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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1-02 23:05:12

서브스턴스/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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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2. 초반부3. 중반부4. 후반부5. 클라이맥스

1. 도입부

실험실의 책상 위에 놓인 날계란 하나를 비추며 영화가 시작된다. 주사기를 들고 장갑을 낀 손이 녹색 액체를 노른자 안에 주입하자, 곧 세포가 분열하면서 노른자 하나가 태어나 옆으로 나온다. 이때 원본의 노른자는 약간 흐릿하게 퍼져 있고 복제된 노른자는 갓 나온 것마냥 깔끔한데, 작중 전개를 암시하는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다.

장면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로 전환되고, 인부들이 걸어와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이름과 그녀의 별을 바닥에 조각한다. 곧이어 그녀는 명판 위에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며 엘리자베스에 대한 평가가 점점 무관심으로 바뀌어가고 별은 색이 바래면서 금이 가기 시작하며, 나중엔 누가 음식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시뻘건 양념이 묻어 더욱 더러워지는 수모를 겪는다.

젊은 시절 유명 여배우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어느덧 50세로 중년기에 접어들었고, 현재는 에어로빅 쇼의 진행자로 근근히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1] 어느 날,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 엘리자베스는 여자 화장실 공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자 화장실을 몰래 이용하다가 우연히도 방송사 중역 하비가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하고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엿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2] 엘리자베스는 애써 모른 척하고 하비와 식사를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하비는 은연중에 "자신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50줄이 되면 그런 게 사라진다"며 엘리자베스가 더는 매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슬슬 교체해야 할 것 같다는 투로 이야기를 한다.[3]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엘리자베스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도중, 자신의 CF 광고판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천운으로 부상은 없었지만 하필 자신의 생일 날에 이 모든 수모를 겪은 바람에 정신이 한계에 몰린 엘리자베스는 병실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 의사가 떠난 사이, 손등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미남 간호사가 느닷없이 추가 검사가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몸 상태를 살피더니 갑자기 "당신은 조건이 완벽한 것 같네요. 행운을 빌어요."라고 말하며 엘리자베스의 코트를 건네준다. 병원을 나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엘리자베스는 간호사가 몰래 넣어둔 쪽지와 서브스턴스라고 적힌 USB를 발견하는데, 쪽지에는 "제 인생을 바꿔 줬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자신의 중학교 동창 프레드와 만난다. 프레드는 엘리자베스가 아직도 중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며 진심어린 칭찬을 하고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주면서 나중에 한 번 식사라도 하자고 말한다.[4] 엘리자베스는 프레드의 호의가 부담스러웠는지 건성으로 대답하고 종이를 핸드백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어 버린다.

집에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USB 드라이브를 스마트 TV에 연결하고 '서브스턴스'라는 정체불명의 요법에 대한 광고 영상을 시청한다. "보다 나은 당신이 되라"라는 애매모호한 문구에 관심이 식었는지 콧방귀를 뀌고 USB를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결국 에어로빅 쇼에서 강제 하차당한 날 쓰레기통을 뒤져 USB를 되찾아 서브스턴스를 주문한다.

주문 신청을 받은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주소를 불러주더니 통화를 종료하고, 다음날 집으로 503이라 적힌 웬 카드키가 배달된다. 엘리자베스가 카드키를 들고 불러준 주소로 향했는데, 허름하다 못해 폐쇄된 걸로밖에 안 보이는 창고 같은 곳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의심스러운 듯 입구 주변을 살피다가 영상에서 봤던 로고가 그려진 카드키 리더기를 발견한다. 카드키를 대어보니 셔터도 절반밖에 안 올라가고 허리를 숙여 들어가보니 어둡고 음침한 통로만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불안해하며 통로를 지나가니, 그 너머에는 음침한 통로와 대조적으로 말끔한 새하얀 방이 있었고 숫자가 적힌 보관함이 있었다. 503번 보관함에 카드키를 갖다대자 그곳에는 엘리자베스를 위한 서브스턴스 패키지가 들어있었다.

