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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The Long Walk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으로 1979년 발표한 소설.[1] 킹이 대학교 신입생 시절인 1966년에 집필한 생애 첫 장편 소설이다. '롱워크(The Long Walk')라고 불리는 가상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100명의 10대 소년들의 이야기.
공포 소설들을 주로 집필한 스티븐 킹의 소설 중에선 순문학에 가까운, 대체역사적 배경에서 진행되는 근미래를 다룬 휴먼 드라마. 한국에서는 1993년에 한번 나왔고, 2015년 11월에 황금가지에서 재간되었다. 참고로 이 재판본 번역의 질이 매우 나쁘다. 번역체가 너무 두드러져서 읽기 불편할 정도. 만약 가능하다면 원서를 읽거나 1993년판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번역 개정판을 내놓은 상태라고 한다.
2. 줄거리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역사 속의 파시즘과 공산주의 국가를 섞은 듯한 군사정권이 지배하는 미국 동부 메인 주. 작중 인물들의 대화에 따르면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전개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2] 미국에 군부 정권이 들어섰다고 한다. '통령(The Major)'이라 불리는 선글라스를 쓰고 군복을 입은, 압도적인 군중의 환호를 받는 독재자의 묘사는 영락없는 파시스트.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전의 미국을 "백만장자들이 존재했었던 시절"로 표현한 걸 보면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된 듯 하다. 롱워크 참가자들이 뉴멕시코, 일리노이 등 각지에서 오는 것을 보면 미국이 분열되지는 않은 듯. 군사정권은 정권을 향한 충성심 고취와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매년 사춘기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마라톤 '롱워크(The Long Walk)'를 개최한다. 참가자 100명 중 낙오자들이 '티켓을 끊고(ticketed)' 한 명만 남을 때까지 대회는 계속된다. 소설 내에서 '티켓을 끊는다'는 말의 의미는 초반에 의도적으로 감춰지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데, 그건 바로 죽음이다.
이 대회에 대해서, 혹은 대회를 개최하는 정권에 대해서 공개적인 비판을 하면 '스쿼드'라고 불리는 비밀 경찰에 의해 증발당한다.[3] 예외로 롱워크 참가자들은 면책 특권을 누리기 때문에 대회 진행 중에는 정권에 대한 비판 및 비난이 전면 허용된다. 롱워크 참가자 대부분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이게 별 의미가 있는지는...
이 이야기는 그 대회에 참가하게 된 100명의 소년들의 이야기다. 규칙은 단 하나, 정해진 길을 따라 한 명을 남기고 모두가 낙오될 때까지 쉬지 않고 걷는 것. 밤이고 낮이고 행군은 계속 이어지며, 더 이상 걷지 못하면 총살된다. 또한 특정 시간이 지나도록 속도가 시속 4마일(한국 정발판에선 6.5km/h로 반올림이 되었다)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걸어도 벌점이 생기며 3점이(3번이상 6.5 km/h 이하가) 되면 더 이상의 경고는 없고, 벌점 3점 상태에서 속도가 떨어지면 경고 없이 바로 사살당한다. 심지어 자연사로 사망한 시체에도 확인사살을 한다. 다만 1시간 동안 제한속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걸으면 벌점을 1점씩 지울 수 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총살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경기는 계속되며, 따라서 결승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승자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게 되며, 그 영예도 대단한 것으로 묘사된다. 작중 '국민적인 스포츠(the National Sport)'로 불리는 롱워크 대회에 대한 묘사를 보면 대회 참가 자체가 어마어마한 영광으로 여겨지는 듯 하다. 작중 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십대 소년들 대부분이 롱워크 참가 시험을 치지만 신체검사에서 합격하는 건 50명 중에 한 명뿐이고 합격자 중에서도 최종 참가자로 선발되는 건 TV로 중계되는 뺑뺑이에서 수천 분의 일 확률로 자기 이름이 뽑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최종 선발된 100인과 예비 번호 100인을 도합한 200명의 후보가 뺑뺑이로 선출되며, 자신이 최종 합격자인지 아닌지는 대회 전날 밤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작중 묘사되는 정권이라면 참가자들을 각 주에서 선발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자진 참가하는 대회이며, 참가자마다 대회에 나서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에 취해 두 번이나 주어지는 취소 시한을 그냥 넘겨버린 참가자나, 여자친구와의 이별 후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고 참가한 참가자, 친구들과 장난삼아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롱워크 참가 신청을 한 참가자[4] 등등 죽음의 대회에 자발적으로 걸어들어온 치기어린 십대 소년들의 묘사가 흥미롭다.
작중 설정상 롱워크 대회는 매년 열리며, 우승자가 결정되려면 보통 3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작중에서 나온 대회에서는 5일만에 우승자가 결정되었다.[스포일러] 참가자들은 잠을 자지도 않고, 대소변도 걸으면서 해결하면서 계속해서 걸어야 한다. 꿈을 꾸면서 반쯤 잠든 상태에서 걷는 묘사가 등장하며, 설사가 나서 대변을 보다가 탈락하는 참가자도 등장한다.
