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9년 6월 25일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가 벌인 희대의 막장경기. 다른 막장경기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일반적인 막장경기는 선수들의 막장스런 플레이로 인해 어쩌다보니 시합이 그렇게 되는 것이지만, 이 시합은 작년의 2008년 6월 4일 경기처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막장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플레이자체는 욕먹을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시합 후 다른 6개 팀 팬들의 비웃음으로 점철되는 다른 막장시합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2. 결과 및 전개
6월 25일, 18:31 ~ 23:12 (4시간 41분), 무등 야구장 5,964명 | |||||||||||||||||
팀 | 선발 | 1회 | 2회 | 3회 | 4회 | 5회 | 6회 | 7회 | 8회 | 9회 | 10회 | 11회 | 12회 | R | H | E | B |
SK | 채병용 | 1 | 0 | 0 | 0 | 0 | 0 | 1 | 1 | 2 | 0 | 0 | 0 | 5 | 9 | 0 | 8 |
KIA | 구톰슨 | 0 | 0 | 4 | 0 | 0 | 0 | 0 | 1 | 0 | 0 | 0 | 1X | 6 | 7 | 1 | 7 |
승리 투수 | 곽정철(3이닝 무실점) | ||||||||||||||||
패전 투수 | 최정(0이닝 1실점 비자책) | ||||||||||||||||
홀드 투수 | 김영수(⅓이닝 무실점), 손영민(0⅓이닝 1실점 비자책점), 유동훈(⅓이닝 무실점) | ||||||||||||||||
홈런 | 홍세완(3회 3점) |
타자 김광현, 패전투수 최정, 1루수 윤길현 |
백투더 베이스볼 6월 25일 연장 12회, 김광현 타자-최정 투수(2009)
6월 24일 KIA와 SK의 경기가 12회 연장 끝에 무승부로 끝났는데[1], 그 다음날 경기도 12회까지 진행됐던 게 문제였다. 12회초에 대타로 김광현이 등장하면서 막장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의외로 끈질기게 버티며 선전했기에 상대팀인 KIA의 팬들도 응원을 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그러나 이후 투수진이 고갈된 SK는 12회말에 최정을 마운드에 올리는 무리수를 두고 프로 데뷔 후 마운드에서 처음 서본 최정은 KIA의 선두 타자 안치홍에게 3루타를 맞고 시작한 후,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었고 최종적으로 낮게 던진 공을 정상호가 포구하지 못해 뒤로 빠지며 3루에 있던 안치홍이 홈인, 막장 경기를 끝냈다. 다만 최정이 던진 공 자체는 굉장히 좋았기에(스트라이크도 꽂아 넣었다) 해설진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광경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투수 김광현에게 안타를 맞을까봐 자신의 가장 빠른 공인 152km/h짜리를 던지는 곽정철, 번트로 투 스트라이크가 되었는데 선구안을 살려 파울 커트까지 하면서 풀 카운트까지 간 김광현, 정말로 쓰리 아웃 시킬 각오로 145km/h 직구를 던지는 최정, 투수 최정 상대로 이호신이 1볼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자 타자를 교체한 조범현 감독 등이 있겠다. 그 외에 주자가 3루까지 가자 양손에 포카리스웨트 병을 움켜쥐었으나, 결국 뿌리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박기남 선생도...
이 경기와 관련해서 SK의 김성근 감독은 무승부가 패배로 계산되는 이번 시즌의 순위 결정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었고, 투수가 남아 있는데도 프로무대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선 적이 없는 최정에게 볼을 던지게 했고, 투수 윤길현에게 1루수를 보게 하는 등 이번에 보인 납득하기 힘든 플레이는 시위의 성격이라는 평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의견도 있다. 전 이닝에서 지명타자를 수비로 돌리는 바람에 세 번째로 타석에 서야 할 선수는 정대현이었는데[2],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3이닝이나 던진 마무리 투수 정대현을 한 이닝 더 올릴 수도 없는데 타자 엔트리도 모두 써버린 상황에서 그나마 최근 타격 경험이 있을 법한 김광현을 대타로 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불펜 투수도 다 소진한 상황이라 실질적으로 운용할 만한 투수가 없었고 그래서 고교시절 투수로 재능을 보였던 최정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3][4] 심지어 마지막 타자 김형철을 상대할 때는 2루수 윤요섭을 2-3루간 사이에 밀어 넣어 1, 2루간을 비워 좌타자인 김형철이 당겨치면 그대로 끝장나는 말도 안되는 시프트였기에 더욱 욕 먹는 요소. 김성근 감독은 이만수 코치가 사인을 잘못 읽어 저런 수비 시프트가 나왔고 바꿀까 했지만 욕만 더 먹을 것 같아 바꾸지 않았다고 특유의 자아분열 인터뷰를 했는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김성근 감독은 욕먹는 게 싫어서, 혹은 다시 바꾸는 게 귀찮아서 저런 막장 수비 시프트를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 된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변명인 게, 정작 수비 위치 지시하는 이만수조차 이게 맞냐는 표정으로 확인을 몇 번씩이나 했다.