2. 초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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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패키지는 여러 종류의 약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활성제(ACTIVATOR), 안정제, 일주일 치 영양분 팩, 교체 키트가 담겨있다. 활성제에는 '일회용. 사용 후 버릴 것(SINGLE USE ONLY)' 라고 적혀있는데 약이 담긴 통은 5-10cc 정도 되는것에 비해 주사기는 1cc 밖에 되지 않는다. 녹색 빛이 도는 활성제라는 물질을 체내에 주입하면 혼수상태에 빠진 후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난 끝에 척추 부위를 통해 자신의 클론이 생성되는데, 이 클론은 원본의 육체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상태이다. 두 육체는 서로 정신을 공유하며 두 육체 중 어느 한쪽이 활동하고 있으면 다른 한쪽은 그동안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두 육체는 반드시 1주일 간격으로 교대 생활을 해야만 하며, 혼수상태에 빠진 육체는 서브스턴스 패키지에 동봉된 일주일치의 영양분 팩을 통해서 생명 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원본은 생활하는 일주일 동안 행동에 제약이 없으나, 클론은 생활하는 일주일 동안 원본의 뇌척수액을 추출해서 7일동안 안정제로 하루에 한 번씩 주입해야만 한다. 일주일이 지나 교대 시간이 다가오면 교체 키트를 이용해 반드시 서로를 교대해주어야 한다. 프로그램은 이 설명을 마지막으로 "절대 예외는 없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라고 강조하며 이 규칙들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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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어난 엘리자베스의 클론은 에어로빅 쇼의 면접에 나가게 되고, 자신을 SUE(수)라고 소개한다.[5] 수는 방송 활동을 시작하고, 대담하고 섹시한 그녀의 매력에 방송사 중역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흠뻑 빠진다. 인기에 도취된 수는 집에서 엘리자베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욕실의 빈 공간을 개조해서 비밀 방을 만들고,[6] 그곳에 엘리자베스의 육체와 거실에 걸린 엘리자베스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숨겨놓는다. 한편 다시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세간에서 자신의 자리가 빠르게 수로 대체되는 걸 보고는[7] 낙심해서 TV만 보며 일주일을 허비한다.

그러던 중, 교체해야 하는 날 밤에 집에 남자를 끌어들여 성관계를 가지려던 수는 제한시간에 다 되어 부작용이 나타나자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안정제를 더 추출해 버린다.[8] 다음 날 다시 깨어난 엘리자베스에게는 검지손가락이 심한 수준으로 노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녀는 서브스턴스의 판매사에 연락해보지만 "되돌릴 방법은 없다."라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온다. 엘리자베스는 당황하며 "그녀(수)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취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변명해 보지만, 판매사는 "'당신'과 '그녀'가 아닙니다.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하나입니다."라고 기존의 경고를 반복한 뒤 통화를 끊어버린다.

서브스턴스에서 일주일치의 패키지를 받고 돌아오던 어느 날, 엘리자베스는 잠시 카페에 들러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그런데 웬 노인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더니 "참 길죠? 일주일 말이에요."라고 말을 건다. 엘리자베스는 얼버무리며 무시하려 했지만, 노인의 지갑이 바닥에 떨어지며 503으로 된 자신의 카드키와 동일한 디자인의 207[9]이라고 적힌 노인의 카드키와, 옷 사이로 보이는 등의 커다란 꿰멘 자국을 보게 된다. 이윽고 그녀는 노인의 손등에 자신에게 서브스턴스 프로그램을 추천해줬던 남자 간호사와 똑같은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걸 보고 노인이 바로 간호사의 원본임을 알아차린다.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돌아갈 때마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죠? 그녀도 당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나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기껏 주문한 모카 라떼를 마시지도 않은 채 황급히 집으로 도망친다.[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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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말이 마음에 걸렸던 엘리자베스는 중학교 동창인 프레드가 했던 말을 되뇌이며 중년의 자신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단 사실을 깨닫고 미소 지으며 프레드와의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단장하던 중, 또 다시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기혐오에 사로잡히고 만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홀린 듯 옷과 화장을 계속 고치지만[12] 창 밖의 수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자괴감에 사로잡혀 분노를 거듭하다 약속을 파토내고 만다.

