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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8:06:29

시뇨리지

주조차익에서 넘어옴
1. 개요2. 원리3. 부작용4. 역사
4.1. 고대4.2. 글로벌 시뇨리지: 기축 통화의 특권
5. 기타

1. 개요

시뇨리지(Seigniorage) 또는 번역하여 화폐주조차익(貨幣鑄造差益)은 중앙은행이나 정부[1]에서 은행권 경화 화폐를 발권함으로서 얻는 수익을 말한다. '주조이익',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라고도 한다. '시뇨리지'라는 어휘는 중세 유럽의 '봉건 영주(세뇨르, Seignoir)'에서 나온 말로서, 봉건 시대에 조폐권을 가진 영주들이 새로운 화폐를 주조하여 생기는 이익으로 재정을 충당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2. 원리

예를 들어, 한국에서 1만 원권 화폐를 하나 찍어내는 데 비용이 2천 원 든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1만 원권 화폐를 하나 찍을 때 2천 원을 소비하고 1만 원권 화폐를 하나 얻으므로, 결국 화폐를 찍어내는 정부 입장에서는 8천 원의 이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만들 때마다 차액만큼의 이득을 계속 얻는 셈이다.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여러 기술 때문에 원가가 꽤 들지만 지폐는 대부분이 고액권인데다, 국가가 찍어내는 돈은 한두장이 아닌 만큼 그 차액이 어마어마하다.

상품권 역시 시뇨리지로 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발행할 경우, 발행 시점에서 상품권이 실제 사용돼서 소비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리며 아예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상품권을 판 시점에서 현금을 얻고, 이자 수입도 올리게 되는데 이것을 시뇨리지로 볼 수도 있다. #

하지만 금속으로 만드는 주화의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1960년대 즈음 미국에서 1달러 은화를 녹여 은으로 만들면 2.x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현재 한국은행에서 10원 주화알루미늄에다 구리를 씌워서 작게 만드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에서 이를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싶으면 현행법에 있는 처벌규정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족치고 만다. 그 이후 법개정은 덤.[2] 예를 들어 2010년 십원 주화 5억 원어치를 녹여 12억 원 어치 구리로 만들어 팔아제낀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때는 화폐 훼손에 대해 처벌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않았던 관계로 주화를 으로 녹이는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서 화폐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마련되었다.

아이러니한 건 이 문제는 과거랑 현대의 금속 가치가 역전하면서 현대에만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금화 1전을 만들었다면 그 금화의 금속적 가치는 한없이 1전에 가깝거나 혹은 1전보다 약간 덜 나가게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금속을 가공해서 돈으로 만드는 비용도 있으니 그 비용 만큼은 빠질 수 밖에 없는데다 이걸 녹여서 이득을 보는 사례(따로 용어는 없지만 가공차익이라고 하자)를 막기 위함이고 뭣보다도 금속 가치보다 명목 가치보다 높으면 그걸 발행하는 군주국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속가치에 비해 명목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서 그레샴의 법칙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나 가공차익을 얻는 사람은 없으니 따로 관련 용어가 없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21세기 들어서는 국가가 국민들의 화폐유통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명목가치가 낮은 화폐를 찍어내다보니 이런 촉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시뇨리지가 아니라 금속의 활용 문제에 가까우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시뇨리지는 아니다.

현대 경제학에는 직접적인 주조차익 이외에도 화폐를 잔뜩 발생 시킴으로 인해 국가가 얻는 부수적 이익도 시뇨리지로 친다. 과거와 다르게 감시와 분권이 잘 되어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화폐발행을 특정 기관(행정부 혹은 국회 등)이나 개인(대통령이나 국왕 등)이 할 수 없고 설령 화폐발행을 하더라도 그걸 집행기관이 직접 사용할 수 없다.[3] 그럼에도 화폐발행으로 인한 차익은 여전히 얻을 수 있는데 특히 빚이 많은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일으켜 명목상의 빚을 탕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들로부터 빚을 1조 정도 지고 있는 정부가 미친듯이 화폐를 발행해서 시중 화폐량을 1억배 증가시키면 이론상 화폐가치는 1억분의 1로 떨어지고 정부는 1만원 정도로도 빚을 갚을 수 있다. 물론 이해를 돕기위한 극단적인 예시일 뿐 진짜 저런 식으로 막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미묘하게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화폐를 발행해 물가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을 일으켜서 이득을 보는 경우는 왕왕 있다. 이 경우도 화폐를 발행해서 발행자가 이득을 봤으니 시뇨리지로 보는 것. 대표적인 케이스가 북한인데 북한은 지속적으로 화폐를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과도하게 발행해서 사실상의 시뇨리지 이득을 얻다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못 버티고 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한 적이 있다.

3. 부작용

그러나 무조건 찍어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돈을 발행한다고 다른 것도 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만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의 가치가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부가수익은 이보다는 적고, 아무런 후속 대책도 없이 엄청난 양을 찍어내면 초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 한국 역사에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흥선대원군 당백전.

