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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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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ttachment/콘티/storyboard.jpg 파일:attachment/콘티/sample1_cdggam.jpg
영화용 스토리보드의 예 만화용 콘티의 예[1]
파일:attachment/콘티/conn.jpg
애니메이션용 콘티의 예[2]

1. 개요2. 명칭
2.1. 콘티 / 콘테2.2. 네임2.3. 스토리보드
3. 중요성4. 콘티 쓰는 법
4.1. 콘티의 구성 방식4.2. 콘티에 명시해야 하는 요소4.3. 대략적인 설계 단계
5. 콘티와 원화의 구분

1. 개요

로 이루어진 각본을 만화나 영상 등 시각 매체로 옮기기 위해 연출해야 하는 사항들을 그려낸 설계도이다. 콘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재플리시이며, 이 기법이 개발된 영어권에서는 스토리보드(Storyboard)라고 한다.

1930년대 초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최초의 스토리보드가 고안되었으며, 디즈니의 단편인 아기 돼지 삼형제(1933)는 최초로 스토리보드를 사용해 제작된 작품이 되었다.

2. 명칭

2.1. 콘티 / 콘테

'콘티'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같은 서양어에서 왔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재플리시인 콘테(コンテ)가 어원이다. 일본인들이 영어 continuity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축약해서 발음까지 바꾼 낱말이 바로 콘테이고, 이 단어가 한국에 넘어와 다시 발음이 변형되어 '콘티'가 된 것이다.

일본에선 주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영상 매체에서 스토리보드를 콘테라고 부른다. 반면 한국에선 만화 업계에서 주로 콘티라고 부르고 영상 업계에서는 스토리보드라고 한다.[3]

2.2. 네임

네임(ネーム, name)이란 일본 만화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원래 네임이란 사식[4] 및 식자[5]를 뜻하는 재플리시로, 만화 제작이 디지털화하기 전에는 만화의 말풍선에 알맞은 크기로 대사를 인쇄한 후 이를 오려서 만화 원고에 풀로 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이렇게 인쇄한 대사, 즉 사식을 업계인들이 네임이라 불렀다.

식자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수작업이었다. 데스크탑 프린팅(DTP)이 등장하기 전에는 조판과 인쇄 과정이 필수적이었으며, DTP를 식자에 사용하게 된 후에도 프린터로 대사를 인쇄하고 이를 오려서 풀로 붙이는 작업은 여전히 필수였다. 지금은 흔히 원고를 스캔(디지타이즈)하고 디지털로 식자를 하지만, 이 역시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는 수작업이라고 한다. 완성된 원고가 편집부에 도착한 다음에 식자를 준비하는 것 보다는 먼저 말풍선의 크기와 그 안에 들어갈 단어들을 미리 알 수 있다면[6] 원고 작업과 식자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유리하다. 때문에 만화가에게 먼저 식자 준비용("네임 준비용") 초고를 넘겨받는데, 이를 "네임 준비용 초고"라 부르는 대신 그냥 "네임"이라 부르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사실 요새는 식자도 종이에 인쇄해 풀로 붙이는 게 아니라 디지털 작업이기 때문에 네임(종이에 인쇄된 대사) 자체는 없어졌지만, 네임 준비용 초고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남은 것이다.
파일:Manganame01.png
↑ 대사(네임)를 오려붙인 만화 원고. 말풍선 안의 대사("どけ!" 등등)를 잘 보면 만화 원고지와 색이 다른데, 다른 종이에 인쇄된 것을 오려붙여서 색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오늘날엔 네임은 식자 준비용이란 의미보다는 내용 확인용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만화 업계의 식자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네임은 만화가와 담당자가 만화의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도구로 주로 활용된다.

일단 네임을 그린 이후 그 콘티를 바탕으로 스토리작가, 그림작가, 편집자가 회의를 진행한다. 여럿이서 만화 시리즈물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에도 중요한 사항들을 통일시키기 위해 네임을 반드시 그려야 한다.