3. 중반부

결국 엘리자베스는 깨어있는 시간 동안 무기력하게 폭식만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다.[13] 그리고 수의 몸으로 행동할 때는 남자를 불러와 난잡한 생활을 즐기고, 엘리자베스의 육체로 돌아가기 싫다는 욕심 때문에 계속 뇌척수액을 추가로 추출해 일주일의 법칙을 어긴다. 이렇게 서로가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의 존재를 미친듯이 원망하고 증오하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원본의 육체로 돌아올 때마다 노화가 진행된 자신의 초라한 꼴을 견디지 못하고, 수가 출연한 새 프로그램과 찬밥 신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극심한 허탈감에 빠진다. 반면 수 역시 엘리자베스가 폭식을 한 흔적을 보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자신과 달리 끊임없이 놀고 먹기만 하는 엘리자베스를 혐오한다. 그렇게 갈등이 쌓여가던 중 하비는 신년 전야제에 수를 주연으로 출연시키기로 하고 수는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에 선을 넘게 된다. 일주일의 법칙은 무시한 채 며칠 동안이나 엘리자베스의 육체에서 뇌척수액을 뽑아 보그 화보 촬영 등 연예계 스케줄을 강행한다.

그리고 다시 엘리자베스가 깨어나게 되자 자신의 몸이 이전보다 20년은 더 극심하게 노화되었고[14] 한쪽 무릎은 아예 탈골되는 등 만신창이가 된다. 이에 엘리자베스가 "그녀(수)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라고 판매사에 항의하지만, 판매사는 "모체는 당신이므로,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중단할 수 있다"라며 사용 중단을 권유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예전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듣자,[15]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라며 거부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엘리자베스는 "그만하라"면서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진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다시 무기력하게 TV만 보던 도중 하비가 이전에 자신에게 이별 선물을 줬다는 걸 알아차린다. 엘리자베스는 너무나 노화된 몸 때문에 탈골된 무릎을 다시 끼워 맞추는 등 큰 고생을 한 끝에 선물을 가져와 포장을 뜯어보는데, 선물의 정체는 다름아닌 프랑스 요리책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이에 다시 한 번 모멸감을 느끼지만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던 터라 노화돼서 침침한 눈으로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보며 요리책에 흥미를 갖는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수가 등장한 토크쇼를 틀어놓고 요리책의 모든 요리를 만들며 분통을 터뜨린다. 화면 속 수가 능청스럽게 자신의 개인사를 꾸며내자 엘리자베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반응한다. 심지어 화면 속 수가 엘리자베스를 '촌스러운 배우'라며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자 식재료를 집안 곳곳에 집어던지며 수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다.[16] 그리고는 '그만하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화장실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정신을 차리려는 모습을 보이나, 결국 다시금 수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다시 깨어난 수는 엘리자베스가 저질러놓은 난장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완전히 질렸다는 듯 엘리자베스와 교대조차 하지 않고 일주일의 법칙을 완전히 어기고 뇌척수액만 계속 뽑아 연예계 생활을 이어나간다.

4. 후반부

3개월 후, 남자를 자기 집으로 불러온 그녀는 다음 날 있을 신년 전야제 출연을 위해 다시 엘리자베스의 육체에서 뇌척수액을 추출하려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나온 것은 피고름이 섞인 불순물이었고, 이에 기겁한 수는 정신이 혼미해진 채로 서브스턴스의 판매사에 안정제가 떨어졌다고 연락하지만 "몸을 교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안정제(뇌척수액)가 보충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듣는다. 결국 수는 부작용으로 코피를 쏟고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지는 와중에 가까스로 교체 키트를 사용해 엘리자베스와 다시 정신을 교환한다.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간신히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그곳엔 이젠 더 이상 노인이라고 조차 할 수 없는 흉측한 모습의 노파가 있었다.[17] 한편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남자가 욕실로 들어오려 하자 엘리자베스는 꺼지라며 욕하고, 웬 이상한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황급히 도망친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한 그녀는 서브스턴스 판매사에 전화하여 그만하고 싶다고 울부짖으며 중단 신청을 한다. 이내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투약 이전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다시 끄집어내고는 이를 부럽다는 듯 바라본다.[18]

