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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23 18:31:43

센트럴 파크 강간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전개3. 진실4. 의문5. 결론6. 기타

1. 개요

Central Park Jogger Case

1989년 4월 19일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일어난 강간 살인미수 사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교도소 징역까지 산 소년들이 13년 뒤 무죄임이 밝혀져 논란이 된 사건이자 인종차별 사건이다.

2. 전개

피해자 트리샤 메일리(Trisha Meili)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서 MBA와 학위를 받은 인텔리 백인 여성으로, 뉴욕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사건 당일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던 중 괴한에게 무차별 폭행 강간을 당하고 옷이 모두 벗겨진 채 혼수상태로 버려졌다. 4시간 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그녀의 상태는 처참했는데 깊숙히 찔린 5곳의 자상이 있는 상태였고 외부 출혈, 내부 출혈에 두개골 골절, 심각한 뇌손상과 저체온증으로 담당의사조차 살아날 가망성이 없다고 봤을 정도였다. 그녀는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12일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이후에도 기억상실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장애가 생겨 큰 후유증이 남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건 당시 범인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이 팽배했다. 그 날 밤 공원을 배회하던 흑인 히스패닉계 10대 소년 다섯 명이 범인으로 몰려 체포됐고 며칠 뒤 경찰은 그들이 범행을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유죄 입증 자료는 자백이 전부였고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정액은 용의자 소년들 중 누구의 DNA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소년들은 재판에서 경찰의 구타를 못 견뎌 자백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들에게 각각 8~12년형을 선고했고 언론은 그들을 전도유망한 젊은 백인 여성을 망쳐놓은 ‘이리떼(Wolf Pack)’, ‘야수(wilding)’ 등으로 몰아세우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

3. 진실

그런데 2002년에 살인, 강간 혐의로 33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마티아스 레이예스(Matias Reyes)라는 자가 이 사건이 자기 짓이라고 자백했다. DNA 대조 결과 정말 그가 범인이었다. 그는 사건으로부터 3개월 뒤인 1989년 8월 다른 사건으로 체포되었는데 13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이 밝혀졌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을 교도소에서 살아야 했던 5명의 소년과 죄 없는 엉뚱한 사람들을 진범으로 알고 살아 온 피해자 트리샤는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는 경찰 조사 과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으며 자백에 근거해 기소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2014년 9월 뉴욕시는 이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추가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피해자들에게 4,100만 달러라는 뉴욕 주 역사상 최고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은 '센트럴 파크 파이브'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4. 의문

위에서 언급된 켄 번즈의 다큐멘터리 영화 '센트럴 파크 파이브'에서 용의자 소년 중 한 명인 맥크레이는 아버지가 경찰서에 와서 거짓말을 하라고 강권한 후 당시 공원에서 있었던 일을 자백했다고 한다.[1] #

당시 맥크레이의 비디오 심문 녹화 내용 중 일부: 엘 검사는 담당 검사인 Elizabeth Lederer[2]
엘 검사: 그녀가 가까이 오자 무슨 일이 벌어졌니?
맥: 우리 모두 그녀를 공격했습니다.

엘 검사: 너도 그녀를 공격했니?
맥: 네

엘 검사: 네가 그녀를 공격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니?
맥: 우리 모두는 그녀를 땅에 쓰러트렸고,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으며 각자 그녀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그녀의 몸위에 올라탔습니다.

엘 검사: 그 밖에 누가 그녀를 때렸니?
맥: 음, 케빈(5명의 용의자 소년 중 한 명인 리처드슨)이요. 음, 우리 모두요.

엘 검사: 그녀의 머리가 얻어맞는 것을 봤니?
맥: 듣기도 했고 보기도 했습니다.

엘 검사: 누가 그랬니?
맥: 키 큰 흑인 아이가요.

엘 검사: 누가 그녀의 티셔츠를 벗겼니?
맥: 그 키 큰 흑인 아이요.

엘 검사: 누가 또 그녀의 몸에 올라탔니?
맥: 푸에르토리코 놈이요.

용의자 소년 중 가장 연장자인 와이즈는 자신의 친구 누나와 통화를 했는데, 자신은 절대 강간을 하지 않았으며 자기가 한 일이라곤 메일리를 못 움직이게 누른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이처럼 용의자 소년들은 오랜 수감 기간 동안 가석방 심사 때도 자신들의 범행에 대해 초기 진술을 대부분 반복(즉 강간의 직접 가해자는 아니며 단지 도왔을 뿐이라는)했다. # 그러나 이는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해야 가석방을 시켜 준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이 문단의 내용은 전부 뉴욕 경찰의 의뢰에 따라 작성된 암스트롱 보고서에 기반하고 있다. 검찰의 무죄 재선고 요청서나 법원 판결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암스트롱 보고서는 뉴욕 경찰이 부적절한 수사를 하지 않았고 5명의 소년이 강간을 제외한 다른 범행에 동참했다고 주장한다.[3]

쉽게 말해서 뉴욕 경찰은 자신들의 인종차별적인 표적수사로 일어난 사태에 대한 소송으로부터 방어해야 할 입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수사과정과 결론을 합리화시킬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증언(그것도 경찰의 협박이나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하면서 그나마 기간이라도 줄이려고 할 목적으로 이루어진)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최소한 용의자의 공범으로 만들려고 하였다. 물론 검찰과 법원은 이러한 경찰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게 한국에는 피해자들이 용의자의 공범들이었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5. 결론

사실 사건 당시 경찰에 연행됐던 10대들은 5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약 10여명의 소년들이 연행됐고 그 중 한 아이가 순찰차 뒷 좌석에서 자신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외쳤지만 누가 저질렀는지는 안다며 앤트론 맥크레이(5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을 지목했고 그 옆에 타고 있던 케빈 리처드슨도 이 말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때는 메일리가 아직 발견되기 전이었다.

결국 DNA 검사 결과도 그렇고 5명의 흑인과 라티노 소년은 강간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감옥생활을 한 건 사실이다. 5명의 소년들이 강간을 도왔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2002년 무죄 선고 판결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사건 발생 시간, DNA 증거, 피해자의 몸을 움직인 흔적이 다수보단 1인의 행적으로 보임, 가해자 마티아스 레이예스의 다른 범행과의 유사성 모두 단독 범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의 전말은 2019년 넷플릭스의 4부작 드라마인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에서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이들이 복역 후에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특히나 진범의 자백 당시에도 여전히 복역 중이었던 코리 와이즈의 심리적인 고통이 어떠했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6. 기타


[1] Sarah Burns의 책 The Central Park Five: The Untold Story Behind One of New York City's Most Infamous Crimes 42 - 43쪽에서 자세히 서술함. [2] 비디오 심문 녹화는 총 4가지가 있는데 개별 녹화를 들으면 굉장히 개연성 있어 보이지만 이 4가지 진술을 비교해 보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이 굉장히 많다. 검찰이 무죄 재선고를 위해 작성한 문서의 83항 부터 93항까지 진술의 문제점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 [3] 검찰의 무죄 재선고 요청서, 그리고 법원 판결문과 함께 비교해서 보지 않는 이상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뉴욕 경찰은 거액의 민사 소송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옹호할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