라는 극명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에 비해 공연 준비시간과 비용이 훨씬 적게 소요되고 가수들의 체력소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그리고 자주 공연을 할 수 있다. 또한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에 비해 합창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종교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엄숙하고 웅장한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반면 무대장치와 연기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이야기 전개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음악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극적인 감정표현이나 내면의 미묘한 심리 등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이런 공연상의 제약 때문에 오라토리오의 서사는 대체로 오페라처럼 복잡하고 긴밀한 스토리라인을 갖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면서 장면장면에 집중하는 특징을 가지며, 때로는 이렇다할 스토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1] 또한 오페라는 처절한 비극부터 배꼽을 잡는 소극(笑劇)까지 다양한 내용의 창작이 이루어지는 반면, 오라토리오는 종교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가 엄숙하고 진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연기가 동반되지 않아서 익살스럽거나 우스꽝스러운 상황 등을 연출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오라토리오에서는 관객들이 좀더 쉽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 외에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이스토리쿠스(historicus)를 추가하거나, 오페라처럼 레치타티브를 활용해서 현재의 상황과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한다. 때로는 가수들이 가만히 서있지 않고 약간의 연기를 동반하면서 노래하거나, 별도의 배우 또는 무용수를 동원해서 판토마임이나 춤 등으로 상황을 전달하기도 한다.[2]
한편으로 오라토리오는 기원이 기원이니만큼 초기에는 주로 종교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바로크 시대 후기부터 세속적인 내용을 다룬 오라토리오도 본격 창작되었다. 세속적인 오라토리오의 기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대체로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8집에 수록되어 있는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Il Combattimento di Tancredi e Clorinda)'을 효시로 보고 있다.
3. 주요 작품
3.1. 바로크 시기
바로크 시기는 오라토리오의 태동기이자 황금기였다.- 마르꼬 마라촐리(Marco Marazzoli / 1602~1626)
- 보니파치오 그라치아니 (Bonifazio Graziani / 1604~1664)
- 마우리치오 카차티 (Maurizio Cazzati / 1616~1678)
- 성 요셉의 죽음 (La morte di San Gioseppe)
- 겟세마네 동산의 영광스러운 땀방울 (L'orto di Getsemani glorioso ne' sudori di Cristo)
- 성 요셉의 고난 (Il transito di San Gioseppe)
- 조반니 파올로 콜로나 (Giovanni Paolo Colonna / 1637~1695)
- 예루살렘의 절망 (La caduta di Gerusalemme)
- 프란체스코 포자 (Francesco Foggia / 1603~1688)
- 헨델 (Georg Friedrich Händel / 1685~1759), 괄호는 초연된 연도와 장소
- 부활 (La Resurrezione) HWV 47 (1708, 이탈리아 로마)
- 에스델 (Esther) HWV 50 (1732, 런던 왕립극장)
- 드보라 (Deborah) HWV 51 (1733, 런던 왕립극장)
- 아탈리아 (Athalia) HWV 52 (1733, 옥스퍼드 셸도니언 극장)
- 사울 (Saul) HWV 53 (1739, 런던 왕립극장)
-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Israel in Egypt) HWV 54 (1739, 런던 왕립극장)
- 메시아 (Messiah) HWV 56 (1742, 아일랜드 더블린 뉴뮤직홀)[3]
- 삼손 (Samson) HWV 57 (1743,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요셉과 그의 형제들 (Joseph and his Brethen) HWV 59 (1744,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벨사살 왕 (Belshazzar) HWV 61 (1745, 런던 왕립극장)
- 유다스 마카베우스 (Judas Maccabeus) HWV 63 (1746,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여호수아 (Joshua) HWV 64 (1748,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수잔나 (Susanna) HWV 66 (1749,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테오도라 (Theodora) HWV 68 (1750,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예프타 (Jephta) HWV 70 (1752,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기드온 (Gideon / 1769,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4]
- 나발 (Nabal / 1764, 런던 코벤트가든 극장)
-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1~3부 (1부 12월25일, 2부 12월26일, 3부 12월27일 |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4~6부 (4부 1월 1일, 5부 새해 첫 일요일, 6부 주현절) |
- 니콜라 포르포라 (Nicola Porpora, 1686 ~ 1768)
- 기드온 (Gedeone / 1737, 빈)
- 프란체스코 페오 (Francesco Feo, 1691 ~ 1761)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San Francesco di Sales / 1746, 베네치아)
3.2. 고전파 및 낭만파 시기
- 하세 - 성 베드로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1758, 베네치아), 거룩한 세 아이의 노래 (1734, 드레스덴/1774, 빈 개정판)
- 하이든 - 천지창조, 사계
- 모차르트 - 해방된 배툴리아
- 베토벤 - 올리브 산의 예수 그리스도(op. 86)
- 멘델스존 - 파울루스(Op. 36), 엘리야(Op. 70)
- 슈만 - 천국과 페리(Op. 50), 괴테 파우스트의 장면(WoO 3)
3.3. 20세기 이후
- 쇤베르크 - 구레의 노래(1911)
[1]
특정한 스토리가 없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그래서 이 오라토리오는 보통
칸타타풍의 오라토리오라고 일컫는다.
[2]
전술한 카발리에리의 '영혼과 육체의 표현'도 원래는 춤과 연기가 동반된 작품이었는데,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최초의 오라토리오가 아니라 일종의 음악극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꽤 많다.
[3]
그 유명한
할렐루야 합창곡이 바로 이 작품의 42번(혹은 44번) 곡이다.
[4]
기드온과 나발은 헨델 사후에 존 크리스토퍼 스미스(John Christopher Smith)가 헨델의 음악을 차용해서 완성한 작품으로, 스미스 본인이 직접 작곡한 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헨델에 비해 스미스의 작곡/편곡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탓에 오라토리오 자체도 범작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두 작품은 일반적으로 헨델의 작품으로 여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