만화가가 고된 직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림 그리는 것이 힘들 거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 직업 만화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콘티(네임) 짜는 것이다. 네임은 만화의 스토리와 전개를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오로지 만화가 자신의 두뇌의 힘만으로 짜내야 하는 창작 작업이다.[7] 네임이 구상되지 않을 때 만화가가 느끼는 고통은 엄청나며, 연재 도중 집을 뛰쳐나가 실종되거나, 더는 못하겠다며 때려치우거나 하는 일까지 있다. 편집자에게 퇴짜맞는 것도 대부분 네임 단계에서 일어나며, 일단 네임이 OK되면 그림은 좀 미흡하더라도 인쇄소로 가게 된다. 그림은 단행본화 단계에서 고쳐 그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만화는 식자를 "레터링"(lettering)이라 부르며, 20세기 말까지도 손으로 쓴 글씨(!)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21세기에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대세). 즉 미국 만화의 대사와 효과음은 모두 사람이 손으로 쓰고 그린 손글씨였던 것. 미국 만화계에는 아이라 슈냅이나 토드 클라인 등의 유명 레터러들이 있으며, 프랭크 밀러나 월트 켈리처럼 자기가 레터링까지 하는 만화가들도 있다. 미국 만화 대사가 모조리 대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손글씨로 적은 대사도 인쇄한 것처럼 깔끔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이다.

2.3. 스토리보드

콘티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storyboard이다.

콘티는 원래 영단어 continuity에서 유래한 재플리시지만, 영미 영화 용어의 continuity는 storyboard의 동의어가 아니며 만화 콘티와는 전혀 다른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장편 영상물을 제작 시 컷들을 극 중 시간 순서와 다르게 뒤죽박죽 찍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문에, 이전 컷에서 소품을 어떤 손으로 들고 있었는지, 어떤 부위에 상처가 났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 컨티뉴이티다. 20세기 영화의 컨티뉴이티 보드는 스토리보드와 비슷하게 생겼었기 때문에(각 테이크에서 골라낸 여러 사진들이 큰 보드에 시간 순으로 부착되어 있다), 일본인들이 스토리보드와 혼동한 듯 하다.

영화의 컨티뉴이티 체크를 제대로 안 하면 흔히 "옥의 티"라 부르는 실수가 영화에 들어가게 된다. 하나의 장면에서 컷이 전환될 때마다 캐릭터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바뀐다든지, 물건을 들고 있는 손의 좌우가 바뀐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다.

영화처럼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연속극처럼 장기간 상영하며 여러 명의 작가가 스토리를 쓰는 창작물의 경우, 극의 기본 설정이나 캐릭터들의 성격이 파괴되지 않고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컨티뉴이티라 부른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처럼 역사가 길고 팬덤에 설정 덕후들이 많은 작품들에서 컨티뉴이티 담당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3. 중요성

