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끼의 한 종류
다른 이름으로 '발광이끼'라고도 부른다. 주로 북반구에 분포하며 일본 홋카이도와 주부 지방 이북, 러시아 극동부와 북부 유럽, 북미 등 서늘한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굴 속이나 바위 틈, 썩은 나무 밑둥 같은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렌즈 모양의 원사체 세포 안에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는데, 이 액체가 햇빛을 굴절, 방사하여 연초록색으로 빛을 낸다. 이 때문에 반짝이끼의 빛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특성을 지닌다.서식지 환경이 아주 미세하게 변해도 고사해버릴 정도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그래서 멸종 위기에 있는 식물이기도 하며, 일본의 경우 서식지 대부분이 국립공원 내에 있어 채취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또한 서식지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2. 타케다 타이쥰의 소설
2.1. 개요
제목의 유래는 1.[1] 실제로 작품과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일명 반짝이끼 사건[2]의 무대인 홋카이도의 맛카우스 동굴[3]은 반짝이끼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신초 1954년 3월호에 처음으로 실렸으며, 같은 해 7월 '미모의 신도 美貌の信徒'에 수록되어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2017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번역 출간되었다.2.2. 특징
일본 전후 문학 최고의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로, 실제로 기존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크게 2부로 나뉘는데,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1부에서는 기행문 내지는 수필 형식으로 화자인 '나'가 식인 사건을 접하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고, 2부는 주요 내용인 인육 사건의 전말과 사건 이후에 열린 재판의 모습을 희곡 대본의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2부는 독자를 희곡의 '연출가'로 가정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희곡을 '연출'하듯이 읽도록 권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4]작가 타케다 타이쥰이 절에서 태어나[5] 학생 시절 반전운동 그룹 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고, 보병으로 징집되어 직접 전쟁을 겪기도 했다는 이력 때문에 작품 전반적으로 일본인과 전쟁에 대한 비판의식, 종교적인 관점이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2부 1막에서는 주요 등장인물인 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홋카이도 방언을 사용하는데[6], 국내 번역판에서는 서북 방언으로 번역되었다.
2.3. 줄거리
2.3.1. 1부
학술 조사차 홋카이도 라우스를 찾았다가 맛카우스 동굴에 반짝이끼를 보러 간 '나'는 동행한 중학교 교장에게서 '페킹 갑[7]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식인 사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난당한 선장이 동료의 인육을 먹고 자기 혼자만 살이 쪄서 라우스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며 마치 '같은 하숙집 친구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른 걸 보며 농담하듯 말하는 핀잔처럼 천진난만하고 해맑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인인 아이누어 학자 M을 떠올린다.[8]'나'는 젊은 학자 S가 편찬한 <라우스 향토사>에서 식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페킹 갑의 비극'과 비슷한 극한 상황에서의 살인과 식인 문제를 다룬 노가미 야에코의 <가이진호(海神丸)[9]>, 오오카 쇼헤이의 <들불(野火)[10]> 등의 소설들을 거론하면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저지른 죄악을 아래의 5가지로 정리한다.[11]
- 단순한 살인
- 인육을 먹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
- 인육을 먹을 목적으로 살인한 뒤, 인육은 먹지 않음
- 인육을 먹을 목적으로 살인한 뒤, 인육을 먹음
- 살인은 하지 않았으나, 자연사한 인육을 먹음
2.3.2. 2부
이어지는 2부에서는 선장과 4명의 선원들이 맛카우스 동굴 안에서 벌이는 갈등의 모습과, 사건 이후에 벌어진 선장의 재판 장면이 희곡 형식으로 그려진다.2.3.2.1. 제 1막: 맛카우스의 동굴
1944년 겨울, 일본군 선단 아카쓰키 부대 소속의 제5세진(淸神)호[12]는 네무로 항을 출항하여 시레토코 경유, 오타루 항을 목표로 출항했다가 라우스 연안에서 악천후로 인해 난파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선장과 니시카와, 하치조, 고스케의 세 선원들은 맛카우스 동굴에서 추위와 굶주림과 싸우며 버티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간신히 연명했지만 3일 후 선원들 중 고스케가 가장 먼저 죽고, 살아남은 3명도 간신히 숨만 붙어있다시피 한 상태로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선장[13]과 선원들 중 가장 어린 19세의 니시카와는 사람 고기, 즉 고스케의 시체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선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먹으려 하고, 니시카와는 "사람 고기를 먹는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선장은 그런 니시카와에게 인육을 먹으면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닌, 인육을 먹으면서까지 살아남은 놈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만 있던 하치조도 고스케를 먹는 것에는 내켜하지 않았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날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3일이 지나 이번에는 하치조가 극도로 쇠약해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 선장이 잠시 밖에 나가고 없는 동안 니시카와는 하치조에게 (고스케의)인육을 먹은 자신이 수치스럽다 말하고, 하치조는 그런 니시카와를 위로한다. 그러던 중 하치조는 니시카와의 목 뒤에서 불상의 후광 비슷한 금녹색 빛의 고리를 보고 옛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말한다.
