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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1-15 00:58:19

티알피

Þjálfi / Thialfi

1. 개요2. 기원3. 일대기4. 신인가 인간인가5. 대중문화 속의 티알피6. 관련 항목

1. 개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인간[1]으로, 뇌신 토르의 시종이자 로스크바의 오빠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기록된 신화 관련 문헌에서 토르의 종으로 더러 등장한다. 토르가 종으로 삼아 부리는 이유는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신의 전령이 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티알피를 '턀피', '샬비'라 표기하기도 하는데, 고대 노르드어 발음을 한글로 옮긴다면 '시알비' 또는 '샬비'가 가장 적절하다. Þ자가 /θ/ 발음을 가리키고, 고대 노르드어 표기에서 f는 /f/ 또는 /v/ 발음이 나는데 여기서는 /v/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Þ자를 영어권에서는 흔히 th로 옮기는데, '티알피'란 한글 표기는 Þjálfi를 영어로 옮긴 Thialfi란 표기만 보고 적당히 음역한 것이다.

2. 기원

까놓고 말해서 현재로서는 티알피의 기원을 모른다. 기원은 고사하고 티알피란 이름의 어원조차도 가설만 난무할 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에서는 티알피를 스웨덴의 고틀란드섬에서 빛과 불을 가져다준 신 '티엘바르(Thielvar)'로 숭배되었다고 설명했다. 티엘바르, 좀더 정확히 음역하면 '시엘바르'라고 해야 할 티엘바르는 서구의 여러 학자들 또한 티알피의 고틀란드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존하는 고틀란드섬의 전승에서 티엘바르는 섬에 들어온 첫 인간이자 고틀란드섬 주민들의 시조가 된 문화영웅으로 토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티엘바르와 티알피의 관계를 부정하거나 또는 '증명불가능'이라는 정도로 넘기는 학자들도 있다.

원래는 티알피가 아니라 로키가 토르의 동반자였는데, 로키는 신화에서 그 성격이 너무나 선명하기에 여기에 맞지 않는다 하며 인간 티알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티알피를 빛이나 번개, 또는 불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은 로키를 '불의 정령' 또는 '화염신'으로 보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티알피 또한 빛이나 번개, 불과 관련을 지어야 토르와 함께 하던 로키를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티알피라는 이름이 '섬기는 엘프'라는 가설도 있다. 스칸디나비아 민담에서는 대장장이 뷜란트처럼 인간 영웅이 죽고 나서 엘프로 모셔진 경우가 왕왕 있는 편이다. 프레이의 시종인 스키르니르 역시 엘프로 서술된 경우와 인간으로 서술된 경우 둘 다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게르만 노르드 학부의 교수 아나톨리 리베르만(Anatoly Liberman)은 2009년 Scandinavistica Vilnensis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티알피란 이름이 세와울프르(*Þewa-ulfr)에서 유래하여 '섬기는 늑대', 동생 로스크바는 '빠른'이란 뜻으로 보는 설을 주장하였다. 아마 로스크바가 등장하는 다른 신화도 있었겠지만 상실되었다고도 주장했다. 다운로드 링크

티알피의 아버지 이름이 에길(Egil)이라는 가설이 있다. 게르만 신화의 명궁 에길과 관련이 있는지는 불명.

3. 일대기

3.1. 우트가르드 로키와의 대결

티알피는 본디 토르가 거인의 땅 요툰헤임으로 여행을 가던 도중 잠시 들린 농부집의 아들이었다. 집안이 너무 가난했던 탓에 손님인 토르에게 아무것도 대접을 못했는데, 이에 토르가 자신의 염소를 잡아 자기 일행들과 농부의 가족들의 저녁 식사로 삼는다. 이때 토르는 염소의 뼈에는 손을 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하필 그날 따라 티알피는 너무나 골수가 먹고 싶었다.[2] 결국 티알피는 토르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염소 뒷다리 뼈를 칼로 째서 골수를 빨아 먹었고, 나중에 토르가 염소를 부활시켰을 때 염소가 뒷다리를 저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토르는 염소의 꼴을 보고 분노해서 이 가족들을 모두 죽일 뻔했다.[3] 하지만 욱하긴 하지만 뒤끝은 없는 토르는 티알피의 가족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모습을 보고서 티알피와 그의 여동생 로스크바(Roskva)[4]를 시종으로 데려가는 선에서 용서해주었다.[5] 이후 티알피는 토르의 몸종이자 전령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팔려간 거지만, 죽을 짓을 저지르고도 신의 사이드킥이 되었으니 인간으로서는 엄청 출세한 셈이다.