시나리오( 각본, 대본, 극본)는 기본적으로 인물간의 관계와 스토리를 담은 문학 작품이다. 시나리오에는 카메라 각도, 중점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대상, 소품의 배치, 인물의 연기 지시, 조명, 컷당 시간 배분, 카메라 워크 등 시각적 연출이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서 이런 설계도가 없으면 스태프들이 제작의 세부사항을 통일시키지 못해 작업을 진행하는게 힘들다. 그래서 혼자 작업하는게 아닌 이상 시나리오를 구체화시켜 스태프들에게 일관된 기준을 제공해주는 콘티 작업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림은 잘 그리는데 콘티가 없으면 매력있는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는 만화 어시스턴트 애니메이터가 상당히 많다. 만화의 예를 들면 후지코 F. 후지오의 말년 그림은 후지코는 콘티를 그리고 대부분의 작화는 그의 수석 어시스턴트였던 '무기와라 신타로'가 그렸는데 후지코 F.후지오가 죽은 뒤로 무기와라 신타로가 대신 그렸음에도 사람들은 그림이 후지코 F. 후지오와 비슷하긴 해도 특유의 느낌이 안 난다고 했다. 무기와라도 이어받은 초기에는 그림을 아예 그려내지 못했다고 한다. # 후지코 F. 후지오의 콘티가 없었기 때문이다.[8] 애니메이터가 특정한 감독이나 연출가를 따라 다니면서 작업하는 것도 엉망이거나 안맞는 콘티를 베이스로 작업하다 좋은 그림을 못 그려내면 자신의 경력에 먹칠을 하게 되니 콘티를 잘 그리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주로 연출력이나 창의력이 부족해 눈코입의 위치나 표정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콘티의 도움을 크게 받는다. 저작권법의 판례에서 작화를 하는 사람보다 기획하고 콘티를 그리는 사람들이 저작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9][10]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콘티 작업자는 부감독에 가까워진다. 사실 1970년대까지 애니메이션에서 콘티는 연출의 하위 과정으로 여겨져 위상이 낮았다. 이 때는 주로 실사영화와 연극을 연출하던 인물들이 업계의 쇠퇴와 동시에 애니메이션 계로 유입되던 시기였던지라 그림은 못 그리는데 연출 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당시 콘티는 연출이 시키는 지시사항을 애니메이터가 콘티에 그림으로 구체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11][12]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 들어서며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올라가고 점차 콘티를 그릴 수 있는 연출가들이 나타나면서 애니메이션 연출의 뼈대를 만드는 콘티의 중요성과 가치가 올라갔고 급기야 위상까지 연출과 정반대가 되면서 콘티가 시키는 대로 연출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에서 콘티를 그렸다고 하면 곧 연출을 했다라는 표현으로 이해해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평론가나 거장 감독들이 연출가를 칭찬할 때도 콘티 담당을 칭찬하지 연출 담당을 칭찬하는 경우는 드물다.[13]

그래서 오늘날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콘티는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콘티 작성은 각본 다음으로 거치는 순서이다. 제작 방식에 관계 없이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본격적인 작화 이전에 콘티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먼저 검토한다. 콘티 작성 과정을 안 거치면 그 이후의 원화 동화든 어떤 작업이든 진행이 안 될 뿐더러 콘티가 이상하면 결과물도 이상해지는 만큼 콘티 작성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콘티에서 글이 많은 이유도 이 이유 때문이다.

애니메이터 카미무라 사치코는 작화 용어와 업계에 대해 해설하는 자신의 저서에서 "애니메이션의 콘티는 연출, 미장센, 작화, 연기, 카메라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 모든 지시가 다 들어가고 밑에 사람들은 그거대로 만든다. 애니의 핵심은 콘티이니 애니를 고를 때는 콘티를 그린 사람을 보고 골라라." 라고 쓰기도 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의 경우 성우 레코딩 현장에서도 콘티는 매우 중요하다. 레코딩에서는 완성된 영상이나 일단 임시로 만들어진 영상을 최우선으로 쓰지만 시간이 촉박해 영상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때 차선책으로 쓰는게 바로 콘티이기 때문이다. 비록 콘티는 그림의 세세함은 떨어지지만 장면의 구도나 연기 지시사항은 거의 다 적혀있기 때문에 음향 감독과 성우들은 콘티를 바탕으로도 기본적인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스케줄 문제로 기본적인 콘티조차 완성되지 못한 현장은 레코딩을 전혀 진행할 수 없게 되므로 당연히 비상 사태가 걸린다.

