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같은 피의자가 같은 형사사건에서 저지른 범죄사실이 너무 많을 때, 그 각각의 범죄사실을 6하원칙에 맞춰 기록한 것을 표의 형식으로 정리한 문서다. 경찰수사관에 따라서는 "범죄사실일람표"라고 부르기도 한다.2. 상세
원래는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이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하나의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이 너무 많거나 범죄사실을 해석하기가 어려울 때 고소인에게 작성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표준양식 같은 것은 없고 "본인이 당한 범죄사실을 6하원칙에 맞춰 표기한 뒤 표의 형식으로 보기 좋게 정리한다" 라는 실질적 의미만 맞춰서 써가면 된다[1].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용증명을 평어체 독백(수사기관 제출용이므로 정확히는 방백이다)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이 경우, 변호사들이 이거 대신 써주는 일로 수임료를 받아먹는 게 납득이 갈 정도로 아주 고된 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피해자 입장에서 범죄사실을 다시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 상태에서, 6하원칙에 맞춰 일일이 작성하는 업무량은 상당한데[2], 그래도 꿋꿋이 혼자서 작성해서 제출하는 피해자도 있지만 이 과정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그 범죄 특성상 수사관이 어차피 고소인에게 범죄사실을 따져 물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범죄일람표 제출을 요구한다고 보면 된다. 위에서 범죄일람표를 내용증명의 평어체 독백판이라고 표현한 게 무리가 아닌 것.
다만 법조계에 종사하는 게 아닌 한 그럴 일은 없는 게 좋겠지만 범죄일람표를 작성하는 데에 익숙해지거나 나름의 요령이 생긴다면 오히려 일람표 없이 줄글로 범죄사실을 열거하는 것 보다 범죄사실을 정리하기 더 좋을 수도 있다. 애초에 범죄일람표는 다건의 유사한 범죄를 시간 순으로 보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기 위해 고안된 양식이다. 다건의 범죄사실을 써내려가다 보면 겹치거나 중복되는 내용이 분명 발생하게 되는데 줄글로는 일일히 기재해야 하는 반면 범죄일람표에서는 그 부분을 서두에만 남기고 과감하게 생략한다던지 위와 같음, 상동, 좌동 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작성하거나 읽는데에 있어 굉장히 쉬워지게 된다.
[1]
대한민국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수사 관련 웬만한 서류는 다 표준양식이 올라가 있음에도 범죄일람표는 표준양식이 없는데, 이는 범죄일람표가
표준양식을 미리 정해두고 그 양식에 행위태양을 끼워맞춰서 작성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넣는다고 하더라도 "범죄일람표" 내지는 "범죄사실일람표"라는 제목만 덜렁 들어가고 말 것이다.
[2]
더 중요한 건 범죄일람표는 작성하는 걸로 땡이 아니다. 사실관계나 증거와 부합하는가도 검사를 해야 한다. 이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일람표 중 하나에 대해 단 하나의 증거가 빠지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애를 상당히 먹고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