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니플헤임 스테이션

위대한 벽 너머 차가운 안개를 품은 세계

모든 것들이 얼어버려서 손을 쓸 수 없는 세계가 있었다.
상처입고 추방당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장소에서 신이라 불렸던 존재 하나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다.

죽음의 공간 혹은 지옥이 시작되는 장소라 불려도 상관없었다.
그저 위로 받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맞이하면 그뿐이었다.

이 세계에 남은 신은 오명 속에서도 오랫동안 자신의 공간을 가꿔 기적을 만들었다.
시공간의 벌레도 사라졌고, 귀찮게 하던 가족들과 가신들도 더는 오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가 안정되었으니 이제 신인 헬은 굳이 그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황혼을 이끌 사명 같은 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진 터미널

니플헤임 시가지 한쪽에서, 헬은 황혼 대신 언젠가 다가올 기쁨의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날에 찾아온 손님들이 제대로 도착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일종의 터미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옥의 여신이라 불리던 헬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니플헤임의 차가운 안개처럼 입장을 유지할 수도 없기에 천천히 계획을 세워 진행했다.

그러던 중, 니플헤임에 흐르는 강이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다른 세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이뤄진 강이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걸 본 헬은 서둘러 스테이션의 공사현장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쁨의 날을 비롯해 어떤 날에도 초대하지 않은 존재들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