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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프레이밍(framing), 피치 프레이밍(Pitch Framing), 캐쳐 프레이밍(Catcher Framing)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 할 때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해 미트를 움직이는 행위를 말한다.
CPBL 프레이밍 모음 |
2. 상세
2011시즌 제이슨 배리텍과 조나단 루크로이의 우타자 상대 피치 로케이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들(빨간색)이 한눈에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
스트라이크는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1]이라는 홈 플레이트 위의 가상의 입체 도형의 일부분을 거쳐 들어왔을 때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공의 경로만이 중요하지 포수의 포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구심도 사람이다 보니 포수의 포구 위치가 스트라이크/볼 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래서 포수들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약간 벗어난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구 기술을 쓰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프레이밍(Framing)이다.
사실 개념 자체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한국 야구팬들 역시 포수의 이러한 행동을 오래 전부터 미트질이라고 불러왔고, 미트질 구린 포수는 욕을 먹곤 하였다. 다만 이를 포수의 능력으로 평가해주기보다는 꼼수 혹은 일회성 장난질로 취급하는 게 고작이었다. 당장 미트'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어감부터가 그리 좋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던 중 메이저리그에서는 투구 궤적 추적 시스템 PITCHf/x가 도입된 후로 프레이밍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공의 실제 경로를 알 수 있으니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는지 아닌지도 알 수가 있게 되었고, 그것과 실제 스트/볼 콜 결과를 비교하면서 손익을 매기는 방식인 것이다. 현재 statcorner, baseball prospectus에서 프레이밍 스탯을 제공중이며[2] 2019년부터는 팬그래프와 baseball savant에서도 프레이밍 스탯을 적용한다.
현재는 포수의 능력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포구는 한 경기 포수에게 가장 많이 일어나는 플레이이고, 수치적인 환산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매년 엘리트급 프레이밍 능력을 가진 포수는 프레이밍만으로 시즌 15~25점 가량의 실점을 막아주는 것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걸 WAR로 환산하면 무려 2~3 가량이 된다.[3] 프레이밍 본좌 중 1명인 조나단 루크로이는 baseballprospectus 기준 50.6실점을 방어했는데 이는 무려 WAR 5가 넘어간다. 팬그래프 기준 WAR 5~6은 Superstar급이다![4]
야구계 최고의 프런트 중 하나인 앤드류 프리드먼은 프레이밍을 매우 중요시해서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 시절에는 타석에서 무존재감에 가까운 호세 몰리나를 프레이밍 하나만 보고 주전 포수로 기용하였고, LA 다저스 사장으로 와서는 프레이밍이 뛰어난 야스마니 그랜달을 얻기 위해 팀 프랜차이즈 스타 맷 켐프를 내주었다.
현역 메이저리그 포수 중에는 야스마니 그랜달, 트래비스 다노, 오스틴 헤지스,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마틴 말도나도 등이 프레이밍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은퇴한 버스터 포지와 야디어 몰리나는 프레이밍이 각광받기 전에도 이미 최고의 포수들이었는데 프레이밍까지 잘한다는 것이 밝혀지며 명성이 더욱 올라갔다. 한국계 미국인인 행크 콩거 또한 프레이밍에 일가견이 있던 포수로 2013-2014시즌 기준 그의 프레이밍 능력은 리그 원탑 수준이었다. KBO 리그에서는 최재훈, 유강남, 박세혁 등이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5]
2019년부터 팬그래프도 WAR 계산에 프레이밍 점수를 합산하여 업데이트했다. 그 결과 브라이언 맥켄의 통산 WAR가 거의 20 가까이 올라가고 버스터 포지도 10 이상 증가한 반면, 2008년 OPS .858 WAR 2.7을 찍었던 라이언 더밋은 WAR -2.8(...)을 기록하게 되었다.
정반대로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드는(...) 프레이밍의 소유자들도 있다. 투구가 스트존 가장자리를 걸치며 들어왔음에도 포수가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글러브를 존 바깥으로 밀려나도록 잡아서 볼 판정을 받곤 한다. 특히 존 하단의 공을 글러브를 스윽 들어올리며 잡는 프레이밍 스킬은 최근에는 포수의 기본과도 같은데 이걸 위에서 덮듯이 잡으면서 팀에 해악을 끼치는 포구를 팬들은 덮밥이라는 멸칭으로 부르곤 한다. 윌슨 라모스는 2019시즌 뉴욕 메츠에서 끔찍한 수비력과 포구 능력을 보여주는 바람에 노아 신더가드가 대놓고 자신의 등판 때 라모스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윌린 로사리오도 콜로라도 시절 포구와 프레이밍이 둘 다 안되는 포수로 유명했다. 한국에서는 주효상이 경험치를 쌓는 과정에서 덮밥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재원은 현재진행형이다.
