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종합격투기 관련 용어.한쪽이 일부러 매트에 드러누워 교착상태를 유도하거나 상대를 도발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 근원은 1976년 안토니오 이노키 vs 무하마드 알리의 이종격투기 시합에서 이노키가 계속 드러누운 자세로 알리의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에 알리는 "세상에 누워서 돈을 버는 건 창녀와 이노키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언급했고 따라서 속되게 '창녀권'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이노키 역시 "넌 누워있는 창녀를 상대로 아무것도 못하는 고자냐?"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2. 기원
1976년 이노키 대 알리의 이종 격투 경기에서 유래되었다.아직 종합격투기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경기 룰을 정하는데도 난항이 있었는데 결국 정해진 건 다음과 같다.[1]
- 알리: 양측이 일어선 상태에서 허리 아래 타격 금지, 파운딩 금지[2], 그래플링 허용
- 이노키: 로프 터치 금지[3], 그래플링 금지, 양측이 일어선 상태에서 허리 위 타격 금지[4]
이노키는 프로레슬러임에도 불구하고 클린치를 비롯한 그래플링 일체 금지, 알리는 쓰러진 상대에게 파운딩 금지라는 격투가 성립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알리킥의 탄생에는 이런 비화가 있는 것이다. 영상을 보면 클린치가 발생할 때마다 심판이 와서 뜯어말리는 걸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복서가 프로레슬링 룰로 싸우고, 프로레슬러가 복싱 룰로 싸워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5]
둘 중 하나가 열받아서 달려들어 패려고 들면 심판이 저지했고 현대 종합격투기와 달리 아무리 오래 누워있어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에 보는 사람 입장에선 속터질 일이었다.
그러나 이 시합이 세기의 대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무지막지하게 따분한 전개여서 그렇지 꼭 졸전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현대의 종합격투기와 달리 룰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합이기 때문에 양 선수는 자기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고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끈한 시합을 위해 일부러 져주는 선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도 각자 자기분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한쪽이라도 지는 선수는 소위 쪽 팔리는, 막대한 이미지 실추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니, 전체적으로 방어적인 경기 양상을 띤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수준이니. 현재는 오히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전략이 쉴새없이 오가는 치열하고 팽팽한 시합이었다고 재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알리와 이노키가 서로에게 유리한 포지션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고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틈틈이 보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교착상태만 유지한 건 아니라는 것. 가령 이노키가 누워서 계속 알리의 종아리와 정강이를 걷어차길 반복하자 알리가 아예 뒤로 쭉 빠져버리거나 킥으로 두들기고, 알리에게 다리를 붙잡힌 이노키는 바로 알리의 발목을 손으로 걸어 넘어뜨려서 그대로 힐훅을 걸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서로 주어진 룰 내에서 굉장히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3. 현재
종합 룰이 어느 정도 정립된 현대 격투기 경기에 들어와서도 그레이시 가문이나 파브리시오 베우둠,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연마한 선수들에 의해 자주 선보여졌고, 당연히 화끈한 타격전을 바라는 팬들과 관중들의 눈에는 곱게 비칠 리가 없기 때문에 이런 비아냥을 자주 사왔다. 네이트 디아즈도 코너 맥그리거와의 2차전에서 여러번 다운을 당했는데, 다운이 일어날 때마다 이노키 알리 포지션이 나왔다.하지만 비하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도 상당한 그라운드 기술을 요구하는지라 아무나 쓸 수 있는건 절대 아니다. 게다가 의외로 효과도 강력했는데, 초창기 무규칙 룰에서는 딱히 제지할 건덕지도 없었고 되려 가드 안으로 들어가서 서브미션에 GG를 치거나 들어가다가 업킥에 맞아 KO되는 사례도 왕왕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착상태가 끝없이 지속될 뿐이다. 스트라이커는 그래플러의 그라운드 테크닉을 경계하고 그래플러는 스트라이커의 타격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어느 한쪽이 과감히 치고 나가야 하지만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간 결과가 너무나도 뻔히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누워있다는 시각적 효과 때문에 그래플러 쪽이 굴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것은 스트라이커 역시 마찬가지다.[6] 종합격투기를 배웠어도 격투 기반은 타격가와 그래플러로 나뉘기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려고 한다.
이노키 알리 포지션의 장인 파브리시오 베우둠. 베우둠의 특기 중 하나가 유효타격을 맞은 것처럼 맥없이 쓰러지는 척 하면서 끝장을 내러 달라붙는 상대를 가드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실패 후 타격으로 패배한 적도 있지만 이것으로 효도르를 쓰러뜨린 적도 있다.[7] 그리고 데미안 마이아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둘 모두 각 체급은 물론 모든 체급 중에서도 극강의 그래플링 실력을 자랑하기에 가능했다.
경기의 템포를 늦추고 관중들에게 극도의 지루함을 선사하기 때문에 종합격투기(MMA)가 스포츠로 정착한 지금은 이노키 알리 포지션으로 갈 기미만 보여도 레프리가 바로 스탠딩을 선언한다. 게다가 점점 선수들의 주짓수 스킬이 상향평준화되고 올라운더가 대세가 되면서 발생빈도는 크게 줄었다. 그래도 쓰는 사람은 계속 쓴다. 대표적으로 베우둠의 경우는 문디알 블랙벨트 우승자, ADCC 준우승자인 가브리엘 곤자가를 상대로 이노키 알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건 곤자가의 일방적인 굴욕.
