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구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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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상학은 두개골 및 두뇌의 형상에서 사람의 성격을 비롯한 심적 특성 및 운명 등을 추정하고자 한 학문이다.
1.1. 탄생
중세 이후 생물학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두뇌와 신경망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쌓이게 되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뇌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 성격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뇌가 인간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한다면, 뇌의 각 부분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점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의문이 쌓여나가 18세기에 이르러, 오스트리아의 의사인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 1758~1828)은 두개골과 뇌의 크기 및 형태 등이 이를 분류하고 이에 따라 인간의 행동 양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였다.골상학에 따르면 두뇌에 인간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하는 부분들이 골고루 분포해 있고, 이 부위들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성격 및 행동 양식의 세부적인 형태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 두뇌 부위의 크기 및 형태는 두개골의 크기 및 형태를 결정하므로, 두개골을 관측하면 인간의 행동 양식 또한 알 수 있다.
1.2. 악용
골상학이 유행하던 시기는 하필 제국주의 시대였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거를 쌓아나가 반박되기 이전에, 백인 정부 주도의 인종차별 및 장애인, 소수자 차별 정책으로 이어졌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인종별로 조금씩 다른 두개골의 형태들을 근거로 비백인들은 선천적으로 도덕성이 떨어지고 무능력한 인종이라고 주장하였고, 사회적으로 이러한 의견이 힘을 얻기에 이르렀다.한 예로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범죄학자인 체사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는 인간의 범죄성은 선천적으로 유전되며, 그 특성은 인간의 두개골 등 머리 형태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사진 이마, 비정상적인 크기의 귀, 비대칭적인 얼굴, 앞으로 돌출된 턱, 평균 이상으로 긴 팔, 두개골의 비대칭, 기타 여러 신체적인 요인들이 바로 전형적인 범죄인의 모습이다. 롬브로조의 주장은 19세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유행한 우생학과 이를 연결시켜서 흑인, 정신질환자, 기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강제적인 단종 시술을 자행하기도 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흉악범들의 두개골을 연구용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것 또한 골상학의 유산이다. 일본의 경우 츠야마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의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국내의 경우 희대의 사이비 종교였던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의 두개골이 보관되었던 적이 있다. 독소전쟁 당시에는 진격하는 나치 독일군의 뒤를 따라 온 아인자츠그루펜 소속 골상학자들이 주민들의 두개골 모양을 측정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골상학의 전성기인 19세기 말~20세기 초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골상학자들을 사기꾼이라고 조롱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 내용을 보면 골상학자들이 자기 머리를 만져보면서 백 여 가지에 이르는 위대한 덕목들을 발견한 뒤, 차례로 그 덕목들을 무효화하는 단점들을 발견해 나갔다고 한다. 자서전 내용에 따르면 마크 트웨인의 두골에는 용기를 상징하는 융기부가 산처럼 높게 솟아 있지만 그 근처에 조심스러움을 상징하는 함몰부도 바다처럼 깊어서 용기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해설했다. 즉 마크 트웨인이 본인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융기부의 덕이고, 본인을 심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함몰부의 탓이니 어떻게 끼워맞춰도 말이 되는 것이다. 당대의 골상학자들도 현대의 혈액형 심리학 지지자들처럼 애매한 말장난에 의존하는
1.3. 퇴출
제국주의의 종말과 함께 골상학은 20세기 이후 과학계에서 퇴출되었다. 인간의 행동 양식은 두뇌 내부의 작동 형태에 따라 좌우되며 두뇌 및 두개골의 형태와 거의 관계가 없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1.4. 유산
그래도 골상학이 과학계에 남긴 유산이 없는 것은 아닌데, 바로 뇌의 모듈성이라는 발상을 하게 해준 게 그것이다. 골상학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어느 능력을 관장한다고 주장하던 생각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라, 양차대전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환자 등을 이용한 실험으로부터 뇌의 모듈성이 밝혀진 것. 모체였던 골상학과는 달리 이것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맞는 이론으로 드러나 정설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예로는 브로카와 베르니케 실어증을 들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뇌의 어느 부위가 크다고 어느 방면으로 능력이 좋다거나 하는 말은 옳다고 할 수 없으므로(연결성이 더 중요하다) 딱 거기까지만 기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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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창작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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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했었는데 먼저 단편
푸른 카벙클에서,
셜록 홈즈가 누군가의 모자를 써 본 뒤 "두개골이 큰 걸 보니 영리하겠어."[2]라고 말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당시에는 골상학이 어렴풋하게나마 과학 대접을 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장.
또 마지막 사건에서는 설정상 수학 교수인 제임스 모리어티가 셜록 홈즈를 처음 마주하고 "생각보다 전두골이 덜 발달하셨군"이라 말한다. 장편 바스커빌 가의 개 사건에서도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제임스 모티머 박사가 본업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홈즈 선생님 같은 발달한 전두골은 처음 봅니다"라고 말하며 전두골과 두뇌의 상관관계를 신봉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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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백인 농장주 캘빈 캔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 장고더러 "흑인의 두개골은 백인보다 흠이 많아서 복종하는 것 밖에 모르는 열등한 종족이다.라고 말하면서 장고를 노려보며 "이봐 친구, 자네가 똑똑하다는 건 인정하겠네. 하지만 너의 두개골을 깨부수고 나면, 그 안에도 이렇게 흠이 있을 거야."라고 조롱하며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캘빈 캘디는 설정상 1821년생으로 작중 배경인 1859년은 엄연히 노예제가 존재하던 시기였기에 저런 헛소리가 가능했던 것이고 배역을 맡은 디카프리오는 이 캐릭터에 대해 역겹다고 표현했다.
- 더 루츠의 2002년 앨범 역시 이 골상학에서 착안했다.
1.6. 같이 보기
2.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권에서도 위의 서양의 골상학과 유사한 개념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제갈량이 위연을 반골의 상이라고 깠던 삼국지연의의 일화가 유명하며, 실제 역사에서도 고려시대 이제현이 신돈의 골상을 흉악한 자들과 같으니 가까이하지 말라고 공민왕에게 충고한 것이 있다. 다만 동양의 골상은 관상의 일종에 가깝다.현대 한의학에서도 뼈의 형태를 논하는 학문이 있다. 동의 골상학(東醫 骨象學)이라고 하며, 뼈의 모양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논하는 일종의 인상학이다.
[1]
이말년의 혈액형 척척박사님에 나오는 말장난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2]
다만 이 작품에서는 '뇌의 용적 문제'라는 언급으로 황금가지판에서 해석되었는데 이는 골상학은 아니지만 사람 개개인의 머리크기는 유의미한 지능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틀린 근거인 것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