김정은이 북한 돈을 수천조 원 규모로 찍어낸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찍힌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시장에 유통되면 화폐의 양이 증가하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재화를 사기 위해 필요한 화폐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 화폐 생산 전만 해도 1가마당 10원이던 쌀값이 1가마당 10만 원으로 뛸 수 있다! 이렇듯 너무 심하게 돈을 풀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을 찍어내는 데 드는 액면가가 오른다는 말이고 그러면 돈을 찍으면서 얻는 이득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이것뿐이면 모르겠는데 이와 동시에 현금자산을 갖고 있던 다수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며 그러면 정부라고 멀쩡할 수 있을까? 결국 같이 패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도 생각없이 닥치고 돈을 찍어내는 짓은 안 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을 정도로만 돈을 발행한다. 대한민국의 용인 인플레율은 2.0~4.0%.

그런데 실제로 김정일이 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비슷한 짓을 하려다가 초인플레이션만 부르고 끝난 사례가 존재한다. 자세한 것은 북한의 2009년 화폐개혁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보다도 전에 시뇨리지 효과만 노리고, 돈을 무작정 닥치고 찍어낸 나라가 있었다. 세계적으로는 후자 쪽이 더 유명하다.

4. 역사

4.1. 고대

기원전 6세기 아테네를 이끌던 솔론이 1달란트 = 6,000드라크마의 가치를 1달란트 = 6,300드라크마로 만든 것이 기록상 남아있는 최초의 주조차익이다.[4]
그 후 3세기 이후 점령지가 부족해진 로마는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이 줄어들자 재원 확보를 위해 은화(데나리우스)의 은 함량을 줄여 주조차익을 감행했다. 함량을 줄이게 되면 같은 무게의 은으로 만들 수 있는 동전의 수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로는 은도금(…)을 한 은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결국, 시민들은 은 함량이 높은 은화를 사용하지 않고 집에 감춰두었으며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296년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순도 100%짜리 은화를 발행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차라리 솔직하게 국채 발행을 하시지 그러셨어요[5]

4.2. 글로벌 시뇨리지: 기축 통화의 특권

미국 달러는 세계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1945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수립된 이래, 달러 화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아주 많기 때문에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시뇨리지를 얻어도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 혁신적 산업을 발전시켜도 그 이익을 그 나라에서 온전히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를 미국이 얻게 한다. 그 산업으로 만든 상품 역시 그 나라 돈이 아니라 달러로 거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가치있는 물건을 거래하는 화폐는 그만큼 가치를 더 가진다. 미국이 달러를 과도하게 발행해도 미국 내수경제가 그 부담을 다 가지지 않는 것 역시 달러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로 흡수 분담되기 때문. 즉 미국에게는 국제경제에서 엄청나게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행운의 열쇠 같은 것이다. 실제로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은 매평균 400억 달러(45조 원), 연 최대 5000억 달러(약 550조 원)라는 대한민국 국가예산급의 돈을 국채매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시장에 뿌려댔다. 이마저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어서 무려 QE1부터 QE3까지 3차에 걸쳐 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을 해먹었다(…). 미국의 무지막지한 경제규모와 미국이 찍어낸 달러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고루 뿌려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6][7]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으로 누리는 시뇨리지가 연간 110억~1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없지는 않으며, 사실 미국이 16조 달러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없는 수준의 효과에 불과하다. 총생산의 0.1퍼센트도 되지않는 것이니까.

유로 역시 유로화 사용국은 유로 발권으로 상당히 높은 시뇨리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5. 기타



[1] 미국, 영국, 일본 등 화폐 발권 역사가 오래 된 일부 국가에서는 지폐는 중앙은행이, 동전은 정부에서 따로 제작, 유통하기도 한다. [2] 당연히,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급해서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을 죄다 갖다붙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3] 예컨대 대한민국은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지만 발행한 화폐를 대한민국 정부가 맘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화폐 발행액은 한국은행 국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시중에 풀린 채권을 매입하거나 시중 은행에 이자를 받고 대여해준다. 일단은 원칙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도 한국은행 국고예금을 따로 관리하고 한국은행도 화폐를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설령 특별 화폐발행을 결의하더라도 예금 한도를 넘어서서 인출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4] 출처: 세계 속 경제사 [5] 국채 개념이 제대로 생긴 건 르네상스 시기이다. 그래서 로마는 복권 발행으로 재정 보충을 했다. [6] 단순히 뿌려진다는 의미를 넘어 전세계에서 미국 달러를 끊임없이 갈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찍어내도 갖고자 하는 국가와 기업은 넘쳐나는 반면, 누구도 자신의 달러 소유량에 대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웬만한 발행량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지 않는다. [7] 미국 달러의 가치는 미국의 막강한 해상군사력에서 나오며 미국은 이를 통해 전세계에 해적에게 안전한 자유무역 질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지금과 같은 자유무역질서가 유지되고 미국이 이를 관리하는 한 달러에 대한 권위는 무너지기 힘들다 봐야 할 것이다. [8] 레이놀즈의 비자금에 대해 모르는 상원 몇명이 못해먹겠다고 도망치는데 이중 까막눈이 서류 일부를 찢어가면서 주연중 하나인 토드에게 사기쳐서 돈을 얻는다. 이 서류의 일부는 58상자를 주문하고 60상자로 쓴 이중장부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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