"인육을 먹은 사람의 목 뒤에는 빛의 고리가 나온다는 말이 있디. 녹색의 고리 말이야. 흐리고 엷은 빛의 고리가 나온다고 했다. 기게, 기 빛이 반짝이끼의 빛하고 많이 닮았다 하드라."[14]
이후 밖에 나갔던 선장이 돌아오고, 니시카와는 하치조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죽는다고 하소연하나 선장은 자신도 인육을 먹기는 싫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리고 열흘 후. 하치조의 인육도 바닥이 난 상황에서 니시카와는 살아갈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 선장에게 먹힐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는 선장에게 살의를 품고 작살을 집어들면서,[15] 선장에게 잡아먹힐 바에는 차라리 물고기 밥이 되는 것이 낫다며 작살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16]
2.3.2.2. 제 2막: 법정
제 1막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봄에 열린 선장[17]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 안. 선장이 계속 침묵하는 가운데[18] 검사는 일관되게 선장의 범죄를 주장한다.이윽고 변호인의 발언 요청으로 선장에게 발언권이 다시 주어지지만, 선장은 여러 가지로 '참고 있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를테면 '재판'을 참고 있다고 말해서 검사의 분노를 사지만, 그럼에도 선장은 담담하게 자신은 타인의 고기를 먹은 자나 타인에게 먹힌 자에게 재판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선장의 이 말에 검사는 한층 더 격노하면서 그를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완전히 몰아버렸고, 재판장도 선장의 발언을 금지하기에 이른다. 결국 선장을 동정하기는 하지만 더이상 변호하기는 힘들겠다는 변호인의 말에 선장은 아무도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단 한 가지 해주길 바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일이란 바로 선장 자신의 고기를 전부 먹는 것이다.
이후 공습경보 사이렌으로 어수선해진 와중에 선장은 재판장과 검사, 변호인과 방청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과 제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제 목 뒤에는 빛의 고리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걸 봐주십시오. 잘 보면 그게 보일 겁니다. 그게 바로 증거가 될 겁니다."
그리고 검사를 시작으로 재판장, 변호인, 방청객들에게도 빛의 고리가 생기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선장은 빛의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라며[19] 더 가까이 와서 자신을 자세히 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선장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20] 엄청난 수의 빛의 고리 속에서 선장의 "여러분, 저를 잘 보세요"라는 절규 속에서 막이 내린다.
2.4. 실제 사건과의 차이점
- 작중에서는 선장을 포함해 생존자가 4명이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선장과 가장 나이 어린 선원만 생존이 확인되었고 나머지는 행방불명되었다. 또한 실제 사건에서는 선장이 아사한 선원의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으나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살해 사실의 진위여부는 불명이다.
- 실제 사건에서는 선장과 선원이 동굴이 아닌 페킨노하나 인근의 작은 오두막에서 피신해 있었다.
- 실제 사건의 재판은 비공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작중 제 2막의 법정 장면은 완전한 창작이다.[21]
2.5. 미디어화
- 1992년 쿠마이 케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 단 이쿠마 작곡, 아사리 케이타 연출로 오페라화되어 1972년에 처음으로 상연했다.
- 1955년과 2006년에 각각 연극으로 상연되었다. 1955년작은 극단 사계, 2006년작은 카네시타 타츠오 연출.
[1]
정확히는 반짝이끼 자체보다는 후술될 작중 설정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2]
굳이 정식 명칭을 붙이자면 '난파선 선장 식인 사건' 정도. 사건의 명칭 자체가 이 소설이 워낙 유명해진 탓에 소설의 제목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3]
시레토코 반도에 위치한 해식동굴.
[4]
실제 희곡처럼 지문과 연출시 주의사항 등이 명시되어 있다.