감독이 콘티를 그리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분량에 비해 스케줄은 굉장히 빡센지라 감독은 TV 애니메이션의 첫화와 마지막화, 중간중간의 중요한 에피소드 정도만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머지 회차는 콘티 전문 연출가들에게 위임하고 감독이 자신의 의도에 맞지 않는 장면은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대충 그려도 된다지만 만화책 이상의 정보량을 담아서 25분 애니메이션은 얇은 만화책 한 권 정도, 영화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사전 두께는 그려야 한다. 그래서 TV판은 보통 콘티 담당자들이 한 편을 그리는데 3~4주가 걸리며 이에 맞춰 감독 이외의 보조 콘티 연출가가 로테이션으로 참여한다. 간혹 제작 기간이 빠듯한 작품들은 콘티 작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 화에 콘티 담당을 2명 이상씩 투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한 화의 연출이 일정하지 않고 작성자의 연출 성향에 따라 장면마다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극장판은 전술한 대로 사전 두께는 그려야하는 이상 일반적으로 콘티에 여러 보조 연출자들이 같이 참가하며, 간혹 감독이 콘티를 전부 그릴 경우에는 제작 기간이 늘어나 콘티에만 2년은 족히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14] 드물게 콘티 작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연출과 지시만으로 컨트롤하는 경우도 있고 (예: 타카하타 이사오) 반대로 전 에피소드의 콘티를 혼자서 다 그리는 경우도 있다.(예: 데자키 오사무, 이타가키 신, 카메이 칸타, 야마모토 히데요)[15] 영화의 경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실제 촬영장소를 보며 감독과 촬영감독의 논의와 미술감독의 감각으로 그려진다.

대충 그려도 촬영 변수에 따라 영상 퀄리티가 결정되는 영화판과 달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콘티야말로 영상 퀄리티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꽤 자세하게 그려야 한다. 콘티에 있는 표정과 등장인물의 신체비율, 행동, 구도가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어, 배우의 연기 및 액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액션 연출은 특별한 감각이 필요해서 아무나 못하고 애니메이터도 대부분 콘티를 따라 액션의 합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액션으로 유명한 콘티맨이 투입될 경우 액션의 질이 팍 뛰어 오른다. 영화로 치면 액션 전문 콘티맨이 투입된 작품은 이소룡, 성룡, 이연걸, 견자단 같은 무술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액션 애니메이션의 경우 애니메이터도 중요하지만 콘티맨을 잘 따져야 한다.[16]

대충 흘려 그려도 되지만 애니메이션은 콘티가 모든 작화 작업의 기본을 깔아주는 작업이라 더 자세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간다. 특히 평소 일하던 스태프와 계속 이어서 작업해서 웬만해선 신호만 보내도 서로 통하는 만화 화실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콘티를 자세하게 그려야 할 필요가 올라간다. 일부 못 그린 콘티나 만화 콘티만 보고 애니메이션 콘티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애니메이션의 콘티는 영화나 만화 콘티보다 더 자세하게 그리는 게 일반적이고 작화도 콘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레이아웃 급으로 자세하게 그리는 감독도 있다. (예: 미야자키 하야오, 스도 토모노리, 시바야마 츠토무, 콘 사토시) 그렇게 되면 거의 다른 애니메이터들이 콘티를 보고 베껴 그리는 작법이 된다. 콘티만 잘 그려도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계에서는 그림 콘티를 잘 그리는 연출가의 몸값이 상당히 높다.[17] 한편으로는 납기 기한이 존재하는 업계다보니 일부 연출가들은 콘티를 빨리 그려내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보는 부류도 있다.(예: 시마즈 히로유키, 니시타 마사요시)