토르 일행은 마침내 우트가르드로 도달하여 우트가르드의 군주인 우트가르드 로키와 내기 대결을 하게 된다.[6] 모험 중에 티알피는 빠른 달리기를 살려서 정찰꾼으로 활약하고, 내기 대결에서는 티알피는 자신은 달리기 실력이 뛰어나다면서 신 측의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나섰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마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거인으로 구현화해 티알피와 승부하게 했지만 두 번이나 무승부를 냈다. 결국 지기는 했지만 인간 주제에 생각만큼 빠른 거인과 두 번이나 무승부를 낸 것을 두고 염소 뒷다리의 골수를 빨아먹은 탓에 그 신성한 다리 힘이 티알피에게 깃들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3.2. 흐룽그니르와의 대결

우트가르드의 일화 이후로도 티알피는 계속해서 토르를 섬기는 것으로 나오며, 거인 흐룽그니르와 토르가 대결하는 에피소드에서도 깨알같이 등장한다. 토르와 흐룽그니르가 결투를 벌일 때 토르보다 먼저 싸움터에 달려간 후 거짓말로 흐룽그니르를 속였고[7] 토르의 묠니르에 머리가 박살나 즉사한 흐룽그니르의 시체에 토르가 깔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자, 그 빠른 발을 활용해 토르의 아들인 마그니를 불러오기도 한다. 토르 위에서 흐룽그니르를 치울 정도로 힘이 센 신은 오직 마그니뿐이었기 때문이다.[8]

이 싸움에서 다른 거인들이 흐룽그니르를 돕기 위해 진흙 거인 모쿠르칼피(Mokkurkalfi)[9]를 만들었지만, 티알피는 모쿠르칼피를 도끼로 쳐서 쓰러뜨렸다. 모쿠르칼피가 덩치만 컸지 그저 의 심장[10] 을 넣어 움직이게 만들었을 뿐인 진흙더미이고, 토르가 흐룽그니르를 죽이자마자 오줌을 질질 싸며 겁에 질리는 겁쟁이이기는 하나 그래도 구름 위로 머리가 나온다고 묘사될 정도의 거대한 녀석인데, 그런 녀석에게 덤벼들어 쓰러뜨렸다는 점에서 무력 면에서도 의외로 비범함을 알 수 있다.[11][12]

4. 신인가 인간인가

티알피에 대하여 대중적으로 알려진 전승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신 혹은 엘프로 기록된 전승들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하여 3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게르만 신화의 주신은 시대에 따라서 티르->토르->오딘의 순서대로 바뀌어왔다. 토르 주신 신화에서 오딘 주신 신화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토르는 오딘의 아들로 격하되었는데[13] 이에 맞추어 그의 시종인 티알피가 신에서 인간으로 영락 당했다는 해석이다. 즉, 티알피라는 인물의 지위 변화로 북유럽 신화의 주신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킹들은 신화를 연극이나 축제 등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했는데, 일반적인 이들이 신을 흉내내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대한 진흙 거인(목쿨칼피)을 만든 다음 자신들이 같은 인간인 티알피가 되어서 거인을 공격하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14]
바이킹들에게 전해지는 토르 전설에는 '성실히 일한 농부는 죽어서 토르의 궁전인 발스키르니르로 향한다.'는 내용이 있다. 전사들이 가는 발할라와 대응되는 농부들의 죽음 후 정착지가 토르의 궁전인데, 티알피 역시 농부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토르의 시종이 된 티알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토르를 보좌하고 라그나로크 이후에는 새로운 인간들에게 빛과 불을 전해주는 신으로 변화한다는 내용은, 농부들에게 자신들도 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서 티알피는 토르가 담당하던 농사, 전쟁 등의 신격은 제외하고 '번개' 그 자체만 상징한다. 즉, 뇌신인 토르가 인간에게 형태를 보이는 것은 번개인데, 사람들이 이러한 번개를 토르의 연락책인 티알피로 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티알피란 이름의 어원조차 불확실하므로 이러한 해석은 어디까지나 허다한 가설의 일부이다.

