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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14:16:07

강철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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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얼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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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아옌데를 넣은 표지. 한얼판 뒷면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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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표지.

1. 개요2. 줄거리3. 상세4. 오역

1. 개요

The Iron Heel

미국의 작가 잭 런던 1908년에 쓴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과학소설.

2. 줄거리

배경은 사회주의 혁명이 완결된 2600년대 '인류 형제애 시대(B.O.M)' 419년[1]에 살고 있는 미래인이 1910년대부터 1932년의 가상의 "제2봉기"를 주도한 어니스트 에버하드(Honest Everhard[2])의 아내가 쓴 남편에 대한 기록을 숲속의 어느 나무 구멍 안에 숨겨놓은 것을 발견하여 이 기록을 재출판하고, 이 기록에 쓰여진 사건 이후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에 대한 주석을 달고 있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사실 원본이 되는 기록 자체가 어니스트의 아내가 잡혀가기 전[3]에 끝낸 거라서 문장도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으로 심지어 그 긴박성을 상징하기 위해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는 1920년 시카고 코뮌 학살사건에서 이야기를 자른다.

3. 상세

제목의 강철군화는 자본가 트러스트의 수족이 되면서 사실상 지배계층으로 탈바꿈하는 초법적 권력기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군, 경찰, 언론 등의 벌가벗은 권력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강철군화'가 하는 일은 실제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벌어졌던 백색테러 및 언론통제이다.

일명 '소설 자본론'이라고 불리며, 운동권 계열 출판사인 한울에서 잭 런던 전집의 일환으로[4] 80년대 말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소설 내에는 실존인물과 가상인물, 사실과 가상현실이 혼동되고 있으나, 1900년대 초반 거대한 물결처럼 미국 사회를 덮쳤던 사회주의 공화국 운동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 시절의 미국은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은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이때 유진 데브스 같은 사회주의 운동가가 활동하기도 했다.

예언적 소설인 만큼, 실제로 이루어진 예언도 많다. 작가가 내다본 독일 영국, 미국의 전쟁( 제1차 세계 대전), 독일의 혁명에 의한 붕괴(강화 즈음 제2제국이 붕괴된 것[5]), 파쇼의 등장[6], 태평양 전쟁( 인디아를 노린 일본 영국 간의 갈등) 등이 있다.[7] '파업진압단(Mercenaries)', 즉 백골단은 80년대 번역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문에 90년대까지 군대에서 읽다 걸렸다간 경칠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내의 예언은 대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언론 재벌 월리엄 루돌프 허스트와 민주당[8]의 몰락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현실의 미국은 뉴딜정책 등으로 강철군화가 지배하는 파쇼국가가 아닌 민주국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음모론적 트러스트들의 연대, 결탁이 실제로 없었던...것은 아닌데, 실제로 1933년, 일부 보수인사와 자산가들이 만든 "아메리카 자유 연맹"들이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끌어내리고 파쇼국가를 세우려 했으나, 그들이 내세운 바지사장 스메들리 버틀러( 미 해병대 예비역 소장)가 폭로하면서 실패하였다. # 솔직히 애들 장난 급이긴 했지만.

좌파의 입장에서 이 소설의 예측이 빗나간 사례와, 그에 대한 분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파의 입장에서야 이 소설의 전제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테니,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4. 오역

엄연히 말하면 Iron Heel은 쇠 뒷굽이 정역이고[14], '강철군화'라는 번역명은 오역이다. 그런데 한울사의 번역명인 '강철군화'가 유명해지는 바람에 뒤의 출판사도 그대로 답습했다. 여하간 제목 자체가 오역/소설, 혹은 초월번역 항목에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문맥 번역에서는 오히려 한울사가 낫다는 평이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도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1] 인류 형제애 시대는 2237년이 원년이다. 그러니까 B.O.M 419년은 서기 2632년이 된다. '강철군화'는 권력을 장악하면서, 과학자, 주요 산업기술자 등의 중간계층과 사실상의 군부로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를 분쇄하는 파업진압단을 협력층으로 동원하게 되는데, 작품에서 정확히는 안 나오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중간계층 격인 어용노동자들과 강철군화가 파업진압단을 근위병으로 활용해 내분하여 계급갈등( 쿠데타와 카운터 쿠데타)을 벌이게 되고, 그 와중에 어부지리로 밑바닥 노동자들이 일으킨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 시대의 종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 진짜 이름으로 쓰이는 어니스트(Ernest)가 아닌 정직한(Honest)과 영원히 힘든(Everhard)라는 성은 마치 러시아 직업 혁명가의 가명(ex. 스탈린;강철의 사나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3] 그녀는 기록을 숨긴 뒤 '강철군화'의 하수인들에게 잡혀가 총살당했다. [4] 잭 런던이 노골적으로 조선을 "야만적", "구경거리만 찾아 다니는 덩치만 큰 게으름뱅이들"이라고 디스하는 내용의 < 러일전쟁 종군기>도 번역했다. 잭 런던은 사쓰마 번의 무사들이 남자답다고 평가하는 등 와패니즈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 [5] 과정과 원인은 동일하나 소설에서처럼 공산혁명은 아니었다. 자세한 설명은 독일 11월 혁명 항목을 참고하기 바람. [6] 흥미롭게도 파쇼의 본고장 이탈리아는 소설에서 사회주의 협동사회체제가 등장한 것으로 나온다.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도 함께. 하지만 제2봉기 이후 이러한 유럽의 사회주의 체제는 전멸한다. 거꾸로 11년 후 최초의 공산혁명이 일어난 러시아는 소설 내내 언급도 없다. [7] 그런데 사실, 이런 '실제로 이루어진 예언' 은 딱히 잭 런던의 독창적인 예측이 아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결국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거나, 그 와중에서 파시즘 체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마르크스도 한 적이 있다. [8] 남북전쟁 당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포지션이 지금과 반대였지만, 이미 1900년대 초반에는 민주당이 보수적 남부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 정당이란 역설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이는 서부의 인민당 운동이 결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9] 작중 철도, 기계, 철강, 기술자 노조의 월급이 인상되고 노동시간도 줄어든다는 내용은 있다. 그것은 노동자의 분열을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10] 자기 재산을 맡겨둔 은행에 가 보니 '무슨 헛소리심? 님은 이 은행에 계좌 없는데요?' 라고 반응했다. [11] 반체제 인사의 계좌에 빚을 입금한 러시아나 패전 직전부터 46년까지 국민들의 예금을 봉쇄한 일본 등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이런 일을 자행한 정부들은 대개 압도적 권력을 바탕으로 경제인들을 겁박하고 협력하게 하는 전체주의 정권이었지, 이 소설의 묘사처럼 경제인들에게 장악당한 자본가 과두정권은 절대로 아니었다. 작중 배경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차라리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걸면 걸었지 사유재산 자체를 조작하는 수법을 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 [12] 이런 경제적 권리 부정은 결국 친체제 반체제를 막론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지하경제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실제로 일본은 40년대 중반의 예금 봉쇄의 대가로 국민들의 은행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하게 잃는 큰 대가를 치렀다. 작중 상황처럼 경제인들이 아예 정부를 장악한 상황이라면 이런 식의 사유재산권 부정은 자기 목을 조르는 바보짓밖에는 되지 않는다. [13] 펄 벅의 저서인 '현대의 영웅'(A Modern Day Hero)을 보면 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있다. [14] 무쇠 뒤축이나 무쇠 발굽도 적절한 번역이고, 무쇠 구둣발도 가능하려나... 여하간, Iron은 강철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