이걸 깨부수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 무릴로 닌자, 마우리시오 쇼군으로 대표되는 슈트박스의 선수들이었다. 몸을 날려서 발뒤꿈치로 머리를 찍어버리는 스톰핑을 선보였는데, 업킥에 머리를 맞을 위험성이 줄어들고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다음 동작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물론 이건 후아 형제의 주짓수가 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의 UFC 룰에서는 스톰핑과 사커킥 등이 모조리 봉인되었기 때문에 스탠딩에서 드러누운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힐 방법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FC에선 더 이상 이노키 알리 포지션, 좀 더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가드게임이 예전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 첫째 이유로는 누운 상대도 누운 상태의 안면 업킥이 반칙이며,[8] 두번째는 평균적인 주짓수 실력이 상향되어 가드 포지션에 들어가는 것이 딱히 불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9] 프라이드 시절만 해도 가드는 주짓수 실력 차이에 따라 하위가 유리한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는 상위에 있는 선수가 훨씬 유리하며[10] 상위에서 눌러놓는 것이 판정 채점에도 영향을 준다.
4. 미디어에서
그래플러 바키에서도 등장. 무하마드 알리가 모티브인 마호메드 아라이와 안토니오 이노키가 모티브인 이가리 칸지와의 대결에서도 이가리가 사용했다는 설정으로 그 때문에 아라이 대 이가리 상태라고 이름을 바꿔 나온다. 이후 아라이의 아들인 마호메드 아라이 주니어가 총 2번 이 포지션과 싸웠다. 첫번째는 무려 한마 유지로가 사용해 아버지를 능가했다는 아라이 주니어가 어떻게 이 난해한 포지션을 타파할지 기대했지만, 아라이 주니어는 "무술이란 건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이기기 위한 기술인데 자기보다 강한 자가 누워서 기다리고 있다면, 약자는 그냥 돌아가면 된다"는 신개념 해결법을 주장하며 그대로 튀었다.이후 아라이 주니어가 대뇌대전 출전을 신청하면서 소림사의 수련승을 상대로 테스트를 받게 되자 수련승 또한 이 포지션으로 응수하고, 대결을 지켜보던 류 카이오는 과거 아라이가 이가리를 상대로 이 포지션을 경험했지만 결국 1시간동안 대책을 찾지 못한채 무승부에 그쳤음을 상기시킨다. 이를 본 아라이 주니어는 이번엔 가만히 상대 앞에 무릎을 꿇어 앉은 뒤, 업킥 연타를 모두 상체만을 이용해 회피하는 괴물같은 움직임으로 파고들어가 마운트 포지션을 점하고 강력한 파운딩 한 방을 날려 상대를 일으킨다. 즉 유지로를 상대로 그냥 튄 건 어디까지나 도발의 목적이지 정말로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
서프라이시아에서도 반피 이상 깎이면 한마 유지로가 이 자세가 되는데 이때 도망 커맨드가 해금돼서 도망치면 된다.
비질란테에서도 등장. 김지용이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인간말종을 상대로 즉시 걷어차고, 칼 든 상대에게 킥만으로 무릎을 작살내거나 누운 자세에서 상체 힘만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대로 당하러 달려드는 상대방의 턱을 그대로 어퍼킥을 날리는 등 일반인은 시도도 못할 공격력을 선보였다.
KOF 시리즈의 세스가 사용하는 초필살기 '몸넣기 탄월'은 정석적인 이노키 알리 포지션이다.
럭키짱 2부 15권, 서울 vs 수원 싸움에서 표독수가 양무도 앞에서 이노키 포지션을 취했다. 표독수는 이 전략을 닐리리 전법이라 불렀지만, 누워있었기에 사정없이 밟혔다.
5. 기타
이후 일본에서는 대결중인 양자가 서로 자기가 유리한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교착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는지, 이 사건은 이후에도 간간이 네타로써 쓰였는데,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준 심리적 영향이 작지만은 않았음을 방증한다. 오죽하면 이런 상황을 '이노키-알리 국면'이라고 신조어를 만들면서까지 쓰는 경우도 있다. 주로 폭풍전야 같은 상황을 지칭할 때 쓴다고.6. 관련 문서
[1]
당시
이종격투기가 한창 흥미를 모으기도 했다.
[2]
경기 영상을 보면 파운딩하려는 알리를 말리는 심판을 볼 수 있다.
[3]
Pride와 같은 사각의 링에서 경기했다.
[4]
경기 영상을 보면 알리의 복부를 향해 킥을 날리자마자 심판이 제지하며 허리 아래 타격을 강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5]
사실 그조차도 아닌 게 보시다시피 '허리 위 타격 금지'라는 규칙이 붙었기 때문. 그렇다보니 이노키는 사실상 로우킥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6]
안으로 들어가다가 업킥을 맞거나 그라운드로 끌려가서 황당하게 지는 선수들도 있다.
[7]
다소 논란이 있는 코사카 츠요시에게 당했던 패를 제외하면
효도르의 첫 패배였다.
[8]
업킥은 반칙이 아니고, 서 있는 상대의 몸의 일정 부분이 바닥에 닿았을 때 안면으로의 킥이 금지. 4점 니킥 금지랑 같은 원리.
[9]
정확히는 가드 포지션의 상위.
[10]
초창기 종합격투기에서 상위에서 때리는 파운딩과 주짓수 실력이 낮았을때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운딩만으로 결정타를 입히거나 피니시를 시키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여론에는
효도르조차 상대를 파운딩으로 피니쉬 시킨적 없는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점차 선수들의
주짓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어가고, 그라운드 상황에서 상위 포지션의 파운딩과 엘보우가 공격 옵션으로 들어가니 종합격투기에서 하위 포지션이 불리하다는 사실이 계속하여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