엘리자베스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마지막 키트'라는 이름의 상자를 수령한다.[19] 그곳에는 '종료'(TERMINATION)라고 쓰인 검은색 주사기가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수의 몸에 꽂아넣는다. 하지만 검은 액체를 반 이상 주사하던 중, 엘리자베스는 수의 아름다운 몸매에 또 미련이 생겨 "난 네가 여전히 필요해..."라고 말한 뒤 주사기를 뽑아 심폐소생술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는 깨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코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엘리자베스는 교체 키트를 사용해버린다.

그런데 이미 검은 액체를 반 이상 주입한 탓인지, 두 육체의 정신이 교대되지 않고 엘리자베스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도 함께 깨어나고 만다. 깨어난 수는 자신을 죽이려던 '종료'라고 쓰인 검은 주사기를 보고 분노하여 엘리자베스를 공격한다. 엘리자베스도 격하게 저항해보지만 노화된 몸으로 젊은 수를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수는 쓰러진 엘리자베스의 갈비뼈를 계속 걷어찬 끝에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만다.[20]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수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엘리자베스의 육체가 죽었기 때문에 더는 뇌척수액을 추출할 수 없게 되었고, 이제 수가 아름다운 육체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사라진 것이다. 수는 자신에게 남은 짧은 시간 동안 신년 전야제만이라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한다.

수는 스태프가 마련해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메인 쇼의 준비에 임한다. 그러나 종료 약물의 영향과 뇌척수액을 맞지 않은 탓에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되고 신체가 죽어가기 시작한다.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간 수는 계속 심한 기침을 하다가 세면대에 앞니 1개가 통째로 빠진 것을 보고 경악하며 이내 자신의 손으로 남은 앞니 3개도 빼버린다. 화장실에 나와서 수와 마주친 하비가 주주들 사이에서 그녀를 칭찬하며 웃어보이라고 하자, 수는 이를 보이지 않고 애써 미소짓는다. 이어 엘리베이터에서는 손톱과 한쪽 귀까지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며 절망한다.[21] 그녀는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드레스 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와[22] 선반에서 반 이하로 남은 활성제를 집어든다. 주사기에는 '처음 1회만 사용 후 폐기할 것'이라는 경고문이 쓰여 있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수는 더 나은 나를 찾아달라고 절규하며 조금 남은 활성제를 주입한다.[23]

5. 클라이맥스

몽롱하고 비틀거리는 상태로 깨어난 누군가. 바닥에는 등이 갈라진 채 쓰러진 수가 있고, 거울 속에는 아예 인간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살점 덩어리로 이루어진 역겹고 흉측한 괴물이 서 있었다.[24][25] 괴물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리다가 처음 활성제를 맞았을 때보다 더 진한 초록색 액체를 토하고, MONSTRO ELISASUE(괴물 엘리자수)라는 큰 글자가 화면을 뒤덮는다. 완전히 실성한 엘리자수는 애써 푸른 드레스를 입고 자신을 치장하기 시작하고,[26] 이전에 부숴버린 액자를 찾아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크게 오려 얼굴에 붙인 다음 그 위에 립스틱까지 바른 후에야 방송국으로 돌아간다.