[5]
도쿄 분쿄구에 있는
정토종 계열의 쵸센지(潮泉寺) 출생. 타이쥰의 다른 작품 중 사회주의 학생이었던 주인공이 승려 수행을 하는 과정을 다룬 단편 <이질적인 존재(원제: 異形の者)>는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그대로 투영한 소설이다.
[6]
선원들 중 같은 마을 출신인 하치조와 고스케는
아이누족으로 추정된다. 작중에서 '후이베'라는 아이누 음식을 언급한다거나,
바다표범을 아이누어 명칭인 '톳카리(トッカリ)'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실하다.
[7]
페킨노하나(ペキンノ鼻).
[8]
M이 참석한 아이누족 관련 연구 발표 학회에서 한 학자가 아이누족 중 일부가 오래 전에 인육을 먹었다는 내용을 말했는데, 주제에서 벗어난 다소 즉흥적인 내용이었고 악의 없이 한 말이었지만 아이누족 출신인 M은 그 발표를 듣자마자 엄청나게 분노하면서 출전이 어디이고 어느 지방의 전승을 근거로 한 것이냐며 해당 내용을 발표한 학자를 사납게 몰아붙였다. 워낙 M이 극대노한데다 석상에는 M과 마찬가지로 아이누족의 피를 이어받은 학자들도 많았던 탓에 사회자가 당황하면서 가까스로 M을 진정시키고 일단락 지었다.
[9]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표류한 가이진호가 구조되어 요코하마로 귀환하기까지의 73일 동안 선장과 선원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린 작품. 극한 상황에서의 인육식(人肉食) 문제를 최초로 다룬 작품으로 알려졌다.
[10]
1951년에 발표된 소설로, 작가 본인이 실제로
필리핀 전선에서 경험한 일을 모티브로 창작되었다.
태평양 전쟁 말기
레이테 만 해전을 배경으로 폐결핵에 걸려 쓸모없다는 이유로 소속 부대로부터 버림받고 식량부족을 핑계로 야전병원 입원마저 거부당한 병사 '타무라'의 생존기로, 갈수록 미쳐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전쟁과 생존, 인간성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11]
이 5가지는 독자들에게 '이 중 가장 큰 죄는 어떤 것인가?', '인육을 먹은 사람을 과연 누가 처벌할 수 있는가?', '살인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식인의 존재는 왜 흔적조차 감추려 하는가?' 등의 화두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12]
실제 사건의 선박명인 '淸進(세이신)'을 약간 변형한 이름이다.
[13]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험상궂은 모습의 남자'라는 지문이 붙어 있는데,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성과 생존 본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모습을 묘사했다.
[14]
하치조는 뒤이어서 이 고리가 '어떤 사람이 특정 방향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봐야만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이는 죄를 지은 사람의 눈에는 이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것도 보이지 않는다). 즉, 작중에서 반짝이끼는 죄인의 증표(내지는 낙인)를 의미한다.
[15]
이 때 니시카와의 목 뒤에 빛의 고리가 생긴다.
[16]
이 때 지문에서 아이누족의 곰 축제를 모티브로 한 노래가 언급되며, 음악이 최고에 달하는 순간 동굴에서 반짝이끼가 일제히 빛나는 연출이 지시된다. 그리고 직후에 선장이 니시카와의 시체를 끌면서 등장하고, 공포에 사로잡힌 채 주저앉은 선장을 배경으로 반짝이끼의 빛이 일제히 사라지는 동시에 선장의 목 뒤에 빛의 고리가 나타난다.
[17]
2막의 선장은 음성과 모습이 1막의 선장과 완전히 다른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1막의 선장이 생존 본능에 사로잡힌 야성적이고 거친 이미지였다면, 2막의 선장은
십자가형을 앞둔 예수와도 같은 평온함으로 가득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투박한 홋카이도 방언을 구사하던 1막과는 달리 2막에서의 선장은 표준어를 구사한다.
[18]
재판장이 몇 차례 발언 기회를 주었지만 선장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
빛의 고리가 달린 사람, 즉 죄인에게는 타인의 빛의 고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 검사와 재판장, 변호인에게까지 빛의 고리가 생겼다는 것은 결국 이들도 죄인이며, 과연 누군가를 심판하고 단죄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20]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 예수를 둘러싼 군중들과 흡사하다는 묘사가 나온다.
[21]
당시 재판 기록은 군부에 의해 파기되었으나 사본이 남아 있으며, 수사 관련 기록들은 공습으로 소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