다만 콘티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업계 내부 자정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2010년대 후반부터 나오고 있다. 콘티는 연출 방식을 정형화하여, 색다른 연출을 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제약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CG 애니메이션은 제작이 그림 콘티 방식일 경우 3D만이 가능한 이점을 살리기 어려워 오히려 불쾌한 골짜기가 더욱 부각되는 실책이 발생할 수 있다.[18] 이토 토모히코는 "업계 전반에 콘티 신봉주의가 심하기 때문에 이를 컷을 그리는 애니메이터의 노력으로 뒤집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으며,[19] 안노 히데아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를 제작할 때 "영화는 우연과 배우 연기를 통해 내 능력 이상의 영상이 나오는데 (그림) 콘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내 머리 속에 있는 영상만 나온다." 라며 영상 콘티와 프리비즈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최적의 구도를 찾아냈다고 한다. 야마다 나오코도 콘티가 너무 자세하면 애니메이터들의 상상력이 제한된다며 일부러 자세히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안노는 신 가면라이더에서 이 기법에 너무 의존하다가 현장에서 불화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이렇게 콘티에 의존하지 않고[20] 제작자의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리테이크를 먹이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덕분에 획기적인 영상이 나왔다고 평가받으나 애니메이터 100명이 못 해먹겠다고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콘티 없이 만드는 작법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출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현장은 혼란스러워지고 제작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또 콘티가 연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전체 제작 현장을 통솔 및 관리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경우는 콘티 이상으로 인선 및 현장을 지휘하는 능력을 요구하므로 콘티 위주로 참가한 필모 경력은 감독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역량을 키우려면 연출이나[21] 조감독을 같이 해야하는데 감독 데뷔 전에 콘티만 그려왔다면 현장 통솔 노하우를 체득하지 못하게 되어 제작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거나 문제를 수습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콘티 필모로는 대단한 실력으로 명성을 날리는 연출가들이 감독만 맡으면 부진과 실패를 겪는 사례도 이러한 요인에서 나온다. 이런 감독은 주로 콘티 체크와 수정을 하는 선에서 감독 업무가 대부분 끝나고 현장 관리는 못하거나 부감독[22]에게 맡기므로 감독 작품의 질이 출렁거리게 된다. (예: 니시자와 스스무, 무라타 마사히코, 오오하타 코이치, 사야마 키요코, 니시모토 유키오, 니시모리 아키라 등)

이렇게 모든 작업의 기초를 깔아주는 중요한 직책이라 먹고 살기 힘들기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콘티는 2020년 기준 한 편에 20만 ~ 30만 엔은 받으며 A급 콘티 연출가는 그 이상 받기도 한다. 여기에 현장을 관리하면서 콘티대로 수정하는 연출 작업까지 직접 하면 추가로 돈을 더 받는다. 야마모토 유스케(山本裕介)는 애니메이션 업계는 돈을 못 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연출가는 그렇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코즈마 신사쿠는 콘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한 편에 100만 엔은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사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단 콘티를 대충 그린다. 배우의 컨디션, 날씨, 도로 교통 등 영화 촬영 현장을 스태프들이 통제할 수 없어 콘티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기본적인 구도와 의도만을 담아서 콘티를 작성한다. 영상 제작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예외는 존재하는 법.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촬영할 때 현장의 긴장감을 위해서 스토리보드 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경우로, 스필버그 정도의 거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이미지를 구상하는 수준에 정확한 정보만 전달해도 성립되므로 대충 그린 콘티도 의외로 많다. 마틴 스콜세지 같은 감독은 상당히 대충 그리고, 라이언 존슨 감독은 거의 졸라맨 낙서 급의 저질 콘티로 유명하다. 나이브스 아웃 콘티vs영화 비교. 물론 거기에 정보가 다 담겨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다. 봉준호 콘 사토시 같이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은 콘티를 그리는 감독은 되려 희귀해서 화제가 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콘티 대충 그리기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타카하타 이사오, 안노 히데아키, 이마이시 히로유키, 미즈시마 츠토무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충 그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유능한 스태프를 끌고 다닌다.

2010년대 이후로 CG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콘티가 중요해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는 결국 나중엔 다 CG가 하게되니 영화인도 다 애니 업계 수준으로 콘티를 그리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예로 MCU 히어로 영화의 액션 신 콘티는 애니메이션 콘티처럼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콘티가 중요하긴 하지만, 영상을 콘티대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콘티에선 검을 휘두를 때 세 걸음 걷는 것이더라도, 실제로 애니메이터가 작업을 해보면 그것보다 훨씬 많이 걸어야 될 수도 있다. 즉 철저한 계산을 통해 콘티를 그리지 않는다면, 혹은 콘티의 디테일이 낮다면 콘티를 다시 그려야 하거나, 애니메이터가 번거로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리테이크도 더 많이 요청될 거고..

