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사운드 카드)

1. 개요2. 성공3. 몰락4. 최후5. 현재

1. 개요

IBM PC와 그 호환 기종으로 1987년에 등장한 초창기 사운드 카드. 정식 명칭은 '애드리브 뮤직 신시사이저 카드'(Ad Lib Music Synthesizer Card). 한국에는 애드립 카드, 애들립 카드 등의 명칭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1]

캐나다의 애드리브 사(Ad Lib Inc.)에서 1987년 발매되었으며, 야마하의 YM3812( OPL2) FM칩을 채택해서 그때 당시에 PC 스피커로는 들을 수 없는 청량한 소리를 오래 전의 PC 유저들에게 들려 줬다. 당시의 IBM PC 및 호환 기종들은 동시대의 다른 컴퓨터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사운드 관련 하드웨어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고[2], 단순히 스피커에 5V 전압을 인가해서 비프음을 내는 PC 스피커 뿐이었다. 1987년부터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랩스에서 만든 C/MS(Creative Music System)[3], Covox Speech Thing[4] 등 PC의 빈약한 사운드를 보강하는 주변 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애드리브 역시 그 조류를 타고 나온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성공해서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2. 성공

발매 초에는 그다지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1987년에 발매했음에도 불구하고 1989~90년 경에 이르기 전에는 지원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그 흔적이다. 이 제품의 잠재력을 처음 알아본 것은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 시에라 온라인이었다. 시에라 온라인 게임에 1988년부터 애드리브 지원이 들어가면서부터 주목을 끌어 1990년 무렵에는 대부분의 게임 제작사들이 너도 나도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를 지원했다.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야마하 YM3812(OPL2)칩은 당시 아케이드 기판 등에서 쓰이고 있던 칩으로, FM 합성 방식으로 음을 출력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MSX의 MSX-Audio(OPL), MSX-Music(OPLL)에서 사용한 칩의 상위 모델이다. 9채널 또는 6채널+드럼 5채널의 모노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어 당시로서는 꽤 호화로웠다. 동시대에 등장한 C/MS와 비교해도 차이가 꽤 난다.

3. 몰락

그러나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는 사실상 야마하 YM3812 칩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구조도 상당히 단순했던지라 다른 회사들도 같은 칩만 달면 거의 100% 호환 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옥소리 사운드 카드 같은 호환 카드가 훨씬 더 널리 사용되었고, 심지어 당시 마이컴 잡지에서는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를 자작하는 기사가 게재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 덕에 거의 모든 사운드 카드가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 호환 기능을 기본으로 내세워 사실상의 업계 표준이 되기는 했으나 정품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 보다는 호환 카드들만 팔려나갔다. 그중 크리에이티브 랩스가 발표한 사운드 블라스터 사운드 카드는 애드리브 호환을 지원하면서, 추가로 훨씬 뛰어난 성능을 선보이며 새로운 사실상 표준이 되었고 기존의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는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초대 사운드 블라스터는 야마하 YM3812에 PCM 음성 처리를 할 수 있는 DSP를 추가하고 MIDI 사운드모듈과 연결을 지원하면서 자사의 기존 모델인 C/MS 호환 기능을 추가한 것이었는데, 이 음성 지원 기능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저들은 컴퓨터에서 음악 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것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으나,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의 핵심인 야마하 YM3812의 음원 생성 방식이 FM 합성 방식이라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웠고 구현하더라도 음질이 조악했기 때문에[5] 도태했다. 그러나 야마하 YM3812 칩은 IBM PC 및 IBM PC 호환기종 음원칩의 사실상 표준이었기 때문에 1995년 윈도우 95가 나오면서 게임 환경이 완전히 변하기 이전에 나온 MS DOS 시절 게임들은 거의 애드리브는 기본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1990~95년 무렵에 퍼스널 컴퓨터로 나온 고전게임 중에는 이 애드리브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다.

