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사람은 모두 죽고!
둘, 고령화 사회 매해 사망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셋, 최소 사십 년은 할 수 있을 평생직장을 구하고 싶었고!
넷, 은퇴가 없는 장례지도사야말로 저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라고 포부 넘치게 말했지만 사실 장례 지도사는 차선의 최선이었다.
한때 그녀는 라켓만 쥐었다 하면 펄펄 날아다니던 탁구 에이스.
상비군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아빠한테 걸어줄 날만 기다렸는데
12년 탁구 인생, 발목 부상으로 허무하게 라켓을 내려놓았다.
다 지난 일, 더 이상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
그보다 중요한 건 주특기였던 강한 스매시 실력으로
누군가의 따귀를 사정없이 때려야 되니까.
지금은 미션 중이니까.
그녀는 장례지도사가 된 후 기이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손이 닿는 순간, 입관실은 분장실로 변하고 고인은 온기를 찾는다.
고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스물하나였던 숫자가 하나하나씩 줄어든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팔짝팔짝 뛰어도 보고
재수 없는 손이라고 원망도 해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딱 스물한 명만, 딱 가을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텨보자고 다짐에 조심을 했는데 기어코 그 비밀 들키고야 만다.
하필 그 남자에게. “우리 헤어지자!” 이별 통보를 했던 그 남자 김집사에게.
오전 여덟 시. 모두가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시간!
녹색 어머니 옷을 입고 횡단보도로 향하는 남자가 있다.
호루라기를 휘휘 불며, 절도 있게 깃발을 여닫는 그를! 사람들은 김. 집. 사라고 부른다!
“어머 어머, 관상은 과학이라더니”
훈훈한 외모에 퍼펙트한 일 처리까지!
그 힘들다는 맘심을 단숨에 사로잡고 손은 또 얼마나 야무진지,
청소 빨래 설거지는 물론 바퀴벌레 한 마리 잡는 일, 쓰레기봉투 묶는 일까지
허투루 하나 없다.
고객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무엇이든지! 김 집사가 다 해낸다.
그를 건드리는 건 백동주라는 여자.
이상한 여자라고, 희한한 여자라고,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자꾸만 눈이 간다.
자꾸만 기대고 싶어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몸서리치게 아픈 기억과 상처를 그녀는 알아줄 것만 같다.
그 여자의 손이 예쁘다.
그 여자가 예쁘다.
한쪽을 귀 뒤에 꽂은 곱슬곱슬한 단발머리.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골칫덩어리 삼촌.
고시촌 신선(장수생) 출신으로 사법시험만 15년, 사시 막차 놓치고 법원 행시, 감정평가사, 노무사, 세무사, 법무사까지 줄줄이 떨어지고는 결국 합격증 한 장 없이 하산했다.
그리고 내 손으로 일 원 한 장 벌어보겠다는 각오로 생활 서비스 업체 [일당백]을 차렸다.
그런데 조카라고 하나 있는 놈, 낙하산으로 취업시켜 줬더니 말을 되게 안 듣는다.
하나뿐인 직원이니, 또 시킨 일 잘 해내니 군소리할 수도 없고.
별수 있나. 옆에 놓고 잘 지켜봐야지. 저거 저거 엉터리 같은 생각 하나 두고 봐야지.
3년 전, 결혼 허락받으러 갔다가 장례지도사란 이유로 문전박대받았고 그렇게 20년 열애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른 남자하고 결혼했으면 잘 살지. 뒤도 안 돌아보고 살지. 수백 번 바랐건만 그녀가 다시 나타나고야 만다.
안 그래도 속이 시끄러워 죽겠는데 말도 안 되는 꼬맹이 하나가 끼어든다. 챙겨주겠다면서.
말도 안 되지. 동주의 친군데, 열여덟 살이나 어린 친군데 정말 말도 안 되지.
가방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딸 동주를 키웠다.
부상으로 탁구를 그만둔 딸이 장례지도사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끔찍이도 싫었다. 차라리 공부를 시킬걸. 형편이 좀 넉넉해서 이럴 때 비빌 언덕이 돼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수도 없이 후회하고 자책했다. 그래서 동주가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 했을 때, 반가웠다. 동주가 시험에 합격하면 이중생활을 끝낼 생각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하루 마카롱 두 개씩 먹는 걸 소확행으로 여기는 간호조무사. 그녀의 소원은 단 하나. “남자랑 자게 해주세요!” 백 마흔다섯 번째로 소원을 빌던 어느 날, 소라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어른 연애, 삼각관계, 치정... 꿈에 그리던 지독한 사랑이 찾아왔다. 사랑의 난관 따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소원을 꼭 이뤄야 하니까.
석철(
곽자형)
낮에는 만년 대리, 밤에는 대리 기사 생활을 하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동주에게 자신이 몰래 숨겨둔 1억 수표를 찾아서 아내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석철의 아내(김가영)
강무옥(
김영옥[특별출연])
유소라의 할머니. 비가 내리면 학교로 데리러 와줄 엄마가 없었던 꼬마 백동주에게 엄마를 대신해 우산을 가져다주시곤 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중 동주의 11번째 고인이 된다. 마지막 소원으로 손녀 소라가 결혼할 때 주려고 만든 선물이 있다며 전해 달라고 동주에게 당부한다.
서강(
홍나현)
만삭의 임산부. 남편이 사과를 사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괴한으로부터 살해를 당해 뱃속 아기(땡삼이)와 함께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명 사과맘 사건으로 매스컴에서 크게 이슈가 된다.
이원효(오승백)
서강의 남편. 아내와 아기를 하루아침에 잃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한다.
서영철(
최재환)
태희(김집사)의 친동생인 김준호 사망 사건의 운전자. 사건 당시 음주운전을 하였다. 교통사고로 인해 현재는 의식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6]
요셉(
이천무)
아빠를 일찍 여의고 생계 때문에 바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아이. 미카엘의 성당에서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미카엘의 부탁을 받은 김집사, 백동주와 함께 캠핑을 간다.
박서린(
조아영)
아프게 태어나 평생을 아프게 살다 세상을 떠난 소녀. 자신의 사물함 속 편지를 꺼내 좋아했던 태형의 사물함에 넣어달라고 동주에게 부탁한다.
천다민(민채연)
신부 미카엘의 추천으로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일당백을 찾아왔다가 동주를 만난다. 다민은 동주의 분장실을 거쳐갔던 고인의 동생이었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남겨질 동생을 걱정하던 고인의 소원을 기억하고 있었던 동주는 김집사와 함께 다민의 결혼식 하객 대행을 맡는다.
윤설아(
주예림)
가수가 되어 엄마와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 엄마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비속살해). 마지막까지 자신의 죽음을, 생활고에 시달린 엄마가 자신을 죽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혜진(
박정언)
윤설아의 엄마. 장례식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던 중 생활고로 인해 딸을 살해한 뒤 자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