3. 비판
프레이밍이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사실 간단히 생각해봐도 프레이밍은 100% 다 포수의 공은 아니다. 우선 프레이밍을 하기 위해선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선 근처를 오가는 공을 던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포수가 요구한 공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포수가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공을 던질 것을 요구했으나 바깥으로 빠져서 결과적으로 경계선에 걸치게 된 공은 포구 자세가 흐트러져 프레이밍을 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주심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서도 충분히 달라질 수가 있다. 해당문제를 다룬 칼럼과 그를 소개한 블로그 링크201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마이애미 말린스에 호르헤 알파로와 식스토 산체스를 내주고 J.T. 리얼무토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팬그래프 WAR로 따져보면 리얼무토가 1위, 알파로가 3위로 필라델피아가 포수 순위 약간 끌어올리려고 유망주까지 내주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 리얼무토는 fWAR 1위를 유지한 반면 알파로는 23위로 폭락했다. 필라델피아는 투수진이 뛰어났지만 마이애미는 그렇지 못했는데, 필라델피아 투수의 공을 받을 때는 프레이밍으로 상당한 WAR을 벌어들인 알파로가 마이애미로 이적하자 프레이밍 지표가 뚝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알파로도 망하고 산체스까지 망하면서 필라델피아가 큰 이득을 본 트레이드가 되었다.
또한 프레이밍을 포수 수비력에 있어 어느 정도 우선 순위로 보아야 하느냐는 것도 의견이 분분하다. 프레이밍을 하기 위해 공을 아슬아슬하게 잡으면 포일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최고의 프레이밍 스킬을 가진 야스마니 그랜달은 3시즌 동안 포일 1위를 기록했고, 결국 다저스의 포스트시즌에서 사고를 터트리며 거하게 욕을 드셨다. 반면 살바도르 페레즈는 수치상 가장 프레이밍이 나쁜 포수 중 한명인데, 블로킹과 도루 저지 등 다른 포수 수비는 모두 뛰어나며 현장의 의견이 존중되는 골드 글러브에서는 페레즈가 7년간 5회 수상을 독식했다. 물론 프레이밍 지표가 최상위권이면서 폭투마저 다 막아준다는 야디어 몰리나같은 포수도 있지만, 그런 완전체가 아닌 이상 포수가 프레이밍에 신경을 더 쓸지 아니면 확실하게 잡는데 신경을 더 쓸지는 포수의 성향 문제이다. 그란달이 프레이밍에 주로 집중해서 압도적 프레이밍 수치 + 마이너스 수준의 블로킹 수치를 찍는 포수라면, 살바도르 페레즈는 프레이밍을 약간 손해보더라도 안정감을 추구하는 성향의 포수다. 예를 들어 아래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가 들어온다면 그란달 유형은 존 바닥에 아슬아슬하게 걸칠 가능성을 보고 프레이밍을 시도하지만, 페레즈 유형은 포일의 가능성을 보고 프레이밍보단 미트를 바닥에 내리꽂듯이 포구하여 공을 확실히 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란달, 타일러 플라워스, 알파로처럼 프레이밍 하나만 좋고 블로킹, 풋워크 등이 나쁜 포수는 과연 좋은 포수로 봐야할지 아닐지 의견이 분분해진다.
한편 프레이밍 자체를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나 심판을 속이는 기만 행위인데 이를 훈련하고 수치화, 순위화까지 하는 세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 현대 야구에선 판정 시비에서 심판을 욕하면 욕했지 프레이밍 했다고 포수를 욕하진 않으나, 세이버 메트릭스에서 포수의 객관적 능력으로 보면서 시장을 만들어버린 건 또다른 문제이다. 마이너에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를 시험하고 KBO에서는 정식 도입하여 모든 볼 판정을 맡겨버린 반면 메이저에서는 선수 노조가 도입을 반대하는데 특히 프레이밍 때문에 포수들의 반대가 가장 격렬하다고 한다. 포수의 몸값까지 좌우할 정도로 프레이밍 시장이 커져버려, ABS 도입을 틀어막고 있다. 얽히고 얽힌 이해관계가 게임의 공정성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프레이밍은 일종의 버그성 플레이에 해당한다. 다만 그 버그성 플레이 중에서도 시스템의 헛점을 노려 기대 결과를 정반대로 바꾸는 심각한 버그성 플레이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자면 뮤탈뭉치기는 공중 유닛의 판정 버그를 이용했지만 굳이 버그 없어도 유사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인 전술로 채택되었고, 일꾼 비비기는 시스템에서 의도하지 않은 동작인 리턴 카고 버그는 금지지만 정상적인 자원 채취 판정과 정상적인 유닛 충돌 판정을 이용했기에 기본적으로는 허용되었고, 스탑러커는 뮤탈뭉치기와 마찬가지로 어쨌든 S 키를 광클하여 버그 없이 따라할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허용되었다. 반면 게임 시스템을 건드려야만 재현 가능한 얼라이마인은 금지되었다. 프레이밍은 야구의 기초인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을 뒤바꾼다는 점, 그리고 선수의 플레이에서 그치지 않고 심판의 판정까지 이용한다는 점에서 뮤탈뭉치기나 스탑러커보다는 얼라이마인에 보다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포수 입장에선 이기기 위해 프레이밍을 하는 게 당연하고, 구단 입장에선 아무튼 승리를 가져오는 포수에게 더 좋은 몸값을 부르는 게 당연하며, 세이버메트릭스 입장에선 '아무튼 승리를 가져온' 선수의 행위를 스탯에 반영하는 게 실로 납득이 가지만,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오심 시비를 줄일 기회를 틀어막고 있는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4. 전망
포수 프레이밍의 허와 실 (번역문)이라는 기사에 의하면 프레이밍은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운 기술이라 결국에는 관련 능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상대적인 영향력이 급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후술할 김경문 감독이 언급한 과유불급식 해석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6]무엇보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소위 말하는 로봇 심판이 도입될 경우, 프레이밍은 하루아침에 아무 의미없는 능력이 된다. 이미 로봇 심판 도입은 현실이 되어 각 리그 모두 도입을 논의중인데, 실제로 로봇 심판을 시험 운행했던 한국 고교야구 경기에서는 포수가 덮밥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스트라이크를 판정하였다.