롱워크 대회는 수일간 지속되므로 모든 참가자들은 걸으면서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레이스 참가시에 본인이 원하는 소지품[6]과 음식을 소지하는 것이 허용되어 대회 초반에는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먹는 모습이 보인다. 대회측에서는 농축된 고열량의 패이스트 형태의 튜브에 담긴 음식과 에너지바, 과자 등이 담긴 허리띠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며 음식은 하루에 한번씩 공급된다. 물은 원할때 마다 요청해서 받을 수 있다.
대회 중에는 다리에 쥐가 나서 탈락한 참가자, 신발이 맞지 않아 물집이 잡혀서 탈락한 참가자 등의 생생한 묘사가 흥미롭다. 한 참가자는 응원하는 소녀와 성행위를 하려고 하다가 경고를 받고 레이스에 복귀했으나 발기가 된 상태에서 제대로 걷지를 못해서 탈락한다.
또한 레이스 후반으로 갈수록 참가자들의 상태는 처절해진다.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걷는 소년, 상반신이 흠뻑 젖을 정도로 코피를 심하게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걷는 소년, 정신 착란을 일으켜서 괴성을 지르면서도 걷는 소년, 피투성이가 된 맨발로 걷는 소년의 모습이 처절하게 표현된다. 작중에서 나온 대회는 참가자들이 메인 주 북부에서 출발해서 800 km 이상을 쉬지않고 시속 4마일로 걸어서 메사추세츠의 보스턴 까지 걷게 된다.
3. 여담
- 등장 인물들이 밤이고 낮이고 수백 마일을 정해진 속도로 걷기만 할 뿐인데 그 안에서 피터지는 경쟁과 끈끈한 우정이 나타나고 드라마가 마구마구 펼쳐지는 걸작.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는 롱워크 대회 자체가 선형적으로 펼쳐지는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은유다. 호러 요소는 없지만 수백 마일을 걷는 도중 멘붕이 와서 정신줄을 놓고 미쳐가는 소년들의 언동이 좀 식겁하다.
- 배틀로얄과 헝거 게임 등 강대한 세력에 의한 틴에이지 서바이벌 게임을 주제로 한 수많은 스토리의 원류가 된 작품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호러 장르에만 편중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꼭 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감동을 주는 작품. 실제로 배틀 로얄의 작가 타카미 코슌은 롱워크가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
- 현실 미국에는 실제로 이 경기와 비슷한 무제한 마라톤이 있다.(...) 당연히 낙오한다고 사살하거나 강제로 출전자를 뽑지는 않는다. 중간에 쉬어도 된다. 결승선 없는 미친 마라톤, 한 명 남을 때까지 무한 되풀이
- 또한 19세기에 많은 인기가 있던 장거리 걷기 스포츠인 페데스트리어니즘( 영문 위키피디아) 역시 롱워크와 비슷하다. 수일에 걸쳐 수백 킬로미터를 걸으며, 누가 먼저 도착하는가에 따라 승자가 정해지므로 잠도 거의 못 자고 계속 걷는 경기라는 점이 비슷하다.
- 뉴 라인 시네마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 참고로 런닝 맨은 롱워크의 어두운 버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공통점으로는 게임 종류가 데스 게임이며 룰도 부조리하다는 점과 리처드 바크먼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는 게 있다. 하지만 롱워크는 어느 정도는 희망적인 부분이 있으나 런닝 맨은 결말에 이르러 어둠의 끝을 보여준다.
[1]
한국 출간본에서는 리처드 바크먼이 아니라 스티븐 킹이 쓴 것으로 되어 있다. 이미 리처드 바크먼이 스티븐 킹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난 후이기 때문에 굳이 리처드 바크먼으로 출판할 이유가 없긴 하다. 바크먼의 이름으로 출판된 소설들은 현재 원서에도 스티븐 킹의 이름으로 출판되고 있다. 리처드 바크먼으로 출판된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저자를 필명대로 표기한 책은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통제자들>이다.
[2]
대화 중에 "2차대전의 마지막 나날에
독일의 폭격이 일상화된 미국 동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지사는
1953년에
산티아고에 있던 독일 핵기지를 날려버리고 방사능에 피폭되어 한쪽 다리를 잃은 전쟁영웅이라고 한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3]
주인공의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증발당한 것으로 보인다.
[4]
롱워크 대회에 선발되었다는 합격증을 확대해 액자에 걸어 놓고 티셔츠에 프린트를 하겠다고 친구들과 농담을 했다고 한다. 이 무슨...
[스포일러]
당연히 우승은 주인공. 이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다른 참가자가 바람잡이로 들어온 통령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진다.(통령은 독재자답게(?) 자식이 여러명이었고 당연하게도 자식을 전혀 챙기지 않았다.)
[6]
한 참가자는 롱워크 대회가 끝나면 이 내용을 소설로 쓰기 위해서 펜과 노트를 배낭에 넣어오고, 걷는 도중에 계속 메모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