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3부작에 등장하는 병정개미. 1편부터 한결같이 개미 이야기의 주역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다만, 이 개체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나가면 좋다.소설 개미에서 1, 2, 3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주역으로 활동한 주인공이다.
2. 행적
2.1. 1부
원래는 클리푸니가 암개미 56호인 시절, 바위 냄새가 나는 개미들에 관련된 음모를 조사하기 위해 끌어들인 지나가던 병정개미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중의 활약을 보면 가히 개미판 소드마스터이자 척준경. 무력만큼이나 지력도 출중하다. 심지어 개미 세계에서 마약만큼이나 절대적인 중독성을 자랑하는 화학물질인 로메슈제[1] 분비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2.2. 2부
2부에서는 손가락[2]들을 정벌하기 위한 원정대의 사령관으로 출정했다가 창문에 부딪치고 청소차에 쓸려나가 대부분의 대부대가 전멸, 이후 우연찮게 자크 멜리에스와 레티샤 웰즈를 만나게 되어[3] 라미레 부부의 집에 가게 된다. 거기서 에드몽 웰즈가 남긴 설계도대로 만든 아서 라미레의 로제타 석을 통해 그들과 대화도 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인간의 문명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2부의 중반부터는 103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무렵 103683호가 개미산으로 새를 격추한 사건이 있어 개미들 사이에서 존경심을 담아 부르게 된 경칭 겸 애칭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름 쓰기 귀찮아서 줄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4]
2.3. 3부
3부에서는 벨로캉에 불을 전해주며[5] 손가락을 공격하는 원정대가 아니라 손가락과 교류를 요청하는 사절단의 사령관으로 출정. 하지만 역시 실패하며,[6] 3부의 마지막에 인간만이 가진 정신 작용이라고 작중에서 언급되는 해학을 개미로서 깨닫게 되고, 이후엔 수명이 다 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모험 도중에 동료 병정개미들에게 인간 세계에 대한 생물학 지식과 정보를 자주 설명해 주는데 그때마다 지식욕 왕성한 10호가 그 내용을 요약하여 페로몬으로 메모를 한다. 읽다 보면 중간중간에 나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못지않은 유머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섹드립에 통달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답게 개중에는 포르노 영화에 관한 설명도 해 주는데 그게 또 하나의 포인트다.
손가락들은 교미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교미를 서툴게 하는 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려고 가장 뛰어난 교미꾼들의 교접 광경을 찍는 것이다.[7]
3부 작중에서는 병정개미로서 수명이 다한 103호가 말벌집으로[8] 가서 로얄 젤리를 먹고 성을 가지는 에피소드가 있다.[9][10] 이 에피소드가 3부의 개미 이야기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데, 여기서 암개미로 성전환을 한 103호는 2부에서 원정 길목에 있던 코르니게라 아카시아[11]에 자신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며 병사들을 데리고 탈영한 병정개미 24호와 재회한다.
개미들의 진보를 위한 개미 혁명을 주도하여 개미들에게 손가락들의 지식을 전파하고, 자신의 고향인 벨로캉을 화공으로 함락시킨 후 새로운 벨로캉을 건설한다. 새로운 벨로캉은 엄청난 진보를 이루며 일대 개미들 연방에 더해 다른 곤충 연방과 연맹을 맺을 정도가 된다. 그러다가 신을 믿는 개미들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본거지를 급습해 제거하고, 인간과의 접촉을 위한 원정대를 꾸린다.
원정대 개미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인간에게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기어오르는 장면이 있다.[12] 이후 이 개미 사절단들은 막시밀리앵 리나르 경정의
재판이 휴정하던 도중 교미를 하자는 24호의 제안에 103호는 동료를 잃기 싫다는 이유로[13] 거절하나, 사형 집행이 임박해서 자신들이 갇혀 있는 통 안에서 결혼비행
재판 도중 퐁텐블로 숲을 소이탄으로 날려버리려는 막시밀리앵 리나르 경정의 음모를 혼자 분쇄.[15] 당시 개미의 편에 있던 쥘리 팽송이 알려준 대로, 소이탄을 제어하는 컴퓨터의 전선을 끊어 버린다. 이 때 병정개미가 아닌 여왕개미로서 알 때문에 비대해진 몸을 버둥거리며 손가락과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전선을 끊는 묘사가 압권.[16]
이후에는 위에 서술한 대로 전선을 자르다 감전되어 행복함을 느끼는 호르몬이 합성되어 개미로서 해학을 깨우치고, 그 뒤엔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 허나 그녀의 후손으로 보이는 개미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걸로 봐서 죽을 때까지 벨로캉의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힘쓴 듯.