이 문제 때문에 거꾸로 스트라이크존 판독 기기의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존재한다. 최소한 프레이밍을 야구의 재미 중 하나로 인식하던 사람들에게는 야구의 재미요소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므로 마냥 오심 가능성을 묵인한다고 일축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프레이밍 논란 때문에 MLB에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이었으나, 상대적으로 프레이밍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적고 심판 판정 논란이 훨씬 거셌던 KBO는 2024년부터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 시스템)라는 이름으로 정식 도입하여 프레이밍의 의미 상실이 현실화되었다. 물론 현장에선 투수에게 주는 안정감 때문에 여전히 프레이밍이 유효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적어도 프레이밍이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일은 없게 되었다. ABS 시대에 돌입한 한국야구는 프레이밍의 역할이 반동 경감이나 몸에 배인 습관 정도로 위상이 축소되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투구는 ABS를 통해 기계가 판단하니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레이밍보다 공을 맛있게 덮어서 타자의 멘탈을 흔드는 역프레이밍이 더 중요해졌다고도 주장한다. # 댓글에 강민호 언급이 있는데, 실제로 강민호가 시즌 초반에 이것으로 상대 멘탈을 흔들며 재미를 많이 봤다.
실제로 KBO 홍보팀의 이경호 팀장은 인터뷰에서 "영리한 포수는 역프레이밍을 통해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현상도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투구 자체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됐지만, 포수가 공을 덮음으로써 타자로 하여금 볼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
5. 방법 및 훈련법
벤지 몰리나를 초청하여 프레이밍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3분 30초 부근부터 자세히 프레이밍 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
[kakaotv(399514894)]
6. 말말말
포수 출신 조범현 감독은 미트질보다 기본이 먼저라고 일침을 놓았다. # 물론 이는 기만행위라는 특성 때문이 아니라, 프레이밍에 신경쓰다가 공을 놓치기라도 하면 손해가 막심하니 기본에 더 충실하라는 원론적인 얘기이다. 역시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도 프레이밍보다는 정직하게 잡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 이쪽도 기본기를 등한시하다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인데, 여기에 더불어 상습적으로 프레이밍을 할 경우 오히려 판정에서 역차별(...)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추가로 지적하였다. 다만 두 감독이 이런 인터뷰를 했던 2015년에 주전으로 기용했던 포수 장성우, 김태군 둘 다 프레이밍 능력이 좋기 때문에, 자 팀 포수를 보호할 목적으로 일부러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1]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부터 바지 맨 윗부분까지의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홈 플레이트의 좌우 변을 좌우 경계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즉 타석에 선 타자의 체형과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
[2]
baseball prospectus에서는 아예 포수들의 WAR에 프레이밍 수치를 합산하여 제공중이다. 단, PITCHf/x 도입 이전의 프레이밍 수치는 제공하지 않는다.
[3]
팬그래프에서는 2~3의 WAR를 Solid한 주전급으로 본다.
# 즉, 글러브질 하나만 잘해도 쓸 만한 주전 선수 급의 WAR를 벌어다 주는 것.
[4]
멀리 갈 것 없이 출루머신 소리 듣던 13
추신수의 WAR가 5.5이다. 루크로이는 11시즌에 다른거 다 빼고 오로지 프레이밍 하나로 추신수급의 WAR를 번 것이다.
[5]
국내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는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는 아니다.
세이버메트릭스 실험실의
집계
[6]
만약 이러한 전망이 완전히 사실로 밝혀지고 선수간 능력치 편차가 실제로 매우 줄어든다면 아래의 스트라이크 판정 자동화로 인한 타격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