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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9 09:15:13

대기만성

사두용미에서 넘어옴
고사성어
큰 대 그릇 기 늦을 만 이룰 성

1. 개요2. 출전3. 대기면성?4. 해석의 문제

1. 개요

겉 뜻: "큰 그릇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1]
속 뜻: "큰 인물이 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노자 도덕경이 출전인 고사성어다. 하지만 하술되었듯이, 원래는 전혀 다른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잘못 해석되면서 긍정적 의미로 정착된 경우이다.

반대 뜻의 말로는 용두사미가 있다.

비슷한 서양 속담으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n't built in a day)"가 있다. 대기만성형 인간은 영어로 late bloomer(늦게 피는 꽃)라고 관용적으로 표현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문구가 대기만성과 같은 의미로 자주 착각되나, 성경 본문의 맥락 상 같은 뜻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2. 출전

최초 출전은 아래 서술된 바와 같이 노자 도덕경 출전(出典)이다. 그러나 이를 인용한 표현은 중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여기 저기서 흔히 사용되어 왔는데, 가장 유명한 고사가 후한서 삼국지 위지에 나오는 다음의 이야기다.
1. 후한을 세운 광무제 마원(馬援)이란 명장이 있었다. 그는 변방의 관리로 출발하여 복파장군(伏波將軍)[2]까지 된 인물인데, 마원이 생전 처음 지방관리가 되어 부임을 앞두고 그의 형 마황(馬況)을 찾아가자 그는 이렇게 충고했다. "너는 이른바 '대기만성'형이다. 솜씨 좋은 목수가 산에서 막 베어 낸 거친 원목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은 제목으로 다듬어 내듯 너도 네 재능을 살려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인물이 될 것이다. 부디 자중하라."
2. 삼국시대 위나라 최염(崔琰)은 조조가 신임하는 장수로 있으면서 목소리나 용모가 훌륭해 대인의 풍모를 가지고 있다고 칭송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염의 사촌동생인 최림(崔林)은 용모가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고, 명성도 최염에 한참 미치지 못해 집안에서도 그다지 기대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염은 사촌을 높게 평가하며 "큰 종이나 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듯이 큰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그 재능을 보여주지 않는다. 완성하는 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니, 림도 그와 같이 대기만성하는 부류이다. 잘 보게, 나중에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니." 과연 그 말대로 최림은 나중에 위나라 조정에서 황제를 보필하는 삼공의 자리까지 오른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정작 최염 자신은 조조의 미움을 사서 끔살당했다.[3]

기존의 고사성어 중에 대기만성 뜻의 반대되는 말을 찾자면 용두사미가 존재한다.

게임에서는 극딜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초보 때 육성이 힘들고 죽을 쓰지만, 고렙(특히 만렙)에서 날아다닌다. AOS 장르 게임에서는 이련 유형의 캐릭터를 따로 왕귀라는 용어로도 부른다. 대기만 해도 감대라는 개드립도 있다.

3. 대기면성?

현대에 알려진 '대기만성'은 필사 과정에서 잘못 옮겨진 것으로, 원래는 대기성(大器成)이 맞는다는 주장이 있다. 노자》 제41장에서, 大方无隅, 大器晚成, 大音稀聲, 大象无形[4]를 통해 "대기만성(大器晚成)"으로 알려진 이 사자성어 자체도 사실은 "대기면성(大器免成)"이 맞는다는 것.

"大器晚成"의 해석에서 논점이 되는것은 '晚'자인데, 위진남북조시대의 사람인 왕필이 쓴 왕필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존 판본에 그대로 존재한다. 이를 그대로 읽으면 큰 그릇은 늦게 이뤄진다고 해석되는 게 맞는다. 하지만 해당 글자를 면(免)으로 읽어야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기원전 2세기 경 전한시대의 무덤인 마왕퇴에서 발굴된 이른바 백서본에서 실제로 '免'자로 표기되어 있음이 확인되어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의 해석이 신빙성을 얻었다. 또 곽점 초묘에서 발굴된 전국시대의 죽간에서는 해당 글자가 만(曼)으로 표기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중국어언학회 이사장 둥롄츠(董莲池) 화동사범대학 교수는 曼이 선진 시기에 '없다'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들어 '大器免成' 쪽에 힘을 실었다.

