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어
1.1. 한국어의 동사
'배다'와 헷갈리지 않게 주의. '배다'는 '스며들다'(손에 냄새가 배었다), '아이를 배다' 등으로만 쓰인다.1.1.1. 날붙이로 어떤 물건을 분리하다
파생 피동사는 '베이다'다.- 무를 썰다가 칼로 손을 베었다(벴다).
- 무를 썰다가 칼로 손이 베였다.
어간에 ㅣ를 포함하고 있는 특성상 '베었다'랑 '베였다'의 음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다. 그래서 능동인지 피동인지 약간 헷갈릴 수 있지만 조사로 구별된다.
'베다'라는 동작은 주로 고체에만 이루어질 수 있고, 액체나 기체는 일반적으로는 벨 수 없다. 무협지 같은 데서는 '바람까지 베어버렸다'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베다'의 그런 특성을 이용하여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베어봤자 베어지지 않는다는 의미.
역사적 형성 과정이 꽤 재미난 동사이다. 원래 '베이다'라는 뜻의 '벟다'가 있었고 여기에 사동접사 '-이-'를 붙여 '버히다'가 쓰였는데, 오늘날에는 오히려 '벟다'가 사라지고 사동접사가 붙인 '버히다'만 '베다'로 바뀐 채 남아서 오히려 '베이다'로 피동접사를 붙이게 됐다. '베다'와 같은 경로를 거친 단어로는 '닿다' > '닿-이다' > '다히다' > ' 대다'가 있다.
역사적으로 다른 형태로는 '뷔다', '븨다' 등이 있었다.
1.1.2. 머리 아래에 받치다
(사람이 머리나 고개를) 눕거나 기댈 때 베개 따위의 다른 물건 위에 놓은 상태가 되게 하다.
꽤나 의미가 한정된 동사 중 하나이다. 딱 봐도 이 동사에서 파생되었을 게 뻔한 ' 베개'와 함께 자주 쓰여 '베개를 베다' 식으로 쓰인다. 앞서 위의 '베다'가 워낙에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이 '베다'는 '배다'인 게 아닌지 오해할 수도 있다. 'ㅐ'와 'ㅔ'의 구별이 어려워지기도 했고. 의외로 위의 '베다'는 '배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