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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5 09:46:28

유자소전

파일:유저소전 초판.jpg 파일:유자소전 바이링괄.jpg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4. 여담

1. 개요

이문구 작 단편소설. 유자[1]라는 별명으로 불린 유재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2. 줄거리

소설가 이문구(작중에서는 '나'라고 불린다.)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한 명 있다. 바로 충남 보령 출신 친구인 '유자'라고 불린 유재필이란 사람이다. 성격이 매사 솔직 담백하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유한 유재필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가만히 지나치지 않는 인정도 많은 인물로 그가 싫어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들에겐 가혹하고 강자들에겐 비굴한 사람들이다.

특유의 입담과 인맥으로 이문구에게 여러 지인들을 소개시켜 준 뒤 6.25 이후로 한미한 일용직으로 지내다 5.16 정변 때 군대에서 운전실력을 인정받아 대기업 총수의 운전수로 지내게 된 유재필은 이 때 이문구를 만나게 되었다. 이문구는 무명작가로 대기업 총수의 운전수로 취업한 유재필을 부러워하지만 유재필은 총수[2] 위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총수가 영 답답하고 꼬장한 인물이라 짜증이 날대로 난 재필, 술집에서 문구와 여러 얘기를 하며 총수의 위선을 꼬집어대는 유재필은 총수가 사온 비단잉어 얘기로 돌리며 총수의 돈지랄을 비웃는다.[3][4]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비단잉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총수는 갑자기 잉어들이 죽은 것에 어쩔 줄 몰라 재필에게 따졌지만 재필은 느긋하게 비단잉어들이 그냥 지역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답할 뿐이었다.[5] 그러자 총수는 재필이 그 잉어들을 잘 묻어주었는가 생각하여 잉어들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잉어들은 매운탕으로 만들어 술안주로 먹었다고 한 당당한 대답 뿐이었다.[6] 이에 총수는 경악하며 "그 녀석들을?"이라 외치고 재필이 "엥? 왜요?"라고 당당하게 반문하자 "저... 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종놈... 그 귀한 것들을 고이 묻어주지 못할 망정...!"이라고 부들부들 떤다.
총수는 오늘도 연못이 텅 빈 것이 못내 아쉬운지 식전마다 하던 정원 산책도 그만두고 연못가로만 맴돌더니,
"유 기사, 어제 그 고기들은 다 어떡했나?"
또 그를 지명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한 마리가 황소 너댓 마리 값이나 나간다는디, 아까워서 그냥 내뻔지기두 거시기 허구…… 게 비눌을 대강 긁어서 된장끼 좀 허구, 꼬치장두 좀 풀구, 마늘두 서너 통 다져 놓구, 멀국두 좀 있게 지져서 한 고뿌덜씩 했지유."
(중략)
"그 불쌍한 것들을 저쪽 잔디밭에다 고이 묻어 주지 않고, 그래 그걸 술안주해서 처먹어 버려? 에이……에이…… 피두 눈물두 없는 독종들……."
총수가 유자에게 죽은 비단잉어를 처리한 방법을 듣고 한 말.

이를 들은 총수는 재필의 뻔뻔함과 같은 배짱에 속이 제대로 상해 재필을 더욱 밉게 보았고 기회를 보던 중, 재필이 총수의 집 불상의 파리똥을 닦겠다고 마른 행주에 침을 뱉어 닦으려는 걸 보고 기회를 잡아 재필을 냅다 해고시켰다. 이에 재필은 애초부터 총수의 밉상질에 질려버린 터라 오히려 홀가분하게 나섰고 그룹 내 노선상무[7]가 되었지만 답답한 총수를 벗어났으니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그는 정말 편한 마음으로 그 특유의 명쾌함과 사리분별로 온갖 말썽을 커지기 전에 바로 끝낸 다음 사비를 털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어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다.

말년에 들어서 그는 종합병원 내 원무실장으로 지내다 6월 항쟁 당시 항쟁자들 일로 병원장과 크게 싸운 뒤 사표를 내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나 그 과정에서 그는 몸의 이상을 느꼈다.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아본 결과 그는 간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재필은 자신이 간암에 걸린 것에 놀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도우러 나서는 바람에 무리를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암이 악화된 재필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을 힘겹게 이끌고 사람들을 돕다가 숨을 거뒀다.

재필의 부고를 들은 이문구는 친구 재필의 죽음을 애도하며 재필을 유자라 부르며 그의 일대기를 담은 작은 책을 써서 친구의 영전에 올렸다.

3. 등장인물

4. 여담



[1] 중국에서 성인에게 붙이는 ~자( 공자, 장자 등)라는 호칭과 관련이 있는 이름으로, 비록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정직하고 됨됨이가 된 인품을 보아서 성인들에게 붙여주는 “자”를 그의 성씨에 붙여 유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2] 비단잉어를 마당에 연못을 파서 키우고, 집에는 거대한 불상을 놓고 산다. [3] 재필의 말에 따르면 비단잉어가 한 마리당 80만원씩이라 하고 화자는 "뭐, 뭔놈의 잉어가 사람보다 비싸다냐?"라고 놀란다. [4] 여기서 유재필이 화자에게 "그 놈들이 보통 놈은 아니다 싶다. 음악을 들려주면 그 박자대로 춤춘다는데.."라 하며 비단잉어들에게 음악을 틀어주는 것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뱉어낸 벤또'라고 말하고, 표트르 차이콥스키를 '차에 코풀구 싶어'라고 말하는 매우 구수하고 인상적인 표현이 나온다. [5] 연못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고 들이부은 시멘트의 독이 다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단잉어를 집어넣은 탓이기도 했다. [6] 비늘을 대강 긁어 떼어내고 된장에 고추장 풀고 다진마늘 서너 통을 넣어서 끓여 한 사발(고뿌)씩 나눠먹었다고 써져 있는데, 사투리를 써서 그런지 엄청나게 리얼하다(...). 문장 첫부분에 맛대가리 없는 서양 물고기라는 언급, 이후 해감내가 나더라도 국산 붕어 매운탕 생각이 절로 난다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사실 당시 80만원이라는 현재에서 억대라는 무시무시한 값어치의 물고기를 지져먹은 것에서 총수가 화를 안낼 이유도 없긴 하다. [7] 진짜 상무이사는 아니고, 운수업을 하던 총수의 기업 내에서 교통 사고 사후 처리를 담당하는 궂은 일이었다. 항상(常) 노상 길가에서 일해(務)서 노선 상무였다. [8] 1942년 읍으로 승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