엘리자수는 자신의 카드키로 열 수 있는 비밀 통로로 방송국에 들어가고 쇼가 시작되기 직전 준비실에 도착한다.[27] 앞모습은 엘리자베스의 가면을 쓰고 몸은 거대한 드레스로 가린 상태지만, 이미 옆이나 뒤로 비정상적인 그녀의 몸이 조금씩 보이는 상태. 그럼에도 조명이 하나만 켜진 덕분에 어두운 무대 위 중심으로 걸어 올라가는 데 성공하고[28] 마침내 마이크를 쥐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일그러지고 웅얼거리는 괴성만 나왔다. 이윽고 얼굴의 눈 부분에서 유방과 눈알이 결합된 듯한 끔찍한 덩어리가 튀어나오고, 애써 붙여놨던 가면이 힘없이 떨어져나가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 놀라 경악한다.
관객 1: 저 괴물을 쏴 버려! (Shoot the monster!)

관객 2: 괴물이야! (It's a freak!)
No! Don't be scared!
아니에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It's still me! It's me![29]
저는 아직 저예요! 저예요, 여러분!
I'm Elisabeth, I'm Sue!
저는 엘리자베스이자, 수라고요!
It's me... Just me...!
난 나야... 난 나일 뿐이야...!
I'm the same...!
난 똑같다고...![30]
엘리자수
엘리자수는 필사적으로 항변하지만[31] 누구도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그녀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하며 쇼는 난장판이 된다. 그러던 중 누군가 휘두른 마이크 스탠드에 엘리자수의 머리와 어깨가 박살나며 살점이 후두둑 쏟아져 내린다. 하지만 활성제의 영향인지 세포분열은 멈출 줄을 모르고, 터진 어깨 위로 새로운 살덩이가 끝없이 허물을 벗으며 솟아오르다가 마이크를 쥔 손이 꺾임과 동시에 동맥이 터지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온다. 엘리자수는 마치 발레리나처럼 360도 회전하며 스프링클러마냥 객석과 스테이지의 모든 사람들과 스튜디오, 심지어 복도까지 피투성이로 만든다.[32][33]