5. 대중문화 속의 티알피

6. 관련 항목


[1] 그 외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은 아셰라드, 시구르드, 하르바르트 등이 있지만, 아셰라드와 시구르드는 신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간들의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하르바르트는 오딘이 변신한 모습이었다. 즉, 신들의 이야기가 메인인 부분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인 인간은 사실상 티알피가 유일하다. [2] 토르와 같이 있던 로키가 토르 몰래 티알피를 부추겨서 골수를 먹게 했다는 전승도 있다. 먹을 게 풍족한 현대라면 살코기를 냅두고 굳이 뼈를 빨아먹는 게 이해가 안 가겠지만 골수는 피를 만드는 부위이기도 하고 푹 익히면 부드러워서 배고프던 시절에는 이것 또한 먹곤 했고 지방이 풍부하여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어서 현대에도 미식가들이 즐기는 별미이기도 하다. 토르도 이를 알기에 미리 경고했던 것. [3]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엄연히 신이 내린 지시를 어긴데다가 신의 신물마저도 망가뜨린 짓이기에 당대로서는 신성모독을 저지른 것이나 다름 없다. [4] 참고로, 이 처자는 이 뒤로 공기가 되었다. 우트가르드 로키 신화 때도 거의 안 나오고, 그 이후로는 존재가 말소되었는지 이름조차 안 나온다. [5] 부모는 아들이 신의 시종이라도 되면 더 이상 굶진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좋아했다고 한다. [6] 우트가르드 로키가 특기가 없는 사람은 자기 성에 머물 수 없다면서 도발했다. [7] 당신을 섬기겠다며 토르가 당신의 머리로 묠니르를 날릴 테니 방패로 잘 막으라고 했는데, 흐룽그니르는 그 말에 오히려 토르 하인씩이나 되는 놈이 나를 속이려 든다며 방패를 바닥에 꽂았다. 이 덕분에 토르는 방심한 흐룽그니르를 박살낼 수 있었다. [8] 여담으로 토르는 자기를 구해준 보답으로 흐룽그니르의 말인 굴팍시('황금갈기'란 뜻)를 마그니에게 주었다. 문제는 애초에 흐룽그니르와 토르가 대결한 이유는 오딘이 굴팍시를 탐내서 일부러 싸움을 걸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점찍었던 말을 멋대로 자기 아들에게 준 토르에게 삐진 오딘은 후에 하르바르트로 변장해서 토르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9] '안개 송아지'(mist calf)라는 뜻이다. 국내에 발간된 북유럽 신화 책 중에 이를 '미스트 칼프'로 음역한 것도 있다. [10] 늙은 암말의 심장이었다. [11] 사실 농부의 아들 이었다니 체력이나 힘이 좋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농삿일은 현대에도 고된데, 현대에는 농기계라도 있지 과거에는 전부 사람과 짐승의 힘으로 해야 했다. 더군다나 북유럽이 농사 짓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거니와 운이 없으면 맹수와도 싸워야 했으니... [12] 한편으로는 티알피가 내리친 부위가 발목 근처였기에 쓰러질 수 있었다고도 한다. 덩치가 너무 커서 무게 중심을 못 잡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데, 티알피가 발목을 힘차게 연속으로 내리쳐 모쿠르칼피가 쓰러졌다는 것. [13] 이는 티르 역시 마찬가지로 오딘의 아들로 바뀌어 명맥을 이었다 [14] 일정부분 켈트족의 위커맨이 떠오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