[1]
딱정벌레 비슷하게 생긴 곤충인데, 진딧물처럼 분비물을 분비한다.
[2]
작중에서 개미들이 인간을 부르는 이름.
[3]
이 둘과 처음 만나게 된 장소는 레티샤의 집이었으며 이 때 당시 멜리에스와 레티샤는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엉키며 춤을 추고 있었다.
[4]
3부의 작중 언급을 참고하면 이렇게 줄여부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는 데, 그보다 더 이름이 긴 '3642451호'라는 개미가 있었는데 동료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느라 헛되게 시간을 낭비했고 그가 사냥을 나갔다가 죽자 슬퍼했지만 동시에 이름을 안 불러도 된다면서 좋아했다고. 하지만 이상한 게 개미의 개체 수를 생각해 보면 103683호나 3642451호 같은 이름은 매우 흔해야 정상이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죽으면 그 이름을 회수해서 다시 쓰는 듯.
[5]
2부에 따르면 이 세계에서는 곤충들이 불을 사용하는 것을 곤충들 전체의 조약에 의해서 금지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2부에서 손가락 원정대가 출정한 명분이 불을 사용한 손가락을 곤충의 이름으로 응징하기 위한 것. 1부가 끝날 무렵에 니콜이 수용되어 있던 고아원의 아이들이
벨로캉에 불을 지르는 테러를 감행한다. 이 아이들은 개미들이 니콜을 잡아먹었다고 믿고 있었다. 3부에서는 불을 사용하게 된 벨로캉을 난쟁이 개미를 중심으로 다른 곤충들이 연합해서 조지러 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불을 이용한 야습으로 주력부대인 난쟁이 개미들이 전멸, 퇴각한 뒤 다른 곤충들이 굴복하는 결말로 끝난다.
[6]
당시 피라미드를 진압하러온 경찰들이 헬기들을 동원하여 살충제를 살포하고 사절단 전원이 전멸한다.
[7]
이후 다른 개미들에게 인간의 교미 후반부엔
암컷이 소리를 지른다고 알려 주었는데 이를 다른 개미들이 소리지르는 까닭을 교접 도중 성가시게 구는 포식자들을 쫒으려는 행동으로 오해한 탓에 개미들은 인간들이 소리를 질러서 포식자를 쫒는다고 알게 되었다..근데 포식자는 아니더라도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재를 쫒아낼 때
소리를 지르긴 한다
[8]
이 소설에서 말벌들의 세계는 개미들의 입장에서 미지의
초고대문명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물론 공포의 존재이기도 하다.
[9]
병정개미의 수명은 3년, 암개미의 수명은 15년. 암개미로 성을 가짐으로써 12년을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10]
'성전환'은 틀린 표현인 게, 병정개미는 (사실상)무성이다.
[11]
속이 개미집처럼 생긴 아카시아 나무로, 개미와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12]
물론 인간이 개미의 페로몬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이 인간(경찰관)은 우르르 기어 올라오는 개미 떼에 의해 쇼크사.
[13]
개미의 세계에서 수개미는 섹스 셔틀이 된 뒤 죽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에서 개미들은 자아를 갖는 것을 '마음의 병'이라고 부르며 극히 혐오하기에 당연히 이런 순리도 의심하지 말아야 하나 103호는 그 순리를 거부해 버린 것이다. 소설 내의 103호의 생각으로도 '손가락의 로맨티시즘에 물들어 타락해 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은 동료를 잃기가 싫었다고 나온다.
[14]
이 때 교미를 마친 24호는
오르가슴
을 견디지 못해
폭사. 참고로 이 이전까지 24호는 자신들의 원정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고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이 밝히기를, 자신은 작품마다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꼭 한 명씩 넣는데, 개미 혁명에서는 24호가 그 캐릭터라고.
[15]
리나르 경정이 개미 혁명을 일으킨 자들이 숨어있는 피라미드가 진압된 후 들어가보니 밑에 아주 작은 통로가 있었다. 내려가 보니 현대 문명을 이용하면서 살고 있는(거의 미니어처 수준의 작은 도시였다. 개미들이 자동차를 타고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개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퐁텐블로 숲을 날려버리려 한다. 종국에는 103호를 잡으려고 무리해서 굴뚝에 올라갔다가 추락하여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된 듯.
[16]
이 때 103호가 인간들의 손가락을 부러워하는 대사가 나온다. 저들은 저런 유용한 부속지를 가져서 참 좋겠다면서.