4. 해석의 문제

그것과는 별도로, 최초의 출처가 되는 노자 도덕경 텍스트에서 만(晚)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걸려있다. 앞서 서술된 바와 같이, 노자 41장 해당 부분의 앞뒤 맥락을 보면 만(晚)이라는 글자가 '늦다'는 뜻이 아니라, 부정형의 표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노자를 연구하던 동양 철학에서도 오랫동안 제기되던 주장이다. 노자 41장의 원전 내용은 다음과 같다.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道隱無名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도은무명

이 부분에서 '대기만성'은 다른 표현들과 시적으로 대구(對句)를 이루어 등장하는데, '대기만성'의 앞뒤 부분의 일반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다.
큰 모양은 모서리가 없다
큰 음은 소리가 없다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
도는 규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깃들어있다[5]

일련의 표현에서 세번째 글자는 '부정형'의 뜻으로써, '큰 X는 Y가 없다'라는 규칙을 이루는 식으로 나열되어 있다. 따라서 형식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나열된 맥락 상의 문제만 보아도, 대기만성에서의 '만'은 앞뒤 표현에서 등장하는 무(無)나 希(희)와 같이 부정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기만성'은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6]로 읽어야 맞다는 것. 이는 '대기면성' 가설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글자의 변화를 통한 유추 및 해석과도 일맥상통한다.

앞뒤 문맥을 더 폭넓게 살펴보면, 네 글자씩으로 이뤄진 네 문장 중에 분명 뒷편의 두 글자들은 앞서 제시한 거대한 일련의 대상과 개념들이 알고 보면 되려 정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도덕경 41장에서 '대기만성' 바로 앞에 나오는 부분을 보면 더욱 이 흐름이 자세히 드러난다.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上德若谷 太白若辱 廣德若不足 建德若偷 質眞若渝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상덕약곡 태백약욕 광덕약부조 건덕약투 질진약투

밝은 길은 어두운 것 같고, 나아가는 길은 물러서는 것 같으며, 평평한 길은 마디가 있는 것 같고, 높은 덕은 골짜기 같으며, 매우 하얀 것은 더러운 것 같고, 넓은 덕은 부족한 것 같으며, 굳센 덕은 구차해 보이고, 순수하고 참된 것은 변하는 것 같이 보인다.

위의 내용에도 나오듯이, 노자는 분명히 역설적인 일련의 개념을 강조하면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대기만성' 구절에서도 '큰 그릇이라면 모름지기 뚜렷한 완성된 형태가 존재해야 할 것 같지만, 되려 알고 보면 큰 그릇일 수록 완성형이 관찰되지 않는 역설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해당 구절을 '미래에는 큰 사람이 될 것이니, 현재의 초라함을 견디라'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원문의 의도와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으로 볼 때, '대기면성', 혹은 '큰 그릇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옳으나, 수 천년간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왜곡되어, 실패하거나 늦게 성공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고사성어로 쓰여진 것이다.


[1] 여기에는 문헌 해석상의 문제가 있다. [2] 전한 이후 큰 공을 세운 장군에게만 주어지는 칭호다. [3] 삼국지 위지 권10 최모서하형포사마전에서는 이보다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琰從弟林,少無名望,雖姻族猶多輕之,而琰常曰:「此所謂大器晚成者也,終必遠至。」”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최)염의 종제 (최)임은 젊어서 명망이 없어, 비록 친척들이 많이 가벼이 여겼으나, 염은 항상 말했다. '이는 이른바 대기만성자라, 끝내는 심원한 데까지 이르리라.'" [4] 앞에 나온 大方無隅, 大器晚成, 大音聲, 大象無形와는 다른 한자가 있다. () [5] 혹은, '도는 무엇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도는 일정한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6] 혹은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는다', '큰 그릇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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