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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3 08:06:19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Rosumovi Univerzální Roboti(: Rossum's Universal Robots)
1. 개요2. 등장인물
2.1. 인간2.2. 로봇
3. 줄거리4. 여담

1. 개요

줄여서 R.U.R. 체코슬로바키아의 문학가 카렐 차펙 희곡이다. 서장과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920년에 쓰였으며, 여러 차례 공연이 이루어지는 등 대히트. 로봇[1]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작품이며, 이후 인조인간을 이르는 말로 '로봇'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로봇은 현대에서 사용되는 의미와는 많이 다른, 오히려 레플리칸트, 합성 인조인간 등의 후대 창작물과 비슷한 종류의 인공물이지만,[2] 인조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연극 의상(강철 재킷), 무건조한 성향 등이 크게 어필하였으며, 극의 히트로 로봇은 기존의 안드로이드, 오토마톤을 대체하는 단어로 정착하게 되었다.

인공 인간의 배급, 인류의 쇠퇴와 인공물의 진화, 기계의 반란과 인공물에게 영혼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 등 블레이드 러너 등의 현대 SF와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혁명적인 작품이다. 물론 작품의 주제와 소재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 세기 전 작품이니만큼 희곡이란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전달방식이나 스토리, 플롯은 좋게 말해 고전적이고 현대적 관점에선 대단히 투박하며 얄팍하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2.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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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간

2.2. 로봇

3. 줄거리

때는 근미래(당시 기준)[7], 인류는 인조인간 '로봇'을 만들어서 노동이나 전쟁을 맡기게 된다. 유력한 권력자의 딸인 헬레나 글로리는 외딴 섬에 위치한 로숨 로봇 공장으로 견학을 오고, 사주인 도민과 직원인 파브리, 할레마이어, 부스만과 알귀스트를 만나게 된다. 헬레나는 자신이 사실은 로봇을 선동해 그들의 권리를 쟁취하게 하기 위해서 섬에 왔음을 밝히지만, 로봇 회사의 사주인 도민은 이에 코웃음치고, 로봇을 만든 로숨 부자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로봇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도민은 헬레나에게 청혼하고, 헬레나는 이에 난처해한다. (서막)

10년 뒤, 헬레나는 도민의 아내가 되어 로봇 공장 섬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10년 동안 로숨 로봇의 수요는 크게 증가해 단순 노동뿐 아니라 전문인력과 군인까지 포함한 기존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했지만, 그 반동으로 인간의 출생률이 점차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민은 로봇 보급을 통해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헬레나와 동료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실험체 로봇 라디우스의 인간에 대한 증오를 목격한 헬레나는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혀 로봇의 제조 비법을 담은 유일한 연구 문서를 불태워버린다. 그 후 로봇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1막)

섬의 사람들은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한다. 도민은 로봇의 통합성 자체가 반란의 원인이었다며 바벨탑의 예를 들고, 앞으로 제작할 로봇의 언어를 나누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하자는 등의 탁상공론을 이어간다. 로봇의 제조 문서가 없으면 새로운 로봇을 만들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이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지만, 그 문서는 이미 헬레나가 태워버려 잿더미가 된 상태였다. 협상 수단이 사라진 사람들은 싸우다 한 명, 한 명씩 죽게 된다. 라디우스는 다른 로봇들에게 섬의 인원이 모두 처리되었음을 보고받는다. (2막)