아수라장을 뒤로 하고 방송국 밖으로 도망친 엘리자수. 간신히 도로를 걸어가던 중 다리가 힘없이 부러져 분리되고[34]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엘리자수의 육체는 완전히 바스라지고 만다. 그런데 그 와중에 등에 튀어나와 있던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마지막까지 남아 달팽이처럼 힘겹게 바닥을 기다가 마침내 한 장소에 멈춘다. 그곳은 공교롭게도 영화의 시작이었던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거리 보도블럭이었다. 별 위에 마치 불가사리처럼 자리잡은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다가 하늘에서 화려한 별빛이 떨어지는 환각을 봄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망상에 젖어 미소를 짓는다.[35] 이후 엘리자베스의 숨이 끊어지고, 남은 육체는 힘없이 녹아내리며 핏자국만 남는다.[36] 다음 날 아침, 청소부가 더럽혀진 보도블럭을 무심하게 청소기로 밀어버리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1] 아카데미 수상자에 에어로빅 진행자로 활동한다는 점은 제인 폰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2] 첫 등장하는 장면부터 자신을 위해 일해주는 엘리자베스를 모독하는 뒷담화를 하면서 캐릭터성이 드러난다. [3] 이때 하비가 새우를 씹는 장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으로 나오고 음식을 먹는 소리도 과할 정도로 강조되어 불쾌감을 조성하는데, 이는 감독의 전작 리벤지에서도 사용된 연출이다. [4] 50대의 자신을 아름답다고 말해 줘서 연락처를 받았지만, 실수로 그 종이를 흙탕물에 떨어뜨린 후 건져주자 표정이 식는다. [5] 이 이름은 자신의 카드키 '503'과 비슷하다. 이때 수는 서브스턴스 패키지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해서 격주로 출연할 수밖에 없다"라고 둘러댄다. 물론 수의 외모에 홀딱 반한 하비는 아무런 상관 없다고 단칼에 허락해준다. [6] 이때 빈 벽을 망치로 뚫고 문을 만들어서 붙이는 걸 인부 한 명 없이 직접 해내는 의외의 손재주를 선보인다. [7] 방송국의 긴 복도에 엘리자베스의 역대 브로마이드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새 전부 떼어버렸다. 이후 수의 브로마이드가 대신 전시된다. [8]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면서 '예외는 없다'(No exception)이란 문구를 떠올리며 잠시라도 기한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듯하다가, '예외'(exception) 부분만 클로즈업되며 결국 규정을 어길 것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9] 복선이 하나 있는데, 엘리자베스가 처음 서브스턴스 사를 찾아갔을 때 맨 먼저 눈에 들어온 사물함의 번호가 207번이었다. [10] 엘리자베스의 시점에서 노인이 매우 위협적이고 꺼림칙하게 연출되지만, 사실 노인이 하는 말들은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굳이 엘리자베스를 쫒아온 이유도 자신이 서브스턴스를 추천한 책임이 있기에 조언 겸 경고를 주려던 것으로 보인다. [11] 정황상 이 노인 또한 자신의 젊은 몸에게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본래의 몸은 안정제용 척수액을 만들기 위해 겨우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인 듯하다. 혹은 단순히 서브스턴스의 규칙을 어긴 부작용으로 실제 나이에 비해 더 늙었을 가능성도 있다. [12] 립스틱 색깔을 바꾸고,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스카프로 가슴을 가린다. 광기와 정신착란적인 연기의 정점으로, 본작에서 데미 무어의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13] 몸을 바꾸면서 폭식의 후유증이 수의 몸에도 매우 고통스럽게 전해져, 수는 엘리자베스가 먹었던 닭다리가 자신의 배꼽을 뚫고 나오는 악몽까지 꾸게 된다. [14] 처음 사용을 어겼을 때 한쪽 손가락이 변한 것처럼, 다른 한쪽은 멀쩡하지만 한쪽 다리와 팔이 완전히 쭈그러지는 등 몸의 반쪽이 급격히 노화되었다. [15] 만약 사용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사용을 중단했겠지만,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사용 중단을 포기해버린다. [16] 토크쇼 속 수가 말하는 것에 맞춰서 조롱의 추임새를 날리더니, 점점 실성한 듯 웃으면서 아무렇게나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수가 '고래짝 피트니스 쇼'라며 엘리자베스를 조롱하자 아예 이성을 잃고 칠면조 내장을 헤집으면서 욕을 하고 핸드믹서로 계란을 헤집으면서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더니, 계란을 TV와 유리창에 던지고 수의 모습이 담긴 광고판이 보이지 않게 창문에 신문을 빼곡히 붙이는 등 광기에 사로잡힌다. 