이 시즌 초에 개정된 규정에 의하면 승률 계산시 무승부가 패배로 간주되기 때문에 어차피 막아도 다른 시즌 때처럼 비겨서 0.5게임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 끌 필요가 없었다. 이 경기가 그냥 무승부로 끝났더라도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2009년 페넌트레이스 승률은 .602로 같지만(두 팀 모두 133경기 중 80승) KIA 타이거즈가 SK 와이번스와의 상대전적에서 앞섰기 때문에(본 경기 제외 10승 2무 7패) 승자승 원칙에 따라 SK는 그대로 2위가 됐을 것.
이 경기가 있고 난 뒤 10년 후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정규시즌에서 두산과 SK가 동률이었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두산이 1위를 차지했다.
어쨌든 최정은 김재박과 최동수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세 번째로 투수와 포수를 맡은 선수가 되었다. 노 아웃에 3루타, 볼넷, 정상호의 포일로 패전 투수가 되어서 0이닝 1실점 무자책 패배이므로 방어율은 0.00. 포일은 수비에러로 취급되어 자책점이 붙지 않는다.
이 경기 덕분에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야구 커뮤니티는 엄청난 글리젠 속도를 보여 주었다.
웹툰작가 샤다라빠는 이 경기의 김광현과 최정을 웹툰에 그렸다. #
그러나 이 경기는 고의패배, 관중모독, 져주기 게임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김성근 감독의 해명이 진실이었다고 치더라도, 평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경쟁팀들을 비난했던 김성근 감독의 다른 언행들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김성근 감독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봉중근(2009년 9월 6일), 류현진(2010년 8월 22일)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부상에도 있어도 팬들을 위해 참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면서 상대팀 에이스와 감독을 동시에 깐 적이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고의패배, 경기포기 등의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김 감독은 당시 정대현은 3이닝째 던지고 있었고, 윤길현은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전병두는 전날에 등판으로 무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정을 투수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던 윤길현은 경기 전날도 출전했고 문제가 된 경기 당일에도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소 석연치 않았다. 또 김 감독은 좌타자 김형철 타석에서 1, 2루 간을 완전히 비워 놓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 이만수 코치가 잘못 이해하고 시프트를 지시했다."는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을 했다.
또 이날 경기는 마지막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는 KIA와 KIA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을 분노하게 만든 경기였다. 경기 막판에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자 최정을 투수로, 김광현을 타자로, 몸을 풀고 있던 윤길현을 1루수로 기용하고 끝내기 안타를 방치하는 '져주기 시프트'를 하면서 경기를 이긴 KIA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닌, 반대로 SK는 져도 진 게 아닌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관중모독'이라는 KIA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각 포털과 KBO 게시판에는 KIA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KIA팬들은 "정말 KBO에 대한 항의할 의도였다면 KBO에 정식으로 항의하면 될 것아니냐."면서 김성근 감독의 행동을 비판했다. 언론도 최선을 다해 이긴 팀에게 수치심을 준 경기, 승자도 패자로 만든 황당한 경기라고 김성근 감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연말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SK 왕조' 관련 유튜브에서 이 당시에 대한 설명을 김성근 감독이 하였다. 당시 패넌트레이스에서 무승부를 패배라고 인정하는 규정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기분이 나빠서 최정을 내보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패배가 결국 기아에게 0.5점차로 정규시즌 우승을 내주게 되는 원인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결과론적으로 이 교체가 그 해에 가장 잘못된 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용(9분 14초부터)
[1]
이날 박경완이 주루 중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되어 버렸다.
#
[2]
지명타자를 수비로 돌릴 경우 지명타자가 소멸되고 그 자리를 투수가 채워야 한다.
[3]
윤길현은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고, 대부분의 SK 투수들은 LG와의 주말 3연전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가 끝나기 전 이미 인천으로 출발한 상황이었다. 토요일 선발로 봉중근을 상대해야 하는 SK 입장에서는 투수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LG와의 3연전은 스윕으로 끝냈으니 이날 경기를 포기한 대신 성과를 거둔 셈이다.
[4]
실제로 최정은 고교시절 149km/h까지 던졌던 파워 피처였고, 2003년 미추홀기에선 우수 투수상을 수상한 적 있다. 그리고 실제로 SK에서도 처음에는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