사람이 다 죽어버린 가운데 유일하게 노동을 하던 인간인 건축가 알귀스트만이 살아남는다.[8] 하지만 인간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로봇들도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돼버렸고, 로봇들은 유일한 인간 알귀스트에게 자신들의 구조를 파악하여 다시 만들 수 있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알귀스트는 가방끈이 짧고, 나이가 너무 들어서 몇년을 노력해도 로봇을 만들어낸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봇의 제조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이에 대한 유일한 단서를 담은 제작 노트를 헬레나가 불태워 버렸기 때문. 로봇의 지도자인 다이몬은 자신을 해부해서라도 생명 창조의 비밀을 알아낼 것을 요구하지만, 막상 실제로 해부당하게 되자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귀스트는 헬레나 글로리를 모델로 가알이 만들었던 로봇 헬레나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그는 다른 로봇과 달리 인간다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알귀스트는 로봇 헬레나를 해부하겠다고 선언하지만, 헬레나와 함께 제작되었던 프리무스가 차라리 자신을 해부하라며 그를 막아선다. 알귀스트는 그들이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이들이 번식하여 새로운 아담과 이브가 될 것이라는 걸 알아 그들을 보내준다. 종으로서의 인간은 끝나도 인간의 사랑만큼은 로봇과 그 후손을 통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알귀스트의 사랑 예찬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3막)

4. 여담

로봇은 노동자에 대한 은유로, 당대의 노동자들이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갈수록 수요는 증가하는 데 반해 대우는 열악해져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던 것을 상징한다. 작중 로봇의 가격은 1막 기준으로 15년 전에는 두당 1만 달러였던 데에 비해, 1막 시점에서는 단돈 120달러가 되었다고 묘사된다.

로봇에 대해 다루는 이후의 작품들에 흔히 로봇이 기계장치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작품의 로봇은 유기체로 만들어진 인공생명체에 가까운 존재이다. 혈관, 근육, 뼈, 피부 등을 자동공장에서 대량생산하고 그 부품들을 조립해 만들어지며, 제조 목적에 따라 단순 노동자 로봇에서 군인 로봇까지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생산된다.

신체적 특성에서 인간과 차이가 없음에도 태어난 것이 아니라 제조되었다는 이유로 감정도 영혼도 없다고 무시받지만, 이후 개인의 행동을 통해 인간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서 후대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레플리칸트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웨스트월드에 나오는 로봇 호스트도 골격과 근육, 혈관, 신경을 가진 유기복합 생명체로 매우 흡사하며, 나가노 마모루의 만화 FSS의 유기 컴퓨터인간 파티마도 마찬가지. 즉 유기 합성 인간형 로봇의 원조이다.

1938년 2월 11일 영국 BBC에서 이 희곡의 일부분을 영상화해서 방송했다. # 1960년대 이전의 방송 자료가 다 그렇듯이 당연히 소실되었지만, 일부 저품질 스틸이 남아있다. 이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한 최초의 SF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흐른 1948년에 두번째 영상화도 되어서 방송했다. 방송사는 동일하게 BBC.

여러 곳에서 번역하다보니 번역명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일단 제목에 쓰인 고유명사인 Rossum의 한글 표기 부터 '로숨'이냐 '로섬'이냐로 혼용되고 있다. 나무위키에서는 토론을 거쳐 정발명 우선 규칙에 따라 '로숨'으로 표기한다.[9]


[1] 로봇은 체코어로 부역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따 온 신조어로, 카렐 차펙의 형 요제프 차펙이 만든 것이다. 둘은 매우 절친한 사이로, 대부분의 작업에서 협업했다. [2] 유기물을 배양해서 근육과 뼈를 제작하고, 시설 내부의 방적 공장에서 신경을 조립해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일이 방적기 같은 기계로 신경을 조립하는 방식은 후에 웨스트월드 미드 신판에서 구현되었다. [3] 극에서 등장하는 모든 남성들은 그녀를 사랑한다. 다른 등장인물보다 나이가 많은 건축가 알귀스트 역시 종막에서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4] 일할 필요가 없어진 인류는 나태해졌고, 로봇 대중화로부터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생식 능력을 잃고 말았다. [5] GPT 인공지능의 대두 이전에는 직관과 감성은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란 관점이 많았다. [6] 헬레나는 여성 로봇인 술라에게 남성 이름을 붙였다는 것을 도민에게 지적하는데, 이는 신을 참칭하는 도민의 오만함과 무지를 나타낸다. [7] 2020년대 기준 100년도 더 전에 쓰인 작품이므로 현대 기준에서 바라볼 때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8] 로봇들은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노동자인 알귀스트는 살려주었다. [9] 최신 번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