사운드 블라스터 시리즈는 이후 사운드 블라스터 프로 2에서 스테레오 지원, 음질 향상을 위해 YMF262(OPL3)를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IBM PC 호환기종용 게임에서 FM 음원 음악을 지원할 때는 OPL2의 기능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전 사운드 블라스터 시리즈의 지원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그 단초가 이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OPL계 사운드는 동시대의 다른 FM 칩들과 좀 다른 인상의 부드러운 느낌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젤리아드의 PC-8801판 원작은 이런 분위기의 사운드[6]지만 IBM PC 호환 기종에서는 이런 분위기이며, 원조비사같은 경우에는 PC-9801 버전은 이러하며 IBM PC 호환 기종 버전은 이러하다. 야마하제 칩셋에 FM 합성음이지만 음의 색조가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7] DOS/V랑 PC-9801 둘다 동급생을 해본 사람이라면 양자의 음색차에 대해서 잘 알 것이다.

4. 최후

1992년, 후속작으로 야마하 YMF262(OPL3)를 탑재하고 YMZ263-F(MMA, Multimedia Audio Game Interface Controller)를 탑재해 PCM 출력을 지원하는 애드리브 골드 1000(AdLib Gold 1000)라는 제품이 나왔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앞에 서술했듯 이미 시장을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 블라스터 시리즈가 장악한 반면 애드리브 골드 1000은 너무 늦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때는 사운드 블라스터 프로가 출시된 상태였다. 사블 프로는 스테레오 FM 음원을 지원하였으며, 기존 1세대 사운드 블라스터 시리즈에서 호평을 받은 MIDI 단자와 PCM, 조이스틱 지원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 MPC(멀티미디어 PC) 표준 규격을 지원하기 위해 CD-ROM 드라이브 인터페이스 단자까지 있었다. 게다가 크리에이티브는 원래 사블 프로에 스테레오 FM 음원 지원을 위해 야마하 YM3812 칩을 두 개 탑재했는데, 이게 삽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곧 야마하 YMF262를 탑재한 사운드 블라스터 프로 2를 내놓고 오리지널 사블 프로는 단종시킨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애드리브 골드가 딱히 사운드 블라스터 프로 1/2보다 낫다고 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 시기 사운드 카드 시장 또한 애드리브 호환이 아닌 "사운드 블라스터 호환"을 내세우는 수많은 호환 사운드 카드들[8]이 출시된 상태였기 때문에, 애드리브의 이름값으로 팔리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애드리브 골드 카드는 출시됐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정도로 조용히 묻혔다. 그리고 이 실패의 여파로 애드리브 사는 같은 해 문을 닫았다. 이후 여기저기 팔려 다니다가 최근에 대만의 Soft-World라는 회사에 인수되었다.

5. 현재

현재 '원조' 애드리브 카드는 중고로 구하려면 최소 400~500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 많이 팔리긴 했으나 사운드 블라스터 같은 차세대 사운드 카드가 나오면서 빠르게 버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 자체가 매우 적다.

그나마, 보드 구조는 단순하기에 호환 카드 제작 도구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참고로 ISA 슬롯은 거의 사장되긴 했지만, 지금도 ISA 슬롯이 달린 메인 보드가 출시되고 있다.

아예 병렬 포트로 연결할 수 있는 OPL2LPT도 있다. 단 PCM 음원은 출력이 안 되니 주의.

[1] 간혹 잘못 알아들어 애들'입' 카드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시절부터 내려오는 농담 중 하나. [2] IBM PCjr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N76489 PSG 사운드 칩을 내장하였지만 완전히 망해서인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도 별로 없고 후속 IBM PC 기종들도 결국 PC 스피커만 달려 나왔다. 그래도 IBM PCjr를 기반으로 하는 TANDY 1000과 후속기 등 몇몇 호환 기종이 PSG를 달아서 나오기도 하였다. [3] 필립스 SA1099칩을 사용한 사운드 카드. 일명 '게임 블라스터'. 12채널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사운드 자체는 단순한 네모파를 출력하는 PSG 사운드 칩에서 나오는 음색이다. [4] 병렬 포트(!)에 설치하는 외장형 사운드 카드. 오늘날의 DAC와 유사하다. [5] 사실 FM 합성으로 괜찮은 음질의 출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CPU 성능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가 현역일 때 이를 제대로 구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중에 일부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지원하기도 했는데 이때는 애드리브 사운드 카드가 사실상 완전히 도태된 후였다. [6] 애드리브의 OPL2와 동일한 야마하제 칩인 YM2203(OPN)을 사용하고 있다. [7] 실은 시에라 온라인이 이식하면서 간지 폭풍으로 편곡한 탓도 있다(...). [8] 한국의 경우 사운드 마스터 시리즈, 옥소리 사운드 카드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