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ruby(不逞鮮人, ruby=ふていせんじん)][1]1910년 일제가 조선인 중 자신들의 명령 및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저항 및 반항하는 조선인들을 지목하여 만든 용어. 불령(不逞)이라는 한자어는 중국의 고서에도 용례가 나오는 단어로 "불만이나 원한을 품다.", "난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불령선인이란 '(일제의 통치에) 원한을 품고 난이나 소요를 일으키는 조선인'이란 의미다.
일제는 1910년 한일병합 이후 조선총독부 및 일제의 훈령 및 권고를 따르지 않는 조선인들을 불령선인이란 명칭으로 요주의 인물로 지정하고 그의 행동을 파악하고 감독했다.
2. 기준
조선총독부가 지목한 불령선인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일제 및 조선총독부에 항거 또는 저항하는 조선인 또는 그 세력
- 독립운동을 한 조선인 또는 그 세력
- 일제 및 조선총독부의 어떠한 훈령 및 지시를 따르지 아니한 조선인
- 내지인(일본인)을 폭행하거나 살해한 조선인
- 일본군 또는 일경(日警)이나 일본인 행정 공무자를 폭행, 사망 등에 이르게 한 자
- 조선총독부의 명령 또는 지시를 거부한 자
- 일본군 징집 또는 징병 등을 거부 또는 이탈한 자 또는 그를 유도한 주동자 또는 일본군 부대를 탈영한 조선인
- 일본어 사용을 거부하고 이를 주도하였던 주동자
- 경찰서 및 주재소, 헌병대 및 군부대나 관청 및 면사무소 등을 습격한 조선인
- 그 외 일제 및 조선총독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조선인 및 그 세력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고 복장이 불량한 사람도 소위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어 죄목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이상도 산발에 수염도 깎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령선인으로 체포되었다.
일본인한테 위해를 가하면 불령선인으로 찍혔다고 했는데 특히 일본 민간인보다 군경들에게 해코지했을 경우 더더욱 불령선인으로 찍혔다. 건달들은 상대가 일본인이라도 수틀리거나 아니꼬우면 폭력을 휘두르는 부류라 사실상 불령선인으로 간주되었고 독립운동가들은 당연히 이 분야에서 끝판왕이었다.
이렇게 일제는 이에 해당되는 조선인들은 무조건 체포하여 투옥하고 나아가 무국적자로 처리하여 해외여행에 지장을 주기까지 하였다. 비록 당시엔 해외여행이 별로 흔치 않았다지만 유학이나 출장, 국외취업 등은 드물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조치였다. 특히 해외로 유학이나 출장을 나갈 정도라면 당시 조선에서 보기 드문 엘리트임이 분명하니 이런 엘리트에겐 매우 뼈아픈 일이었다.
물론 일본령 조선에서 그 정도 엘리트면 집안부터가 고위층이라 집안 전체가 반일로 전향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시피했다. 가령 고위층 집안의 자식이 어쩌다 일본인한테 위해를 가하는 사고를 치더라도 피해를 입은 일본인이 정부 고위층인 경우가 아닌 바에야 부모가 인맥과 재력을 써서 죄를 사면시키고 잠시 근신시키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엘리트가 이런 강력한 조치를 받을 일은 사실상 없었다.[2]
3. 기타
- 박열은 불령선인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후토이센진( 太い 鮮人)이라는 기관지를 간행했다. 제목은 발음이 후테이센진(不逞鮮人)과 비슷함을 이용한 풍자로, '뚱뚱한 조선인'이라는 뜻이다.
- 극우 일본인으로 유명한 타카다 마코토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반일 성향을 보이는 한국인을 지칭할 때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 21세기에도 일본 제국이 존재하며 여전히 한반도를 식민통치하고 있다는 배경을 지닌 대체역사물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등장하는 조선인 항일단체 '조선해방동맹'을 일제 측이 이렇게 부른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단어를 한 번 꼬아 일본식 발음인 '후레이센진(不令鮮人)'으로 부른다.
- 불령선인으로 지목된 이들은 호적에 빨간 줄을 그었는데 이것이 전과라는 뜻으로 쓰이는 빨간줄의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4. 같이 보기
[1]
후테-센징. 레가 아니다. 음을 표기하는 呈의 음과 같고 중국 한자음도 성모가 tʰ(현재 한자음은 ch)이며 한국 한자음으로는 (呈을 고려하면) 본래 정이어야 하지만 음이 달라진 경우다. 원래 해당 글자는 畜(튝)과 領(령)의 반절이기 때문에 '텽'으로 발음되어야 했다. 이에 가까운 '정'(옛 표기로는 '뎡')이라는 독음도 현재까지 남았지만 한국어에서는 자음 ㄷ이 약화되자 '령'으로 와전되어 정착한 듯하다.
[2]
사실 같은 신분일 때나 일본인이 조선인을 차별할 수 있었다. 상대가 조선인이라도 귀족이거나 신분, 직위가 더 높으면 역으로 일본인을 차별해도 하급자 일본인은 따로 연줄이 없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친일파들의 자서전에서도 조선인으로 차별받다가 출세하여 본인 괴롭혔던 일본인 순사나 면장 도게자시켰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계급의 역전이 자주 일어나는 전시 군대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는데 이는 식민지인이라도 일제에 충성을 다하고 노력하면 그만큼 대우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제의 통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