이렇게 중요해서 많은 예술 대학에서는 영화, 만화, 일러스트, 디자인 등 분야와 학과를 가리지 않고 콘티 수업을 필수로 듣게 하는 경우가 많다. 콘티를 배워놓으면 어떤 예술 분야로 가도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4. 콘티 쓰는 법

4.1. 콘티의 구성 방식

콘티의 구성 방식은 크게 글과 그림으로 나뉜다.

4.2. 콘티에 명시해야 하는 요소

4.3. 대략적인 설계 단계

5. 콘티와 원화의 구분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은 못 그린 그림 = 콘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 잘 그린 콘티를 원화라고 하거나 움직임만 묘사하기 위해 대충 그린 러프 원화,[23] 컨셉만 전하려고 대충 틀만 잡은 설정화를 콘티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에게 콘티나 그리라고 비하하는 경우도 많다. 콘티를 잘 그리는 사람들은 정말 잘 그려서 주기 때문에 이는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콘티와 원화를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4컷 만화처럼 그림이 여러 개 나뉘어서 그려져있으면 콘티고, 한 장에 꽉 채워서 그려져 있으면 원화 혹은 이미지보드(설정화)다. 그리고 콘티는 대사나 상황에 대한 설명문도 적게 되므로 글씨가 많이 들어간다. 원화도 일종의 설계도라 글씨가 들어가지만 콘티처럼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만화같은 게 콘티다.

이게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콘티라고 올라오는 것 중 8할은 원화일 정도이므로 걸러 듣는 게 좋다.

