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로젠가르텐

비교를 거부하는 심연의 어떤 영역

심연이라 불리는 깊은 곳. 막연히 생각하면 그저 어두운 곳일 수도, 그저 괴물들만 사는 곳일 수도 있었다.
분명 마계에는 그런 곳도 있지만, 이 영역에 있는 존재들은 비교를 허락치 않았다.
그들의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아름다움은 존재 그 자체였다. 외모와 행동에 맞는 고귀함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였다.
그들이 느끼는 다른 군단장 급의 악마들은 그저 추악하고 더럽고 비열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다른 악마들 또한 그런 그들과 비교 대상이 되려 하지 않았다.
힘이 아닌 정신으로 상대를 현혹해 무너뜨리고, 인간의 영혼을 심각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

다른 악마들은 '꿈을 쫓는 악마'같은 건 마계에 필요 없다며 그들을 무시하곤 했다.
그래도 몽마들은 자부심이 있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들처럼 천박하지도 더럽지도 않은 고귀한 존재일 뿐이라면서…….

붉은 장미의 꽃말을 간직한 악마의 정원

몽마의 영역, 중심엔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고급 저택이 있다고 한다.
몽마들은 아름다운 저택의 주인을 모습을 보기 위해 인간계에서 가져온 영혼들을 수시로 바치곤 했다.
그래도 저택의 주인 아스모데아가 모두에게 모습을 비추는 일은 많지 않았다.

주인을 보고픈 마음에 어떤 서큐버스가 장미를 심었는데, 아스모데아가 나타나면서 장미가 꽃을 피웠다고 한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던 악마들은 나타난 그의 모습에 반했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추종자가 됐다.
그렇게 악마들이 바친 장미들이 늘어나면서 저택 앞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한다.
몽마들은 장미의 정원이라는 뜻의 '로젠가르텐'이라 불렀고, 다른 악마들에게는 없는 자부심으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정원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장미들이 시들었다 피어나기를 반복하고, 인간계의 어떤 곳으로 향하는 크고 깊은 차원의 틈이 열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