이 시퀀스 역시 데미 무어의 열연이 돋보이는 명장면이다. [17] 머리카락이 다 빠졌고, 몸은 완전히 굽어지고 뒤틀려져 허리뼈는 물론 온갖 뼈가 다 튀어나와 있으며, 피부가 일부는 검게 썩었고 가슴은 고무처럼 축 늘어진, 마귀할멈이나 다름없는 괴물 같은 모습이다. [18] 이전에는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러웠지만, 이제는 투약 이전의 자신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19] 원래 셔터가 반밖에 안 열려서 엘리자베스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던 입구였지만, 그때와 달리 왜소해지고 심하게 허리가 굽은 탓에 같은 입구를 그냥 통과해 버린다. [20] 이 장면은 감독의 전작 리벤지의 최종전 시퀀스와 유사한데, 전망 좋고 인테리어도 호화로운 실내를 두 사람이 처절한 추격전을 벌이면서 난장판으로 만드는 구도가 비슷하다. [21] 정황상 엘리자베스가 주사하다 말았던 검은 주사액의 영향으로 인해 수의 몸이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생존에 필요한 모체의 뇌척수액도 장기간 투여받지 못했으니, 사실 그 때까지 버틴 것도 용할 지경이다. [22] 이 시점부터 영화가 비현실적으로 모호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귀가 떨어진 채 울면서 드레스를 입고 뛰어다니는데 아무도 이를 눈치채거나 놀라는 사람도 없고, 순식간에 집 화장실까지 도착해 있다. 개연성을 배제시킨 채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뒤엉키게 만들기 시작한다. [23] 처음 엘리자베스가 활성제를 투입했을 때와 달리 동공이 2개로 분열되는 게 아니라 아예 안구 자체가 대여섯 개 이상 분열되기 시작한다. [24] 살점이 불규칙하게 온몸에 늘어져 있고 오른팔이 뒤로 꺾여 있으며 등에는 입이 벌어진 채 굳어버린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앞에는 퉁퉁 불어오른 수의 얼굴과 여러 개의 눈, 코, 입, 가슴이 아무렇게나 붙어 있다. 마치 누더기골렘이나 The Forest의 돌연변이 같은 형상이다. [25] 이때 수가 오디션에서 만났던 진행자들이 "이번에는 이목구비는 물론 모든 게 제자리에 와 있네. 이름이랑 나이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삽입되면서 괴물의 모습을 사악하게 조롱하는 연출을 보여준다. 후술하듯 이 골계미는 괴물이 등장하는 시퀀스 내내 반복된다. [26] 귀걸이를 끼우려는데 귀가 없어서 귀가 있어야 할 텅 빈 살점에다 귀걸이를 억지로 꽂아넣고, 기껏해야 몇 가닥 될 법한 머리카락에 고데기를 하지만 힘없이 툭 끊어지는 등 끔찍하고 안쓰러우면서도 골계미가 느껴지는 연출이 일품. [27] 이때 방송국에 들어가면서 괴물인 자신이 환호를 받는 환각을 보게 된다. [28] 이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오프닝에서 나왔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며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여준다. [29] 이 부분은 등에 붙어 있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말하는데, 드레스의 뒷부분이 찢어지면서 얼굴이 드러나는 게 은근 소름끼친다. [30]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서로를 부정했던 엘리자베스와 수가 괴물이 되어서야 자신들이 하나임을 인정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 [31] 이때 자막을 넣어서 안쓰러우면서도 조롱하는 듯한 기분 나쁜 효과가 제대로 전달된다. 사실 웅얼거리고 뭉개져서 그렇지 자세히 들으면 자막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또렷하게 들린다. [32] 피바다가 되면서 수많은 관중들이 피로 물드는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캐리, 주인공이 망가지고 파멸하는 장면을 빠르고 격렬한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점은 레퀴엠의 오마주다. [33] 이때 하비가 피범벅이 되어 망연자실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웬 괴물이 나타나 자신이 애써 준비한 무대를 거하게 망친 것은 물론 그것을 데려온 것이 자신이라는 누명을 쓸 게 뻔하기 때문. 게다가 현장에서 단체로 트라우마가 걸린 관객들과 그걸 라이브로 시청한 사람들에게서 온갖 항의와 고소가 빗발칠 테니 방송국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판이며, 산하 직원이었던 엘리자베스와 수가 사망했다는 사실도 밝혀질 테니 최악의 경우 구속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외모와 돈에 집착하고 사람을 깔보는 쓰레기 같은 인성과 이기심이 엘리자베스와 수는 물론 본인까지 몰락시킨 것이니 인과응보인 셈. [34] 수가 괴물로 변하기 전 전야제 출연 축하로 받은 꽃다발에 'Break a leg!'("행운을 빌어요!"라는 뜻의 영어 관용구)라고 적힌 편지가 꽂혀져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문자 그대로 다리가 부러지고 만 것. [35]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던 조롱 섞인 연출의 클라이맥스로, 이때 삽입된 환호를 받는 장면은 엘리자수일 때 무대에 오르기 전 본 환각이고 중간에 엘리자베스가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 흉측해진 얼굴만 남은 현재의 모습 속 미소로 넘어가게 편집을 해 아이러니하고 사악한 연출을 보여준다. [36] 초반부에 보도블럭 위를 지나가던 행인이 음식을 흘려 케첩 범벅이 된 장면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장면. 영화 내내 불편했던 엘리자베스의 표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이 되어서야 어느 때보다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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