하지만 비디오 콘티와 원화 선촬이란 게 있는데 이 두 개는 구분하기 힘들다. 비디오 콘티는 콘티의 그림 부분만 떼어서 영상으로 만들어 좀 더 이해하기 편하게 하는 것이다. [24] 원화 선촬은 수정이나 채색 전의 원화를 임시로 이어 붙여서 체크하는 용도로 하는 것이다. 이 둘은 상당히 비슷해서 구분 못 해도 어쩔 수 없다. 이쪽의 차이점은 원화 선촬이 비디오 콘티보단 작화 매수를 많이 쓰므로 좀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데 이런 건 일반 애니메이션 팬은 체감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비디오 콘티는 만드는 사람이 흔치 않으므로 이런 게 보이면 대부분 원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1] 출처 임달영 작가 블로그. [2] 왼쪽은 치하야후루의 애니메이션판 콘티, 오른쪽 영상은 ' 너의 이름은.'의 콘티다.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의 목소리 연기가 녹음되어 있는데 이는 나중에 성우가 녹음할 때 '이런 느낌으로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알려주기 위해서다. [3] 영화 업계에서는 여전히 콘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4] 만화의 대사 부분을 인쇄한 것. [5] 사식을 만화 원고에 오려붙이는 작업. [6]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네임은 말풍선만 있어도 된다. 밑그림은 하나도 없이 컷 배분과 말풍선만 있는 네임도 식자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배경과 인물을 밑그림으로 그려넣어주면, 누가 하는 대사인지를 알기 쉬우므로 담당과 작가가 내용을 검토하며 토론하기가 용이하다. [7] 반면 그림은 어시스턴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남이 그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중에 오자와 사토루가 일부 작품을 대신 그려줬다. [8] 그래도 무기와라 신타로는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연출력이 올라가 다시 유사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9] 심지어 조영남조차도 이러한 소송에서 이겼다. [10] 한편으로는 이 이유로 작화가들은 디자인 작업을 해도 자신의 디자인을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폐해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데이트 어 라이브 시리즈는 제작 회사가 도산하고 여러번 바뀌면서 이전 시리즈의 디자인 자료가 소실되어 작화 퀄리티 하락에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아주 예외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디자이너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저작권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기획자들은 대부분 디자이너에게 저작권을 주지 않는다. [11] 이 잔재가 남은 것이 토에이 애니메이션으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지금도 콘티를 연출의 하위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스태프롤 표기도 연출을 중심으로 표기하며, 여전히 연출의 지시에 따라 콘티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조차 토에이에서는 1990년대부터 콘티 담당자의 이름을 따로 크레딧하게 바뀐 것으로, 그 전부터 콘티를 그려온 아라키 신고가 연출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12] 물론 다 그랬던 것은 아니고 이때도 토미노 요시유키, 카츠마타 토모하루, 데자키 오사무 같은 인재들은 콘티를 직접 그렸다. 이런 사람들은 문서에 따로 콘티를 그리는 연출가라고 설명이 있으니 참조. [13]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콘티 대신 연출 담당에게 공을 돌리거나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진격의 거인 The Final Season의 경우 파트 1의 선전포고가 기대에 못 미쳐 비판을 받을 때 콘티 담당 오오시오 만지로(大塩万次郎)가 아니라 연출 담당인 오오미네 테루유키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해 논란이 일어난 적 있다. [14] 물론 어느 때나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 미친 능력자가 있기 마련인데 토미노 요시유키는 전성기에 1주에 콘티를 하나 씩 그리는 미친 짓을 하기도 했으며, 오쿠다 세이지도 작업 속도가 빨라 생애 1000개 이상의 콘티를 작성해 콘티의 오니라는 별명이 생겼다. [15] 이런 경우는 에피소드가 1~4화 정도로 짧게 끝나는 경우가 아니면 사전 제작으로 콘티를 다 그려놓고 제작을 시작한다. [16] 이런 무술 액션 연출로 유명한 콘티 연출가로는 토미노 요시유키, 토리우미 히사유키, 니시오 다이스케, 야마우치 시게야스, 후루하시 카즈히로, 이마이시 히로유키, 나가미네 타츠야, 타케노우치 카즈히사 등이 있다. 상당히 힘든 작업이라 타카마츠 신지, 호소다 마모루, 안도 마사히로(安藤真裕)처럼 액션 연출을 정말 잘 함에도 액션 작업을 꺼리고 드라마 작품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반대로 시시도 준은 정적인 장면의 콘티는 잘 그리지만 액션 센스가 없어서 액션 퀄리티가 떨어지는 통에 비판을 받는다. [17] 심지어 워낙 이게 되는 감독이 적다보니 이게 되는 사람들은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웬만하면 업계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후쿠다 미츠오, 야마모토 유타카, 키무라 류이치가 이런 경우. 스폰서가 붙지 않아 감독을 못하게 되는 경우는 많으나 콘티 의뢰 정도는 계속 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다. [18] 그래서 CG 애니메이션 출신 감독들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그림 콘티 대신 영상 콘티를 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타츠키가 있다. [19] 실제로 2010년대부터 정말 실력이 뛰어난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작품이 아니면 감독이나 연출가 실력에 따라 퀄리티가 요동치는 케이스가 두드러졌는데, 대표적으로 중견급 애니메이터가 많이 참여했는데도 감독의 수준 미달 연출로 졸작이 되어버린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이 있다. [20]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신 가면라이더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콘티가 있긴 있었다. [21] 스태프롤에 뜨는 연출 크레딧을 뜻하며, 대체로 연출을 맡은 화의 콘티 체크 및 제작 현장을 통솔한다. [22] 부감독 크레딧이 없는 작품도 감독이 권한을 크게 준 부감독급 인물이 하나, 둘은 있다. [23] 이런 원화를 제2원화 담당이나 작화감독이 수정해서 그림체가 붙은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움직임 묘사만 잘 하고 디테일한 묘사는 잘 그리지 못하는 원화가도 상당히 많다. [24] 이거는 시간에 맞춰서 콘티를 영상으로 만드는 공정이 한 번 들어가서 만드는 연출가나 감독이 많지 않다. 이걸 하는 감독으로는 신카이 마코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